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편에 올려진 안내문과 같아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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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고구려의 군사기술을 그대로 이어받은 발해는 지난 전쟁 이후로, 국력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졌다. 무왕 대무예의 강력한 통치와 정복전쟁, 당과의 전쟁 승리 이후 가져온 쾌거였다. 발해는 고구려의 철제기술을 그대로 이어받았기에, 철기병은 어지간한 화살에 갑옷이 뚫리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설지환에게는 돈대(墩臺: 성이나 성밖에 설치되는 것으로, 성밖에 설치될 경우 시설로 성을 역포위하게 된다.)와 철기병의 협공을 통한 공성전의 우위를 가져올 전술이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나 적이 완강하게 저항할 경우, 성내의 백성들이 무수히 다칠 것이고 나아가 발해군의 타격도 클 수 있었다.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성내부의 고구려유민들과 교통하는 일이었다. 이제 피빛노을이 붉게 감싸는 하늘 아래, 발해군의 삼족오깃발이 펄럭였다. 설지환의 손에 쥔 장검은 굳은 결기로서 움켜쥐었다.
'너의 당나라 오랑캐를 쓸어버리고, 빼앗긴 우리의 고토를 되찾을 것이다!'
각오가 단단히 서게 된 설지환은 소고구려의 원수 고진운과 손을 맞잡고, 작전을 진행시켰다. 발해군은 일사분란하게 작전대로 움직였다. 발해군의 본영에선 붉은 기가 올라섰다. 이는 출병(出兵)을 명령하는 깃발신호였다. 그 깃발신호와 함께 소라와 북이 울려퍼진다.
부우우우....
두둥둥- 두둥둥-
도방갑사들이 방패를 들고 앞을 섰다. 이들은 신호와 더불어 칼날의 가장 뾰족한 삼각의 모양으로 진을 치고 나왔다. 도방갑사들이 우르르 달려오자, 봉황성의 당군은 바짝 긴장했다. 이제 발해군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당의 토격부사 최흔은 발해군의 위용을 보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전군에 명령을 내렸다.
"발해군의 공격이 시작됐다! 궁수 앞으로!"
당군의 궁수들은 쇠뇌와 활로 발해군을 겨누었다. 그와 동시에 장행급, 오사겸, 곽영걸 등은 휘하의 군사들로 하여금 모두 전투태세를 갖추게 했다. 이제 이 성을 빼앗기면 요동전체를 날리는 것이 시간문제. 더이상 물러설 것이 없는 당군은 사력을 다했다. 석포(石砲)와 낭아박(쇠못판)과 야차뢰(철석퇴, 철퇴)를 준비했다. 발해군의 대대적인 공성전이 시작되었기에, 이를 막기 위한 당군의 필사적인 저항의지였다.
"대당제국의 전사들이여! 우리가 물러설 곳은 없다! 저 오랑캐들을 여기서 막아 황제폐하의 위엄과 중원의 자존심을 지키자!"
필사적으로 전투준비에 한창인 그들을 향해 날카로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설지환. 그의 눈에선 불길과 같은 살기가 올라왔다. 눈 앞의 적도들이 얼마나 많은 동포와 백성들을 죽였단 말인가. 또한 그들의 목숨을 앞세워 수없이 잔학하고 비열한 짓을 했다. 이제 그 복수의 칼을 적에게 들이 밀 때였다.
그의 장엄하고 웅혼에 찬 목소리가 군중에 강타하기 시작했다.
"모두 들어라! 저기 저 봉황성에는 당나라 오랑캐들이 기치창검으로서 기세를 떨치고 있다. 저 적도들의 피로서 우리 백성들의 한서린 혼을 달랠 것이다! 지난 세월, 우리에겐 겨레는 있으되 나라와 영토는 없었다. 나라를 세운지 20여년... 반드시 찾아야 할 고토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다. 수노 양제와 당괴 세민의 군사를 물리치며, 천년을 호령한 우리의 땅이 바로 저곳이다. 잃는 것은 쉽되, 찾는 것은 어려우니 우리의 싸움이 먼훗날 후손들의 미래가 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을 안고 나가라! 그리하여 단 하나의 적도 다시는 우리 겨레를 향해 칼을 들지 못하게 하라!"
그의 장엄한 말이 발해군 10만병사의 마음을 강타했다. 듣고 있던 소고구려국의 원수 고진운은 깊은 감화가 일고 있었다. 설지환... 그는 보통 인물이 아니었다. 부여성에서 수천의 군사로 수십만 당군을 막아낸 그의 저력은 바로 군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지극한 마음과 적의 복배를 간파하는 지략에 있었다.
- 와! 와! 와! 와!
고진운은 온몸에서 전율이 감돌았다. 그의 기세와 저력은 군사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온전히 전달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조경과 공백계는 설지환의 명령대로 사기가 크게 오른 군사들을 이끌고 서서히 앞을 섰다. 그러나 그들의 앞에는 1만은 족히 되는 도방갑사들이 진두방패와 여러 방패로 철기병의 앞을 막고 있었다.
당군은 바짝 긴장하며, 발해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그때였다. 설지환은 지휘봉을 내리치며, 하조경과 공백계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이다! 도방갑사 활진(闊陣: 진을 벌려, 방패엄호 밖으로 군사들을 출병시키는 행위)하라! 철기대는 즉시 출진하라!"
그와 동시에 뒤에서는 수만의 군사들이 신문덕, 오연명, 고진운 등의 지휘에 따라 돈대를 설치하고, 창뢰와 석포 등을 준비했다. 도방갑사들이 진두방패를 옆으로 밀고, 병사들이 마치 날개를 쫘악 펴듯 옆으로 벌리기가 무섭게 철기병들이 그 틈을 비집고 뛰쳐나왔다. 당군은 크게 당황했다. 느닷없이 출현한 철기병! 공성전에 왜 갑자기 철기병들이 뛰쳐나오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자 봉황성 수비의 총책임자 최흔은 전군에 공격명령을 내렸다.
