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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부차귀여부운(不義富且貴如浮雲)
의롭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뜬구름과 같다는 말이다.
不 : 아니 불(一/3)
義 : 옳을 의(羊/7)
富 : 부유할 부(宀/9)
且 : 또 차(一/4)
貴 : 귀할 귀(貝/5)
如 : 같을 여(女/3)
浮 : 뜰 부(氵/7)
雲 : 구름 운(雨/4)
출전 :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
이 성어는 논어(論語) 술이편(述而篇) 15장에 나오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공자(孔子)가 말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을 구부려 베개를 삼더라도 즐거움은 그 가운데 있느니라. 정당하지 않은 부(富)하고 귀(貴)함은 나에게는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같으니라."
子曰 : 飯疏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공자가 안빈낙도(安貧樂道)란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낙도(樂道)는 심신이 편안해야 한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의(義)로서 살아야 한다. 불의(不義)가 낙도를 파괴하는 유혹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공자는 불의로 얻은 부(富)와 귀(貴)라면 천(賤)하고 부끄러운 것[恥]이라고 이미 말한 바 있다. 이인편 5장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의(義)란 말인가? 인도(仁道)를 실천하는 것이 의(義)라고 한다. 인도를 실천하는 것이 진정한 낙도(樂道)임을 설파하는 중이다.
의롭다면 얼마든지 부귀를 누려라. 11장에서 천한 벼슬을 하더라도 올바르게 부를 축적해 누리는 것은 얼마든지 마땅하다 했다. 부귀(富貴) 그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부귀를 노리는 인간의 욕망(慾望)을 두려워하라고 말한다. 욕망은 불의(不義)를 불러오고 불인(不仁)을 자초한다.
인의(仁義)에 어긋나지 않는 부귀라면 많을수록 해로울 게 없다. 인의의 부귀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세상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왜 나라가 부패한 벼슬아치들로 몸살을 앓는가? 인의의 부귀를 마다하고 불의와 불인의 부귀에 눈이 멀어버린 탓이다. 공자는 이를 괴로워한 성인이다.
飯(반)은 명사로 밥이란 뜻도 있지만 밥을 먹다는 동사로도 쓰인다.
疏食(소식)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고대에는 벼와 메조를 세량(細糧)이라고 했고, 기장을 조량(粗糧)이라고 했는데, 여기서 疏食은 조량을 가리 킨다는 설이다. 다른 하나는, 벼를 매통에 갈아 겉겨만 벗겨낸 매조미쌀이라는 설이다. 공안국(孔安國)은 채식(菜食)이라고 보았다.
飮水(음수)는 찬물을 가리킨다. 고대에는 뜨거운 물은 湯(탕)이라고 했고, 찬물은 水(수)라고 구분했다.
枕(침)은 베게라는 동사로도 쓰이지만, 여기서는 동사로 쓰여 베게삼아 베다는 뜻이다. 기침(起枕), 침상(沈床)등 에 쓰인다.
而(이)는 역접의 의미를 나타내는 접속사다.
且(차)는 또, 또한이란 의미의 접속사로 ∼하면서∼하다는 뜻 이다.
浮雲(부운)은 하늘에 떠 있어 사람들이 우러러 보지만,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내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는 뜻 이다. 浮雲之志(부운지지)는 뜬구름과 같은 한때의 부귀공명을 바라는 마음이라는 뜻과, 의롭지 않은 부귀를 싫어하는 마음이라는 뜻의 성어다.
聖人之心, 渾然天理, 雖處困極, 而樂亦無不在焉.
성인(聖人)의 마음은 혼연(渾然)히 천리(天理)여서 비록 지극히 곤궁(困窮)한 환경에 처하더라도 낙(樂)이 있지 않은 데가 없다.
其視不義之富貴, 如浮雲之無有, 漠然無所動於其中也.
그 의롭지 못한 부귀 보기를 마치 뜬구름이 없는 것 같이 여겨, 막연해서 그 마음에 동요됨이 없는 것이다.
정이(程頣)는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비록 거친 밥에 물 마시는 궁핍한 생활도 그 즐거움은 어떻게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의롭지 못한 부귀는 마치 뜬 구름을 보듯이 가볍게 보신다는 말이다. 또 말하기를 즐거움이 무엇인지 아신다는 말씀이시다."고 풀었다.
程子曰 : 非樂疏食飲水也, 雖疏食飲水, 不能改其樂也. 不義之富貴, 視之輕如浮云然. 又曰; 須知所樂者何事.
古之得道者, 窮亦樂, 達亦樂. 所樂非窮達也, 道得於此, 則窮達一也.
옛날에 도를 터득한 사람은 궁핍해도 즐거워하고 영달해도 즐거워했다. 즐거워 한 것은 궁핍이나 영달이 아니었으니, 도가 이 경지에 이르면 궁핍이나 영달이 한 가지인 것이다(呂氏春秋 愼人篇).
진수성찬(珍羞盛饌)이 아닌 그저 평범한 식사로 끼니를 때우고, 물 한 모금 마시는 검소한 삶을 살아도 즐거움을 느끼며 살 수 있다는 말씀으로 보통사람들이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경지라 하겠다. 동양적 안빈낙도의 생활철학이 배어있는데, 무릇 지도자라면 이러한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의롭지 않은 부귀를 추구하다 엄청난 곤경에 빠지는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남들이 다 쳐다볼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일수록 그 처신이 바르지 않으면 안 되는데 옳지 않은 부귀를 탐내다가 지금까지 살아온 명성이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고 범법자 신세를 면치 못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 비일비재하다.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서도 "부귀라는 것은 사람들이 누구나 탐내는 것이지만, 정도(正道)로써 얻은 것이 아니면 누리지 말아야 한다(富與貴 是人之所欲也, 不以其道得之, 不處也)"라는 공자 말씀이 보인다.
부귀(富貴)를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빈천(貧賤)보다는 더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부귀를 얻는 방법이 정당하지 않으면 아무리 산더미 같은 재산도 결국에는 복(福)이 아니라 화(禍)로 변하기 때문에 결코 의로운 방법으로 얻는 게 아니면 거들떠보지도 말라는 말씀이 아닐까? 평범한 사람이 아닌 사회지도층에 속한 사람들이 명심해야 할 말씀이다.
▣ 힘들지만 행복하니 그 안에 낙이 있다
노정공(魯定公) 5년(BC 505년) 6월, 노나라의 상국 이손씨(李孫氏; 李平子)가 죽었는데, 그의 아들 이손사(李孫斯; 李桓子)가 이어받아 상국을 맡게 되었다. 이때, 이평자의 가신(家臣; 총관) 양호(陽虎)는 이손사의 입지가 아직 불안정한 틈을 타서,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였다.
양호는 노나라의 권력을 독점하려면 무력으로는 안 되고, 필히 고도의 지모를 지닌 문관이 모사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리하여, 공자를 관직에 등용하여, 공자로 하여금 자기에게 충성하게 하려고 마음먹었다.
어느 날, 공자는 양호가 예방하러 온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을 보내 대응하게 하고 자신은 숨었는데, 전에 자기를 농락한 악한이 제멋대로 횡포하게 날뛰는 것을 피해버렸다. 양호는 어쩔 수 없이 삶은 어린 돼지를 공리(孔鯉)에게 주고 서둘러 가버렸다.
