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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년 소감문
바쁘신데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여러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7월이 되면 생각나는 것들이 많습니다. 제가 도박으로 다니던 회사를 도망치듯이 나온것도 2011년 7월이며 더운 여름이 되면 필리핀에서 노숙하던 일들도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처음으로 도박을 멈추려고 결정한 것도 2015년 7월 26일 동명사에서 모임을 하던 상일동모임에 참석하고 나서입니다. 벌써 4년이 흘렀습니다.
저는 백일잔치소감문에서 “너 지금 어디야!” 라는 아들의 외침에 단도박을 결심한 사연을, 1주년 소감문에서는 “꿈넘어 꿈”이라는 주제로 탈도박하겠다는 결심을, 2주년 소감문에서는 “적극적 기다림” 이라는 가족의 고통으로 제가 서게 된 사연들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그리고 3주년 소감문 “새로쓰는 반성문”에서는 정호승 시인의 “바닥”이라는 시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습니다.
이번 4주년 잔치의 소감문 제목은 “검토”입니다. 회복프로그램 12단계중 4단계는 “우리는 철저하고 두려움없이 자신의 도덕적,재정적 목록을 작성했습니다” 라고 자신을 끊임없이 검토하라고 합니다.즉 자신의 도덕적,재정적인 것을 철저하게 검토하여야 회복이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항상 잔치가 끝나고 나면 다음 잔치를 위하여 또 다른 1년을 준비하면서 메모도 하고 내 삶의 여정을 돌아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 8월1일에 분당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2010년에 지인에게 빌린 5억원을 갚지 않아서 사기혐의로 고소가 되었으니 조사를 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사를 몇차례 받다 보니까 두려웠습니다. 이제 비로소 살만한데..가족도 안정이 되고 직장도 잘 다니고 있는데 만약 문제가 된다면 앞으로의 내 인생은 모두 사라질 것 같다는 두려움에 집사람과 기도원에 가서 신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도와달라고..
교도소가 무서운 것이 아니라 미래의 희망이 사라질 것 같은 그런 두려움이었습니다. 그리고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음이 안정이 되어 그럭저럭 지낼수 있었지만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었습니다.그리고 생각했습니다. 3억원만 마련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수 있을텐데...우선 2억은 구할수 있는데 마지막 1억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 카지노를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2억으로 3억을 만드는 일은 그야말로 식은죽 먹기처럼 생각되었습니다. 그러나 해결책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돈이 필요하여 일시적으로 카지노에서 돈을 구할 수는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위기를 모면한 경우도 많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젠 그 방법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변호사는 사기가 인정될 경우 3년이상의 징역형이 구형된다고 이야기하였으나 그래도 한번 결심한 단도박을 다시 깨트릴수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도박을 끊겟다고 생각한게 참는 것이 아니라 도박을 안한다는 결정한 것이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수차례의 경찰조사, 검찰조사를 거쳐 올해 5월 30일 첫 재판이 개시되어 6월 29일 두번째 재판을 하였습니다. 9월 2일 다시 재판이 열릴 예정입니다. 다행히 최근에 피해자와 합의를 하였습니다. 합의 조건은 15년간 3억여원을 갚아주는데 아이들까지 전가족이 연대보증을 서주었습니다. 아마도 실형을 살지 않고 집행유예가 예상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작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제게는 수차례의 조사와 재판이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GA를 알지 못하였다면 참 힘들었을 것입니다. 저는 작년 10월에 GA 대표로 나왔습니다. 이것은 저를 위하여 전국대표가 된 것입니다. 스스로의 단도박에 대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제가 지금 대표직을 잘 수행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회복 12단계 프로그램의 12단계를 열심히 실천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입니다.
저는 회복프로그램의 1단계인 도박에 대한 무력함을 철저하게 “시인” 하였습니다. 나 자신의 나약함과 무력함을 철저하게 깨닫는 순간 회복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아마도 1주년소감문인 “꿈넘어 꿈”이란 주제가 탈도박을 위한 시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2단계에서는 정상적인 본정신이 돌아 올수 있다는 “믿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2주년 소감문에서 ‘적극적 기다림’이란 가족의 기다림에 감사하고 중독적 사고에서 본정신으로 돌아온 것에 대하여 감사함을 위대한 힘에게 고백하였던 것입니다.
