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운호수쪽으로 가다 의왕넘어가는 삼거리에 이른다. 거기에 버스 정류장이 있는데 아스팔트길 삼거리에 삐죽 백운산쪽으로 뻗어있는 콘크리트 업힐길이 하나 눈에 들어온다.
왈바에서 열심히 정보수집한 결과 그 길이 백운산을 오르는 길임을 직감한다. 무작정 길을 오르니 한적한 전원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눈앞에 백운산 정상부가 위용을 자랑하며 떡 버티고 있다.
조금 가다보면 삼거리가 계속 나온다. 직진같은 왼쪽길로만 계속 간다.
삼거리를 두개정도 지나면 임도치고는 좁은 비포장길이 나온다. 드디어 임도길이 시작된다. 다듬어지지 않은 길이라 움푹패이고 굵은 돌이 많다.
아기자기하게 재미난 길이다. 혼자라 그런지 업힐에 대한 부담도 없고 천천히 쉬엄쉬엄 오른다. 얼마쯤 가지 않아 드디어 벌떡선 길이 앞에 높여있다.
첫번째 시도는 실패.. 두번째 다시 하단부부터 똥꼬에 안장코를 박고 씩씩대며 오른다. 오르는 길이 좀처럼 경사가 숙여지지 않는다. 하지만 어느새 금새 완만한 길로 접어든다. 올라온 길을 보면 그다지 급해보이지 않는데 올라갈때는 왜그리도 급해 보이는지 마음이 도통 간사하다.
임도길이다.. 작은 소로라고 하는 편이 낳겠다. 길따라 느긋하게 간다. 인근에서 흙길을 맘편하게 별로 가보지 못한지라 짧은 임도지만 반갑다. 백운산 5부능선쯤 되는 허리를 휘감고 임도가 몇구비 구불댄다. 등산객도 간혹 눈에 띈다. 임도 끝자락즈음에는 드디어 등산로가 시작됨을 알리는 좁은길이 시작된다.
도저히 타고 오를 수가 없다. 나무 그루터기, 바위가 그대로 노출되고 경사가 턱없이 급하다. 완만한 몇군데를 타고 가다 금새 내려야 한다.
절벽은 아니지만 위에서 보면 절벽같아 보이는 길을 끌고 오른다. 메고도 올라보지만 팔힘이 부족하다. 새로산 방한화가 등산용으로는 적합지 않다. 급한 산길을 한발씩 오르자니 발 뒤쪽 인대부위가 끊어질 듯 아프다. 갈지자로 엉금엉금 오른다. 잔차타고 오르면 숨이차고 걸어오르면 숨은 남지만 다리가 너무 후들거린다.
백운산과 고분재사이 능선부위까지 겨우 오른다. 숨도차고 다리도 후들거린다. 거친 숨을 내뱉으며 왜 이짓을 하는지 스스로를 탓해본다. 능선에서 바라보이는 백운호수가 부옇다.
아래세상이 혼탁해 보이는 걸까? 내가 있는곳과 지나온 길의 흔적을 보면 늘 가슴속에는 새로운 즐거움이 솟는다. 두다리와 잔차로 오른 뒤의 희열이 맘속에 그득하다.
여기길은 잔차로 오르기에는 거의 노가다 수준이다. 좀 하드하게 타고프신 분은 강추한다. 하지만 라이딩보다는 등산에 촛점을 맞추는게 낳을 듯 싶다. 등산화형태의 클릿신발을 권장하며 가능하다면 가벼운 잔차로 짊어지고 오르기 바란다.^^
백운산으로 향한다. 몇번 오르락 내리락하다 아예 밧줄까지 달린 벌떡계단을 거의 마지막으로 백운산 정부에 도착한다. 임도 끝난곳 부터 이곳까지 거의 끌고 메고 올랐다. 휴.. 백운산정상
백운산정상 이정표
백운산에서는 광교산쪽 바로앞 통신대 철조망과 통신대가 보인다.
통신대를 통과해서 갈 수 없기에 철조망을 따라 우회해서 가야하는데 이놈의 우회로가 아주 불친절하다. 계단으로 오르락 내리락 반 절벽을 가까스로 내렸다 올랐다 해야 한다.
통신대를 오른쪽으로 끼고 가다 끝나는 지점에서 능선을 따라 계속 가다보니 분위기가 이상하다. GPS를 보니 시루봉쪽으로 가고 있었다. 길을 잘못들었다. 거꾸로 거슬러 가다 좌회전하는 이제부터는 콘크리트 계단이 줄줄이 아래로 이어져 있다. 아직 계단타고 쏠정도의 테크닉이 없는지라 잔차들고 조심스레 내려간다. 계단 참 길기도 하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니 조금 탈수도 있지만 거의 끌고 메고 한다.
계단 끝나는 부위에 다시 미군막사같아 보이는 곳이 보이고 그 아래 헬기장이 눈에 들어온다.
미군막사부터는 포장로이다. 잽싸게 헬기장으로 내려서니 거기에 잔차타신 두분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동호회 오버페이스 회원이시다. 한분은 반 생활잔차를 한분은 하텔을 끌고 올라 오셨다. 상광교버스종점부터 헬기장까지 두번째 오르고 계신단다. 내가 경험하진 못했지만 여기도 업힐이 꽤 될 듯 싶다. 생활잔차 끌고 올라오신 분의 호기가 대단하다. 얼굴에 열성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연세는 4십대 중반이나 후반쯤 되어 보이는데 그 기운이 젊은사람 못지 않다.