양호가 가버리자 공자는 노기에 차서 말했다. "저 양호하고는 정말 도덕을 논하지 못하겠다. 고의로 난처한 일을 다른 사람에게 하라고 한단 말이야. 내가 만약에 양호의 집에 감사 인사를 하러 가지 않으면, 예물을 받은 사람이 예물을 가지고 방문하러온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하는 예절에 위배되고, 또 내가 양호 집에 가면, 역신과 한패가 되어 나쁜 짓을 한다는 혐의를 받을 것이 아닌가!"
공자는 심사숙고를 거듭하다가 두 가지를 다 해결할 수 있는 계책 하나를 생각해 내었다. 그리하여, 한 제자를 보내 살그머니 양호가 외출하였는지를 알아보고 나서, 그가 집에 없는 틈을 타서 그의 집에 가서 공허한 인사를 하고 바로 귀가하려고 하였다.
양호가 집 대문을 막 나섰다는 소식을 듣고, 공자는 즉시 마차를 타고 서둘러 양호의 집 앞에 도착하여 문지기에게 양호가 집에 있는지를 묻자, 문지기는 부재중이라고 하였다. 공자는 문지기에게 인사말 몇 마디를 전해달라고 하고는 급히 몸을 돌려 나왔다. 돌아오는 도중에 모퉁이를 도는 데서, 뜻밖에 공자의 마차는 양호의 마차와 마주치게 되었다.
공자는 계략에 빠진 것을 알았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양호는 먼저 마차에서 뛰어내려 두 손을 맞잡고 예를 올렸다.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네, 네! 양호 대인도 안녕하셨습니까?" 공자도 마차에서 내려 두 손을 맞잡고 응대하였다.
양호는 얼굴에 미소를 띤 채 말했다. "제가 선생님을 저의 모사로 초빙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선생님께서는 힘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게 되고 전도가 양양해 질 겁니다." "저는 실제로 정치에는 재간이 없어, 역시 그대로 계속해서 제자를 가르치는 것이 낫겠습니다." 공자는 이미 마음을 정하였다는 듯이 대답하였다.
양호가 물었다. "선생님의 학문이 이처럼 높고 심오하신데, 설마 모두 죽은 학문이란 말입니까? 선생님의 학문은 사람이 벼슬하는 데는 쓰지 못한단 말입니까?"
마음이 뜨끔해진 공자는 자기도 모르게 말하였다. "아니, 아니, 아니요. 제가 학문을 연구하는 것은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서이고, 저는 벼슬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선생님께서 하루빨리 마음을 정하시기 바라며, 저는 언제든지 맞이할 준비를 해 놓겠습니다."
공자는 마음이 저리는 듯 심란하여 허둥지둥 말하였다. "저는 빨리 돌아가 학생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야 하니, 이만 가겠습니다."
학당으로 돌아오자, 자로가 퉁명스럽게 말하였다. "설마 선생님께서는 정말로 양호에게 가서 일을 맡으시려는 겁니까? 양호같이 나쁜 놈 밑에서 관리가 되면, 앞잡이가 되어 나쁜 짓을 하는 것과 같지 않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가는 길이 다른데, 내가 어떻게 양호의 초빙에 응할 수가 있겠느냐?"
공자는 깊이 숨을 내쉬며 또 말했다. "잡곡밥을 먹고, 찬 냉수를 마시고, 잠 잘 때에는 팔을 베개 삼아 베어도, 비록 힘들지만 그 안에 즐거움이 있다. 정당치 못한 방법으로 부와 존귀를 얻는 것은, 내가 보기에 마치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과 같다. 나는 필요없다."
자로가 웃으면서 말했다. "아! 말씀을 듣고 보니 알겠는데요, 양호의 초빙을 벗어나기 위해서였군요."
▣ 잘못은 드러나게 마련 감추려 수 쓰지 마라
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거친 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꿈치를 베고 누웠어도 즐거움은 그 안에 있는 것이니, 옳지 않은 방법으로 얻은 부귀는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
세상을 살다 보면 모든 법을 하나도 빠짐없이 지키고 살기란 쉽지 않다. 법을 몰라서 위반할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해 저지르는 실수도 있다. 또 하나는 사회적으로 만연하는 위법행위를 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떳떳하지 못한 결과를 가져온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청빈낙도(淸貧樂道)를 군자의 기준으로 삼았다. 문제는 지도자의 마음속에 정해 놓은 기준이 본인인지 아니면 국민인지에 따라 결과는 차이가 생긴다. 관행이라고 해도 판단기준이 모호하다면 쉽사리 사회정의라고 인정받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안사람이 남편 모르게 평생 모은 돈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가 노출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화를 입을 수 있다. 요즘 유행하는 농담으로 관직재처(官職在妻)라고 한다. 고위관직에 오르는 것은 아내에게 달려 있다는 얘기다.
단순히 세태를 반영하는 유행어라고 하기에는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크다고 본다. 누구나 돈 걱정 없이 마음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 돈을 모으는 방법이 떳떳하다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우리나라 부자들이 국민에게 존경과 함께 그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가 여전히 돈을 모으는 방법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다. 공자도 '옳지 않은 수단을 동원해 얻은 부귀는 뜬구름'에 비유할 정도로 초연한 자세로 일생을 살아가기를 강조했다. 여기서 정당한 방법의 부귀를 강조한 것은 일반 백성이 아니라 사회의 지도자에게 요구한 생활철학이었다.
공자(孔子)는 논어(論語) 안연편(顏淵篇)에서 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비례(非禮)란 불의(不義)와 같은 뜻이다. '옳지 않은 것은 보지도 말고, 듣지도 말고, 언급하지도 말며 행동하지도 말라'는 말씀이 마음 깊이 와 닿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즘 자녀들 학군을 고르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거나, 부동산 취득을 위해 지방으로 주소를 옮긴 경험이 없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라는 얘기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위 조건에 더하여 국방의 의무도 다했고, 아들까지 군복무 의무를 다했는데 국회에서 연락이 없다며 익살을 부리기도 한다.
위장전입이라든가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가 어려움을 겪는 현상은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유행병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죄책감을 별로 느끼지 않는 각종 범법행위가 관행이라는 옷을 입고 이 사회를 활보하는 한 선진국으로 가려는 우리의 노력은 한낱 구호에 불과할 것이다.
제후국 간의 끊임없는 다툼으로 어지럽던 춘추시대를 살았던 공자. 그가 이웃 나라 고위직에 임명돼 떠나는 제자들에게 들려 준 얘기가 있다. 제자 자하가 거보라는 지역의 책임자가 되어 부임하기 전 스승인 공자에게 질문했다. "스승님 제가 지금 거보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부임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어떻게 하면 정치를 잘할 수 있겠습니까?"
스승의 대답은 "무엇이든지 급히 하려고 하지 말고, 작은 이익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급히 일을 하려고 서두르다 보면 오히려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작은 이익을 추구하다 보면 큰일을 이루지 못한다(無欲速 無見小利, 欲速則不達, 見小利則大事不成)"였다.
흔히 하는 이야기로 소탐대실(小貪大失)하지 말라는 가르침이다.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려는 사람이 하찮은 이익에 관심을 가지면 어떻게 될까? 공자는 당시 자하에게는 물론 오늘날 큰일을 맡아 국사(國事)를 담당하는 고위공직자에게나 변함없이 요구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가르친 것이다.
