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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이 아닌 애가 왜 저리 뛰려고 하는지…”
김성한 기아 감독은 15일 잠실구장에서 1루쪽 부산 덕아웃에 김인식 감독과 나란히 앉아 있다가 한마디를 불쑥 내뱉었다.시선은 외야,바라보는 선수는 7번을 단 이종범(32)이었다.
지난달 30일 왼쪽 광대뼈 골절상을 당한 이후 16일 만에 선발 출장. 왠지 이르다는 느낌이 있는 걸까.김성한 감독의 불길한 예감은 기어코 들어맞았다.이종범은 ‘야구 천재’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문제는 모두가 우려했던 공격이 아니라,수비였다.몸쪽 공에 대한 공포로 움츠러들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종범이 공을 정확하게 맞히자 방망이 걱정은 사라졌지만 세 차례나 보이지 않는 수비 실수를 범했다.
▲1회말 수비=먼저 2점을 내준 뒤 계속된 무사 만루.타자는 6번 안경현. 빗맞아 포물선을 그린 타구가 이종범 앞으로 날아들었다.이종범은 노바운드로 잡으려다 공을 뒤로 빠트려 2타점 2루타를 만들어주었다.평소 이종범의 주력과 몸을 날리는 허슬플레이라면 글러브에 빨려들어가야 할 타구였다.
▲3회말 수비=4-4 동점을 만든 뒤 무사 1루. 또다시 타자는 안경현,이번에는 이종범의 키를 넘는 타구였다.그러나 이종범이 재빨리 쫓아가 펜스 앞에서 수비를 했으면 잡아낼 수 있는 공이었다.주춤주춤 쫓아간 이종범은 펜스플레이도 제대로 못해 맞고 튀어나온 공을 한참 쫓아야 했다.
▲4회말 수비=무사 1·2루에서 나온 김동주의 파울타구는 2루수 김종국이 쫓아가야 할 타구가 아니라 거리가 가까운 이종범이 쫓아가서 잡아야 할 타구였다.이때도 이종범은 타구를 동료에게 미뤘다.
이 모든 게 아직도 부상부위가 울리는 ‘부상 후유증’ 탓이다.아직 100% 내달릴 수도,함부로 몸을 던질 수도 없는 이종범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이종범은 “경기감각이 떨어져서 그렇다.몇 경기에 뛰고 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며 애써 태연해 했지만,그이기에 보다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복귀 첫날의 이종범은 전혀 옛날의 그 모습이 아니었다.‘야구 천재’가 언제쯤 제 모습을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