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침 음악 나들이(김포뉴스 펌)

[수수꽃다리]

[기고] 아침 음악 나들이

2009년 08월 06일 (목) 10:55:24

노계향 인터넷 까페 ‘풍무동 사람들’ 까페지기

마음이 들떴다. 그와의 만남이 설레기도 했다. 가볍고 하늘거리는 노란색 원피스를 입었다. 간만의 문화외출이라 제대로 꾸미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 나의 들뜸을 어떻게든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만나기로 약속한 그는 정말 멋진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즐겁고 슬프고 행복하고 아쉬운 여러 감정들을 잘 버무려 다독거려도 주고 더욱 행복하게도 해주는 그런 사람이다. 그와의 만남이 나를 10대 소녀처럼 달뜨게 만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는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앞을 보는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것을 보는 사람이다. 귀로, 느낌으로, 온 몸으로 세상을 볼 줄 아는 사람이다. 그를 만나는 사람들은 바로 그의 진실을 알 수가 있다.

그가 느끼는 세상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너무나 황홀하게…. 그의 눈을 대신하여 세상을 보고 세상을 느끼고 세상을 표현하는 그만의 방식이 있다. 그것은 하모니카이다. 그의 입이 하모니카에 닿는 순간 하모니카는 더 이상 악기가 아니다. 그것은 사람과 세상과 자연의 하모니가 된다. 그의 마음과 나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그는 ‘전제덕’이다.

어울림누리가 기획한 특별공연 아침음악나들이 그 세 번째 공연, 그 공연이 ‘영롱한 영혼의 울림, 전제덕의 하모니카’이다. 아침음악나들이가 시작되던 3월부터 나는 이 공연을 기다려왔다. 가끔 TV를 통해 그를 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질 때가 있다. 많아야 두어 곡정도 연주되는 TV속의 하모니카 연주를 듣고 나면 왠지 더욱 갈증이 나곤했다. 원 없이 그의 연주를 듣고 싶은 열망이 가득차서이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날이 온 것이다. 고양시에는 두 곳의 공연장이 있다. 너무나 부러운 일이다. 특히 어울림누리가 위치한 원당은 이 공연장이 들어옴으로 인해 많은 것이 변한 곳이다. 원당마을이란 특색 없던 이름이 어울림마을로 바뀌면서 어울림누리의 모든 문화혜택을 쉽게 누릴 수 있는 문화마을이 되었다. 그 옆의 화정역시 그러하다. 아파트 속에 상가만 즐비했던 화정역시 어울림누리의 모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회의 도시가 되었다.

나는 고양문화재단 회원으로 가입하여 가끔 이 두 곳 공연장을 힐끗거리는데, 사실은 무척 샘이 나고 속이 상한다. 공연장의 규모며 음향을 비롯 좌석배치까지 흠잡을 때 별로 없는 곳이라서 그렇고, 그 공연장을 제대로 활용하는 여러 공연 및 강좌의 기획이 뛰어나서도 그러하다. 아니 내가 사는 김포가 아니라서 더욱 샘이 난다. 내가 사는 김포에는 이러한 문화시설 하나 없는데 고양시에는 두 개나 있어서 더욱 샘이 난다.

특히 아침시간을 이용하여 준비된 공연을 보러 가면 5,60대의 아주머니들이 예쁘게 차려입고 우아한 모습으로 공연을 보러 나와 계신다. 놀랍게도 아침 공연들은 거의 대부분 객석이 가득 찬다. 물론 여자들이 대부분이다. 친구들과 이웃들과 수다 떨며 보내는 시간에 그 곳의 주민들은 귀와 눈을 즐겁게하는 다양한 공연을 접한다. 준비되어있는 여러 전시회도 감상할 수 있고, 다양한 문화강좌도 수강할 수 있다.

여느 문화센터에서하는 강좌들도 있지만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클래식을 쉽게 알 수 있는 강좌, 미술에 대해 다방면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좌 등 어렵게 느껴지는 음악, 미술에 관련된 강좌들도 있다. 무료로 진행되는 인문학 강좌는 정말 듣고 싶은 탐나는 강좌였는데, 이미 그 강좌가 시작되고 나서 알게 되어 아쉽게 놓쳤다. 그 곳에 살고 있었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놓치는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괜한 아쉬움에 김포에 빨리 이러한 문화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야무진 결심도 해보았었다.

