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출신 학교별로 동문과 은사를 찾는 이 사이트는 한국인 특유의 동문 의식을 등에 업고 대박을 터뜨렸다. 야구판에서도 ‘아이 러브 스쿨’은 존재한다. 출신교별로 친분 관계를 유지하는 일에서 야구 선수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2002한국시리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아이 러브 스쿨’은 이름조차 생소한 무명의 학교 광영고다.
서울 신월동에 소재한 광영고는 야구팬들의 기억 속에서도 가물거린다. 지난 85년 야구부를 창단한 광영고는 93년 짧은 역사를 뒤로 한 채 곧바로 해체됐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 불어닥친 광영고 돌풍이 신선하다. 그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뛰는 삼성과 LG 베스트 나인 18명 가운데 무려 3명이 광영고 출신이다.
삼성과 LG 타선의 키플레이어인 김한수(31)와 최동수(31)가 바로 광영고 출신이다. 특히 동기동창인 김한수와 최동수는 나란히 중앙대에 같이 진학했다. LG 유격수 권용관은 광영고 막내다. 광영고에 다니던 도중 야구부가 해체되면서 성남고로 전학했다. 고교 야구 역사에 이렇다할 이름을 남기지 못한 학교 출신 선수 세 명이 동시에 한국시리즈라는 큰 무대를 누비는 것도 극히 드문 일이다.
광영고 출신의 최고 스타는 역시 김한수. 김한수는 “야구부가 해체되는 바람에 후배들이 나오지 않아 안타깝다”며 “그래도 학교 다닐 당시에는 야구를 무척 잘했다. 이종민(두산)이나 권준헌(현대) 등이 있을 때는 서울시 예선을 거의 모두 통과해 전국대회에 나가곤 했다”고 고교 시절을 추억했다. 단 한 번도 4강에 들지 못했다는 고백도 뒤따른다.
최동수와 권용관은 LG 속에서도 무명 돌풍을 이끌고 있는 주인공이다. 최동수는 올 포스트시즌을 통해 깜짝 스타로 떠올랐고 권용관은 철벽 수비를 선보이며 한국 최고 유격수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출신교의 이름을 뒤늦게 드높이고 있는 ‘광영고 트리오’. 한국시리즈를 지켜보면서 그들만의 ‘아이 러브 스쿨’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