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난 아르는 알 수 없는 따스함을 느꼈다.
사실 어떤 경로로 쓰러져 지금 이 황량하게도 넓게 느껴지는 침대 위에서
고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하느라 바빴지만 말이다.
얼굴에 가득 담긴 의문은 멍한 상태에서 벗어났을 때 알 수 있었다.
방에 들어서고, 싸움으로 인한 상처에 의해 정신을 잃었는데.
바닥에 부딪히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장로님… 덕분이었다.
어떻게?
그리고 왜?
란 의문에 대한 답은 떨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방에 기척도 없이 들어온 것 하며-정신이 혼미해서 알 수 없긴 했지만-그
래도 순순히 디트리히가 들여 보내 줄 리가… 아니 장로님이어서 그런가…
마치 기운 없이 창백해있던 모습을 씻어내려는 듯
침대 옆 놓여져 있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개운히 속을 시원하게 만든
후의 아르에 표정은 결의의 찬, 분노한 모습이었다.
아르의 깨어남과 동시에 출정은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제 2마계로 들어가는 입구.
곳곳에 거의 지워진 싸움의 흔적만 남아있을 뿐.
그 곳엔 아무도 없었다. 제 2마계 측에서 마치 올 테면 와라. 라는 기세가
보이는 한 순간이었다.
아르가 누워있던 사이에. 조 편성까지 이루어져 아르가 속한
조가 움직일 땐 이미 준비되어있던 많은 부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습니까.”
이미 도착해있던 엠므는 다듬어진 칼을 쉴 새 없이 매만지고 있었다.
칼 역시 그의 마음과 동요라도 하듯 웅웅 대고 있었다.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엠므는 절도 있는 자세로 짧게 목례를 한 후 본래 있었던 위치로 돌아가
모두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거대한 마나의 파동이 곳곳에서 이루어졌다.
공간 이동에 의해 바쁘게 마나들이 움직인 것이다.
도착한 제 2마계.
“이 곳인가…”
제 2마계는 황량함 그 자체였다.
제일 처음. 원래 내가 살던 세계에서 마계란 어떤 곳일까.
상상했던 그 모습과 유사했다.
삶의 가치를 잃어버린 곳. 죽음이 기다리는 곳.
모든 절망과 파멸, 잔혹함이 예정 된 곳.
다 쓰러져가는 철창이 바람에 위태롭게 흔들려
끼익 거리는 소리가 거북하게 울렸다. 메마른 대지는
삭막한 바람에 휩쓸려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리고 저 멀리. 검은 개미 떼라도 되 듯 많은 수의 괴물들이 정렬하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마음 속 저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가 끓어올랐다.
“빠드득…”
온 신경이 곤두 섰을 때. 더 짜증나게 한 것을 발견했다.
“감히…!!!!”
미세하게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 아니 느꼈다기 보다는
나의 벗인 그들이 내게 알려주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나를 비추고 있는 마나가 있다는 것을.
45도 각도 위 10m 상공에서 그 마법은 시현 되고 있었다.
Shed guise on 이란 마법. 시전자는 아마 이 제 2마계의 주인이겠지.
“써버런스-(serverance 절단).”
저 정도의 마법은 단순히 백마법으로도 절단이 가능했다.
백색의 빛이 상공 10m에서 번쩍임과 동시에 내 모습을 비추는 것은 불가능해졌다.
그가 그러할수록. 내 기세는 더욱더 타올랐다.
분노로… 차가워진 냉정함으로.
“모두 전투형으로 전환할 것을 명령한다.”
옆에 있는 샤랄라와 빈켄트에게 알렸다.
그들은 긴장된 모습으로 목례 후 각 부대를 이끄는 이들에게 알렸다.
“전투형으로!!”
각각이 지니는 고유의 마나의 색이 찬란히 빛을 냈다.
전신에 둘린 갑옷 역시 각 종족의 특색에 맞게 변형되었다.
나 역시. 그들과 함께… 내 곁에서 사라진 소중한 존재들을 위하여
전투형으로 전환했다.
“후후후… 아름다워…”
‘밝음’ 이라는 단어의 존재가 무의미해질 이 곳.
