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부터 철도동호회 계에 암묵적으로 묵인되고, 혹은 끄집어 내면 안되는 비밀스러운 약속으로 "정보를 얻어내야 할 상황에서 철도 운영기관을 상대로 민원을 제출하여서는 안된다"라는 명제가 있습니다. 이것은 주로 젊은, 혹은 어린, 갓 철도계에 입문하게 된 애호인들이 자신들의 궁금한 점을 동호회 모임을 통하여 이리저리 찔러넣어봐도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하여 결국 마지막으로 선택하거나, 혹은 막바로 민원을 제기하여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것인데 이럴때마다 다소 오랫동안 활동해오던 청중장년층들에게 이따금 꾸중(?)을 듣게 되어 또 다른 갈등의 씨앗이 되고는 합니다.
바로 얼마전에도 신분당선 전동차의 갑종회송이나 3호선 전동차의 갑종회송 정보를 민원으로 물어서 얻어낸 사례가 있어서 일부 기성 애호인들이 비판을 하던 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때 민원을 제기한 사람들에게 가해진 비판에서 문제, 혹은 그 사유만 제기할 뿐,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기에 민원 제기자 및 그에 동조하는 다른 애호인들의 반발심만 키우게 됩니다.
그렇다고 칵스가 오랫동안 활동해왔다는 것을 자랑하자는 것도 아니요, 괜히 혼내거나 훈계하려드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그리고 이렇게 작성하는 칵스 역시 모범적인 답안이나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어떤 작용을 통하여 그 민원이 해결되고, 또 반영이 되는지, 또 그에 따른 대안은 없는지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래는 코레일 홈페이지의 '고객참여마당'에서 '고객의 소리'항목 사이드메뉴의 <고객의소리 이용안내>란에서 캡쳐해온 도표입니다. 일반적으로 제기되는 민원이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는지 그 원리를 나타낸 것입니다.
여기서 불만사항이라는 것은 단순히 '폭탄 객차 좌석이 너무 불편하니까 빨리 바꿔달라'는 등의 불편 신고 뿐만 아니라 철도를 이용하면서 생기게 되는 각종 의문이나 제안 등의 사항도 포함됩니다. 즉 이 게시판은 코레일과 고객이 서로 맞대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 창구와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 도표를 보면 단순히 제기한 민원이 여러 부처로 접수가 되고 이를 거치면서 많은 손을 요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최초에 접수받은 민원은 관계 부처로 이첩이 되며 이때 사람의 손을 거쳐야 하며 접수받은 담당자는 이 건이 어떻게 되어가는지 수시로 체크를 해야만 합니다. 자신의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의 경우 그 부서 고유의 업무까지 처리하면서 이 민원을 받아주어야 하며 시간은 늦어져만 가고, 이 동안 기다려야 하는 민원 접수자와 업무가 추가된 담당 부서 모두 신경이 곤두설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담당 부서에서 관련된 해결책을 넘겨받아 답변까지 마친 민원을 접수받은 담당자는 민원에 대한 최종 응신 등의 모든 작업이 완료된 후, 그 답변에 대한 보고의 의무까지 생기게 됩니다.
여기 또 다른 도표를 제시합니다. 서울메트로 '고객마당'의 '고객의 소리'에서 <고객의 소리 절차> 메뉴를 들어가면 볼 수 있는 도표입니다.
앞서 코레일의 경우와 명칭은 약간씩 차이가 있어도, 결국 하는 업무는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축약하여 이야기한다면, 우리에게는 그냥 일반적으로 묻는 행위이지만, 이를 접수받고 처리하는 기관의 입장에서는 이것도 하나의 업무가 가중되는 셈입니다.
자기가 해야 할, 그것도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닌 억지로 하는 것을 좋아서 할 사람들이 누가 있을까요? (아무리 회사가 좋아서 입사를 하였다고 해도, 결국 이것이 의무가 되고 억지가 되면 자연히 싫어지게 됩니다) 더군다나 애호인들이 이런 민원을 제기하였다고 알게되면 그들의 애호인들에 대한 평판은 당연히 좋지 않아지게 됩니다. 그것이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상황에서 접수받거나 처리해야 할 일이면 더더욱 말입니다.