"공격하라! 발해군을 향해 마름쇠를 집어던지고, 화살을 퍼부어라!"
그의 명령과 함께 많은 양의 마름쇠가 성밖으로 뿌려지고, 화살이 쏟아졌다. 그러나 발해의 철기병들은 아무런 거리낌이 없이 진군하고 있었다. 당군의 화살은 발해 철기병의 갑옷을 뚫지 못했고, 마름쇠는 마갑과 말굽에 밟혀 힘을 쓰지 못했다. 하조경과 공백계는 철기병을 이자방진(二字防陣)으로 나누고, 겹으로 맥궁(貊弓)을 들었다.
당군은 크게 당황하기 시작했다.
"이럴수가! 적이 꿈쩍도 안한다! 화공을 가하라!"
당군은 급기야 화토병(火土甁: 토기에 기름, 섶, 유황, 혹은 일종의 폭발성 곡물을 집어넣어 겉을 짚으로 감싼다. 떨어져 격발함과 동시에 폭발이 일어나거나 풀이 퍼지는 고대의 화공병기 중 하나. 일종의 화/염/병으로 생각하면 됨.)을 석포에 쟁이기 시작했다. 폭발과 불에는 철기병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하조경과 공백계는 예상대로 였는지, 전군에 각사(角射: 활의 현줄 종심을 80도 이상으로 하여, 적의 배면을 공격하는 것으로 방패나 성벽 뒤에 숨은 적병을 타격하는 사격법. 그러나 근력소모가 크다.)를 명령했다.
"철기병! 각사(角射)!"
명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겹줄로 진을 형성한 발해 철기병들은 봉황성을 향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온 힘을 다해서 최대한 활의 현줄 종심을 올려 활을 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침내 1만발의 화살이 직각으로 올라갔다.
피휴휴---우우우웅!!!!!!!!!!
픽픽픽....픽픽픽...
1만발의 화살이 장대비와 같이 하늘을 검게 수놓았다. 당군은 화토병을 서둘러 석포에 쟁이려 했으나 화살이 목과 가슴에 박혀 병사들이 죽어갔다. 토격부사 최흔은 정신이 없었다. 화살이 성벽 뒤에 있는 병사들을 매섭게 강타했고, 마치 하늘에서 쏟아지는 비와 같았다.
"이런! 도방갑사! 방호하라! 어서 방호하라!"
당군은 급히 도방갑사들을 동원하여 직각방어에 들어갔다. 하늘을 쳐다볼 용기가 이들에게 있을리 없었다. 하늘 위로 퍼진 엄청난 화살이 느닷없이 떨어지자 석포의 줄들이 끊어지고, 수백의 군사들이 졸지에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초장부터 완전히 기가 꺾이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다.
콰드드--둥!!!!
화살은 매섭게 방패를 강타하며, 장대빗줄기와 우박이 쏟아지듯 두들겼다. 당군은 그 방패 사이로 쇠뇌를 밀어 몸을 바짝 웅크리며, 공사(空射: 존재를 드러낸 적군을 향해 활이나 표창, 소총, 대포 등 발사할 수 있는 무기를 발사하는 행위)했다. 적의 쇠뇌살이 발해 철기병들을 향해 쏟아졌다.
쓔웅... 쓔웅...
픽픽픽픽픽....
아무리 발해철기병들의 철갑이 튼튼해도 적의 쇠뇌살은 매우 예리하고, 튼튼한 철시(鐵矢)들도 적지 않았다. 황차 높은 곳에서 낮을 곳을 향해 쏘니 위력도 훨씬 강력했다. 적의 쇠뇌가 모습을 드러내기 무섭게, 양 옆에서 진을 치고 있던 발해의 도방갑사 1만이 즉시 철기병을 엄호하며 진두방패를 밀었다.
도방갑사와 철기병의 강력한 공조작전이었다.
타다다닷. 타다다닷.
당군이 쏘아붙인 쇠뇌살은 엄호하는 도방갑사들의 진두방패에 맞아 힘을 쓰지 못했고, 이따금씩 날아드는 화살이 철기병들에게 꽂혔으나 갑옷을 약간 찌그러뜨릴 뿐 큰 힘은 없었다. 적시에 엄호하였기에 많은 화살이 꽂히지 않은 탓도 있었다. 토격부사 최흔은 기가막혔다. 이런식으로 가다간, 갈수록 밀리고 밀려 근접전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멀리서 서로 거리를 띄우며 타격을 전투에선 발해군이 우위를 차지 할수 있지만, 근접하는 공성전에서 발해군은 막대한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적이 뜨거운 물과 기름, 화토병을 붓고.... 낭아박과 야차뢰를 굴리면 엄청난 희생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지환의 당면한 목표는 근접하는 공성전이 아니었다. 일단 적의 기를 죽이고,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었다.
먼저부터 근접하는 공성전으로 발해군이 타격을 입는다면, 점차 전세가 불리해지는 것은 발해군이 될 것이다. 그점을 잘 간파하고 잇던 설지환은 한단계 한단계씩 야금야금 먹어치우는 전술을 구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봉황성은 한번의 공격으로 한번에 무너뜨리기엔 너무나 벅찬 성이었다.
무턱대고 근접공성전을 벌이면, 10만이 아니라 100만의 군사를 갖고도 봉황성을 도모할 수 없었다. 그러는 사이 이래저래 시간끌다가 적이 점차 수성전에 적응하여 탁월한 수성전술을 펼치기 시작하면 곤란했다. 부여성전투를 통해 수성전을 치른 경험이 있는 설지환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