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등할 시간
최 병 창
말로는 해보지도 못한
이야기가 산처럼 쌓였네
언젠가는 쏟아내야 하겠지만
그렇지도 못할 것이 뻔한데
천석꾼은 천 가지 걱정이고
만석꾼은 만 가지 걱정이라는데
한 가지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걱정에
앞생각은 한가득인데 그렇다고
걱정 없는 세상이 과연 공평할 수 있을까
지나간 이야기나 생겨난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여간다는 것은 그동안 어디에도
뱉어내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어설프게
돌아갈 몫이 마땅찮은 사연들은
아무래도 서툰 버릇처럼 슬프듯 눈이 부시네
이제 입담이나 말버릇은 편견을 넘어
불안한 경계선에서 누구누구의
입맛에도 맞지 않는 독선처럼 흔들거리지만,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 사랑은 없다는
그리 행복하지 못한 미소가
아직도 내 땅 아닌
내 집에서 옛사랑의 적요를 꿈꾸고 살아도
숨겨둔 이야기들은 갈무리할 시간처럼
꿈꾸는 만큼 꿈속에서나
은근한 눈물 같은 잠꼬대가 되고 말았는데
어서 불 끄거라, 아무리 그래도 늦겠다 늦겠어.
<2012. 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