미국의 유명한 경제학자 존 케네스 갈브레이스가 후진국이 후진국인 이유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사회정의가 구현되지 않은 사회는 아무리 자본이 많이 축적되고, 훈련된 인력 그리고 탁월한 기술을 갖추고 있어도 결코 후진국에 머물 수밖에 없다'며 저자는 정의롭지 못한 사회를 비판했다.
훗날 우리나라가 정치적으로 격변기였던 1980년대 초, 소위 신군부가 집권하면서 창당한 여당(민주정의당)의 정강정책 중 '정의사회구현(正義社會俱現)'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는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드디어 우리나라도 정의사회를 거론할 정도로 사회가 발전할 수 있겠구나.'
하지만 우리나라가 정의사회로 들어서지 못했던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당시에는 하루 아침에 실현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그런데 이 정의사회 구현이나 공정한 사회라는 화두가 요즘 다시 부활하고 있다.
요즘 정부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부르짖는다. 이를 성공적으로 달성하려면 지도자급에서부터 모범을 보이고 솔선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우리 사회의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않는 한 정의사회 구현은 정말 물 건너간 일이다.
子曰; 躬自厚而, 薄責於人, 則遠怨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스스로에게는 두텁게 추궁하고, 남에게는 엷게 책임을 묻는다면 원한을 멀리할 수 있다."(논어 위령공편)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너그럽게 마련이고, 남의 실수는 매섭게 비판한다. 기업 조직에서도 업무를 인수하는 사람과 전임자 간에는 늘 문제가 생기곤 한다. 새로운 책임자는 전임자의 재직기간에 있었던 일들 중에서 잘한 부분만 골라 인수하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잘못된 일은 가급적이면 인수하고 싶지 않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하려고 하는 게 일반적인 경향이다.
그러다 보니 평가기준이 전임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변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업무를 인수하는 측도 얼마 있으면 반드시 인계자가 될 것이다. 그때 가서는 어떻게 하려는지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있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는 것은 불륜'이라는 유행어가 있듯이 모든 일을 자기중심적으로 처리하다 보면 우리 사회의 선진화는 걸음마 단계에서 멈출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청문회에 나와 질문하는 패널리스트(국회의원)들을 고위직 내정자와 자리를 바꾸어 청문회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궁금한 마음에서 제시한 가상청문회라지만 그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성급한 예측도 나온다. 국민 모두가 도토리 키 재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어디에서부터 그리고 누구부터 바로잡아야 할지 암담할 뿐이다.
누가 그 자리에 앉아 질문을 받아도 비슷한 결과를 짐작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우리 사회 전체가 정의롭지 못한 존재가 되어 위급한 환자의 수술을 앞두고 어디서부터 손을 써야 할지 참담할 수밖에 없는 집도의사의 심정이 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에게도 희망은 있다. 일부 부도덕하다고 지적 받는 사람과는 달리 성실하고 정직한, 그리고 유능한 젊은 공직자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과 민주발전이 어느 한 사람의 노력으로 되지 않았듯이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그들의 역할이 앞으로 더욱 기대되기 때문이다.
子曰; 放於利而行, 多怨.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이익을 따라 행동하면 원망을 많이 듣게 된다."(논어 이인편)
나의 행동기준이 이익이라면 남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남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 그런데 여기서 나는 공직자, 그리고 다른 한편을 국민이라고 가정하면 그 결과는 금방 알 수 있다.
적어도 선진국이거나 신진국을 지향하는 나라에서 공직자의 윤리도덕 기준은 매우 엄격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일반인과 달리 세상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누구라도 쉽게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는 비밀 아닌 비밀이 되기 때문이다.
子貢曰; 君子之過也, 如日月之食焉, 過也; 人皆見之, 更也, 人皆仰之.
(논어 자장편)자공이 말했다. "군자가 저지르는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잘못을 저지르면 사람들이 모두 보게 되는데, 잘못을 고치면 또 모든 사람이 우러러본다."
여기서 우리는 '지도자의 잘못은 일식이나 월식과 같아 잘못을 하면 모든 사람이 이를 금방 알 수 있다'고 하는 얘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일식이나 월식 현상은 어떻게 가리고 싶어도 숨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미디어보다 더 빨리 그리고 동시에 관찰할 수 있는 게 일식이나 월식 현상이다.
자동적으로 알게 되는 지도자의 잘못을 더 이상 저지르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데, 그리 쉽지만은 않은 것 같다. 부와 명예와 권력이 공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부도덕함과 비리는 정부와 국민 모두가 하나의 정신으로 헤쳐간다면 없앨 수 있다.
▣ 만족 모르는 것보다 큰 재앙은 없다
인간은 늘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그것을 이루려 욕망하는 존재이다. 인간만사 새옹지마(人間萬事 塞翁之馬)는 이러한 인간의 마음의 상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명언이다. 이 고사성어와 비슷한 이야기가 '흑우생백독(黑牛生白犢)'이다. 검은 소가 흰 송아지를 낳았다는 말로, 그 상세한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송(宋)나라 사람 가운데 어질고 의로운 행동을 좋아한 사람이 있었다. 하루는 그 집에서 기르던 검은 소가 까닭도 없이 흰 송아지를 낳자, 그것을 공자에게 물었다. 이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이것은 길한 징조이니 그것을 하느님께 바치시오."
그로부터 일 년 뒤, 그의 아버지가 까닭도 없이 눈이 멀었다. 그런데 그 집 소가 또다시 흰 송아지를 낳았다. 그 아버지는 또 다시 아들을 시켜 공자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아들은 "먼젓번에 그분에게 물어보고 눈이 멀었는데 또 무엇 때문에 물으려 하십니까?"고 대꾸했다.
그래도 길흉을 여쭤보라는 아버지의 말에 아들이 물어보니 길하다고 답하며 다시 그 송아지로 제사를 지내라고 하였다. 아들이 돌아와 말을 전하니 아버지가 말했다. "공자님의 말씀대로 행하거라."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나자 그 아들이 또 까닭없이 눈이 멀었다. 그 뒤로는 초나라가 송나라를 공격하여 그들이 사는 성까지 포위하였다. 백성들은 자식을 바꾸어 잡아먹고 유해를 쪼개어 밥을 지었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었다.
장정(壯丁)은 모두 성 위로 올라가 싸우다가 죽은 자가 태반이었다. 하지만 이들 부자(父子)는 모두 병이 있어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그리고 포위가 풀리자 그들은 눈이 회복되어 다시 사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재앙이라 생각되었던 것이 오히려 복이 되었던 것이다.(열자/설부편)
논어에 보면 단사표음(簞食瓢飮)이란 말이 있다. 안빈낙도의 삶을 살아간 안회의 일상을 한 말이다. "현명하구나 안회여! 한 그루의 대나무 밥과 한 표주박의 마실 것으로 누추한 골목에 살면서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디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려 하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논어 옹야편)
子曰; 賢哉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
공자가 생각하기에 군자의 즐거움은 천명을 실천하는 데 있고, 소인의 즐거움은 욕망을 충족하는 데 있다. 그러므로 소인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의식주의 문제에 매달리지만, 군자의 즐거움은 이런 형이하학적인 문제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학문을 좋아하는 안회는 밥 한 그릇과 물 한 표주박을 먹으며 누추한 곳에 살아도 불평하는 기색이 전혀 없이 여전히 즐거워했으므로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이다.
