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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올레
#제로포인트트레일
길 따라 바람처럼 Ⅰ
202년 4월 22일 수요일 1일차
제주공항 ~ 4.3 조천만세공원 ~함덕해수욕장
17,18, 코스
트레킹화 : 블랙야크
양말 : K2 등산양말
배낭 : 피엘라벤 Singgi 48(무게 20kg)
거리 : 30km
집에서 새벽 비행기를 탄다는 건 고역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김포공항 가는 버스 노선이
단축운행 되어 그나마 버스를 이용해서 시간 맞춰 가기엔 너무 늦어
할 수 없이 택시를 탄다.
평일이고 코로나 영향도 있는데 공항엔
생각보다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커다란 가방을 끌고 가는 사람
작은 서류 가방을 든 사람
나 같이 배낭을 멘 사람
형형색색의 옷을 입고 시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표정도 제각각이다.
1.길 위에 서서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올레길 안내소에 들러
이것저것 확인한다.
근무 중인 여자분이 지도를 꺼내어 친절하게 알려준다.
드디어 출발인가?
제주공항 1번 문을 나서면 좌측으로 올레길을 알리는
리본이 달려 있다.
예의 심호흡을 한다.
언제부터인가 걷기를 시작할 때
습관적으로 심호흡하는 버릇이 생긴 것 같다.
하늘은 높고 바람은 성성하다.
공항을 바라보면서 지나는 길엔 보리밭도 있고
유채꽃도 있고 이름 모를 들꽃도 한창이다.
바람이 점점 거세어진다.
얼마를 걸었을까?
포효하는 바닷가로 용두암이 보인다.
용두암은 27년 전 아버님 회갑 기념으로
처음 와 보았던 곳인데 그때 비하면
주변이 너무나 변해 있어서 용두암이라고 쓴
돌에 새겨진 글씨 보고 용두암이구나 한다.
해안을 지나 18코스 시작점인 관덕정 분식에 도착.
물을 한 모금 마시고, 간세라는 올레길 표식인 기념품을 사서
배낭에 매단다.
날씨는 무덥다.
바람은 점점 거세어지고
시내를 지나 동문시장에 도착.
밤에 보는 동문시장과 낮에 보는 동문시장은 다르다.
5년 전에 보았던 동문시장과 오늘 지나가면서 보는
동문시장은 또 다르다.
몇 번 지나치면서 보긴 했지만
확연하게 깨끗해지고 많은 발전이 있었다.
동문시장을 지나 첫 번째 목적지인
1층에 있는 하귀밀면집에서 점심을 먹고
제로스테이션에 들린다.
대표님과 스텝분들이 너무나 반갑게 맞아 주어서
올레길 탐방 첫날의 의미를 응원해 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갈 길이 멀기에
잠깐의 담소 후 스테이션을 나와 제주항에 들른다.
추자도 배편을 알아봐야 하는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 배가 출항하지 못하고
일기예보를 보니 며칠간 제주도에 바람이 심하게 불기 때문에
추자도 가는 배가 언제 있을지 모르는 상황.
할 수 없이 제주항을 나와서 사라봉 방향으로 길을 잡는다.
여기는 작년 11월에 21코스부터 역으로 걸었던 길이다.
초반에 계단이 많았던 기억이 있어서 걱정했는데
막상 올라 보니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동네 분들이 아이디어를 내서
이런저런 이벤트성 알림을 해 놓으셔서
올라가는 길도 재미있게 오를 수 있었다.
사라봉은 일몰로 유명한 곳이다.
아쉽게도 한 번도 보지를 못했다.
오늘도 오후 1시 전후로 넘어 가다 보니
그 아름답다고 하는 일몰은 요원하다.
사라봉 정상 근처에는 사람들이 제법 많이 보였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
삼삼오오 모여 오후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지나가는 내 모습이
궁금한지 연신 곁눈질하는데 느낌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사라봉을 넘어 화북동을 지난다.
햇살은 더욱 강렬해지고 바람 또한 강렬해진다.
4.3유적지가 있는 마을을 지나면 왠지 나도 모르게 가슴이 뛴다.
그 아픔을 그 아픈 역사를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있기에 그런가 보다.
바람이 더욱 세차다.
작년에 이 마을을 지나갈 때 물이 없어서
곤란을 당한 적이 있었는데 그 기억 때문에 배낭에 물을 두 병이나
챙겼다.
그러나 걷거나 산행을 하면 물이나 음식 섭취를 거의 하지 않아서
...
드디어 삼양검은모래 해수욕장
한치를 잡아 줄에 말리면서 즉석에서 구워주는데
오늘은 강한 바람 때문인지 안 보인다.
지나다 보면 흔하지 않은 음식을 먹는 맛도
재미가 있는데 오늘은 바람의 영향으로 인해
나오지 않았나 보다.
삼양동 축구장을 지나가게 되면 보리밭들이 많이 보인다.
바람에 일렁이는 보리가 마치 파도처럼 보인다.
굳이 가파도에 가서 볼 필요 없이 지천으로 널린 보리밭을
보며 걷는 것도 참 좋다.
작년에 이 길을 걸으면서 올레길로 걸을까?
자전거 길로 걸울까 고민하면 걸었던 기억이 새롭다.
조천 읍내로 들어서면서 길을 안다고
리본을 무시하고 걸어가다가 다른 길로 접어들어
약 20 여분 헤맸다.
이 부분은 올레길을 걸으면서
나한테 꽤나 심하게 데미지를 준다.
아는 길이라고 성급하게 걷다가 5km를 더 걷던지
아니면 전혀 다른 길로 걷게 되어서 지도를 보면서 걷던지.
아는 길이라 해서 무의식적으로 걷다가 낭패를 본
여러 상황 중 처음 있는 일.
결국 길을 헤매던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리본이 알려 주는 길로 걷는다.
첫 날 목표였던 19코스 스탬프 함이 있는
3.1조천만세공원 도착.
수첩에 스탬프 직인하고 숙소가 있는 함덕해수욕장 인근으로 발길을 옮긴다.
첫 날
올레꾼으로 변해가는 과정.
배낭의 무게는 견딜만 하고
기온이 낮고 바람이 심하게 불어서
갖고 온 간절기 기모 옷들이 한 몫을 단단히 해 주었다.
2. 잠시 배낭을 내려 놓고
길 따라 바람처럼 걸어 보기로 하고
걷기 시작한 제주 올레길.
걸으면서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그리고 답을 찾았다고 생각한
‘왜? 걸을까?“
輪回의 마술처럼 계속 되뇌는 話頭.
버리려고?
놓으려고?
잊으려고?
무엇을?
왜?
게스트하우스에서 삼겹살 파티를 한다기에
예약하고 시간 맞춰 가 보니 20대 청춘들이 빙 둘러앉았다.
처음엔 서먹했던 분위기가 이 친구들은 익숙한지
술이 몇 순배 돌자 나한테도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질문이 쏟아진다.
대답을 해 주면서도
나 스스로 ...
나에게 향한
끊이지 않는 질문에 대한 답.
밤바람이 차다 2차를 위해 준비하는 청년들을 뒤로하고
난 새벽에 출발해야 하기에
잠자리에 든다.
아직도 바람이 쎄다.
첫댓글 즐감했습니다^^
눈에 선하네요 응원합니다^^
2주전에 건던18,19코스의 모습 하나하나 생각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