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것은
누가 마이크를 잡느냐가 아니다.
그 마이크로 무엇을 말하고,
그 말에 얼마나 무겁게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기존
'델리민주'를
'민주당TV'로
확대 개편한다.
민주당은
9월
1일부터
오전 7시
생방송을 시작하고,
시범방송을 거쳐 주
5일
정규방송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민석 대표가 방송이 정착될 때까지 직접 고정 출연하고,
기존의 회의·행사
중계 중심에서 벗어나 당에서 생산되는 모든 뉴스와 메시지의 기본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과연 정치의
의제를 선점하는 마이크 주인이 다시 또 바뀔 수 있을까.
한때 정치인의
말은 기자의 수첩을 거쳐 신문과 방송으로 전달됐다.
정치인이 무엇을 말할 것인지 정하고,
언론이 그것을 받아 국민에게 전하는 구조였다.
정치와 언론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었고,
그 거리가 정치권력과 미디어권력을 구분하는 하나의 장치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유튜브가 이 질서를 또 한 번 바꿔놓았다.
정치인이 기자를 거치지 않고 국민에게 직접 말할 수 있게 된 것만이
아니다.
어느 순간부터는 정치인보다 정치 유튜버가 더 빨리 말하고,
더 많이 해석하고,
더 강하게 여론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튜브는 정치정보의 중요한 생산·소비
공간이 됐고,
정치 유튜브 이용 과정에서 선택적 노출과 정치적 양극화가 강화될 수
있다는 연구도 나왔다.
이 변화는
처음에는 정당에게 기회처럼 보였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정당의 고민거리가 됐다.
정당이 발표한 성명보다 유튜버의 해석이 더 많이 소비되고,
당의 공식 논평보다 특정 유튜버의 한마디가 지지층의 판단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일이 일상이 됐다.
정당이 의제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유튜버가 의제를 정하고,
정치인은 그 의제에 반응하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정치의
'마이크'를
정당이 놓친 것이다.
정당에는
당론이 있었지만 유튜버에게는 팬덤이 있었다.
정당은 조직이었지만 유튜버는 사람이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정당 대표는 선거가 끝나거나 지도부가 바뀌면 교체되지만,
유튜버는 시청자가 구독하는 순간부터 하나의 정치적 캐릭터가 된다.
시청자는 콘텐츠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세계관과 판단을 함께
소비한다.
그래서 유튜버에게는
'다음
방송'이
있지만 정당방송에는
'다음
보도자료'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정당이
이제 다시 마이크를 잡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번에 더불어민주당이 확대 개편한
'민주당TV'는
단순한 유튜브 채널 개편을 넘어,
정당 스스로가 뉴스 생산자가 되겠다는 선언으로 보여진다.
특히 오전
7시라는
시간대는 상징적이다.
이미 정치 유튜브가 장악한 아침 뉴스 시장에 정당이 직접 들어가겠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민주당TV를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같은 시간대에 배치한 데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또 하나의 변화가 있다.
바로 방송 통신 법이다.
과거에는 방송사와 신문사가 언론이었고,
유튜브는 플랫폼이었다.
개인 유튜버는 방송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은 유튜버가 뉴스를 만들고,
정치인을 인터뷰하고,
여론조사를 해석하고,
정치인을 평가하고,
때로는 정치적 의제까지 만들어낸다.
플랫폼에 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미디어가 된 것이다.
그러니 법과
제도도 뒤따라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에는 지상파와 종편 같은 전통 방송뿐 아니라
OTT와
유튜브 등 디지털 플랫폼까지 하나의 미디어 규율 체계 안에서 바라보려는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기존 방송법이
TV와
라디오 등 전통 매체를 중심으로 설계돼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물론 그렇다고
개인방송에 레거시 미디어와 똑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이 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새로운 규범이 필요하다.
문제는 영향력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언론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언론에 책임을 요구했다.
이제는 개인방송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방송 역시 사실관계,
명예훼손,
허위정보,
광고와 협찬,
미성년자 보호 등 새로운 책임의 기준을 고민해야 한다.
정치 유튜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언론이 다루지 못했던 목소리를 끌어내고,
정치인과 시민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정보의 독점을 깨뜨렸다는 점에서 뉴미디어의 등장은 민주주의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다만 새로운
미디어가 새로운 권력이 되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유튜버가 정치인을 평가하고,
정치인이 유튜버의 눈치를 보고,
유권자가 유튜버의 해석을 통해 정치를 바라보는 순간 유튜브는 더 이상
단순한 플랫폼이 아닌 정치의 권력 공간이다.
그래서
정당들이 다시 마이크를 잡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오른소리'
등을 통해 정당 자체 미디어를 강화해왔고,
민주당도
'씀'과
'델리민주'를
거쳐 이제
'민주당TV'라는
이름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정당이
유튜버에게서 마이크를 되찾는 방법이 단순히 유튜버처럼 말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정당방송이 유튜버를 흉내 내는 순간,
오히려 유튜버의 아류가 될 뿐이다.
정당이 해야 할 일은 다른 데 있다.
유튜버보다 빨라야 하지만 유튜버보다 정확해야 한다.
재미를 추구하되 선동에 기대지 않아야 한다.
당의 입장을 전달하되 불편한 질문도 피하지 않아야 한다.
지지자에게 박수받는 방송을 넘어 반대하는 사람도 한 번쯤 들어볼 수 있는
방송이어야 한다.
그래야
'정당
유튜브'가
'정당
방송'이
될 수 있다.
한때 정치인은
언론의 마이크를 빌려야 했다.
그런데 그 마이크를 유튜버가 가져갔고,
이제 정당들이 그 마이크를 다시 잡으려 한다.
방송의 정의가 바뀌고,
언론의 경계가 바뀌고,
정치의 마이크가 바뀌었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마이크를 잡느냐가 아니다.
그 마이크로 무엇을 말하고,
그 말에 얼마나 무겁게 책임질 것인가에 있다.
첫댓글 오늘도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오늘도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머물다,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잘 감상합니다.
즐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