한분은 처음 산행을 한다고 했다. 그분 또한 기나긴 업힐의 마침에 대한 희열이 가슴에 충만한 듯 싶었다. 한번의 업힐로 잔차 예찬론자가 되셨다. 물론 오랜기간 로드 출퇴근 경험은 이미 있었지만 산으로 오른적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한다.
다른 한분은 다운힐중 핸펀을 분실하셨다. 나랑 같이 로드 딴힐에 나선다. 몇굽이를 내려가다 내 브렉이 시원치 않아 그냥 쏘기로 한다. 인사를 드리고 정신없이 광교산 딴힐을 내려간다. 가파르고 가파르다. 거꾸로 오르면 한참을 기를 써야 할 듯 싶다. 금새 버스종점이 보이는데 찬찬히 훓어 보니 이전에 한번 와본 곳이다. 여기가 거기였던 것이다. 지명을 정확히 맘속에 담아가지 않았던 시절에 다녀간 곳이었다. 지금에야 여기가 상광교 버스종점임을 알게되었다.^^
광교저수지를 오른쪽에 끼고 경기대 부근 주차장까지 간다. 이미 척박한 산길에 단련된 몸인지라 로드에 나서니 깃털처럼 가볍다. 광교저수지 주차장입구.. 경기대 정문..
펄펄날라 주차장에 이르니 지나왔던 로드길을 다시 올라가기 싫다. 이미 확보해 놓은 지도에 표시된 광교저수지를 오른쪽에 끼고 오르는 싱글길을 따라가 본다.
지도에는 쉬운길이라 표시되어 있다. 사실 쉬운길이라 상상하고 갔지만 길이 만만치 않다. 나무 계단에다 업다운의 굴곡이 심한 야산지대다. 조금 타고 가다보면 금새내려야 하고 다시 타고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했다. 그런고로 몸이 점점 지쳐간다. 조금 타고 오를만한 길을 아예 포기하고 끌고 오른다.
거기에 길을 잘못 접어들어 광교헬기장길을 놓친다. 아파트 단지촌이 보이는 곳까지 와서야 GPS로 확인해보니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한마음광장, 약수터 진입전의 광교산 안내지도.
로드를 타고 의왕까지 가려는 것이 더 아득하여 다시 싱글을 오르기로 한다. 약수터와 한마음 광장이라는 곳을 지난다.조금 오르니 아까와 같이 오르락 내리락이 계속되는 광교헬기장까지의 길이 이어진다. 약수터..
한마음광장
등산객들의 왕래가 잦다. 일요일임을 감안할때 등산객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수리산에서 겪었던 등산객 인파에 비하면 광교헬기장으로 오르는 등산로에는 그에 비해 절반수준의 등산객이었다.
신갈-안산간 고속도로변에 접어들자 산 능선이 썩뚝짤려 있다. 고속도로 밑에 조성된 고가굴다리 지역을 찾아가야 했다. 내려갔다 그만큼을 다시 올라와야 했다. 사색의 숲도 지나고.. 우리나라 야산 곳곳에는 사색의 숲이 하나씩은 꼭 있었다.^^
이젠 몸이 많이 지쳐 있다. 혼자가는 길이라 스스로에게 굉장히 인색하다. 잠시 쉬지를 않고 계속간다. 무슨 극기 마라톤을 하는 심정이다. 아직도 내자신이 스스로에게 왜그리 각박한지 측은하기 까지 하다. 행자부 연수원쪽으로 갈라지는 삼거리 지도.. 오른쪽으로 가야 광교헬기장이다.
결국 거의 끌다시피 하여 광교헬기장에 이른다. 여기서부터는 지지대고개와 통신대헬기장을 선택할 수 있다.
지지대고개까지 2.6키로 임을 알려준다.
시간은 4시를 지나 곧 날이 어두워진다. 광교버스종점까지 다시 내려가 인덕원까지 가기에는 크게 돌고 긴 코스다. 지지대고개까지는 3키로 여만 남은지라 제약조건(?)을 어쩔 수 없이 무시하고 지지대고개로 내려간다.
그 다음부터는 모든것이 몸과의 반응뿐이다. 내가 이끌고 갈 몸과 내가 가야 할길만 남았다. 매연이 넘쳐나는 로드는 감흥이 별로 없다. 백운호수로 넘어가는 껄떡고개 정상부에서 잠시 쉬었다 가지만 물마져 모두 바닥났다. 혼자 장시간 다녀온 길에 즐거움은 별로 없다. 단지 내가 다투고 극복한 길만 남는다. 5시간만에 집에 돌아오니 40Km 누적거리가 찍혀 있다.
내가 아는 분들과 다시 그길을 간다면 정겹고 흥겨운 길이 되리라는 상상을 해본다.
동호회분들과 어울려 오른다면 이길을 선택하진 않았을 겁니다. 내 기준으로 가는 길이 모두에게 적합하지 않은 탓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리한 겨울날들의 무딤을 일소할 수 있는 길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녀온 뒤에 남을 그 카타르시스도 제가 보장합니다. 누군가 저에게 같이 다시가길 원한다면 꼭 동행해 드리겠습니다. 아마 같이 다녀오신다면 산 맛을 알게된 잔차쟁이의 선택을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임도를 다니면서 늘 2%부족한 듯 싶었는데 이번 산행으로 겨울철에 모처럼만에 충분한 강도의 산뽕에 흠뻑 취해 보았습니다. 적당한 강도의 끌바가 자만감을 배가 시켜줌도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