진실로 마음을 비우고 욕심내지 않을 때 화를 모면하고 복을 얻을 수 있다. 공자는 안빈낙도를 외치지 않았던가? "거친 밥을 먹고 (차가운) 물을 마시고, 팔을 굽혀 그것을 베개로 삼으면 즐거움도 그 속에 있다. 의롭지 못하고 잘 살고 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 구름만 같은 것이다."(논어 술이편)
子曰; 飯疏食, 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그래서 나온 말이 곡굉지락(曲肱之樂)이란 성어다.
리더란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자신의 길을 벗어나지 않으며 어려운 때일수록 정도를 걷는다. 자신의 분수를 알고 살아가는 방식이 늘 일정하기에 평정심을 유지하고 고요한 내면에서 깊은 사유가 우러나오는 것이다. 그 평정심을 유지하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무리한 욕심을 줄이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기의 한 구절을 읽어보기로 하자. "욕심이 그칠 줄 모르면 하고자 하는 바를 잃고, 가지고 있으면서 만족할 줄 모르면 가지고 있던 것마저 잃는다."(사기 범저 채택열전)
欲而不知止, 失其所以欲; 有而不知足, 失其所以有.
▣ 의롭지 못한 부귀 뜬구름과 같네
안빈낙도(安貧樂道)는 '가난함 속에서도 마음 편하게 생활하며 도를 즐긴다'는 말입니다. 생활이 어렵지만, 그 속에서 즐거움을 찾아 사는 것이지요. 유사한 말로 안분지족(安分知足)이 있습니다. 역시 가난하고, 어렵지만 생활에 불평하지 않고 만족해 하며 사는 것을 말합니다. 둘 다 모두 청빈하고 질박한 삶의 아름다움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공자는 "비록 반찬 없는 밥을 먹고 한 사발의 물을 마시고 팔을 굽혀 베개를 삼더라도 즐거움이 그 속에 있으니, 의롭지 못한 부(富)와 귀(貴)는 나에게 있어서는 뜬구름과 같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고 하였습니다.
자족(自足)하는 것은 대장부의 낙이고, 호학(好學)은 성인의 낙이며, 하늘과 땅에 부끄러움이 없고 영재를 가르치는 것은 군자의 낙이었습니다.
공자의 제자 가운데 부를 많이 축적하였던 자공이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가난하나 아첨함이 없고 부자이나 교만함이 없는 삶을 산다면 어떻습니까?"
그러자 공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였습니다. "괜찮다. 그러나 가난하지만 즐거워하고 부자이지만 예를 좋아하는 삶을 사는 자만은 못하지 않겠는가?(子貢曰 貧而無諂 富而無驕 何如 子曰 可也 未若貧而樂 富而好禮者也)"
가난하다고 하여 구차하게 부자에게 아첨하여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이거나, 부자라고 하여 없는 사람에게 교만하게 구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 주변에서는 굴욕을 참아가며 아첨하거나, 졸지에 부자가 되어 만인에 군림하는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자공은 부자이지만 교만함 없이 살아가고자 한 모습이라면 스승에게 자랑할 만하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자공이 말한 것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었습니다. 가난하더라도 즐겁게 살아가고 부자라고 하더라도 예를 좋아하는 삶을 말해 주었던 것입니다.
가난하더라도 즐거울 수 있는 삶이라면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고, 부자라고 하더라도 예를 좋아한다면 세상으로부터 존경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가난하면서도 자신이 살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다면 세상 어떠한 권세나 재력을 가진 사람보다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황금의 입의으로 알려진 그리스의 철학자 성(聖)크리소스토무스의 말에 귀 귀울려 봅시다. "세상은 하나의 극장에 불과하다. 사람의 일은 연극의 각본이고, 부자와 가난뱅이, 치자(治者)와 피치자는 연극의 배우이다. 그러나 현세가 지나가면 무대의 막은 내려지고 가면은 벗겨진다. 그리고 나서 모든 사람이 심문된다. 그들의 업적이 심문되는 것이다. 그것은 그 사람과 그의 부(富)도 아니다. 그 사람과 그의 지위도 아니다. 그 사람과 그 사람의 일일뿐이다. 우리들은 우리들의 업적이 그 심문에 합격되기를 바란다."
▶️ 不(아닐 부, 아닐 불)은 ❶상형문자로 꽃의 씨방의 모양인데 씨방이란 암술 밑의 불룩한 곳으로 과실이 되는 부분으로 나중에 ~하지 않다, ~은 아니다 라는 말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 때문에 새가 날아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음을 본뜬 글자라고 설명하게 되었다. ❷상형문자로 不자는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不자는 땅속으로 뿌리를 내린 씨앗을 그린 것이다. 그래서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상태라는 의미에서 '아니다'나 '못하다', '없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참고로 不자는 '부'나 '불' 두 가지 발음이 서로 혼용되기도 한다. 그래서 不(부/불)는 (1)한자로 된 말 위에 붙어 부정(否定)의 뜻을 나타내는 작용을 하는 말 (2)과거(科擧)를 볼 때 강경과(講經科)의 성적(成績)을 표시하는 등급의 하나. 순(純), 통(通), 약(略), 조(粗), 불(不)의 다섯 가지 등급(等級) 가운데 최하등(最下等)으로 불합격(不合格)을 뜻함 (3)활을 쏠 때 살 다섯 대에서 한 대도 맞히지 못한 성적(成績) 등의 뜻으로 ①아니다 ②아니하다 ③못하다 ④없다 ⑤말라 ⑥아니하냐 ⑦이르지 아니하다 ⑧크다 ⑨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 그리고 ⓐ아니다(불) ⓑ아니하다(불) ⓒ못하다(불) ⓓ없다(불) ⓔ말라(불) ⓕ아니하냐(불) ⓖ이르지 아니하다(불) ⓗ크다(불) ⓘ불통(不通: 과거에서 불합격의 등급)(불) ⓙ꽃받침, 꽃자루(불)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아닐 부(否), 아닐 불(弗), 아닐 미(未), 아닐 비(非)이고,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움직이지 않음을 부동(不動),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일정하지 않음을 부정(不定), 몸이 튼튼하지 못하거나 기운이 없음을 부실(不實), 덕이 부족함을 부덕(不德), 필요한 양이나 한계에 미치지 못하고 모자람을 부족(不足), 안심이 되지 않아 마음이 조마조마함을 불안(不安), 법이나 도리 따위에 어긋남을 불법(不法), 어떠한 수량을 표하는 말 위에 붙어서 많지 않다고 생각되는 그 수량에 지나지 못함을 가리키는 말을 불과(不過), 마음에 차지 않아 언짢음을 불만(不滿), 편리하지 않음을 불편(不便), 행복하지 못함을 불행(不幸), 옳지 않음 또는 정당하지 아니함을 부정(不正), 그곳에 있지 아니함을 부재(不在), 속까지 비치게 환하지 못함을 이르는 말을 불투명(不透明), 할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능(不可能), 적절하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부적절(不適切),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나 죽여 없애야 할 원수를 일컫는 말을 불구대천(不俱戴天), 묻지 않아도 옳고 그름을 가히 알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불문가지(不問可知), 사람의 생각으로는 미루어 헤아릴 수도 없다는 뜻으로 사람의 힘이 미치지 못하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묘한 것을 이르는 말을 불가사의(不可思議), 생활이 바르지 못하고 썩을 대로 썩음을 일컫는 말을 부정부패(不正腐敗), 지위나 학식이나 나이 따위가 자기보다 아랫사람에게 묻는 것을 부끄럽게 여기지 아니함을 두고 이르는 말을 불치하문(不恥下問), 세상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는 뜻으로 마흔 살을 이르는 말을 불혹지년(不惑之年), 필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불요불급(不要不急), 휘지도 않고 굽히지도 않는다는 뜻으로 어떤 난관도 꿋꿋이 견디어 나감을 이르는 말을 불요불굴(不撓不屈),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먼길인데도 개의치 않고 열심히 달려감을 이르는 말을 불원천리(不遠千里) 등에 쓰인다.
