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전문가 칼럼] 과학과 교육 사이
알록달록 보기 좋은 음식이 몸에도 좋은 이유 [기고 - 조영선 작가]
한국교직원공제회
2023.05.11. 16:19640 읽음
이번 어린이날에는 전국적인 비가 왔습니다. 계획되어 있던 야외 활동이 취소되어 너무 아쉬워하는 우리 아들, 딸.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한 선택지는 아이들이 평소 가고 싶어 했던 찜질방이었습니다. 다른 가족들도 같은 마음이었는지 찜질방엔 어린이들이 정말 많이 왔더군요. 목욕탕은 신이 난 아이들로 물놀이장이 되어버렸지만 날이 날인만큼 어른들은 다 받아주는 분위기였습니다. 한편 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져 과체중, 비만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이번 시간을 통해 직접 보고 그 심각성을 실감했기 때문이죠.
비만의 가장 큰 이유, 많이 먹고 조금 움직이는 것
소아청소년 비만은 꾸준히 늘어왔습니다.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으로는 고칼로리 식단에 비해 너무나도 적은 활동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질병관리청의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는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더 빠른 상승곡선을 그렸습니다. 물론 성인들도 예외는 아니지만 비만은 소아청소년들에게 더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예전엔 성인들에게만 나타났던 고혈압, 당뇨, 지방간 등이 아이들에게도 나타나는데, 성장기의 아이들의 몸은 이에 대체할 만한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질환을 평생 이어갈 확률이 높은데, 어릴 적 비만이었던 아이들이 성인이 돼서도 비만이 될 확률이 무려 80%나 된다고 합니다. 미래를 이끌어갈 소중한 인재인 우리 아이들의 건강, 어떻게 하면 지켜줄 수 있을까요?
음식은 조금, 운동은 많이?
식품과 영양 관련 어린이 도서를 집필한 경력이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건강 관련 강연을 할 때가 있는데, 그때 학생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 봅니다.
“비만이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럼 대다수의 학생들이 이렇게 대답을 합니다.
“적게 먹고 운동을 많이 해야 해요.”
아마 성인을 대상으로 물어봐도 이 같은 대답이 많이 나올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보통 비만을 키와 체중 정보로 판단합니다. 그러다 보니 체중만 줄이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알고 보면 보기에 마른 사람도, 음식을 적게 먹는 사람도 비만일 수 있다는 것. 그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같은 체중에서도 근육, 지방 등의 비율이 다를 수 있고 영양상태에도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관련 전문가들은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을 비만 극복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엔 다양한 영양소가 필요해
‘영양실조’하면 가난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영양실조 환자 수는 매년 상승해 왔으며 최근 들어 더욱 급상승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지금의 영양실조는 가난했던 시절의 영양실조와는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대의 영양실조는 잘 먹지 못해서 아니라 제대로 먹지 못해서 생기는 것. 즉, 잘못된 식습관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입니다. 자동차나 기계장치는 한 가지 에너지만 공급해 줘도 작동에 문제가 없지만 인체는 그것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정교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단순한 에너지가 아니라 우리의 몸을 성장시키고 대사를 조절하며 생각을 가능하게 하는 ‘우리 몸 그 자체’인 것이죠. 정교한 기계장치를 만들기 위해서 다양한 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우리 몸엔 다양한 영양물질이 필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한 가지 음식이 우리에게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가지고 있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우리는 다양한 음식을 먹을 필요가 있습니다.
비만의 주적은 편식
영양학 관점에서 볼 때 비만은 영양결핍 증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비만의 요인 중 중요하게 다뤄지는 것이 바로 ‘영양불균형’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에서 정상적인 대사 활동이 일어나면 불필요한 독소나 찌꺼기를 분해하고 내보내는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몸 상태를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많이 먹으면 많이 먹은 대로 넘치는 부분을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한 많이 먹지 않고도 포만감을 느끼거나 몸에 부족한 영양소가 들어있는 음식에 자연스럽게 식욕을 느끼게 되어 별다른 노력 없이도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반면 많이 먹어도 특정 영양소가 결핍되면 대사작용에 문제가 생겨 남는 물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몸에 쌓이게 되고, 그로 인해 적은 양의 음식으로도 쉽게 살이 찌며, 넘쳐남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부족함을 느끼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죠. 이런 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은? 바로 편식입니다.
학교 급식은 최고의 보약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눈의 띄게 상승한 것이 바로 소아청소년 영양결핍 환자 수입니다. 무려 이전보다 30~40%나 상승했죠. 서로 반대되는 개념으로 여겨졌던 영양결핍과 비만이 동시에 늘어났다는 것은 올바른 식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해 줍니다. 장기간 학교를 가지 못하면서 생긴 변화 중 하나는 급식입니다. 급식은 도시락을 싸오지 못할 형편에 있는 학생들을 돕는다는 취지도 있지만 모든 학생들에게 고른 영양공급을 해 주자는 취지가 가장 큽니다. 그래서 맛도 중요하지만 영양학적인 식단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급식은 조리사가 아닌 영양사가 맡는 것이 어울리는 것이죠. 즉, 학교급식만 잘 먹어도 학생들의 영양불균형 문제는 해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른 영양을 위해 화학적, 수학적으로 식단을 구성하다 보면 학생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이 학교급식을 거부하거나 남기는 경우도 많죠. 그런데 제가 농수산물유통공사의 의뢰로 제작했던 만화가 전국 학교와 도서관에 배포된 적이 있었는데 그 만화를 통해 아이들이 평소 안 먹던 음식도 잘 먹게 되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일을 통해 제가 깨달았던 것은, 무작정 골고루 먹으라고 하는 것보다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이해시키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속담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처음엔 눈에 예쁘게 보이는 음식이 더 맛있게 느껴진다는 뜻으로만 생각했지만 그 생각이 변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음식 고유의 색깔마다 특정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알게 되면서부터죠. 빨간색은 원활한 혈행과 심장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라이코펜과 캡사이신, 녹색에는 손상된 세포를 회복시켜주는 폴리페놀, 흰색에는 질병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알리신과 퀘르세틴, 보라색에는 신체기능을 활성화시켜주는 안토시아닌, 노란색에는 암과 노화를 막아주는 카로티노이드 등이 풍부하죠. 즉, 식탁을 알록달록하게 총천연색으로 차릴수록 다양한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입니다. 어떤가요?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과 일맥상통하지 않나요?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우리는 음식만 제대로 먹어도 건강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죠. 하지만 바쁘게 생활하는 현대인들은 체계적이고 규칙적인 식사를 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음식을 반복해서 먹지 않기, 평소 먹지 않았던 음식 도전해 보기, 되도록 다양한 색깔로 먹어보기를 기억하고 조금씩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건강하면 무엇이든 할 수 있지만, 한 번 잃은 건강은 그 어떤 것으로도 되찾기 어려운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