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뭐 할거 있간디...
느즈막히 일어나 밥한술 대충 뜨고 라듸오켜고 (테레비 끊었다. 위성티비 수신료내기 힘들어서...)
졸면서 추억의 음악 감상....비온다고 또 그렇고 그런 음악만 틀어주네-
막 기분좋게 잠속에 빠지려는데.... "주인님! 전화받으세요- 주인님!"
핸드폰 벨소리 바꾼지가 몇일 안되 적응도 잘 안되는데....
비몽사몽간에 전화를 받았더니
얼라리요? 몇일전 총동창 체육대회에서 만난 동창녀석이네-
동안에 이런저런 일로 고생하고 재혼도 했는데 벌이가 시원찮고 어쩌고 했던 ...
"오 그냐..그래.그래.고생많다." "내가 근데 요번에 개인택시를 하나 7천에 ...."
그래도 내가 왕년에 반장이었다고 제법 이녀석 저녀석 아는체들 하는 통에 대충 인사 나누고 헤어졌던-
(솔직히 백수천수만수억수가 쪽팔려서 얼추 도망 온거지만서도..험~~)
"어? 왠일이냐?" " 모하냐? 나와라?"
비도오고 우중충해서 하루 쉴려고 한다고 우리집 근처에 와 있으니 나오란다.
"어- 뭐 할 일도 좀 있고..." " 마- 나와- 누가 너좀 꼭 보자는 애가 있어."
" 아니..뭐 할일이.." "백수가 임마 뭔 할 일? 나와 -"
"어~~ 실은 야- 돈두 없구...비두 오는데 귀찮다." " 에이씨- 잔말말구 나와-니네 집앞이야-"
주섬주섬 대충 옷 챙겨 입고 할마시 눈치보니 배춧잎 서너장 꺼내들고 가져 가란다. 쓰~~ 쪽 팔려-
녀석 들어 와선 " 어머니 저 누군지 아시겠어요? 옛날 요기 방앗간집 아들. 잘 모르시겠어요?
킹콩이랑 국민학교 육학년때 같은 반 했던 아무개요..." 호들갑을 떤다. "야야- 나가자!"
" 어머니 오늘 킹콩 이놈 저하고 좀 늦어요. 어디 좀 야외로 놀러 가서 한잔하고 오려고요-"
미친놈 돈은 안벌고... 그래도 뭐 백수인 나로서는 반갑다. 한잔 사준다니.. 왠 쾌냐? 흠~~.
녀석 운전대 잡았으면 운전이나 잘 할것이지 자꾸 힐끔힐끔 보며 비식비식 웃는다-
"마- 똥구녕에 개미새끼 기어다니냐? 비실비실 실없이 웃기는 젠장..."
가을비라지만 지랄스럽게 여름비 모냥 퍼붓는 바람에 이쪽 야외길도 한산하다.
" 조심해서 운전해 임마-" " 짜식- 마누라랑 요새 쫌 냉전중이라며?"
"냉전은 ... 뭐 그냥 그러고 사는거지..." " 그래도 넌 좋겠다. 임마-"
" 뭐가 좋냐? 백수에 ..마누라한테 빌어 먹고 있는 주젠데..." " 누가 너 좀 보제"
" 누구?.." " 진경이!- "
"진경이? 진경이가 누구냐?" " 아- 왜...."
아- 그러고보니 국민학교때 키가 조그만하고 얼굴은 하얗고 보조개가 쏙 들어가 있던-
집안도 동네에선 꽤 사는 편이라 늘 하얀 양말 까망구두를 신고 다니던 양갈래 댕기머리 -
짜증과 졸음이 확-달아났다.
그래도 눈치보이면 쪽팔리니까....
" 어- 아- 걔! 음... 근데 왜? "
그전부터 자기랑은 우연히 그애를 태우고 가다 서로 알아보고 연락을 하곤 해설랑 만나곤 했는데....
요번에 몇일전 총동창 체육대회 이야기하다 내 이야기가 나왔는데 글쎄 날 좀 보게해 달라고 했단다.
" 사실...킹콩이- 내 짝사랑 첫사랑인거 너희들 모르지?" 그러더란다- 캬~~
아침에 비도 부슬오고 해서 쉬려다가 문득 그 생각이 나서 전화했더니 오늘 오후에 만나게 해달라고
어디로 데리고 나오라고 했다나? 흠-
녀석-
장흥근처 어느 큰 카페에 차를 세우더니 내리란다-
" 여긴 왜...?" " 아무말 말고 내려 임마-"
"어...그래...근데..." " 그냥 오늘은 내가 다 쏠테니 걱정 말고 편하게 ..."
