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오랜만에 둘째 아들, 민우에게 / 이 병 준
오랜만에 가족끼리 다녀오너라. 매번 휴가때마다 함께 가자고하니 정말 고맙다. 요즘은 아들 가족들이 부모 모시고 휴가 가는 집이 거의 없다고 해. 가족끼리 오붓하게 보내보는 것도 색다른 의미가 있는 거다.
나도 엄마하고 가까운데 근교라도 다녀올 생각이다. 종친회 내게 10대조이신 송월재 (諱ㆍ時善) 님 《역대사선 국역출간 축하와 학술대회》개최 준비를 나 혼자 기획 진행하니까, 앞으로 한 2개월은 바쁠 상황이다. 그렇게 이해하거라. 술 너무 많이 먹지 말고 가장으로서 아버지로서 모범이 되도록 말씨나 몸가짐부터 조심하고 품위를 지키도록 해라. 특히 도연이 앞에서는 말씨, 행동 모든 면에 삼가해야 한다. 아이들 성장 정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행복한 분위기에서 자란 아이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고 매사에 낙천적인 사고로 행복을 꿈꾸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게 된다. 아이들이 가장 행복해하는 순간은 제 엄마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아버지 모습을 바라보면서 가장 많이 행복하게 느끼고 본을 받게 된다.
영리한 도연이는 채연이 몫까지 다 할 수 있도록 훌륭하게 키우려면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한다. 도연이 소원이 뭔지 너는 애비로서 알고 있느냐? "행복"이다. 행복이 뭐냐고 물었더니 놀랍게도 "가정 화목"이라고 잠시 망설임도 없이 내게 대답 했다. 그 내용은 그대로 가감없이 내 책에 실려있다. 아무리 책을 싫어 해도, 시간이 없더라도 도연이와 내가 단 둘이 산책하며 주고 받은 대화의 글은 읽어 봐야지,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 같아서 노파심에 하는 말이다. 너무 괘념하지는 말거라.
자식은 아버지보다는 특히 어릴적엔 어머니의 품성과 인품을 많이 닮는다는 점도 명심하거라. 유아 시절엔 어머니의 가르침과 덕행이 거울이고 교본임을 새기기 바란다. 나도 자상한 아버지 노릇을 못 했기에 하는 진정한 조언이니 섭섭하게는 생각하지 말길 바란다.
도연이는 영리하고 재주가 남다른 아이다. 물론 어릴 적 영재처럼 보이다가 점점 크면서 평범한 아이로 자라기도 하지. 11살 아이의 입에서 제 희망을 물었는데 그 답이 놀랍게도 평생 벌어먹고 살 직업을 얘기한 게 아니고 "행복"을 답했다고 하는 것은 겸허히 새겨봐야 할 부분이 많은 거다. 왜 그 정도 또래 나이에 그렇게 실감할 수 없는 성인 어른들이 꾸는 꿈, "행복"을 얘기했을까, 그 하고 많은 단어 중에 하필 행복을 말했을까.
지금 도연이 느낌엔 집안에서 느끼는 게 행복하지는 않다는 느낌을 은연중 표현한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왜 결혼했어요? 행복하게 살려고 하신 거 아닌가요?" 이렇게 당돌하게 질문하는 감성이 섬세하고 예민한 애어른이야. 절대 무심하게 함부로 품위를 해치는 말과 행동을 보는 앞에서 절대 해서는 안되고 삼가해야 한다.
형이 선우, 승연에게 하듯이 그렇게 도연이 얘기를 그 아이 심경에서 자상하게 끝까지 들어주고 소통하는 애비가 되어야 한다.
내가 그걸 못했기 때문에 더욱 절실하게 후회도 되지만 지난 시간 되돌릴 수 없는 일인걸. 형이 저렇게 냉정한 품성이 형성된 것도 부자지간에 대화와 소통이 부족한 때문이란 걸 이제사 내가 느끼게 된다. 형 첫돌도 지나기 전에 군대 입대해서 34개월 군대생활 마치고 왔으니 예민한 시기에 애비 정을 못 받고 자란 때문이라고 생각되어 진심으로 미안하기도 하고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거꾸로 형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겠다는 생각이다.
건강은 본인이 알아서 챙겨야 할 나이이다. 알아서 본인만이 챙길 수 있는 게 건강이다. 그리고 아직은 별 여유도 없지만 미래의 경제적 안정에 대한 생각과 설계도 꿈꾸고 계획성있게 살아아 한다. 건강은 잃어버리면 원상 회복이란 절대 불가한 것이다. 고단한 일상 속에서도 아주 기본적인 비록 짧은 거리일지라도 걷기운동 같은 걸 염두에 두고 이행 해야 한다. 담배는 끊고 적당한 음주는 나는 괜찮다고 생각한다. 술도 인사불성으로 과음할 바에는 담배와 마찬가지로 해독이다.
술을 절제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어른이고 철이 든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하고 평소 그 전날 술 먹고 그 기억을 못한다고 하는 사람과는 나는 직장에서도 특히 그런 후배들하고는 술 절대 두번 다시 안 먹었다. 실언 등 실수할 징조가 나타날 때 쯤이면 옆 직원 시켜 집으로 귀가시키고 먹든 술 다 마시고 귀가하곤 했었다. 그냥 불현듯 생각나 두서없이 적어 본 글이니 언짢게 듣지는 말고 그래도 이런 말이라도 해주는 아버지가 존재한다는 게 얼마만한 행복한 일인지 아직은 실감이 안 날거다. 새겨서 듣고 언짢게 생각지는 말길 바란다. ( 2023.8.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