아, 드디어 그가 나타났다. 어두운 조명 속에 서서히 들려오는 하모니카 소리, 그리고 그의 밴드…. 어찌 하모니카란 작은 악기로 저런 음색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재즈를 하모니카로 연주할 수 있다니, 하모니카와 어우러지는 피아노, 기타, 드럼….  아이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배우나 가수들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참, 어이없다 싶었는데 내가 그 모습이 되고 있었다. 왜 그리 가슴이 아리며 눈물이 나려하는지…. 그의 ‘광화문연가’는 어찌 그리 마음을 아리게 하는지…. 그의 ‘바람’은 왜 그리 나를 흔들어대는지….

마지막 앵콜송으로 그는 하모니카 연주에 앞서 노래를 불렀다. 'Summer Time' 그의 노래와 이어지는 하모니카 연주에 내 손은 절로 움직이고 함성은 절로 터져 나왔다. 아, 나는 그를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 손바닥이 빨개지도록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질렀다. 내 귀에는 아직도 그의 하모니카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함께 가셨던 성당의 형님들은 노인복지관에서 하모니카를 배우고 계신다. 그 분들이 내게 말씀하셨다. ‘얘, 고맙다. 우리 데리고 와줘서…. 니가 아니면 우리가 이런데 와볼 수나 있니, 이렇게 좋은 공연도 보게 해주고 정말 고맙다’ 하신다. 맛있는 점심도 사주셨다. 내가 너무 보고 싶어서 모시고 왔는데 인사치례까지 듣는다.

김포에서 하는 공연이었다면 이런 인사는 듣지 못했을 것이다. 형님들끼리도 쉽게 가실 수 있었을 테니까…. 어울림누리에 오신 그 많은 5,60대 아주머니들이 누리는 혜택을 우리 형님들은 김포에 살아 누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김포에 제대로 된 공연장이 아직 없다는 사실이. 위안을 그래도 삼자면 작은 규모지만 아트홀이 세워질 계획이 있다는 것이다. 예정대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대로 만들어졌으면 좋겠다.

제대로라는 것은 그저 건물만 짓지 말라는 이야기다. 그냥 건물이 아니라 공연장임을 분명히 생각해서 건축가과 공연전문가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어울림누리의 경우 앞사람으로 인해 공연이 보이지 않을까봐 좌석을 엇갈리게 배치하는 세심함을 볼 수 있다. 공연하는 사람과 공연을 보는 사람 모두를 생각하는 건축이 되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아트홀만 만들었다고 해서 문화라는 것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 지금처럼 시설관리공단이 관리를 해서는 제대로 된 문화공간이 될 수 없다. 투자와 수익으로만 따질 수 없는 것이 문화이기 때문이다. 문화재단의 설립에 대해 고민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공연 및 기타 아트홀 운영에 대한 제대로 된 기획이 필요하다. 공간만 만들어진다고 사람들이 모여들진 않는다. 수준 높은 공연을 기획하고 만들어가야 사람들이 모여든다.

아람누리에서는 방학기간동안 청소년을 위한 클래식음악회를 기획했다. 그 첫 공연이 금난새가 지휘하는 인천시향의 공연이다. 단돈 만원에 금난새의 공연을 볼 수 있다. 그 공연은 이미 전석매진이 되었다. 두 달에 한 번씩 5번을 하는 마티네 콘서트는 매 번 주제를 달리하여 연주를 하는데 8월에는 ‘ABBA 클래식’이다. 맘마미아로 유명해진 아바의 음악을 클래식으로 들을 수 있는 이 공연 역시 전석 매진이다. 아침공연이고 15000원에 볼 수 있다. 이러한 기획이 필요하다. 사람들을 오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 그런 기획말이다. 전제덕 하모니카 공연역시 15000원, 고양문화재단 인터넷 회원이 되어 예매하면 10% 싸게 볼 수 있다. 어디 가서 이러한 가격으로 이러한 공연을 볼 수 있을까….

김포에서도 이러한 멋진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을 그래도 기다려본다. 하모니카 공연의 아련함이 여전히 내 안에 남아 꿈을 꿀 수 있는 힘이 된다. 김포의 아트홀이 빨리 만들어지고 높은 문화의 힘이 김포 안에서도 메아리칠 수 있었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