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만 봐도가고싶어 안달하던 곳.
지리산종주는 산행을시작하고부터 가졌던 나의 꿈 이었다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성수기 산장예약을
이틀을 컴앞에 보초선 보답으로 무사히 성사시키고
저질체력을 지탱해줄스틱1벌 장만하는 것으로 지리산종주는시작되었다
성삼재-노고단-연화천-벽소령(1박) -세석-연화봉 -장터목(1박)-제석봉-천왕봉-장터목-백무동하산
8월2일 첫째날
깨다자다 일어나니 새벽다섯시
하산지점인 백무동에 차를 주차시켜놓고 성삼재 쪽으로 이동하려면 바쁘다
머리는 무지끈 입은 깔깔하지만 산행을 위해 산청휴게소에서 이른 아침을 먹고 백무동으로~
다행 택시기사님이랑 타임이 맞아 바로 성삼재로 향한다
성삼재
차타고 성삼재 까지 와 슬슬 걸어 노고단 구경가는사람들과 종주하는사람들로 아침부터 붐빈다
새소리 물소리 알맞게 내린 어제의비로 천지가 초록으로 싱그럽다 완벽한 자연.
하지만 이런길은 정말싫다 쭉 포장된 산길..
노고단대피소
여기서 부터 본격 산행이다.
식수점검하고..베낭을 허리에 졸라 메고 각오도 새롭게!~^^
오르기 시작한다
돌계단...(이건 애교다 ) 백무동하산길의 돌계단에 비하면 ..
두어번 왔던곳이고 갈길이 머니 지체없이 주능선길로 접어든다
산죽의 도열
호젓하고 정겨운 숲길을 신랑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다
초록은 만건곤하고
숲길 곳곳에 피어 있는 지리산의 꽃들
초록에 언뜻언뜻 피어있는참나리는극치였고
동자꽃, 보라색과 휜색의 환상적인조화 산수국의 자태에
한없는 경이의 눈길을 준다
임걸령샘터
늘푸른에서 피아골 왔을때 라면 꿇여 먹었던곳
추억이 새롭네.. 세월은흘러 그때 없던 데크가 만들어졌지만
가슴까지 써늘해지는 이 물맛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이 없구나
삼도봉을지나 화개재
어깨를 내리누르는 배낭을 내리고
지천으로 피어있는 야생화속
열기로 뜨거워진 데크에 누웠다
한가로운 잠자리들의 유영
높고푸른하늘이 다 내것이니..
이순간 만큼은 세상 부러울것도 없구나 ~!!
갈길은 먼데 ..한눈을 너무팔았다
연화천 점심식사는 벌써 물건너 갔고..
저질체력은 벌써 팥죽이다
숲길 어딘가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이런 밥맛..
이런 커피맛..
이맛에 산에 오는지도 모른다
밥심.
지쳐 쓰러질것 같다가도
매번 한그릇 밥의힘과 5분쉼의 회복력은 실로 놀라웠고 대단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메낭무게는 어깨를 짓누르고(제일 고역이었다)
더디지는 내걸음은 자꾸만 뒤처진다
먼저가면 다음 장소에 걸음 멈추고 기다렸다
발디딜 자리 확보해주고..위험한곳 손잡아주는신랑..
부부로 살면서 크고작은 고개를 많이도 넘었다
다행이었던 것은, .
고개를 넘은 다음에야 그것이 고개인줄 알았고
산길같은 인생길을 별탈없이 이만큼을 함께 했다
산길을가듯 ...
고비마다 내밀어 잡아주는 손이되어
서로를 이끌며 함께 걸어가는 여정
부부로 산다는것..그런것
말없이 함께 산길을 걷는다.
연화천대피소
벽소령까지의산행이 남았지만 여기까지 왔다는안도의 숨을돌린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나무계단
사람들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는 듯한데 끝이없다
그나마 나무 계단인게 얼마나 다행인지..철계단이나,돌계단이었다면..
종주구간중 가장 힘들었던
가도가도 끝이 보일것같지 않던 연화천 2 .7km 구간.
비박자들 벌써 자리확보, 식사준비,로 부산스럽다
흐르는 물을 보고 그냥 갈수가 없다
발을 씻어 말리니 이 개운함이라니.
피곤이 일시에 가시는 것만 같다.
해는 손바닥이고.. 갈길은 남았고.. 길은험하고..
온몸으로 걷는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 앞은 보지 않기로 한다
앞길이 너무 아득할때는 고개를 숙이는게 좋다.
지금 옮기는이 한발만 생각하면 견딜만 하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가야 할곳에 도착하게 된다.
산행할때 힘든 코스가 있을때 걷는 방법이다.