▶️ 義(옳을 의)는 ❶회의문자이나 형성문자로 보는 견해도 있다. 义(의)는 통자(通字), 义(의)는 간자(簡字)이다. 나(我)의 마음 씀을 양(羊)처럼 착하고 의리있게 가진다는 뜻을 합(合)하여 옳다를 뜻한다. 羊(양)은 신에게 바치는 희생의 양으로 양을 바쳐 신에게 비는 의식(儀式)이 나중에 바르다, 의로운 일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義자는 '옳다'나 '의롭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義자는 羊(양 양)자와 我(나 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我자는 삼지창을 그린 것이다. 義자의 갑골문을 보면 창 위에 양 머리를 매달아 놓은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양 머리를 장식으로 한 의장용 창을 그린 것이다. 이러한 창은 권위나 권력을 상징했다. 상서로움을 뜻하는 양 머리를 창에 꽂아 권위의 상징으로 삼은 것이다. 義자는 종족 내부를 결속하기 위한 권력자들의 역할을 표현한 것이기 때문에 '옳다'나 '의롭다', '바르다'라는 뜻을 갖게 되었다. 그래서 義(의)는 (1)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떳떳하고 정당한 도리(道理). 오상(五常)의 하나임 (2)남과 골육(骨肉)과 같은 관계를 맺음 (3)글이나 글자의 뜻. 의미(意味) (4)경서의 뜻을 해석시키던, 과거(科擧)를 보일 때의 문제 종류의 한 가지 등의 뜻으로 ①옳다, 의롭다 ②바르다 ③선량하다, 착하다 ④순응하다 ⑤맺다 ⑥해 넣다 ⑦섞다, 혼합하다 ⑧간사하다(마음이 바르지 않다), 옳지 않다 ⑨의(義), 정의(正義), 올바른 도리(道理) ⑩의리(義理), 우의(友誼) ⑪뜻, 의미(意味), 의의(意義) ⑫거둥(擧動: 임금의 나들이), 예절(禮節), 의식(儀式) ⑬정의에 합당한 행동, 의로운 일 ⑭명분(名分) ⑮법도(法道) ⑯용모(容貌), 행동거지(行動擧止: 몸을 움직여 하는 모든 짓) ⑰의로 맺은 친족 관계, 의리(義理)의 관계 ⑱공적인 것, 공익을 위한 것 ⑲인공적인 것 ⑳가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옳을 가(可), 옳을 시(是)이다. 용례로는 의로운 사람을 의인(義人), 義로 맺은 형제를 의형제(義兄弟), 반드시 실행해야 하는 일을 의무(義務), 정의를 위하여 거사함을 의거(義擧), 수양 아버지를 의부(義父), 글이나 학설의 뜻을 설명하여 가르침을 강의(講義), 굳게 지키는 일정한 방침을 주의(主義),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를 정의(正義), 믿음과 의리를 신의(信義), 표의 문자에서 글자의 뜻을 자의(字義), 같은 뜻나 같은 의미를 동의(同義), 사람이 마땅히 행해야 할 도덕 상의 의리를 도의(道義), 갚아야 할 의리와 은혜를 은의(恩義), 의리나 정의에 어긋나는 일을 불의(不義), 어진 것과 의로운 것을 인의(仁義),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교훈을 이르는 말을 의방지훈(義方之訓), 의기에 불타 일어나는 용맹을 일컫는 말을 의기지용(義氣之勇),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당연함을 이르는 말을 의리당연(義理當然), 의가 있는 사람은 어버이를 거역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의불배친(義不背親), 의로써 이利의 근본을 삼음을 이르는 말을 의이건리(義以建利), 의는 바다와 같고 은혜는 산과 같다는 뜻으로 은의恩義가 대단히 크고 깊음을 이르는 말을 의해은산(義海恩山), 목숨을 버리고 의리를 좇음의 뜻으로 비록 목숨을 버릴지언정 옳은 일을 함을 일컫는 말을 사생취의(捨生取義), 눈앞에 이익을 보거든 먼저 그것을 취함이 의리에 합당한 지를 생각하라는 말을 견리사의(見利思義), 도원에서 의형제를 맺다는 뜻으로 의형제를 맺음 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이 사욕을 버리고 목적을 향해 합심할 것을 결의함을 이르는 말을 도원결의(桃園結義), 봉건시대 여자가 지켜야 할 세 가지 도리 곧 어려서는 아버지를 좇고 시집가서는 남편을 좇고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좇음을 이르는 말을 삼종지의(三從之義), 남남끼리 의리로써 형제 관계를 맺음 또는 그런 형제를 일컫는 말을 결의형제(結義兄弟), 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네 가지 마음가짐 곧 어짊과 의로움과 예의와 지혜를 이르는 말을 인의예지(仁義禮智), 큰 의리를 위해서는 혈육의 친함도 저버린다는 뜻으로 큰 의리를 위해서는 사사로운 정의를 버림을 일컫는 말을 대의멸친(大義滅親), 임금과 신하 사이에 의리가 있어야 함을 일컫는 말을 군신유의(君臣有義), 눈앞의 이익을 보면 탐내어 의리를 저버림을 일컫는 말을 견리망의(見利忘義),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단장취의(斷章取義), 예절과 의리와 청렴한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예의염치(禮義廉恥) 등에 쓰인다.
▶️ 富(부유할 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갓머리(宀; 집, 집 안)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畐(복; 술 단지에 물건이 가득 차 있다)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富자는 '부유하다'나 '성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富자는 宀(집 면)자와 畐(가득할 복)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畐자는 항아리에 술이나 물건이 가득 차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가득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가득하다'라는 뜻을 가진 畐자에 宀자를 결합한 富자는 집안에 재물이 가득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富(부)는 집에 재산이 넉넉하고 많다는 뜻으로 ①부유하다 ②가멸다(재산이 넉넉하고 많다) ③성하다(기운이나 세력이 한창 왕성하다) ④풍성풍성하다(매우 넉넉하고 많다) ⑤어리다 ⑥세차다 ⑦부자(富者) ⑧행복(幸福) 따위의 뜻이 있다.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가난할 빈(貧)이다. 용례로는 부유한 나라를 부국(富國), 넉넉하고 강함을 부강(富强), 재물을 많이 가지고 있음 부유(富有), 부자가 많이 사는 마을을 부촌(富村), 부잣집을 부호(富戶), 농토와 농사의 규모가 크고 수입이 많은 농가나 농민을 부농(富農), 부자답게 생긴 골격을 부골(富骨), 재물이 풍성함을 부성(富盛), 가멸고 번영함을 부영(富榮), 가난함과 넉넉함을 빈부(貧富), 재물을 모아 부자가 됨을 치부(致富), 큰 부자를 거부(巨富), 넉넉하고 많음을 풍부(豐富), 첫째 가는 부자를 갑부(甲富), 살림이 넉넉함을 요부(饒富), 부유한 나라와 강한 군사라는 말을 부국강병(富國强兵), 나라를 풍요롭게 하고 국민을 편안하게 함을 일컫는 말을 부국안민(富國安民), 재물이 많고 지위가 높으며 공을 세워 이름을 떨침을 일컫는 말을 부귀공명(富貴功名), 부귀는 하늘이 부여하는 것이라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부귀재천(富貴在天), 온 천하의 재부를 모두 혼자 차지했다는 말을 부유천하(富有天下), 겉으로 보기에는 가난한 듯하나 속은 부유함을 이르는 말을 내부외빈(內富外貧), 뜬구름같이 덧없는 부귀라는 뜻으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를 이르는 말을 부운부귀(浮雲富貴) 등에 쓰인다.