물론...질문을 해결하기 위하여 민원을 제기할 수밖에 없는 현황의 문제도 있습니다. 현재의 운영기관들은 철도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항들을 전부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온라인 클럽에서 돌고 도는 정보는 결국 한정되어 있고, 이는 애호인들이 결국 민원창구를 두들기는데 한몫 하였습니다. 게다가 유럽이나 일본처럼 매달 간격으로 새 소식을 알려주는 철도전문 잡지도 전무합니다. (인쇄물이 있다지만, 이것은 매우 전문적인 학술지나 서적 수준이며, 철도 애호인들이 관심있어 할 분야에 대해서는 거의 다루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백지상태의 애호인들이 지식을 찾을 통로가 없는 것은...어찌보면 당연합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시각도 있습니다. 철도라는 시설 자체가 준 국가 중요시설인지라 철도 운영기관에서도 가급적 공개를 하지 않고, 철도애호인들을 포함한 일반인들에게 함부로 정보를 내어주지 않는 것 또한 당연합니다. 하지만 정보의 공개 여부를 가리는 판단은 애호인들이 아닌 담당 운영기관의 몫이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으로는 울며 겨자먹기로 기다리는 수밖에는, 아니, 포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애호인들의 입장에서는 "저 정도 자료는 공개해도 됨직한데 왜 그냥 공개하지 않느냐"라고 반감을 가질 수는 있지만, 이것을 강제적으로 꺼내어달라고 하는 요구는 지나친 처사가 아닐까 합니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철도를 이용하는 고객으로서 이 정도의 민원은 당연하다, 당위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들의 말도 일리는 있고, 하나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민간인, 단지 열차에 올라타서 여행을 하고, 어디론가 이동하는 목적만을 가진 고객들이 "3호선 신차는 언제 올라옵니까", "리미트 객차는 언제 어떻게 편성됩니까(이 질문은 일반인의 입장에서도 할 수 있지만, 리미트라는 명칭을 구사할 수 있는 일반인은 거의 없을것입니다)"등의 질문을 할 일은 없고, 그렇다면 이런 질문을 할 사람들은 바로 철도 애호인들이라는 유추가 가능한데 이럴 경우 앞서 이야기하였듯 관련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자기의 업무가 철도 애호인들에 의해 가중되는 셈이므로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저런 주장을 펼치는 사람들에 대하여 정말로 비약시켜서 나쁘게 말한다면, "자기 합리화에 불과하다"고 까지 생각할 여지가 있습니다.
(물론 칵스는 항상 이렇게 생각하지는 않으며, 단지 과장하여 언급하였을 뿐입니다)
2001년에 칵스가 처음으로 온라인 상으로 철도 애호클럽에 가입하고 활동하던 시기를 회상하여 봅니다. 그때 당시에도 인터넷을 통하여 다량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지만, 일목정연하게 정리되어있는 자료는 흔치도 않았을뿐더러 무척 얻기도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이전에 비해서는 굉장히 많은 양질의 정보를 인터넷 검색 약간으로도 충분히 얻을 수 있는 시대입니다. 민원을 제기하기 전에 시간을 조금 투자하여 본다면 뜻하지 않던 자료들까지 검색에 걸려들어 더 많고, 더 좋은 자료를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추천하는, 정보를 얻어낼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직접 찾아가 면담하라'는 것입니다. 이 경우 담당 직원의 입장에서는 귀챦은 것은 똑같지만 업무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부담감이 덜해지고, 이에 따라서 다소 여유를 가지고 질문에 응해줄 것입니다. 더군다나 면대면으로 마주대함으로서 서로가 상대에 대하여 알 수도 있고(무작정 아무개 누구인데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것과 어느 정도 상대에 대하여 알면서 자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범위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때 쌓인 친분이나 신뢰로 나중에 더욱 좋은 정보를 지속적으로 얻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마무리를 하자면...시간을 들여서 찾아낸 정보나 자료는 충분히 그 값어치가 있지만, 간단하게 얻어낸 정보는 결국 새어나가서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만약 어떤 특정한 정보에 대하여 정말로 찾고 싶은 욕망이나 열정이 있다면 이 자료를 찾는데 시간을 투자해가면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그 사람은 이 자료에 대한 열정이 부족한 것이며, 진정으로 철도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P.S.-2010년 5월 29일, 인터넷을 뒤적이던 중 철도 잡지 "RAILERS"라는 잡지가 창간 준비중이라는 정보를 입수하였습니다. 철도 애호가들을 위하여 다양한 정보를 수록할 것으로 보이는 이 잡지는 그동안 접할 수 있었던 인쇄물들 - 즉 운영기관의 사보나 연구기관의 간행물, 혹은 철도신문이나 레일 앤 뉴스같은 신문들과는 조금 다른 방향과 관점으로 접근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 잡지의 출간으로 현재 철도애호계의 많은 면에서 판도가 뒤바뀔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 긍정적인 면도 많이 있겠지만 자칫 모든 것이 재물과 연결되는 단점도 존재할 것이라 추측해봅니다.