그야 이놈아 나보고 내라고 해도 낼 돈도 없다마는...
솔직히 이새끼 이러다 먼저 취해서 가거나 하면 어쩌지 그런 걱정도 쪼매는 하면서...
뭐 차는 있으니.. ㅋㅋㅋ 그런 안심 통밥도 재면서 카페로 용~~감하게 따라 들어 갔다.
" 어-형님! 오랫만에 오셨네요." 깍두기 이미지를 한 재수없어 보이는 한녀석이 반긴다.
"어- 오랫만이네. 사장님 나오셨나? " " 아- 네.. 오고 계신다고 좀전에 연락 왔었어요."
" 아- 이쪽은 여기 총지배인. 이쪽이 킹.." " 아- 네 킹콩님이시죠.하하하- 척 뵈니 알겠네요."
" 아- 네...어떻게 저를 ... " " 아- 네. 사장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야- 이거 들어 와보니 장난이 아니다.
2층 별실 VIP특실이란다. 아무한테나 내놓는게 아니구 사장님 특별지시라나....
뭐 특별히 마시는 주종이 있으면 말하란다...씨플-누굴 기죽이는거여 뭐여?
나가 누구여- 킹콩아닌감? " 아- 쏘주! 그거 젤 담백하고..." 서있던 애들이 웃는다...이런....
마침 그때 차가 한대 밀려들어 왔다.
뭔 차인지도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뭔 외제차 라던데... 쓰펄-
뭔 청바지에 배꼽티. 짙은 썬그라스를 낀 지지배 하나가 내리는데.... 아~ 실망!
뭐 완전 업소 아가씨 티가 흐르는데... 휴~~
쨌거나 아는체는 해야 덜 쪽팔리겠기에....
" 아- 진경이. 반갑다. 오랫만이다..." "아- 저 아니에요.호호호호"
조금 늦는다구 우리끼리 먼저 한잔하고 있으라고 보낸 명동점 새끼마담이란다...쓰~~
아- 이런 카페 비스므레한 곳을 네군데나 운영하고 있단다. 움메~~ 기죽어.
뭐 제법 잘 차린 술한상이 나왔다.
왕년에 내돈내고 먹어보진 못했어도 쫒아 다니며 빌붙어 먹어본 가락구는 있는데....
야- 이건좀 지나치다 싶더만.... 그 명동점마담도 쪼매 의아해 하더군.
" 죄송하지만 저희 사장님하고 어떤 사이시길래?" " 네? 저요?.. 그냥 뭐...동창.."
" 아니 제가 동안에 사장님 주변에 여러분들 대접해 봤지만 이렇게 신경쓰시는건 첨 보는데..."
친구놈이 빽 소릴 지른다. " 그러니까 잘모셔. 그 친구 니네 사장님 첫사랑이란다. 푸하하하-"
꽁짜라고는 하지만 왠지 찝찌름허니 자꾸 속이 미슥거리고 술맛이 안돈다.
시간이 어느정도 되었는데도 진경이는 안오고 ...
명동점 마담은 쪼매 맛이 갔다. 초반엔 깨끗한 매너로 술자리를 즐겁게 하드만....
자꾸 어깨에 기대고 허벅지를 주므르고 코맹맹이 소릴 해댄다- " 키스한번..." 이런 제길..
총지배인 녀석이 급히 들어와 소식을 전한다. 사장이 아니... 진경이가 왔단다.
힐끗 밖을 내다보니...어! 저건 내가 아는 외제차 " 링컨 컨티넨탈" 기다란....
한 여자가 내린다- 와! 그건 분명 내가 알던 진경이는 아니다.
쭉쭉빵빵- 우아한 옥빛 하얀 드레스에 긴- 썡머리... 잘 어울리는 큰 썬그라스.
잠시후 그애가 룸으로 들어 왔다. 힐끔~~~가슴이 두근거린다. 이런 왜 이럴까? ...
휘-룸을 둘러보더니 척 걸터 앉으며 한마디 던진다- " 이 친구가 킹콩이야?"
"어- 반갑다. 진경이지? 나 킹콩..." " 오~~ 흠. 그래.. 넌 좀 변했구나."
" 어- 그래. 너두 좀 변한거 같다..." " 너 그때 되게 멋있었는데..."