▶️ 且(또 차, 공경스러울 저, 도마 조)는 ❶상형문자로 俎(조; 고기를 받치는 받침)의 본자(本字)이다. 고기를 수북히 담아 신에게 바친 찬합 같은 그릇 모양을 본떴다. 주로 그 음(音)을 빌어 어조사인 '또', '가령'의 뜻으로 쓰인다. ❷상형문자로 且자는 '또한'이나 '장차', '도마'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且자는 비석을 그린 것이다. 비석은 돌아가신 조상의 무덤에 이름과 행적을 글로 새겨 세우던 것이다. 그래서 且자의 본래 의미는 '조상'이었지만 후에 ‘또한’이나 '장차', '도마'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었다. 且자가 '도마'라는 뜻으로 쓰이게 된 것은 일부 글자에서는 且자를 제물을 올려놓는 '도마'로 응용했기 때문이다. 且자의 뜻이 바뀌면서 금문에서는 여기에 示(보일 시)자를 더한 祖(조상 조)자가 '조상'이라는 뜻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且(차, 저, 조)는 ①또, 또한 ②우선 ③장차(將次) ④만일(萬一) ⑤구차(苟且)하다, 그리고 ⓐ공경(恭敬)스럽다(저) ⓑ머뭇거리다(저) ⓒ어조사(語助辭)(저) 그리고 ㉠도마(제사의 희생을 올려놓는 제기)(조) ㉡적대(炙臺: 제사 때 산적을 담는 그릇)(조)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구차할 구(苟)이다. 용례로는 다음으로 미루어 문제 삼지 않음을 차치(且置), 음력 6월의 별칭을 차월(且月), 편지에서 안부를 물은 뒤 또 아뢴다는 뜻으로 뒤의 말을 적기 시작할 때 쓰는 말을 차고(且告), 몹시 가난하고 궁색함을 구차(苟且), 하물며나 더구나를 황차(況且), 한편으로는 놀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기뻐함을 이르는 말을 차경차희(且驚且喜), 한편 묻고 한편 대답함을 이르는 말을 차문차답(且問且答), 믿음직하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차신차의(且信且疑), 내버려 두고 논의의 대상으로 삼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차치물론(且置勿論), 매우 중요하고 또 큰 일임을 일컫는 말을 중차대(重且大), 그 이상 더할 수 없이 매우 곤궁함을 일컫는 말을 지궁차궁(至窮且窮), 이상과 같이 마음 편히 즐기고 살면 단란한 가정임을 일컫는 말을 열예차강(悅豫且康), 흡족하게 아주 넉넉함을 일컫는 말을 족차족의(足且足矣), 죽는 한이 있어도 피할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사차불피(死且不避), 죽더라도 썩지 않는다는 뜻으로 몸은 죽어 썩어 없어져도 그 명성은 길이 후세에까지 남음을 이르는 말을 사차불후(死且不朽) 등에 쓰인다.
▶️ 貴(귀할 귀)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조개 패(貝; 돈, 재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궤, 귀)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궤)는 흙을 담는 그릇, 대나무로 만든 바구니로, 나중에 흙이 아니고 물건을 넣어두는 것에도 쓰였다. 貝(패; 재산, 화물), 많이 있는 보배, 귀하다, 귀하게 여기는 일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貴자는 '귀하다'나 '(신분이)높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貴자는 臼(절구 구)자와 土(흙 토)자, 貝(조개 패)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그런데 갑골문에 나온 貴자를 보면 양손으로 흙을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농경을 중시하던 시대에 흙은 만물을 창조하는 귀한 존재였다. 그래서 갑골문에서는 이렇게 양손으로 흙을 감싸는 모습을 그려져 '귀하다'나 '귀중하다'라는 뜻을 표현했었다. 그러나 소전에서는 여기에 貝자가 더해지면서 귀중함의 존재가 흙에서 재물로 옮겨져 오게 되었다. 그래서 貴(귀)는 (1)한자로 된 명사(名詞) 앞에 쓰이어 상대편을 높이어 예의(禮儀)를 나타내는 말 (2)희귀(稀貴)하거나 존귀(尊貴)하다는 뜻을 나타냄 등의 뜻으로 ①귀하다 ②신분이 높다 ③중요하다, 귀중하다 ④귀하게 여기다, 숭상하다 ⑤공경하다, 존중하다 ⑥비싸다, 값이 높다 ⑦바라다 ⑧귀(貴)한 사람 ⑨높은 지위(地位)나 권세(權勢) ⑩높임말 ⑪존칭(尊重)의 접두어(接頭語)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윗 상(上), 높을 항(亢), 높을 탁(卓), 높을 교(喬), 높을 준(埈), 높을 존(尊), 높을 아(峨), 높을 준(峻), 높을 숭(崇), 높을 외(嵬), 높을 요(嶢), 높을 륭(隆), 밝을 앙(昻), 드물 한(罕), 높을 고(高),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천할 천(賤)이다. 용례로는 편지나 물품을 받는 단체의 이름 밑에 쓰는 말을 귀중(貴中), 상대방을 높여 부르는 말을 귀하(貴下), 귀하고 소중함을 귀중(貴重), 신분이 높고 가문이 좋은 사람을 귀족(貴族), 비싼 값을 귀가(貴價), 귀한 손님을 귀빈(貴賓), 존귀하고 이름이 높음을 귀현(貴顯), 부귀와 빈천을 귀천(貴賤), 신분이 높은 사람을 귀인(貴人), 상대방의 나라를 높여 부르는 말을 귀국(貴國), 특별히 귀염을 받는 아이를 귀동(貴童), 존귀한 자태를 귀태(貴態), 귀하게 될 모습 또는 체격을 귀격(貴格), 지체가 높고 귀함을 영귀(榮貴), 스스로를 존귀하게 여김을 자귀(自貴), 드물어 매우 귀함을 희귀(稀貴), 인품이나 지위가 높고 귀함을 고귀(高貴), 재산이 넉넉하고 지위가 높음을 부귀(富貴), 보배롭고 귀중함을 진귀(珍貴), 물건값이 뛰어 오름을 등귀(騰貴), 물건이 귀함을 품귀(品貴), 높고 귀함을 존귀(尊貴), 곡식이 달리어 값이 비쌈을 곡귀(穀貴), 귀를 귀하게 여기고 눈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곳에 있는 것을 괜찮게 여기고 가까운 것을 나쁘게 여김을 일컫는 말을 귀이천목(貴耳賤目), 고니를 귀히 여기고 닭을 천하게 여긴다는 뜻으로 먼 데 것을 귀하게 여기고 가까운 데 것을 천하게 여기는 것이 인지상정임을 일컫는 말을 귀곡천계(貴鵠賤鷄), 신분이나 지위의 귀함함과 천함과 높음과 낮음을 일컫는 말을 귀천상하(貴賤上下), 군자는 인서仁恕의 마음이 있으므로 만사에 자신보다 타인을 높인다는 말을 귀인천기(貴人賤己) 등에 쓰인다.
