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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트 룸 레벨 만큼 컬추럴을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3일 동안 거하는 숙소의 변기가 반 푸세식입니다. 그래도 인(in) 리빙룸 포지션이 어딥니까? 옷을 홀딱 벗고 변기통에 쪼그려 앉아 볼 일을 보는 건 20년 만인데 배수로가 잘 돼 있어서 큰 불편함은 없었어요. 샴푸 후에 옷 몸에 비눗칠을 하고 바가지로 물을 끼얹노라니 물의 여신에게 등목 받는 느낌이 들었어요. 징역에서는 뼁끼통의 기능이 멀티라는 걸 아시나요? 화장실-세탁실-샤워실-잔밥 처리-싱크대까지 다용도 공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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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적 정게인지 모릅니다. 화롯불에 쇠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토치로 군불을 붙여 화로에 숯덩이를 모으면 이글거리는 미니 태양이 제물을 기다립니다. 공수해온 생고기를 석쇠에 올려 놓고 낭만 맥주 한 잔 죽이지 않나요? 원주민 아저씨를 보니 선친 생각이 절로 납니다. 생전의 아버지는 굴비나 전어 같은 생선을 굵은 소금을 뿌려 구워드셨습니다. 후두두둑! 천둥 번개가 양철 지붕을 인정사정 없이 내리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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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온다고 했는데 어제 후루룩 하고서 끝입니다. 빛이 구름을 똟고 용안을 보여주었는데 과연 원조 존재감 뿜뿜 입니다. 해돋이 보는 것도 십 년은 될 것 입니다. 오렌지-노랑이- 레드로 마술을 부리는 빛의 향연을 그저 신비스럽게 바라볼 뿐입니다. 일출은 수학여행 때 처음 보았고 공동체 할 때 속초로 일 년에 한번 쯤 다녀온 것 같아요. 너무 일찍 일어났고 뚜벅이 본능이 발동 해서 트래킹을 시작했어요. 조국이 국토의 70%가 산인데 태국은 눈을 씻고 봐도 산을 볼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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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선 국도를 기점으로 스타트를 했는데 맨 먼저 도랑에서 고기 잡는 남자 2명을 만났어요. 보니까 30초에 한 마리씩 낚는 것 같아요. 태국은 웅덩이가 유난히 많았어요. 지형은 한반도처럼 바다와 대륙으로 형성되어 있었고 과거 패키지로 갔을 때는 몰랐는데 개인이 로컬로 와보니까 느낌이 완전히 다르고 생각보다 땅 덩어리가 크고 넓었어요. 한반도 세 배, 인구 7.000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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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에스더에게 문자가 왔는데 불통 지역이라서 답을 못했어요. 수요일 출석 수업을 잘 갔는지 모르겠네요. 주위가 어수선 하더라도 위축되거나 외로움 타지 말고 하던 대로 하시라. 공주야! 귀국하면 연락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예주를 부탁해.
2024.10.16.wed.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