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방콕으로 이동을 해야 하지만 하루 더 묵을 지 망설이고 있어요. 가장 큰 이유는 겨우 컴퓨터 연결로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방콕으로 가면 어쩌라고. 한국에서는 '가족 해체'가 대세지만 이곳은 아직도 씨족 사회, 거의 족장 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험두앙스리 패밀리가 학렬이 높아서 20대 아이들이 손자 벌이고 뉘 집을 들어서도 손자 한 놈 씩은 안아볼 수 있어요. 야시장이 엄청 많았고 상가는 구멍 가게 규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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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식당이나 술집이 어디든 있는데 이곳은 구멍가게가 유일합니다. 시골이라서 그런가? 도회지에 가야 있는 편의점은 '세븐'이 독점하고 있습디다. 국민소득이 8천 달러니까 한국(4만 달러 기준)과 5배 차이가 납니다. 70년대 우리네 사는 모습과 거의 흡사했는데 웬일인지 자동차는 포드도 있고 대부분 일본 산 픽업이 한 집당 한 대꼴로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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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에 농업과 관광 그리고 부족한 교통 인프라 때문에 그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체적으로 20대에 결혼을 하는데 아이는 한 명만 낳는 것이 한국 70년대 '혼식 분식'-'산아 제한' 정책과 닮았어요. 물론 현재는 뒤늦게 출산 장려 정책을 펴고 있지만 mz 세대들에게 먹히지 않아서 정부가 골치가 아픈 건 똑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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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무래기들이 떼 지어 놀던 모습도 학교도 볼 수가 없는 건 아마도 아이들이 엄마를 따라 다니는 것 같아요. 필자도 중학생이 되기 전까지 어머니 동선 따라 움직였던 것 같아요. 심지어 여탕에 13살까지 따라 갔을 것입니다. 담양이 내륙에 위치 했고 양각리나 수발이 영산 강 상류이어서 민물고기 수렵에 대한 추억이 많아요. 아침에 보았던 청년 강태공 들은 어쩌면 육남이 아저씨 마냥 고기 잡이가 생계 수단일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이곳 위치가 라오스 경계라고 보면 메콩강 줄기와 닿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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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낯선 마을 길 트래킹은 중학생 때 월산면 가산리 남용희 네 집에 놀러 갔던 느낌입니다. 소 막사가 있었고 이양기인지 포크래인인지 오렌지 색 문명이 주차 되어 있었고 대문이 없어서 마당 사정이 한 눈에 다 들어 옵니다. 대형 항아리가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물어 봤더니 식수 저장 용 물탱크라고 하더이다. ! 보고 싶다.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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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소를 나온 지 3시간이 훌쩍 지나면서 발에 물집이 생겼는데 사람은 없고 개새끼들이 하도 텃새를 해서 덜컹 무서워젔어요. 평지라서 우습게 보면 미아 되기 딱 좋아요. 먹통 내비게이션 탓에 표지판에 번역기를 대보았더니 이곳은 태국 공병대 관할로 관제탑이 세워질 것이라고 씌여있습니다. 안되겠어요. 무조건 사람 보이면 번역기를 들이 대야겠어요. 골짜기에서 여인을 발견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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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아홉 개든 열 개든 무조건 구세주입니다. 사우디캅! 나는 험두앙스리 가에 묵고 있는데 길을 잃었다. 도와주시라. 스무살 쯤 보이는 여성이 손가락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갑분카! 결국 내가 숙소를 지나왔다는 건가. 그래 오늘 중으로 가겠지 못 가면 저 푸른 초원 위에서 하룻밤 묵어 가던지. 그때였습니다. 좀 전에 길을 알려주었던 아낙이 오토바이에 아기를 태우고 나를 픽업 나온 것이 아닙니까? 향수 냄새가 야시시 한데 손을 둘 곳이 없습니다. 염병, 나더러 어쩌라고.
2024.10.17.thu.악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