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1> 방범창이 설치된 횡천역
2주 전에 사전조사를 위해 미리 횡천을 방문했을 때는 횡천역에 많은 변동이 있었습니다. 5월 초, 하동역에 전화로 이런저런 소식을 물어볼 때, 먼저 피난선 철거 공사를 했다는 슬픈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문득 횡천역 피난선이 있던 곳은 지금은 다솔사역까지 진행된 국도2호선 4차선 확장공사 부지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항상 공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빨갛고 노란 깃발들고 측량하는 분들이 오르락 내리락 하죠. 작년부터 이런저런 측량 하는 모습을 보고 언제쯤 공사 시작할까 했는데 이렇게 예상보다 빨리 공사 준비를 하나 봅니다. 철도 부설물부터 먼저 깨끗히 제거되었으니 횡천역의 그날도 그렇게 오래 남은 것은 아니구나 생각해 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변화가 감지되었습니다. 횡천역 역무실 창문을 나무판자로 막아둔 것때문에 역 건물에서 냄새도 빠지지 않으며 환기도 안돼고 나무들이 습하면 곰팡이도 슬고 대기하기도 힘들어서 작년부터 기회 될 때마다 다른 역들처럼 쇠창살로 교체해 달라는 요청을 지역본부 및 하동역에 건의드렸었는데 이게 실제로 일어나 버렸습니다!
어느날 유리창을 막은 나무 합판이 다 뜯어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해바라기 심으러 이번에 내려와 보았더니 모든 창문에 흉한 나무 합판이 아니라 방범창 공사가 완료되어 있었습니다. 횡천 임대 사건이 있었던 이후에 이런 큰 변화도 다가오니 잘 믿어지지 않았지만 확실히 좋은 변화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횡천역에 방범창이 설치되게 신경써주신 여러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명예역장으로 1년간 횡천에 있으면서 작년 여름에 진행된 것이 장내 플랫폼에 장애인 보도블록 설치, 이번 봄에 횡천 임대 사건으로 인해 역무실에 있던 무전기 및 방송장비를 외부로 다 이설해서 역무실에 아무것도 없이 깔끔해진 것(이것은 임대를 위해 시행한 공사이긴 하지만 역 안쪽 콘크리트를 파헤치고 장비를 이동하고 전선을 파묻은 대공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번 방범창 공사까지.. 간이역이지만 이런 변화가 가능했다는 것이 기쁘기도 합니다.
<사진 2> 시험작동이 성공하고 기기에 붙어있던 필름(새 가전제품에 발라져 있는 필름 기억하실겁니다)을 뜯는 설치 기념식을 가졌습니다.
<사진 3> 그리고 성공적인 기기의 작동에 밖에서 해바라기를 심는 손길을 잠시 멈추고 모두 모여 최고의 감탄사를 외치며 삽질의 성공을 즐깁니다 ^^
<사진 4> 그리고 반년의 개발과정을 거쳐서 이번 3월달에 횡천에 설치되고, 한달동안 골방에 박혀서 테스트작동을 하다가 4월초에 정식으로 설치되어 현재까지 이상없이 작동중인 열차도착안내장치 앞에서 설계자 맛스타 황님과 기념 촬영! 기술자의 포스가 넘쳐흐르십니다
<사진 5> 역장과 맛스타 황님이 멀티미디어 정보 디스플레이 설치로 인해 삽질을 하는동안 밖에서는 진짜 삽질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횡천에 내려오기 전날에 비가 좀 와서 그런지 땅이 덜 말라 있습니다. 땅이 마르면 호미도 안들어가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천만 다행입니다.
<사진 6> 땅을 고르고 호미로 씨앗을 심을 구멍을 확보합니다. 군필자가 많아서 그런지 작업은 일사천리로? 그리고 안전한 작업을 위해 작업장구를 북천과 하동에서 대여할 때, 무전을 통하여 지나는 여객 및 언제 지나갈지 모를 화물열차 기관사님들께 저희의 작업사실을 알리도록 부탁드렸습니다. 그리고 작업안전을 위해 작업중의 한명은 감시자로 배치합니다.
<사진 7> 흰 그릇에 담긴 것은 해바라기 씨앗입니다. 꽃집에서 구매한 1키로들이 일반종 해바라기를 물에 좀 불렸다가 파종을 시작합니다. 오늘따라 유독 "김양"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 얼굴이 다들 발갛게 되버리셨습니다..... (__)이건 다 역장 때문에.. ㄷㄷㄷ
<사진 8> 이번 파종은 먼저 1킬로그램 봉투의 반을 심으면서 최대한 많은 곳에 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횡천에서 해바라기 파종이 처음이니만큼 잘 자라줄지 걱정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사진 9> 그와 동시에 안에서는 횡천역 역사 임대 때문에 역에 미리 설치됐던 기증 액자들을 다시 설치하는 작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없었던 횡천역 내 맞이방이 그나마 온기를 찾기 시작합니다.