칙칙한 어둠에 가려 존재라고 찾아 볼 수 없는 이 곳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렸다.
“탐할 가치가 있는 존재야…”
성의 구별이 불가능한 목소리가 께름측 하게 공간을 메웠다.
소름까지 돋는 건조한 목소리였다.
그 알 수 없는 존재는 마법을 통해 아르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 곳 인가…]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 마나의 유동이 있고 난 후.
알 수 없는 존재는 단 한 사람의 모습만 비추고 있었다.
[감히….!!!!]
순간 알 수 없는 존재와 아르의 눈이 마주 쳤을 때.
아르의 마법 시전이 있었다.
“분노한 모습마저.. 저리 눈부시다니…아아…”
아예 넋이 나간 것임이 틀림없다.
[써버런스!]
짧은 시동어.
그로 인해 시전자가 피해를 입었다.
“크으윽…”
알 수 없는 존재 외에도 그 곳에는 검은 후드를 덮고 있는
또 다른 사내가 있었다. 아르의 모습을 비춰주는 마법을 시전한 자가
그였던 모양이다.
“아, 내가 할 걸 그랬군… 당하는 그…황홀감은 어떠할까…”
이 정도면 중증이다 싶을 정도에 심각한 말을 뱉어낸 알 수 없는 존재.
만약 아르가 그 소리를 들었다면 소름이 돋아 피부를 홀딱 벗겨내서라도
닭살을 지우려 들라 했을 것이다.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양쪽의 진영에 팽팽한 긴장감이 넓고 황폐한 광야에 감돌았다.
바람 한 점이 그 가운데를 스쳐 지나가자… 마치 신호음이라도 되 듯
양 진영에선 땅을 뒤흔드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다가왔다.
“크웨에에에!!”
“정렬!!”
각각의 진영이 서로를 마주하고 200m 가량을 남겨두고 대열 정비의 소리가
크게 외쳐졌다.
괴물들의 소리가 나는 쪽에선 무수히 많은 괴물들이 침을. 또는
붉은 안광을 더욱 붉게 빛을 내며 크르릉- 대고 있었다.
그 붉은 안광을 가진 자들 중. 유일하게 정갈한 자세로
사태를 주시하고 있는 자가 보였다.
“대등한 인원수로군. 하지만, 우릴 너무 만만하게 보았어.”
그의 주변에는 대답해줄 이가 아무도 없었다.
모두 반은 정신이 나간. 그런 상태였으므로.
은색의 화려한 무늬가 새겨진 안대를 왼쪽 눈에 얼굴을
대각선으로 가로질러 깔끔히 매고, 축 처진 볼 살 들이 마치
한 마리에 도사견 중 불독을 연상케 하였다. 깔끔히 넘긴 갈색 톤의 붉은
머리는 질끈 묶여져있다. 콧잔등을 덮는 기다란 흉터와 기세가 넘치고도 흐르는
붉은 안광을 그 역시 갖고 있었다.
그가 사태를 주시할 때. 반대쪽 진영에 있는 아르 역시 사태를 주시하고 있었다.
M자형의 투구. M의 밑부분은 턱 부분 까지 같은 크기의 사다리꼴 형태로 보호한 형태이다.
커다란 흑룡이 새겨진 투구는 기세 좋게 이마 정가운데부터 정수리 쪽으로
뾰족하게 크게 하나가 솟아있었으며, 날카로움을 자랑하는 고슴도치의 가시같이 머리를
일정하게 둘러쌓고 있었다.
그 밑으로 이어진 전신 갑옷은 빈틈 없이, 튼튼하게 보호되어있었다.
양 어깨에 박힌 사자의 발톱. 정 중앙엔 포효하는 사자의 문양이 박혀있었다.
굴곡 있는 아르의 몸매를 자연스럽게 감싼 갑옷은 윤기를 자랑했으며
움직임 또한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리고 아르의 날개.
마왕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보이는 큰 크기. 다른 마족들의 크기와 사뭇 다르며
경외감을 표하도록 만드는 위엄이 절로 묻어 나왔다. 현재 단지 잡혀있는 상태임에도
불구 하고 말이다.
