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일보 2003년 9월29일 오전 10:30
여수 수협 임직원들이 조합 돈으로 술판을 벌이고 골프를 치는 등 제멋대로 운영해오다 해양수산부 감사에서 적발됐다 한다. 감사에서 드러난 온갖 비리들은 그 자체로도 충격적이지만 도탄에 빠진 어민들 처지를 생각할 때 분노마저 느끼게 한다.
지금이 어느 땐가. 어민들 대부분이 빚에 떠밀려 말 그대로 죽지 못해 사는 지경이다. 어로 환경이 계속 악화되는데다 수산물 수입 개방에 따른 가격 하락으로 어민들의 그물질에 올라오는 것은 한숨과 불안뿐인 실정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남지역 어업인 후계자 네명 가운데 한명이 빚투성이로 신용불량자 명단에 올라 있다. 또 전업어가의 경우도 다섯가구 중 한가구꼴로 신용불량 상태에 놓여 있다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빚을 내서 낡은 어선을 바꾸고 새 어로 장비를 갖췄는데 바닷농사의 현실은 빚을 갚기는 커녕 묶어두기에도 힘겹기 때문이다.
이런 판에 수협 임직원들이 조합 돈 수천만원으로 골프를 즐겼는가 하면 버젓이 출장비를 지급받고서도 항공권 구입료를 중복해서 타냈다면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더욱이 이들은 유흥주점 경비로 무려 1억원이 넘는 돈을 지출했다 하니 아연실색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지출이 조합 발전을 위해 쓰여졌다면 그나마 변명할 여지라도 있다 하겠다. 조합장에게 매달 150만원씩 주어지는 이른바 어정활동비도 있는데 그것으로 부족해서 조합 돈에 검은 손을 댄단 말인가. 이밖에도 여수 수협은 면세유류 부정 유출과 국회의원 후원회 불법 기부 등 부정과 비리로 얼룩져 있다.
자본이 잠식된 조합 사정에 아랑곳없이 임직원들이 이처럼 ‘쓰고 보자’식 행태를 벌이는데 직원들이라고 착실히 일할 분위기가 되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최근 이 조합 직원이 고객 예탁금 8억원을 횡령했다가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어민 조합원들을 위해 존립하는 수협이 이 모양으로 운영된다면 어민들은 어디에서 힘을 얻겠는가.
어쨌든 해양수산부가 조합장 경질과 함께 비리를 저지른 임직원들에 대한 징계 및 변상 조치를 취했다지만 그것만으로 조합원들이 입은 상처를 어루만지기는 부족할 듯 싶다. 조합원들은 보다 철저한 수사를 통해 비리를 샅샅이 파헤친 뒤 조합돈을 완벽히 변상토록 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른 지역 어민들도 이같은 비리가 비단 여수 수협에서만 빚어지라는 법은 없다는 점을 들어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가 일선 조합들에 대한 대대적인 정밀 감사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물론 대다수 조합이 건전하게 운영되리라 믿지만 어민들은 다시는 이같은 비리가 빚어지지 않도록 철저히 대처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수협중앙회와 해양수산부는 수협 임직원들이 조합을 제멋대로 주물럭거릴 수 없도록 견제하는 제도적 보완책을 시급히 마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