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은 주로 11월~2월 사이에 발병하는 계절성 질환이다. 콧물, 기침, 발열과 같이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독감을 ‘독한 감기’ 정도로만 생각하는 경우가 흔한데, 독감은 만성 기저질환을 악화시키고 폐렴, 급성 심근경색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해에 이어 올겨울에도 독감 유행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0일부터 순차적으로 독감 국가예방접종 지원 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예방 접종 효과를 보기 위해 10월에서 11월 사이에 독감 백신을 접종할 것을 권장한다.
독감 백신은 10월에서 11월 사이 접종 받을 것이 권장된다 |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독감, 급성 심근경색 위험 6배 높여…연구결과
지난 6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 온라인판(NEJM Evidence)’에 실린 네덜란드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독감에 감염된 후 7일 동안 급성 심근경색의 발생 위험은 6배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독감을 진단받은 사람들 중, 독감 감염 전후 1년 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한 사람을 조사했다. 이때 독감 감염 후 1~7일간을 위험기간으로, 전체 기간(2년) 중 위험기간을 제외한 기간을 대조기간으로 설정했다.
그 결과 위험기간 내에 급성 심근경색이 나타날 확률이 대조기간에 비해 6.16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독감 인플루엔자에 감염되기 전 관상동맥질환을 앓은 적이 없는 환자는 병력이 있는 환자에 비해 급성 심근경색의 위험이 16배 이상 높았다.
독감의 가장 흔한 합병증 폐렴…제1형 당뇨까지 유발해
급성 심근경색 외에도 독감은 여러 위험한 합병증을 유발한다. 가장 대표적인 독감의 합병증은 폐렴이다. 독감을 유발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폐 안으로 퍼져서 감염되는 질환으로, 방치하는 경우 폐 기능 장애가 발생하며 호흡부전으로 인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독감이 제1형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에 세포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제2형 당뇨병과 달리, 제1형 당뇨병은 인체의 면역계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 세포를 공격해 파괴하는 병이다.
유전적 소인이 있는 상태에서 특정한 환경 요인의 자극을 받으면 제1형 당뇨가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독감 바이러스가 이를 자극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 연구팀은 칠면조를 독감 바이러스에 감염시키자 췌장이 심각한 손상을 입고, 당뇨병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며 독감이 제1형 당뇨병의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아울러 당뇨의 유형과 관계없이 기존에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가 독감에 감염되는 경우도 위험하다. 당뇨병 환자는 당뇨병이 없는 사람에 비해 독감으로 인한 입원율이 6배 이상 높게 나타났으며, 사망률은 5~10% 이상 증가했다. 또한 당뇨 환자는 독감에 감염될 경우 폐렴으로 진행될 위험도 매우 높다.
독감 예방접종, 심뇌혈관질환 발병 위험 줄여
독감은 심근경색증 위험을 높이지만 백신을 접종 받으면 심근경색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난 2022년 캐나다 토론토대(University of Toronto) 연구팀이 캐나다 심장병학 저널(Canadian Journal of Cardiology)에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성인들에게 독감 예방주사를 맞히자 접종 다음 해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이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해 독감 예방접종이 뇌졸중 위험 감소와도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스페인 마드리드 알칼라대(Universidad de Alcalá) 연구팀이 기존에 독감이 뇌졸중의 위험을 높인다고 밝힌 연구 결과를 발전시킨 것이다. 연구진은 해당 연구에서 독감 예방 주사를 맞은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뇌졸중을 일으킬 가능성이 12%가량 더 낮다고 분석했다.
독감 예방에는 예방접종이 효과적…적절한 시기와 주의사항은?
심각한 합병증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독감 예방은 매우 중요하다. 독감을 예방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예방 접종이다. 특히 고령층과 어린이, 만성질환자 같은 건강 취약계층은 예방 접종에 더욱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약 예방접종 전 아픈 증상이 있거나 만성질환이 있다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고, 건강 상태가 좋은 날 가까운 의료기관에 예방접종 가능 여부를 확인한 후 방문하는 것이 좋다. 하이닥 외과 상담의사 이이호 과장(창원파티마병원)은 “단백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나 기저질환, 특정한 건강의 이상이 있는 사람 등은 의사와 상담해 적절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이전에 어떤 예방접종을 받았는지, 언제 받았는지를 의사와 공유해 접종 일정을 정해야 한다”라며 독감 예방 전 주의사항을 당부했다.
이어 “독감 예방접종을 맞았다고 해도 100% 독감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독감 예방접종은 독감 발생 확률을 크게 낮춰준다. 또한, 예방접종을 받았다면 독감에 걸리더라도 그 증상이 경미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라면서 독감 예방접종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접종 후에는 20~30분 정도 접종기관에 머물면서 이상반응 발생 여부를 관찰한 뒤 귀가해야 한다. 아울러 접종 당일은 반나절 이상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음주나 지나친 운동은 삼가는 것이 좋으며, 접종 부위를 청결하게 유지해 세균 감염 등의 2차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이이호 과장(창원파티마병원 외과 전문의)
<저작권©언론사 하이닥,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재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