이런.... 내가 눈치밥이 몇년인데.... 이건 날 비웃고 있는거다. 이런 제.기.랄-
그년은 내게 실망이 역력한 표정으로 썬그라스를 술상에 내려 놓으며 머리칼을 쓸어 올린다.
제기랄. 무시당하는 기분에 역겹기는 한 것 같은데...그래도 그년 참 멋지긴 멋지게 변했네. 그년참....
다시 술상이 대충 정비되고 술이 계속 되었다.
상투적인 안부말이 오가고...
분위기를 보니 "백수! 너 실망했으니 얼른 정리하고 가주라-." 식이더구먼...
명동점 마담은 완전 뻑이 갔다. 아예 들러붙어 비비고 문지르고 난리가 났다-
제기럴- 내가 지 장난감인감? 에효효-
" 백수라며.." , " 먹고살기 힘들지 않아?" , " 애 학비는 .." " 와이프 돈벌면 얼마나 버니?"......
쓰벌..도저히 안되겠드만....
아- 나 백순게 뭐 큰 잘못 저지른겨? 빌어먹을 ..아니 돈볘락을 맞아 죽을년...
"가자" 친구 녀석을 보채는데...이런 보니까 옆방에서 명동 마담 언니랑 거시기거시기......젠장-
대충 정신 좀수습하고 살펴보니 아무도없다. " 사장 ...어디 갔나? "오라고 해봐- "
"아- 사징님 먼저 들어 가셨는데요." "언제..."
"조금 전에요..." " 어- 그래요. 그럼...." 밍그적 거리는데
총 지배인이란 녀석이 들어와 빈정거린다.
" 사장님이 먼저 들어가신다고 잠시 쉬시다 들어가시라고..." 봉투하나 내민다.
털레털레 장흥골을 기어 내려 왔다.
뭐 어디 찜질방있으면 자고 가려고.. 아까 봉투를 열어 보았다. 백수의 비애! 쩝!
이런 우라질... 이만원...헉- 이거 이거.... 뭐 하자는거지?
순간 정신이 화아악 돌아 온다. 휘이잉- 바람이 불고 있었구나.... 내 가슴속 깊숙히에서.
꾸깃꾸깃 봉투를 꾸겨 휙 집어 던지곤 달리려고 했다.. 그런데... 안달려진다. 휘청 거릴뿐-
"씨벌 실~~ 걸어가는데 까지 가보자. 밤새면 되겠지." 휘청거리는 건 내발 뿐만이 아니었다-
얼러라리요...
한참을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뭔 놈의 차가 옆에 계속 따라오는거라. 이런... 길고긴 차 " 링컨 컨티넨탈..."
쓰펄... 그냥 갈 수 있나? 한마디 했지. "뭐여? 사람 뭘로 보고 이수작이야? 썅..."
허참... "타! " 타란다.... 이런 빌어 먹을 년이 있나? "타라니...시방 야타하는거여?"
"야 이년아! 너좀 내려봐! 이게 씨발...돈좀 벌었따구...야 너 세상 그렇게 사는거아녀..."
차문을 열고 그년이 내린다. 얼레? 잽싸게 사방을 둘러 보았지....
아무도 없는 휭함...몇몇 차들은 마구 달리고 있고...
갑자기 소름이 쫙 돋더구먼.
" 일단 타! " "못타-" 그년이 재수 옴붙은 그년이 한참을 뚫어지게 쳐다보더니 말없이 팔뚝을 잡는다.
얼라 제법 아구 힘이 쎈데....
"에이 씨팔 누굴 좃으로 아나?" 한방 갈겼다. 내가 이래뵈도 태권도 공인삼단 아닌가?
덩어리 무게가 백오키로나 나가는데... 아무리 술이 취했어도 치명타.....
잠시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애는 꼬구라져 있는 상태로 훌쩍거리고 있지 않은가?
그래도 사내라고 안스러운 마음에 다가가서 일으키려고 하는데
답싹 두팔을 잡으며 안겨 버리네- 오매나 놀라라- 어쩐다요? 콩당콩당 울르락불그락-
일단 차에서 이야기를 좀 하잔다....
"그려. 그...혹시나 사고날지 모르니께 비상등은 좀 켜놓자고.." 이런 삶에 대한 애착이라니-
차안에 들어와 보니 생각보다 꽤 넓네요. 얼라- 운전사두 없네.
