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상에 금기시 된 음식들은 무엇이 있나요?
복숭아
복숭아가 있습니다. 복숭아는 본래 양기의 상징으로, 음기인 조상의 귀신을 쫓아낸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예전엔 사람이 병이 들면 의원을 찾아가 약초 말린 것을 처방받고 그것을 달여 마셨습니다. 혹은 침을 맞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병에 차도가 없으면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푸닥거리를 했습니다. 푸닥거리는 무당이 하는 굿인데, 정체 모를 병의 원인을 '귀신'이라고 생각하고 주술의 힘으로 쫓는 것입니다. 이때 동쪽으로 난 복숭아나무 가지로 병자를 때리거나 하면 귀신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실제로 집 안에는 복숭아나무를 심지 않는다고 합니다. 조상 귀신이 왔다가도 복숭아나무의 위세에 눌려 달아나기 때문입니다.
이런 복숭아의 위력적인 힘은 나무 중에서도 복숭아나무를 으뜸으로 하는 신목(神木)으로 만들었습니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서 열리는 천도복숭아는 한 알만 먹어도 불로불사(不老不死, 늙지도 죽지도 않는다)한다고 합니다. 신선의 과일이지요. 그래서 어린아이의 돌반지에 복숭아 모양을 새겨넣어 무병장수를 기원하게 되었습니다. 또 복숭아나무로 활을 만들면 사악한 기운을 사전에 쫓아낼 수 있다고 했습니다.
잉어
잉어는 물고기이지만 우리 문화에서는 신성한 존재로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잉어가 신성한 존재라는 것은 등용문(登龍門)이라는 고사에서 알 수 있습니다. 용문은 황하(黃河) 상류에 있는 계곡 이름입니다. 이곳은 물살이 거세기 때문에 고기들조차 헤엄치기가 쉽지 않다고 합니다. 물고기들은 용문에 오르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물고기들이 용문에 들게 되면 용으로 변해서 승천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부터 등용문은 과거에 급제하는 것을 의미하게 되었습니다. 의미가 확대되어 아주 어려운 관문을 통과해서 소원을 성취한다는 뜻을 포함하게 된 것이지요.
과거 우리나라에서는 어변성룡(魚變成龍, 물고기가 변해 용이 된다)을 주제로 한 그림을 그려서 과거를 준비하는 사람에게 선물하기도 했는데, 수험생은 이 그림을 벽에 붙여놓고 투지를 불태웠다고 합니다. 여기서 물고기는 바로 잉어입니다.
옛글에서 잉어와 복숭아를 제수에 쓰지 않는 이유를, 잉어는 변해서 용이 되기 때문이고 복숭아는 귀신을 쫓기 때문인 것으로 설명합니다. 이를 통해 잉어나 복숭아나 모두 영물(靈物)로 여겼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뱀장어, 씨 없는 과일 등을 쓰지 않습니다. 뱀장어는 뱀을 닮은 데다 비늘이 없어 미끌미끌하여 무언가 불길한 연상을 일으키는 물고기입니다. 씨 없는 과일이란 역시 자손과 조상의 관계에 있어서 불임을 연상시키므로 그다지 상서롭지 못합니다. 제사상을 차릴 때는 그것이 단순한 음식의 진열이나 배열에만 머물지 않고, 제사를 모시는 자손과 조상이 생각하고 있었던 이 우주에 대한 이해에 바탕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금기가 생겨난 것입니다.
글 이창일
|
첫댓글 " 제사상에 금기시 된 음식들"
잉어.복숭아.에 대한 글 잘알게 되었습니다.
미션님!
수고 하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