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에 얼음 먹는 집
요즘 생각으로 여름에 얼음을 먹는 집이라 하면 “무슨말을 해 여름에 얼음안먹고 언제 먹어?” 하고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여름에는 당연히 시원한 얼음을 먹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글은 1396년부터 1896년 사이의 조선시대 서빙고(西氷庫) 동빙고(東氷庫)때의 이야기다.
그 시절에 겨울에 얼음을 만들어 얼음창고(氷庫)에 저장해 놓았다가 여름에 꺼내 먹는 것을 말하는데 얼음을 저장했다가 여름에 꺼내 먹는 일은 상상도 못한일로 여름에 얼음을 먹는 집안은 요새말로 궁궐이나 재벌집안에 속했다.
마치 5~60년전 서민들이 얼음이나 바나나 귤을 쉽게 먹을 수 없을때와 같은 시절의 이야기다.
이런 부자집을 “얼음을 썰어 먹을 정도 규모의 집안” 이란 뜻으로 벌빙지가(伐氷之家)라 불렀다.
대학(大學)에 기록하기를
벌빙지가(伐氷之家) 규모의 집안에서는 소나 양 같은 목축사업에는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다.
伐氷之家(벌빙지가)-얼음을 썰어 먹을 수 있는 집안에서는
不畜牛羊(불축우양)-소나 양을 키우는 목축업을 해서는 아니 된다!
여름에 얼음을 썰어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부잣집에서는 소나 양 같은 서민들의 소규모 사업에 손을 대지 말라는 말이다.
부자에 걸맞지 않은 소규모 사업에 손을 대서 그 밑에서 먹고사는 서민들의 생업을 빼앗지 말라는 것이다.
畜馬乘(축마승)-말과 수레를 끌 정도의 집안에서는
不察於鷄豚(불찰어계돈)-닭과 돼지 같은 사업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百乘之家(백승지가)-백대의 수레를 동원할 능력이 있는 집안에서는
不畜聚斂之臣(불축취렴지신)-세금을 잘 걷는 신하를 두어서는 안 된다!
此謂國不以利爲利(차위국불이리위리)-국가가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되고,
以義爲利也(이의위리야)-의(義)를 중요시 생각하여야 한다!
는 것이다.
요약하자면 벤츠나 BMW를 타고 강남에 수십억 아파트에 사는 사람은 서민들이 하는 장사에 뛰어들지말고 소작인에게 세금을 거두는 사람을 두지말며 정부는 세금만 거두지 말고 가난한 사람을 위해 복지정책의 의(義)로움을 중요시 하라는 말이다.
부자와 가난한 사람이 서로 상생(相生)하기를 거부하고 부(富)를 독점하는 것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는 글이다.
경주(慶州) 교동(校洞) 최부자집은 400년 동안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집안이다.
최부자집의 전통은 진사 이상의 벼슬을 금지했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모으지 말라고 했다.
며느리는 3년 동안 비단옷을 입지 말고 무명옷만 입고 사방 100리안에 굶어서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고 했다.
1년 쌀 생산량은 약 3천 석이었는데 1천 석은 사용하고, 1천 석은 나그네에게 베풀고, 나머지 1천 석은 주변에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흉년에는 남의 땅을 사지 말라고 하였다.
전남 구례(求禮) 운조루(雲鳥樓)는 1776년 정조때 류이주라는 분이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에 99칸으로 지은 대저택이다.
운조루에는 몇 가지 정신이 있다.
그 중에 타인능해(他人能解)가 최고의 음뜸 정신이다.
운조루에서는 한해에 수확하는 쌀 200가마중 40가마를 가난한 이들에게 풀었다.
타인능해(他人能解)의 뜻은 “가난한 사람은 누구든지 이 뒤주를 열어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은 가난한 사람들의 자존심을 생각해서 쌀을 퍼갈 때 주인과 얼굴을 마주치지 않게 하기위해서 이 뒤주를 곳간 뒤채에 집안사람들이 보지 않는 곳에 설치했다.
주인은 며느리에게 항시 타인능해 쌀독에 쌀이 떨어지지 않도록 보살피라 일렀다.
만약 살이 떨어지면 며느리가 야단을 맞을 정도였다고 전한다.
이처럼 우리의 역사 속에는 부자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있었다.
조선일보 2011년 8월 2일 보도에
삼성(三星) 이건희 회장이 MRO(소모성 자재 구매대행)
즉 중소기업이 하는 소모품을 싹쓸이 구매 대행하는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하였다.
전자(電子)제품 1개 사업부 보다 소규모이고 TV처럼 큰돈도 벌지 않는데 욕먹으면서 MRO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삼성(三星)의 이런 결정으로 인해서 LG나 다른 재벌 기업들도 생각을 달리하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재벌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의 한 계기가 될 것 같아서 박수를 보낸다.
절대로 돈 많은 사람이 혼자 호이호식하면서 사는 세상이 아니다.
최소한도 밥이라도 공평하게 먹으면서 같이 살아야 하는 행복 세상이다.
이것은 가난한자의 절규이다.
필자는 부자나 지식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생하여 모은 부자들의 재산을 무조건 나누어 먹자는 말이 아니다.
가난한자들에게 밥이라도 먹을 수 있는 공평한 기회의 사회도덕를 요구하는 것이다.
힘있고 돈많은 재벌들이 재래시장 구멍가게까지 싹쓸이하는 재벌들의 쓰나미 현상을 말하는 것이다.
사회의 구성은 돈많고 힘있는 사람들만으로 이루어 질수 없다.
집을 건축하는데 기둥, 마룻대, 섯가래, 벽돌등이 필요한것처럼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이 필요한것이다.
여름에 얼음을 저장해 먹는 부자들은 가난한자들이 찬물이라도 먹을 수 있는 배려를 하는 것이 부자의 미덕이다.
삼성은 베푸는 마음이 클수록 역사에 기리 빛날 기업이 될 것이다.
☺농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