잠시 이야기를 들어 보니 ...
친구하고 마담하고 간단히 점잖게 한잔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고 왔는데
마담이 내게 밍그적거리는걸 보니 기분이 너무 상했고
그걸또 뿌리치지 않고 가만있는 내게 더 화가 났다고 한다.
그리고 아까 첨 카페에서부터 계속 따라 왔고 좀전에 운전사는 보내고 자기가 운전하며 따라왔노라고.
얼라리요..거참 분위기 또 묘해지더구만요.
잠시 어색하게 차안의 어둠에 적응하고 있는데....
그제서야 여지껏 먹은 술이 빙~~빙 돌기 시작하데요.
그런데 문득 진경이가 부스럭거리며 내 자리 옆으로 오나 싶더니...
자빠뜨리네요. 이 킹콩이를...
자빠져야지. 조용히- 천하무적 천하장사라도 요럴땐 말없이 자빠져야지.
실은....
지가 시방 사는게 사는게 아니란다. 서방이 어쩌고.. 사업이 뭐가....어쩌고 저쩌고... 젠장.
지갑에서 두툼한 돈다발 서너개를 꺼내 던지며 오늘 하루 매상인데 삼천이란다......
돈만으론 살수 없는게 세상이라며 외롭단다- 처절하게 외롭단다. 나두 그런데....흠 ㅡ흠.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아닌데...이거 뭔가 잘못 된거야....
그럴 찰나에 진경이 얼굴이....그애의 얼굴이 내 눈앞에서 오버랩되는가 싶더니...
후끈하고도 거친 그녀의 호흡과 더불어 뜨거운 그녀의 혀가 입속으로 쑤욱----
"아- 뜨거! " 그녀가 웅얼 거린다- " 아- 안돼. 조그만...더..."
"야-야! 그만 그만. 일어나봐. 일어나- " " 뭐야-쓰벌......"
" 야야 아무리 낮술이라지만 대낮에 막걸리 마시다 조는 놈이 어딨냐? "
" 킹콩 아저씨- 고구마 맛있는 거라고 하길래 조금 삶았는데...드셔보세요."
이런... 녀석은 기어이 내 입에 그 뜨거운 삶은고구마 하나를 쑤셔 넣고 있었다-
" 아- 뜨거~~~~ " 입천장 다 데었을라-
아- 그래도...해필이면 고기서 그 지랄이람.
뽀뽀나 마저 하게 두던지...
왜 돈다발 세개는 그리 선명하게 기억에 남누?
아하함- 로또나 한장 사 볼까? ....
이런...부끄럼 가리개가 축축~~허네. 우. 라. 질-
2005. 10. 21. 심심도 하고 해설랑 뻔~~한 영화 한편 그려봤슈- 헤~~ 킹콩.
카페 게시글
━━━━○ 이야기 샘터
어느님의 첫사랑 야그 ~울님들 띰띰하지 마시라구 / 펌
로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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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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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밌는거 퍼왔넹~~ 아~이 가을에 첫사랑이 생각나네요..만날 수 있다면 미사리 어느 생음악이 흐르는 카페에서 그 시절을 생각하며 향이 그윽한 차 한잔 하고프다~~ㅎㅎㅎ그 님은 지금 어데서 한 여자를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고 있겠지요~~토요일 행복하게 보내세요....로벨리아님.
에게? 이게 다야? 소설쓰다마는 넘두 있네? 로벨리아님, 잘 봤네요.
ㅎㅎㅎㅎ 욕심꾸레기~~ㅎㅎㅎ, 잘봤습니다.즐거운날 되셔유~~
햐~~ 기가찬 상상력이네요.. 우..진짜 재밌었어요. 고마워요. 잼있는 글 읽게 해주셔서~~ 오늘도 좋은 날 되셔용~ ^^
글 재미나게 잘읽어 보았습니다...로벨리아님1 주말 행복하게 잘보내십시요.
ㅎㅎㅎㅎㅎㅋㅋㅋㅋㅋ..........^^
좋은주말 보내셔요 로리님~ㅎㅎㅎ
하하하하하하하하하 디개 재미있내요 어쩌면 모든남자들의 개꿈 아닐까 생각해 보내요 ㅋㅋㅋ
울님들 잼나던가요 ? 하 ..하 ..서핑 하다 님들도 건져오세용 ...^^* 좋은밤 알지요 ...^^*
아~~스펄 난 왜 그런 꿈도 못꾸나..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