<사진 10> 위의 큰 액자들은 Rail+기증 액자,(작년에 설치) 그리고 작은 액자들은... 예. 북천 코스모스 행사에 오셨던 분들은 기억하실 겁니다.. 그때 그 액자들이죠.. 이 액자들과 함께 있던 승차권 역사 배너 3대는 아직 북천역에 그대로 설치되어 있습니다.
<사진 11> 차분한 분위기의 횡천역 내부 모습. 철도여행이 시작되는 그곳. 합리화의 칼바람 대신에 손님들이 철도는 아직 인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낄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12> 현재의 횡천역 수입은 무엇일까요? 돈만으로 계산되는 것이 아닌 횡천역을 찾는 사람들의 웃음과 행복이 횡천역에겐 정말 큰 수입일 것입니다.
<사진 13> 작업이 마무리되었을 때는 벌서 해가 오후로 넘어가 있었습니다. 다들 지쳐서 그늘이 있는 역무실로 대피합니다. 횡천에 내려왔을때는 항상 작업할때는 너무 뜨겁고, 사진찍을때는 항상 비가 내리는 이 끈질긴 머피의 법칙이 괴롭히니 한 레일플러스 회원은 "횡천역은 다~그래~" 를 외칩니다.
<사진 14><사진 15> 맛집 우리식당에서 오늘도 상다리 부러지게 먹고 나면 피로가 확 풀립니다. 그리고 해바라기팀은 순천을 거쳐서 남도에서 벗어나 귀가합니다.
** 그리고 근성질팀은 다시 횡천으로 돌아와서 낮에 작업했던 호미나 삽등 장비를 챙기고 원소속의 역으로 모두 반납하고 근성질 일정으로 복귀하였으나.. 다음날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줄창 쏟아지는 비로 인해.. (이거 뭐 사진 한장 값이 엄청나지는군요..) 전라도 답사를 마친 후 상경하게 됩니다.
** 마지막으로 이 먼곳까지 밤새 운전하여 달려오신 CASSIOPEIA 님과 김성수님께, 정말 바쁘신 일정에 시간을 쪼개어 직접 내려오셔서 저희를 격려해 주신것에 감사드립니다! 항상 천키로 넘게 달리게 하는 썩은 역장즐이라 죄송할 뿐이지만.. 그리고 땡볕에서 해바라기를 심는, 기기를 설치하는 그야말로 삽질이라고 할수밖에 없는 일에 달려와서 함께 동참해 주신 맛스타 황님과 피곤한 일상에도, 시험중에도, 학교를 다니는 중에도, 먼곳을 여행하고 있는 중에도 달려와 이 순간을 함께해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함께 땀흘린 노력이 빛을 볼수 있도록 작은 씨앗이지만 거치른 철도땅에서 해바라기 꽃을 볼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그리고 많이 부족한 역장과 함께 촬영하느라.. 인터뷰 따기 정말 어려운 친구를 둔 정말 고생한 권군과 박군에게도 감사를 전하며 글을 마칩니다.
첫댓글 애쓰셨습니다~^^ 여러분들의 작은 땀방울덕에 멋진 횡천역이 되었군요..철도가 공사화되면서 공공성이 퇴색하고 민간기업색채가 강화되다보니 예전의 추억과 낭만이 서려있던 많은 역사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가는게 안타깝습니다..뭐 이제 시대흐름이 그러니 되돌릴수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온국민의 대중교통을 위한 공공성 유지는 계속되어야 합니다...여러분들의 손길이 담긴 횡천역이 외지로 오가는 주민들의 발이 계속 되어주기를 빌어봅니다.....^^
고생많으셨습니다. 지난 방문때보다 사진이 추가로 설치된 모습도 무척 아름답습니다~
철도애호활동을 넘어 사회에 이바지하는 유럽, 미국의 철도동호인과 같은 분들이 우리나라에도 탄생했군요.
제가 볼때 철도동호계와 사회에 있어 신선한 이야기라, 위에 관련된 별도의 글을 쓰면서 사진을 블로그에 이용하고자 합니다.
게시예정날짜는 6월 5일 새벽 1시로 예약해 놓았는데, 혹시 문제가 된다면 알려주세요. 사진에 대한 변형은 하지 않았고 저작자를 표시해 놓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