<15기 졸업부모편지>
오늘이 아이들도, 어른들도 맑은샘을 졸업하는 날이네요. 맑은샘을 들어오기 위해 면접을 보았을 때, 그 자리에 계셨던 성준이, 성범이 어머니가 졸업하시면서 ‘맑은샘 당근장터’를 통해 물려주신 큰 냄비를 제가 물려받았어요. 급식 때 유용하게 쓰셨던 냄비였다고 하셨고, 저도 그 냄비를 아주 잘 썼어요. 그 냄비를 물려받았을 때만 해도 ‘졸업하는 날이 오기는 오려나?’ 했었는데 이제 졸업을 하게 되었고, 그 냄비를 물려줄 때가 되었네요.
지금 생각해 보니 저희가 맑은샘에 안정적인 시기에 들어와서 잘 지내다가 떠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안정된 맑은샘’을 물려주기 위해 그동안 앞서 시간과 노력, 정성을 들여서 애써주신 선생님들과 선배 부모님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저희와 같은 시기에 맑은샘에서 함께 살았던 선생님들, 부모님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맑은샘에서 사는 동안 즐겁고 행복한 일들도 많았고, 힘들고 어렵고 속상한 일들도 있었고, 아쉽고 안타까운 일들도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도 맑은샘에서 어른들과 비슷한 마음으로 살았을 것 같고, 좋은 어른들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다양하고 많은 어른들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따뜻함을 느끼며 잘 자란 것 같아요. 그동안 어른들로부터 받은 것들이 앞으로 아이들이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어제 졸업공연 할 노래를 부르면서 ‘와, 졸업하는 날까지 뭘 하느라 슬퍼하거나 아쉬움을 가질 여유가 없네...’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졸업공연 할 노래를 준비하며 시우아버지는 누가 어떤 파트를 부를지 정하면서 전체를 살피고, 시우어머니는 공연에 대한 여러 가지 제안을 하고, 도훈아버지는 ‘나는 내가 부를 부분만 외울 거야.’라고 마음먹고, 저는 ‘나는 어차피 울꺼니가 노래 안 외워도 될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시우아버지와 시우어머니는 노래를 잘 하시니 자신감이 있을 것이고, 저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열심히 연습을 할 것이고, 저랑 도훈아버지는 노래 잘하시는 시우아버지, 시우어머니께 묻어가려고 마음먹고 편안한 마음이었어요. 졸업공연 하나만 봐도 이렇게 다양한 모습인데 그동안 우리는 맑은샘에서 얼마나 다양을 모습을 보였을지 그리고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과 살았을지 그 힘으로 앞으로 누구를 만나더라도 얼마나 잘 살아가게 될지를 짐작하게 됩니다.
어젯밤, 병찬이, 나윤이, 도훈이가 졸업했던 개똥이네 졸업식이 있어서 개똥이네를 다녀왔어요. 도훈이가 7살 때 4살이었던 아이의 동생이 이번 졸업생이어서 다른 졸업부모님은 잘 모르지만 다른 졸업 아이들 선물까지 갖고 갔는데 제가 유일하게 아는 그 가족은 벌써 집에 갔더라구요. 그래서 전혀 모르는 개똥이네 부모님들과 몇 마디 나누었고, 그분들이 개똥이네 소식지와 먹을 것들을 저에게 주셨는데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어요. 서로 모르지만 ‘개똥이네’로 연결되어 그냥 이해가 되는 마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그분들이 얼마나 애쓰고 계실지를 아니까요. ‘대안교육’이 많이 어려운 시기에 ‘맑은샘’을 선택해 주셨고, 쉽지 않은 길을 소신껏 가시기 위해 오신 맑은샘 신입 부모님들 그리고 앞으로 오실 분들도 미리 고맙습니다. 맑은샘과 맑은샘 분들을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잘 사시길 바랍니다.
2023년 2월 18일
15기 졸업부모 최성일, 최순아, 김민성, 박양선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