▶️ 如(같을 여, 말 이을 이)는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동시에 음(音)을 나타내는 계집녀(女; 여자)部와 말을 뜻하는 口(구)로 이루어졌다. 여자가 남의 말에 잘 따르다의 뜻이 전(轉)하여, 같다의 뜻과 또 음(音) 빌어 若(약)과 같이 어조사로 쓴다. ❷회의문자로 如자는 '같게 하다'나 '따르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如자는 女(여자 여)자와 口(입 구)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여기서 口자는 사람의 입을 그린 것으로 '말'을 뜻하고 있다. 如자는 여자가 남자의 말에 순종하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부권 중심의 전통사회에서 여성의 순종을 미덕으로 삼았던 가치관이 낳은 글자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본래의 의미는 '순종하다'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로 '~와 같다'라는 뜻으로 가차(假借)되어 쓰이고 있다. 그래서 如(여, 이)는 법의 실상(實相)이란 뜻으로 ①같다, 같게 하다 ②어떠하다 ③미치다(영향이나 작용 따위가 대상에 가하여지다), 닿다 ④좇다, 따르다 ⑤가다, 이르다(어떤 장소나 시간에 닿다) ⑥당연히 ~하여야 한다 ⑦맞서다, 대항하다 ⑧비슷하다 ⑨어찌 ⑩가령(假令), 만일(萬一) ⑪마땅히 ⑫곧, 이것이 ⑬~과, ~와 함께 ⑭보다, ~보다 더 ⑮이에, 그래서 그리고 ⓐ말을 잇다(=而)(이)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대상이 변함이 없이 전과 같음을 여전(如前), 이와 같음을 여차(如此), 얼마 되지 아니함을 여간(如干), 사실과 꼭 같음을 여실(如實),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여하(如何), 왼쪽에 적힌 내용과 같음을 여좌(如左), 이러함을 여사(如斯), 일이 뜻대로 됨을 여의(如意), 있어야 할 것이 없거나 모자람을 결여(缺如), ~만 같은 것이 없음을 막여(莫如), ~만 못함을 불여(不如), 혹시나 설혹을 혹여(或如), 어떠함을 하여(何如), 뒤섞여서 어지러움을 분여(紛如), 뜻하지 않은 사이에 갑자기를 홀여(忽如), 3년과 같이 길게 느껴진다는 뜻으로 무엇을 매우 애타게 기다리는 것을 이르는 말을 여삼추(如三秋), 얇은 얼음을 밟는다는 뜻으로 몹시 위험함을 가리키는 말을 여리박빙(如履薄氷), 거문고와 비파를 타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부부 간에 화락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고금슬(如鼓琴瑟), 손바닥을 뒤집는 것과 같이 일이 썩 쉬움을 일컫는 말을 여반장(如反掌), 바람이 귀를 통과하는 듯 여긴다는 뜻으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태도를 일컫는 말을 여풍과이(如風過耳), 새가 하늘을 날기 위해 자주 날갯짓하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배우기를 쉬지 않고 끊임없이 연습하고 익힘을 이르는 말을 여조삭비(如鳥數飛), 여러 사람의 말이 한 입에서 나오는 것처럼 한결같음을 이르는 말을 여출일구(如出一口), 시키는 대로 실행되지 못할까 하여 마음을 죄며 두려워함을 이르는 말을 여공불급(如恐不及), 물고기가 물을 얻음과 같다는 뜻으로 빈궁한 사람이 활로를 찾게 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득수(如魚得水),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모(如怨如慕), 개미가 금탑을 모으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근검하여 재산을 축적함을 이르는 말을 여의투질(如蟻偸垤), 천금을 얻은 것 같다는 뜻으로 어떤 일을 이루어 마음이 흡족함을 이르는 말을 여득천금(如得千金), 강을 건너려 하는 데 마침 나루터에서 배를 얻었다는 뜻으로 필요한 것이나 상황이 바라는 대로 됨을 이르는 말을 여도득선(如渡得船), 남의 마음을 꿰뚫어 보듯이 환히 앎을 일컫는 말을 여견폐간(如見肺肝), 아주 작은 고을을 콩 만 하다고 비유하는 말을 여두소읍(如斗小邑),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과 같은 뜻으로 무슨 일을 하는 데 철저하지 못하여 흐리멍덩함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수투수(如水投水), 물고기가 물을 잃음과 같다는 뜻으로 곤궁한 사람이 의탁할 곳이 없어 난감해 함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어실수(如魚失水), 얼굴의 생김생김이나 성품 따위가 옥과 같이 티가 없이 맑고 얌전한 사람을 일컫는 말을 여옥기인(如玉其人), 나는 새가 눈앞을 스쳐간다는 뜻으로 빨리 지나가 버리는 세월의 비유를 일컫는 말을 여조과목(如鳥過目), 발과 같고 손과 같다는 뜻으로 형제는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깊은 사이임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족여수(如足如手),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호소하는 것 같기도 함을 이르는 말을 여원여소(如怨如訴), 한 판에 찍어 낸 듯이 조금도 서로 다름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여인일판(如印一板), 앓던 이가 빠진 것 같다는 뜻으로 괴로운 일을 벗어나서 시원하다는 말을 여발통치(如拔痛齒), 한쪽 팔을 잃은 것과 같다는 뜻으로 가장 믿고 힘이 되는 사람을 잃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여실일비(如失一臂),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다는 뜻으로 호랑이가 날개를 단 것과 같이 하늘로 비상하여 더 큰 일을 이룬다는 의미를 일컫는 말을 여호첨익(如虎添翼) 등에 쓰인다.