“저자인가…”
아르의 눈에 비치는 이는 괴물들 무리 속에 유유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남자였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아르가 자신을 인식했다는 것은 벌써부터 알았다는 듯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왔다.
“처음뵙겠습니다. 아름다운 레이디. 조만간 초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했는데,
이리도 제 발로 찾아오시니 정말 반가울 따름입니다.”
“여기서 죽어줘야겠군.”
“어허. 제가 여기서 그리 쉽게 죽음은 아니됩니다. 저는 왕비를 얻은 후
이 곳을 지배해야 하기 때문이죠.”
험악한 불독 같은 인상과 달리 사내는 상당히 깔끔한 말들을 골라서 사용했다.
“레이디께 제 소개를 하지요. 헥토르. 제 이름의 일부 중 제가 사용하는 이름이랍니다.”
“바라지도 않았다.”
“그러신가요? 마지막으로 한번 더 묻죠. 정중한 신사인 척 하는데도
이골이 났으니까… 제 아내로서 순순히 제 곁에 남지 않으시겠습니까?”
“그 입 다무는게 좋을것이다.”
아르를 주변으로 짙은 살기가 뿜어져나왔다.
“아아,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헥토르는 순식간에 아르의 앞에서 등을 보였다. 그리고 눈 깜짝 할 사이에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와버렸다.
그리고 곧 이어 그의 음성이 크게 울렸다.
“어차피, 힘으로 강탈하려 했던 것들… 다 힘으로 해결하도록 하는게
속편하겠어. 눈 앞에 죽여라!!!”
헥토르의 입에서 명령의 신호가 울려퍼지자 굶주린 괴물들은 일제히
앞을 향해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적을 향해.
“혈 향 속에 피의 난무를 춰도 좋다! 죽지만 말아라!! 나를 능멸한자!!
우리의 동족을 죽인 저 괴물들을!!! 섬멸하라!!!!”
우아아아아아아!!!
쿵. 쿵. 쿵.
드드드드드드
괴물들의 돌 끌림이… 마족들의 함성이… 돌진하는 그들의 기세가
조용하고 삭막했던 광야를 소란스럽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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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음... 뒤에 더생각해둔게 있지만 잘 써지지 않네요 ㅠㅠ
기다려주세요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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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이 어둠을 깨트릴때...[백다섯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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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오 + + 내가 첫빠 ?ㅋ 건필하세요 길게 써줬으면 좋을텐데 . ㅠㅠ
ㅎㅎ 님의 글은 언제나 재밌게 보고 있답니다.. ^^ 건필하시길... ^^
늦이셧어요, (방긋방긋,) 즐거운 감상 하고 갑니다 ♥
에... 생각했던것과살짝스토리가어긋날것같네요;ㅅ;!! 건필하세요!
그래도5빠다...... 너무 재미있게 읽고요, 잘써지질 않을 때에는 머리좀쉬세여
후후... 점점 최고조를 향해 치닫는.. 쿡... 하지만 연제가 너무 늦네요. 한편쓰고나서 딜레이가 너무 크다는.. 쩝..
점점점점 끝나갈꺼만 같아요 오래해여야는데....ㅋㅋ
..... 아르가.. 빨리 카슈를 기억해야지....원.. 저런 이상한 놈한테 안 뺏기지...
너무오랜말에 글을 쓰는것같군요^^* 잘읽고가며~
쀍>ㅃ<;;;;;;쪕 ㅡ,.ㅡ 점점 흥미 진진해가는,,,,,,그런데.. 늦으셨어요^^꺄잉 =ㅁ=;.;;ㅋㅋ 케케 잘읽고 가려 ;ㅂ;
흐으읏, 다음은 피가 난무하겠군요,, _ ,,좋아좋아~
흐흐흐...아르쪽이 이기겠죠???아무도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어쨌든 정~~~말 정말 재미있어요..이왕이면 빨리 연재해주시길 바랄게요..
아아아아~아르가 정말 멋져요~0~아르가 무사해야할텐데요...ㅠ건필하시구 담편에서 뵈요~♡맑음님 알라뽕♡
오랜만에 와서 읽었어요ㅋ 헥토르가 아르에게 작업거는 모습봤을 때 '카슈가 다 봤다면 엄청난 살기를 내뿜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