스틱덕을 단단히 본다
벽소령산장
어둠속에서 늦은 저녁을 지어먹고
담요두장배정받아 자리에 누우니
발. 골반. 허리. 어깨 ...
통증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산행시간: 10시간
오늘산행거리: 16.6km
8월3일 둘쨋날
잠자리에 예민해서 자리 바뀌면 거의 못잔다
피곤함에도 남의 코고는 소리
부시럭 대는 소리가 다 들리니 거의 뜬눈이다
산에 오기전부터 잠을 못잔 몸이 무겁지가 않다.
이쯤되면 머리가 무겁고 정신이 얼얼하고
몸은 움직이기도 싫어져 있어야 하는데 가볍다.
거,참신기하네
오늘은 날씨가 죽음이다.(내 기준에^^)
쨍쨍 해없고 회색빛띤 아침하늘 바람은 싱그럽기 그지없고 ..
운해가 장관을 이룬다.
마약보다 강렬한 자극
아침부터 무아지경의 도취에 빠진다
오늘은 산행거리가 많지 않다하니 한눈^^을 실컷 팔아도 될것 같다.
하루동안 먹어 치웠어도 베낭 무게는 여전히 어깨를 짓누른다
사방 팔방이 굽이굽이 산등성이
운해는 산아래 동네의 복잡함을 덮어 하늘과 산과 운해와 우리만 있는듯 하다
능선을 따라 끊임없이 이어지는 운해의바다
운해때문에라도 다시지리을 찾게될것같은 예감.
간간히 빗방울이 흩날린다 하루에도 몇번씩 변한다는 지리의기후
비옷을 입었다 통풍이 안되 도로벗는다
느리게..천천히..말없이.. 걷는다
세석.
탄성이 절로 터진다
세석의 아름다움....
말할수 없다. 말 못하겠다
말할 재주 있거든 그대가 가서 보고 해보라.
살아생전 이곳을 잊을수 있을까..?
촛대봉에 올라 세석평전을 하염없이 내려다본다
삼신봉.연화봉.
지리의 이 능선길은 내 짧은 어휘력으로 아름답다라고 밖에는 표현할수가 없다.
아름다움이 뭔지 가닥이 안잡힌 사람은 가보는 수 밖에 없다
아니 가보지 않고는 알수가 없다.
장터목산장
오만 한눈을 팔고도 6시전에 도착이다
길동무로 알게된 울산옥동 어딘가에 한의원한다는 젊은 부부는 벌써 저녁준비중이다
장터목 너른 마당에 자리깔고 앉아 운해 벗삼아 김치찌게로 밥먹어며 소주한잔~!신선놀음이 따로없네..
노을이진다
일몰을보는 행운
일몰의 외로운 아름다움..
시인이 아닌게 다행이면서 안타깝다.
천왕봉 일출을 보고자 장터목산장을 찾는이가 많단다
내일은 비가온다하니 걱정이다
삼대가 적선해야만 볼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
자연에 순응 할수밖에...
순응하는 것은 아름다운 것
허락되는 만큼만 살자.
젖은 수건으로 대충닦고
맨소래담으로 마사지하고 누우니
아!편하다
오늘산행시간: 8시간
오늘산행거리: 9.7km
8월4일 셋째날
부산스럼에 눈떠니 새벽세시.
잠과 상관없이 온몸은 쑤씨고..,
그래도 하룻밤 자고 나면 다시 걸을수 있을 만큼
회복된다는데에 스스로도 놀랍고 장하다.
새벽 하늘엔 별들이 총총이다
쏟아져 내릴듯 많다.
새벽의 알싸한 공기가 몸 깊숙히 파고든다.
청명 그 자체다
일출을보기위한 새벽산행
준비해간 랜턴이 말썽이라..
신랑이 비춰주고 다른사람의 랜턴불빛의 여분을 내빛삼아 새벽산을오른다
자다가 가파른산을오르는일은힘에겹다.심장이터질것 같다.
여름이라도 정상의 바람은 차기만 하다
5시 35분 일출
융단같은 운해바다 위 서서히 빛이 스며드는 하늘.
그사이로 드러나는 일출의 장엄한 자태....
무아지경.
이번지리종주의 정점.
여기,이 자리에 설수있음이 가슴벅차다
밝아 오는 여명
제석봉고사목과 아침빛살속의 능파또한,눈을 땔수없도록 한다
종주내내 배낭무게의주범이라 타박하던 햇반2개사서
남은육개장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산장을 출발한다
이제,하산할일만남은것이다
백무동5.8km
중산리쪽하산의 아픔이 있었던지라 이쪽코스를 택했더만..
돌계단이 장난이 아니다 한발한발이 고통스럽다
한결 가벼워진 배낭으로도 이렇듯 죽을맛인데..
