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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으로 근무하는 우씨는 회사에서 퇴근하면 곧바로 부천근로자종합복지관의 직업훈련센터로 달려가 오후10시까지 PLC 자동제어와 오토캐드, 시퀀스 제어 등 현장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 젊은 사람도 따기 힘들다는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 틈틈이 수전설비ㆍ전기설계 등 실무교육도 받고 있다.
그가 다니는 곳은 부천노사공동직업훈련지원센터. 노사공동희망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이곳의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맞춤형 강좌로 이뤄져 조금만 늑장을 부려도 수강신청이 마감될 정도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우씨는 "과거 학원에 다니려면 서울 영등포까지 나가야 했는데 이제는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실무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내도 술을 먹지 않고 공부하러 다닌다니 무척 좋아한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부천직업훈련센터는 한국노총 부천지부와 부천상의가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지원하고 기업주에게 양질의 기능인력을 양성ㆍ공급하기 위해 마련했다. 노사가 고용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인적자원개발 분야까지 떠맡고 나섰다는 점에서 노사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상빈 부천상의 회장은 "기업의 경쟁력은 현장인력의 생산성과 전문성에 달려 있다"면서 "직업훈련센터가 부천지역의 실업 극복 및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천지역은 일찍부터 노와 사,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가 한마음으로 뭉쳐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과도한 파업이나 노사갈등이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누구보다 앞서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노총과 상의는 원만한 노사문제 해결과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현장을 찾아 다양한 중재노력을 벌이고 있으며 지역 내 기업들에 대한 공동 현장조사, 워크숍ㆍ간담회 등을 통해 양측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왔다.
특히 지난 1999년 전국 최초로 발족된 부천지역 노사정협의회는 노사 상생의 튼튼한 버팀목이기도 하다. 노총과 상의ㆍ부천시청ㆍ공익위원 등으로 구성된 협의회는 산하에 3자 실무위원회를 설치해 민감한 현안이 올라오면 사전에 입장을 조율해가면서 노사갈등 확산을 방지하고 있다.
파업위기로 치닫던 택시업체 노사대표를 한자리에 모아 조정 중재를 시도하는가 하면 정리해고 문제에 부딪힌 기업체를 직접 찾아가 합리적 해결책을 제시하는 등 원만한 노사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4년에는 노사정이 한자리에 모여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고 고용안정에 노력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일자리 및 지역발전을 위한 사회협약'도 맺었다. 부천에서 최근 2년간 단 한차례의 노사분쟁도 발생하지 않은 데는 이 같은 노사 양측의 노력이 밑거름으로 작용했다.
김영준 한국노총 부천지부 의장은 "노조도 이제 직업훈련이나 고용안정 등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부천의 경우 노사 양측이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서로를 믿고 일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