사족의 사족 : 이 RAILERS라고 하는 잡지는 지난 2009년 10월에 창간된, 민항기 애호가를 위한 잡지, 월간 "에어라이너즈"를 출판하는 (주)에어로그라피에서 기획한 것입니다. 근래의 행보를 볼 때, 교통 전문의 간행물을 출판하는 이 회사에서 일본의 '이카로스 출판'의 냄새를 맡으며(-_-) 하루빨리 이 '레일러즈'의 창간호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P.S.2-본문 중에 면담을 통하여 정보를 얻어내라고 권장한 대목에서 오해로 운영기관에 전화를 빗발치듯 걸거나 무작정 만나겠다고 행하는 사람이 있을까봐 추가로 적어둡니다.(←이것은 사실 철도애호인의 행동에 앞서 인간 관계에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덕적 문제이기에 언급할 필요는 없지만-_-) 이보다도 더 좋은 방법은 "많은 철도 애호인 친구를 사귀어서 그들을 통하여 정보를 얻어내라"는 것입니다. 모두가 아는 정보가 있는가 하면 나 혼자만이 알고 있는 정보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모이게 되면 친목이 생기고 그렇게 되면서 오가는 많은 정보들은 분명 자신의 지식을 살찌울 것입니다. 이러면서 인간관계도 싹틔우고 평생의 친구로 남게 되는 것은 덤이겠지요 :)
P.S.3-본문에 대한 비판은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이 의견은 칵스의 의견일 뿐이기 때문에 가급적 여러 견해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기 원합니다. 단 근거없는 비난이나 매도는 사양하겠습니다.
첫댓글 흠.. 민원제기의 남발도 하나의 폐해이긴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굳이 해당 기관의 고충까지 신경쓸 이유는 없습니다. 권리행사를 억지로 막을 이유도 없고, 우리스스로 정보공개에 대해서 해선안된다고 생각하는 것 부터가 오히려 문제가 있는게 아닐까요?
정보공개 제도의 취지는 해당 기관이 잘못된 운영을 하고 있는가 등을 감시/견제하고자 하는 것이지, 회송열차 다이아라든가 하는 사회적으로는 별 상관 없는... 그냥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물어보는 것 이 제도의 취지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
정보공개는 감시, 견제 뿐 아니라 알고자 하는 정보를 얻기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일부에서 민원을 남발한다고 해서 그 자체를 막을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1. 정보공개 제도와 민원제도는 별개의 것입니다. 지금 문제는 개인의 "사소한" 궁금증 해결을 위해 민원창구를 두들긴다는 것입니다.
2. 이런 행위를 강제로 막을 길은 없습니다. 개인의 자유니깐요. 다만 개인의 자유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그것이 돌고돌아 애호인 사회에 나쁜인식으로 남는다면 그것 또한 문제입니다. 서로가 자제해 나가야지요
서울메트로 압구정역의 '민원아줌마'는 일주일에도 두세건의 민원을 냈던 사람으로 언론에 보도된 바 있습니다. 당시 신문기사에서 '모든 민원은 A4 2장 분량의 보고서 2부가 각 건마다 작성되어야 한다.' 라는 부분을 보고 질문성 민원제기가 현업 종사자들을 괴롭히는 '폐혜'가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죠.
본문의 내용에는 크게 공감합니다만. 사실 기관측의 문제도 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요. 누가 봐도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질문이나 민원이 들어올 수 있다는 것 (압구정역 민원아줌마라든가...) 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상황입니다. 각 기관이 그런 내용에 대해서는 최대한 정중하게. 하지만 단호하게 거절할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도 그런 방향으로 정비해야 할 것입니다.) 비둘기도 누군가가 밥을 주니까 계속 살아갈 수 있고, 지하철 행상인들도 누군가가 물건을 사니까 계속 남아 있을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게 오히려 정보공개를 막는 구실이 될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정보공개 청구자체를 좋지않은 인식으로 보는 것 같아 상당히 안타깝네요. 단지 일부분의 민원 남발 때문인지. 아니면 그냥 정보공개 청구제도 자체가 귀찮은 것으로 생각하는지는 생각해볼 여지가 있긴 합니다만, 이전에 코레일측에 정보공개 요청을 했을 때도 그런류의 답변을 별도로 받은 적이 있긴 했는데, 생각보다 그런 인식이 상당한 편이었군요.
본문에는 동감합니다.
하지만 저렇게 질문성 민원이 남발하는 데에는 운영기관의 "크레믈린式 비밀주의도 한몫 하겠지요.
얼마 전 철도공사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해랑"에 대한 정보를 얻으면서 알게 된거지만, 정보공개 목록을 보면 당췌 공개하려는 정보가 어떤 정보인지 간략한 설명도 없고 딸랑 제목 몇줄과 공개여부 이정도만 나와있습니다. 120자내외로 해당 정보가 어떤 것인지 알려주면 좋을텐데요.
정보공개가 중요한 이유는 인적관계를 통하여 정보를 획득하는 방법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 더욱 필요한 방법이기도 합니다. 특정인만이 정보를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원하는 정보를 해당기관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정보획득의 기회가 평등해지기 위해서는 더욱 중요하구요. 민원남발은 별개로 다뤄져야 할 사안이지 그 자체로 정보공개 자체를 부정하거나 좋지않게 보는 것 또한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그 또한 판단하기 나름이겠죠. 물론 민원 남발이 문제가 될 소지는 있습니다만, 그건 제도가 있는 한 어차피 악용될 소지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겁니다. 정보공개 사안이 된다면 공개하면 될 일이고, 만일 그렇지 않는 것이라면 비공개 처리하면 그만입니다. 정보공개 처리 자체가 귀찮다고 여긴다면... 담당자의 인식이 문제가 있는 것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