3주년 소감문에서는 ‘새로쓰는 반성문“이란 제목으로 위대한 힘의 보살핌에 의지와 삶을 맡기기로 결심하는 ’결정”을 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회복프로그램의 3단계입니다.
저는 작년 1여년간 겪었던 어려움을 잘 헤쳐 나온 것은 바로 회복프로그램의 1단계부터 3단계를 3여년간 끊임없이 새기고 반성하며 인정하였기에 가능하였던 것입니다. 중독은 일반적인 질환과 다릅니다. 깨어있지 않으면 언젠가는 또 무너집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의 이 모임이 필요하고 동지가 필요합니다.
저는 이제 겨우 4단계를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4단계는 “검토”입니다.철저하고 두려움없이 자신의 도덕적,재정적 목록을 작성하여야 합니다.
저는 겁도 많고 욕심도 많고 또 성질도 지랄갔습니다. 다른사람들 말도 잘 안듣고 잘난척하며 다른 사람들의 기분이나 상처에는 관심도 없는 사람입니다. 가진것도 없으면서 부자인척하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척 합니다. 이러한 사람이 접니다. 어릴 때 도둑질도 잘 하였으며 거짓말도 잘 하고 욕심도 많습니다. 이러한 저의 성격 때문에 결국 중독자가 되었으니 나의 단점을 모두 철저하게 스스로 검토를 해 나가야지만 진정한 회복이 이루어 질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5단계는 “고백”입니다. 잘못의 본질을 우리 스스로에게, 또한 다른 사람들에게도 시인하는 자리입니다. 오늘의 이 자리가 저에게는 회복 12단계중 5단계를 실천하는 자리입니다. GA에서 각종 잔치를 하는 이유도 결국 4단계의 검토와 5단계의 고백을 할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장치이기도 합니다.
저는 이렇게 못났고 형편없는 사람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에게 고백함으로 좀 더 좋은 사람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고칠수 없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6단계부터 12단계에 대하여 잠깐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6단계는 “준비”입니다.
“우리는 자신의 성격상의 결점을 없앨 완전한 준비가 되었습니다.“
4단계에서 자신에 대하여 철저하고 두려움없이 평가를 했다면 그렇게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도록 만든 나의 성격적인 결함을 살펴보고 이를 변화시키기 위한 준비를 하는 단계입니다. 저는 자기중심적이고 강한 자존심에 교활하고 비열한 성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저의 성격이 결국 주위사람을 힘들게 하고 저를 이 자리까지 오게 하였습니다.이러한 결점을 없앨 준비가 되어야 합니다.
7단계는 “겸손“입니다.
겸손한 마음으로 위대한 힘에게 우리의 결점을 없애 주시도록 간청했습니다.
만약 제가 정직하게 1단계부터 6단계까지 과정을 수행하였다면 겸손은 저절로 되는 것입니다.지금까지의 모든 과정들이 결국 내가 한 것이 아니라 위대한 힘의 뜻인줄 알때에 진정한 회복이 일어 나는 것입니다.
8단계,9단계는 용서와 보상입니다.
우선 자신을 용서하여야 하고 타인에게도 보상을 해주어야 합니다. 저는 작년부터 힘든 조사와 재판을 받으면서 올바른 보상을 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에게 제대로 보상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제가 편한대로 보상하려고 하다가 오히려 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왜 9년가까이 지난 지금에 이제 겨우 살려고 하는데 힘들게 하는지 피해자를 원망도 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결국 이 모든 것이 내가 저지런 잘못이고 이에 합당한 보상도 당연히 필요한 것입니다. 저는 최근까지 그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렇게 자기 중심적인 사람임을 다시 한번 알게 해 주는 사건이었습니다.
10단계는 Here & Now입니다.
“계속해서 개인적인 목록을 작성하였고 잘못이 있을때는 즉시 시인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바로 여기,지금입니다.