집채만한배낭을 메고도 젊은이들은 씩씩하게 잘도오른다
건강한젊음,보기좋고 부럽기도하다
누군가에게 출발지이자 누군가에겐 길의 끝자락
드디어 백무동에 내려선다
저질체력에..저질걸음에..온갖 한눈팔이에..
짜증이 날만도하건만 묵묵히 기다려주고 손잡아주던 신랑덕에
무사히..
지리종주를 끝낼수있었다
진정,고맙고 감사한일이다
오늘산행시간:7시간
오늘산행거리;9.2km
산에 간 이후 한번도 안 씻은 몸을
식당간이샤워실에서 씻었다
어느 온천이 어느사우나에서 씻은들 이보다 게운할까.
다시 도로 올라가 종주도 할것 같네.~ㅎ
산속에 있는동안은
아무사념없이 산 처럼 지냈다.
그리고 오며가며 만났던여러사람들
사흘, 자연에 담긴 동안은
아무도 세상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산 이야기만 자연이야기만 한다.
모두 같은마음이고 같은 눈이다.
나는 이래서 산에 가고 산이좋다
앞으로도 시간이 허락하는한
산을 오를것이다.
3일간총거리-35.5km
총산행시간 -25시간
대장정의 지리산종주를 마쳤다
내발로 올랐고
지.리.산.
그자연속에서 나는 진정 행복했다.
행여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
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
아무나 오시지 마시고
노고단 구름 바다에 빠지려면
원추리 꽃무리에 흑심을 품지 않는
이슬의 눈으로 오시라
행여 반야봉 저녁 노을을 품으려거든
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
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
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
굳이 지리산에 오시려 거든
불일 폭포의 물 방망이를 맞으러
벌 받는 아이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
벽소령의 눈 시린 달빛을 받으려면
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
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
세석 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
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
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
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 만 오시라
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섬진강 푸른 산 그림자 속으로
백사장의 모래알 처럼 겸허하게 오고
연하봉의 벼랑과 고사목을 보려면
툭하면 자살을 꿈꾸는 이만 반성하러 오시라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 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 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첫댓글 자랑질 정도가 아니라 염장질인데요 ... 으메 부러버 ㅎㅎㅎ
아~~출근안하고 산에 가고 싶어용ㅎㅎ
2박3일 지리산 종주 아무나 도전 못하는 곳이죠
자랑 하실만 합니다 대단합니다
기껏 지리산 천왕봉 두번 올랐다고 자랑질 하고 다닌 내가 참 우습군요
산행 하시면서 건강 지키시길 바랍니다 언니 저도 한번 따라 가고 싶어요 *^^*
대단하십니다~ 누님
대단하십니다.2 ~누님
균형잡힌 몸매를 유지한는 비결이 다 있으시군요.
하이고 우리 언니 자랑질 하신다길래 기타 자랑인줄 알고 클릭했는데...웬 글 솜씨가 이리도 빛나시는지요ㅎㅎ 통친엔 아무나 오는게 아닌가봐요...
아 정말 지리산 종주 팀 하나 만들던지 해야겠어요....저도 무지 가고 싶어도 못갔었는데..동기부여 받습니다
이루다 언니 멋쟁이~~~~*^^*
아무리 좋은 산도.... 네발로 갈려면 힘들어요 ㅡㅡ;; 부럽습니다... ㅠ.ㅠ
자연을 사랑하신다면 벌써 멋있는 분이십니다 근데 글솜씨는 또 왜 이리 뛰어나신지....정말 멋있는 이루다님~!!!
글읽는 내내 지리산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경험 눈물나게 부럽습니다. 가고 싶다 생각만 하지말고 실천을 해야 할텐데요....
이런....급하게 후다닥 내려읽은 사람은 저뿐인듯...^^; 개인적으로다가...집안에 주로 있는 사람이라 아직 산이 주는 즐거움을 모릅니다...
앞으로 간단 소린가? 8월이면......
부럽습니다... 배만 타다보니 저는 저질 체력이라 고개하나 넘으면 떡실신 하지 않을까요 ㅋㅋㅋ 등산화 산지 3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새것 그대로군요. 언제 산에 한번가나~
이정선의 산사람이란 노래 님께 강추드립니다.
^^*
산에 가려면... 내려 놓는게 먼저이지요 ^^* 산에 가려면...잊어버리는게 먼저이지요^^* 산에 가려면...모든걸 용서하는게 먼저이지요 ^^* 산에 가려면... 바로 이때가 기회이지요 ^^*
1993년도에 지리산 꼭대기에 올라간적이 있네요...^^ 그날도 안개가 많이껴서 정상이라는 팻말만 보고 내려왔는데... 이젠 체력이... 저질이라 올라갈수 있을랑가도 몰겠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