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꽃이라 불리어져야
다섯 해 전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발생했던 ‘조승희 총기 난사사건’의 악몽이 다시 살아났다는 뉴스가 전해진다.(2012.4.4. 중앙일보)
소위 왕따가 부른 오클랜드의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인데, 따돌림을 당한 한국계 고원일씨가 대학서 권총을 난사해 7명이 숨지고 3명이 중태라고 한다.
꽃은 꽃이라 불리어져야 하고 그래서 꽃을 꽃이라 부르며 가까이 다가가기 마련인데 꽃보다 더 아름답다는 사람에 있어서야 더 무엇이라 말하랴.
희생자 가족들은 슬픔을 가누면서 용서를 기도하자고 했다니 다시 피어날 꽃을 기다리며 지난날 써뒀던 글을 다시 꺼내본다..
꽃을 꽃이라 부르면 / 김 난 석
어제는 등산동호회원들을 따라 각원사(覺圓寺)를 찾아보았다. 천안의 진산眞山이라는 태조산을 병풍처럼 둘러치고 있는 절이다. 그 대웅보전은 단일건물로서는 불국사 이래 최대의 규모라고 한다.
절이라고 하면 으레 삼국시대나 고려조 어느 때의 누가 창건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달리지만 이 절은 1977년도에 신도들의 성금에 의해 좌불상을 건립한 뒤에 창건되었다.
서쪽을 향해 미소 띠고 있는 좌불상은 무려 60톤의 청동이 들어갔다고 하니 신도들의 큰 정성과 기원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조성 당시 울력한 신도들의 이름을 좌불상 내부에 새기고 있기에 내 부모님의 이름을 적어주었던 일이 새삼 떠오른다.
각원사(覺圓寺)란 이름은 원상圓相을 깨닫자는 뜻에서 따왔을까? 원상은 완전 원만의 상相으로서 깨달음을 나타내는 둥근 형상을 말하지만 이에서 더 나아가 원융(圓融)이라 하면 아무 구별 없이 한데 통함을 말하기도 하고, 일체의 여러 법의 사리가 구별 없이 널리 융통하여 하나가 됨을 말한다.
마침 봄이 알맞게 무르익어가는 시기여서 입장을 거쳐 성환을 지나는 사이 과수원의 배꽃들이 하얗게 장관을 이루고, 절 안으로 들어서니 여기저기에도 겹벚꽃을 비롯한 여러 가지 꽃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기라도 하듯 만발했다.
봄이 되니 온통 꽃 세상이지만 꽃만 꽃이 아니라 아름다운 건 다 꽃이다.
아름다운 것만 꽃이 아니라 바라보는 건 다 꽃이다.
꽃은 열매 맺기 위한 몸짓일 뿐 그게 생명의 전부는 아니다.
그래서 꽃만을 바라보고 영탄하는 건 마치 밤을 보지 않고 낮이 황홀하다거나 낮을 보지 않고 밤이 그윽하다 함과 같다.
꽃은 꽃이 꽃이듯 잎은 잎이 꽃이고 가지는 가지가 꽃이요 뿌리는 뿌리가 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건 다 꽃이요 바라보는 건 다 꽃이라 하는 것이다.
오늘로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서 꽃다운 학생들과 스승들 60여명이 무고하게 스러지거나 다친 지도 벌써 일주일이 되나보다.
사고 경위야 당사국 경찰이 조사해 대처할 일이지만 누가 누구에게 라 할 것도 없이 꽃이 꽃을 보고 꽃이라 하지 아니한 데서 사단事端이 일어난 건 아닌지 모르겠다.
가해자와 그 연루자일 듯한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상태에서, 오늘 같은 날을 피할 수 있는 기회는 무수히 많았지만 자기를 구석으로 처박아놓고 단 한 가지 선택만 강요했다는 가해자의 남긴 말을 듣거나, 그가 그렇게 필사적으로 필요로 했던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걸 알고 가슴이 아팠다는 어느 추모자(Barvera)의 말을 듣거나, 남동생이 저지른 참사에 대해 깊은 사과를 하면서 이 같은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밝혀낼 수 있도록 경찰당국의 수사에 전면적으로 협조하겠다는 가해자 가족의 말을 함께 듣노라면, 살아남은 자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란 꽃을 꽃이라 부르는 일밖에 없지 않겠는가.
불가의 심오한 뜻은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그게 아무 구별 없이 한데 통하는 원융圓融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
첫댓글 서글이님의 글에 댓글을 이렇게 달아보네요.
폭력이 없는 세상이 어디에 있기나 한지...
꽃 이 지면
열매가 되리니 ....
그게 순리지요..
폭력없는 세상을 꿈꿉니다.
아마도 하늘 나라에는
그딴게 없겠지요?
그렇다고 믿어야죠..
그러기에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라 하는 거고요.
제목에 제 닉이 있어 어떤 글에 대한 것인가
의아했었네요..
버지니아공대 사건은 이제는 거의 거론하지
않고 있답니다. 이민 생활을 이겨내기 위해
돌보지 못한 자녀들에 대한 문제..
애들때문이라고 이민을 와서는 먹고 살기 바빠
오히려 자녀들의 교육에 신경을 제대로 못 쓰는
일부 이민자들의 생활... 미국식 생활을 모르는
부모와 자식간의 괴려..
참 아팠던 기억이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