과거에 사로 잡혀 한발짝도 못나가는 중독자(아마도 회피성 도박자일 것입니다), 미래의 대박 환상에 꽃혀서 지금도 연구하는 중독자( 미래를 준비하는 사람) 모두 현재를 희생하면서 살고 있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즉 중독자는 현재에 살고 있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대한 헛된 상상만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현재,여기라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합니다.
따라서 현재의 감정을 잘 알고 잘 해소하여야 스트레스도 덜 받고 암도 걸리지 않습니다.
11단계는 “기도와 명상“ 이고 12단계는 ”Message“입니다.
이 두 단계는 지속적으로 수행하면서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감사와 봉사는 영적 회복을 위한 양식인 것입니다.
노란 소책자에 나와 있는 회복프로그램을 모임할 때 마다 읽으면서 저를 반성하고 또한 일주일의 행적에 대하여 조용히 자문자답하게 됩니다. 그러한 노력이 저를 어제보다는 좀더 낳은 사람으로 만든 것 같습니다.
제게는 수많은 감사인사가 있습니다. GA를 알게 된 것, 이를 통하여 회복프로그램을 경험하고 있는 것,등등. 그러나 수많은 감사 인사중에서도 제일 으뜸인 것은 우리 가족에 대한 감사입니다.
이여사는 지난달에 통장이 압류되어 가지고 있었던 돈들을 모두 국가에 압류를 당하였습니다. 제가 도박에 미쳐 이여사의 상속받은 땅을 몰래 팔아먹고 양도세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고통을 받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 모두 정상적인 금융거래를 할 수 없는데도 어쩔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가지는 것을 보면서 많은 감사를 생각 했습니다.
홀로 필리핀에서 노숙자로 있을때도 흔들리지 않고 애들을 보듬어 주었고 지금도 옆에서 가족을 지키는 이여사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또한 자신들의 앞길을 막은 아버지이지만 끝까지 믿어주고 신뢰해주는 아들,딸에게도 감사와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여사 생일인 지난 6월 10일 아들이 엄마에게 보낸 기도문을 읽어 드리면서 소감문을 마칠까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이옥경과 같은 엄마 아들로 태어나게 해서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하나님께는 기도를 했지만 엄마한테는 직접 그 감사함을 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 이 자리를 빌어 하나님께, 그리고 엄마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습니다.
엄마와 저는 롤러코스터같은 인생을 살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부정할 때, 긍정으로 저를 믿어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우리 가족을 홀로 등에 업어 지금까지 걸어왔던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제일 상처가 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하는,고운 마음씨를 가진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제가 얘기를 할 때 제일 크게 환하게 웃어주시는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엄마 건강하고 오래오래 살게 해 주세요.
마지막으로 이 중보기도로 엄마의 생일 선물을 퉁쳐도 엄마가 삐지지 않게 도와주세요. 몇 년후에 명품백 하나 사드리면 다 이해해 주실거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감사합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감사합니다!!
첫댓글 코뿔소님~
4주년 잔치 진심으로 축하 또 축하드립니다. 직접 찾아뵙고 축하드리지 못해 많이 아쉽네요.
소감문 읽으면서 그간 가정을 잘 지키고 이끌어 오시느라 너무너무 힘드셨을 여사님과 그리고 자녀분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그렇지만 이젠 너무나도 열심히 단도박생활 하시는 남편이 아빠가 계시기에 코뿔소님 가정에 평온만이 가득할것 같습니다.
다시한번 축하드리구요~~
오늘의 이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갔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코뿔소님, 축하드립니다
정말 장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어렵고 힘든 상황들을 지혜롭게 헤쳐나가심에 존경을 표합니다. 12단계 회복 프로그램을 몸소 실천하시면서 전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도박중독 치유를 위한 축복의 통로가 되심에 감사드립니다. 늘 함께하며, 온전한 치유가 이루어지길 기도드립니다. 화이팅! 사랑합니다!!!
토니샘,바아풀님의 관심과 사랑속에서 이만큼 왔는가 봅니다...다른 까페 식구들도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