▶️ 浮(뜰 부)는 ❶형성문자로 酻(부)와 통자(通字)이다. 뜰 부(浮)는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孚(부)로 이루어졌다. ❷회의문자로 浮자는 '(물에)뜨다'나 '떠다니다', '가볍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浮자는 水(물 수)자와 孚(미쁠 부)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孚자는 子(아들 자)자에 爪(손톱 조)자가 결합한 것으로 아이의 머리에 손을 올린 모습을 그린 것이다. 浮자는 이렇게 머리에 손을 올린 모습의 孚자를 응용해 물에 빠진 아이의 머리채를 잡아 끌어올린다는 뜻을 표현하고 있다. 그래서 浮(부)는 물에 뜨다의 뜻으로 ①(물에)뜨다 ②떠다니다 ③떠서 움직이다 ④가볍다 ⑤(근거가)없다 ⑥진실성(眞實性)이 없다 ⑦덧없다, 정함이 없다 ⑧넘치다 ⑨높다 ⑩지나치다 ⑪은혜(恩惠) 갚음을 받다 ⑫행(行)하다 ⑬낚시찌, 부표(浮標) ⑭벌(罰) ⑮높은 모양 ⑯하루살이(하루살이목의 벌레 총칭) ⑰맥(脈)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뜰 범(泛),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잠길 침(沈)이다. 용례로는 기체나 액체 안에 들어 있는 물체가 그 표면에 작용하는 압력에 의하여 위쪽으로 뜨게 함을 부력(浮力), 물 위로 떠오르는 것을 부상(浮上), 붙여 두었던 것을 띄어 버림을 부취(浮取), 헤엄을 치거나 물에 빠졌을 때 몸이 잘 뜨게 하는 물건을 부포(浮包), 가라앉은 것이 떠오르거나 떠오르게 함을 부양(浮揚), 교각을 세우지 아니하고 널조각을 걸쳐 놓은 나무다리를 부교(浮橋), 떠서 흐르는 것을 부류(浮流), 물거품을 부말(浮沫), 물 위에 떠 있는 나무를 부목(浮木), 한곳에 붙박이로 살지 않고 떠돌아 다니는 백성을 부민(浮民), 물 위에 띄워 어떤 목표로 삼는 것을 부표(浮標), 근거 없는 거짓말을 부와(浮訛), 마음이 들뜨고 경박함을 부박(浮薄), 무늬를 떠 보이게 짠 직물을 부직(浮織), 덧없는 인생을 부생(浮生), 부증으로 말미암아 부은 상태를 부기(浮氣),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이나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을 부언유설(浮言流說), 아무 근거없이 널리 퍼진 소문 또는 터무니없이 떠도는 말을 부언낭설(浮言浪說), 떠돌아 다니는 허황한 말을 부허지설(浮虛之說), 부랑자의 점잖은 말을 부랑자제(浮浪子弟), 부랑자의 무리를 일컫는 말을 부랑지도(浮浪之徒), 하늘에 떠도는 구름처럼 일시적인 불의의 부귀를 바라는 마음을 일컫는 말을 부운지지(浮雲之志), 덧 없는 인생은 꿈과 같음을 일컫는 말을 부생여몽(浮生如夢), 뜬구름같이 덧없는 부귀라는 뜻으로 옳지 못한 방법으로 얻은 부귀를 이르는 말을 부운부귀(浮雲富貴), 뜬 인생이 꿈과 같다는 뜻으로 인생이란 한갓 허무한 꿈에 지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부생약몽(浮生若夢), 살 도리가 없어서 정처 없이 떠다니는 낙오된 신세를 이르는 말을 부평전봉(浮萍轉蓬), 뜬구름과 아침 이슬이라는 뜻으로 덧없는 인생이나 세상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부운조로(浮雲朝露) 등에 쓰인다.
▶️ 雲(구름 운)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비 우(雨; 비, 비가 오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云(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雨(우)는 천체(天體)에 관계가 있다. 云(운)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에 수증기가 하늘에 올라 자욱이 퍼지는 모양에서 구름을, 雲(운)이 생긴 후로는 云(운)을 말하다란 뜻으로 썼다. ❷회의문자로 雲자는 '구름'이나 '습기', '덩어리'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雲자는 雨(비 우)자와 云(이를 운)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云자는 뭉게구름이 피어오른 모습을 그린 것으로 소전까지만 하더라도 '구름'이라는 뜻으로 쓰였었다. 그러나 해서에서는 날씨와 관련된 글자임을 뜻하기 위해 雨자가 더해지게 되었다. 구름은 하늘 높은 곳에 떠 있으므로 雲자는 높음을 뜻하기도 하지만 금세 사라지기도 하기에 속되고 덧없는 것으로 비유되기도 한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간체자가 보급된 이후 다시 옛 글자인 云자를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雲(운)은 성(姓)의 하나로 ①구름 ②습기(濕氣) ③높음의 비유 ④많음의 비유 ⑤멂의 비유 ⑥덩이짐의 비유 ⑦성(盛)함의 비유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구름이 오고가는 길이라는 운로(雲路), 구름처럼 많이 모임을 운집(雲集), 사람이 구름처럼 많이 모임을 운둔(雲屯), 구름과 안개를 운무(雲霧), 구름과 진흙이란 뜻으로 차이가 썩 심함을 운니(雲泥), 구름이 덮인 바다를 운해(雲海), 기상이 달라짐에 따라 구름이 움직이는 모양을 운기(雲氣), 구름 낀 먼 산을 운산(雲山), 구림이 걸친 숲을 운림(雲林), 구름 밖이나 구름 위를 운표(雲表), 외로이 홀로 떠 있는 구름을 고운(孤雲), 이상한 모양의 구름을 기운(奇雲), 하늘에 떠 다니는 구름을 부운(浮雲), 저물녘의 구름을 모운(暮雲), 엷은 구름을 경운(輕雲), 머리털이나 새털 모양으로 보이는 구름을 권운(卷雲), 여름철의 구름을 하운(夏雲), 빛이 몹시 검은 구름을 흑운(黑雲), 구름과 진흙 차이란 뜻으로 사정이 크게 다르다는 경우에 쓰는 말을 운니지차(雲泥之差), 구름 같은 마음과 달 같은 성품이라는 뜻으로 맑고 깨끗하여 욕심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운심월성(雲心月性), 남녀가 육체적으로 어울리는 즐거움을 일컫는 말을 운우지락(雲雨之樂), 구름처럼 합하고 안개처럼 모인다는 뜻으로 어느 때든지 많이 모임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합무집(雲合霧集), 구름이나 안개가 걷힐 때처럼 산산이 흩어져 흔적도 없이 됨을 이르는 말로 의심이나 근심 걱정 등이 깨끗이 사라짐을 비유하는 말을 운소무산(雲消霧散), 구름처럼 어느덧 흩어지고 새처럼 자취 없이 사라짐을 일컫는 말을 운산조몰(雲散鳥沒), 구름이 열려 해를 본다는 뜻으로 지금까지 구름처럼 꽉 막혔던 것이 비로소 열림을 이르는 말을 운개견일(雲開見日), 속됨을 벗어난 인간의 고상한 기질과 성품을 일컫는 말을 운상기품(雲上氣稟),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게 갠다는 뜻으로 병이나 근심이 씻은 듯이 없어짐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운권천청(雲捲天晴), 구름은 용을 좇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는 뜻으로 의기와 기질이 서로 맞음을 이르는 말을 운룡풍호(雲龍風虎), 탐스러운 귀 밑머리와 꽃 같은 얼굴이라는 뜻으로 미인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운빈화용(雲鬢花容), 구름이나 연기가 순식간에 눈앞을 스쳐가고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는 뜻으로 한때의 쾌락을 오래 마음에 두지 않음을 이르는 말을 운연과안(雲煙過眼), 구름이 아무 생각 없이 일고 흐르듯이 인생을 유유히 삶을 이르는 말을 운출무심(雲出無心), 큰 가뭄에 구름과 무지개를 바란다는 뜻으로 희망이 간절함을 이르는 말을 운예지망(雲霓之望), 구름 속을 나는 두루미라는 뜻으로 고상한 기품을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을 운중백학(雲中白鶴), 구름이냐 산이냐는 뜻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산인지 구름인지 분별하지 못하여 의심함을 이르는 말을 운야산야(雲耶山耶)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