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봉산은 산행 들머리인 연곡리부터 시작해서 사방으로 연곡리, 계산리, 양평리, 도곡리, 대류리, 신리 같은 마을들이 둘러싸고 있다. 청풍쪽 마을은 물태리다. 이 마을들을 잇는 순환도로를 따르면 비봉산을 한 바퀴 돌게 된다. 도곡리나 양평리에서 더 들어가 길 끝자락 호숫가에 서면 흡사 섬에 온 것과도 같은 느낌이 든다.
연곡리에서는 이백년이 훨씬 넘어 보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길손을 반긴다. 산행은 이 느티나무가 있는 큰 길가에서 못안마을 축사 쪽으로 난 콘크리트 포장도로로 접어들면서 시작된다. 이 길에서 보면 비봉산이 거느린 여덟 개의 명당 중 하나로 짐작될 만한 곳이 눈에 띈다. 축사 뒤편으로 흡사 봉황의 알처럼 솟은 나지막한 봉우리 두 개가 유난히 시선을 끈다. 원래 비봉산의 산세는 새가 알을 품고 있다가 먹이를 구하려고 비상하는 모습이라 했으니 두 봉우리 뒤편으로 솟은 비봉산이 더욱 범상치 않아 보인다.
연곡리 방면 : 못안마을∼정상∼계산리
총 산행시간 1시간 40분
구간별 산행시간
연곡리 못안마을 - (30분) - 갈림길 - (7분) - 정상 - (15분) - 갈림길 - (30분) - 성황당 - (15분) - 계산리
못안마을의 콘크리트 도로는 축사를 왼쪽으로 끼고 굽어졌다가 또 다른 축사에 이르면서 끊어진다. 본격적인 등산로는 두 번째 축사에 접어들기 직전 오른쪽으로 나있다. 칡넝쿨과 산딸기넝쿨이 우거져 있으나 제천시에서 마련해 놓은 스테인레스 등산로 안내판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연곡리에서 올라가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편이다. 그러나 발바닥에 전해오는 감촉이 푹신한 흙길이라서 피로는 덜 느껴진다. 굴참나무와 소나무가 울창한 숲 사이로 5분여 올라서면 널찍한 터가 나온다. 무덤이 있기는 하지만 봉분이 무너져 내려 거의 형태를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무덤에서 더 오르면 나무에 로프를 묶어 놓은 구간이 있다. 길이 가파르기 때문에 손잡이로 의지하면서 오르내리라는 친절한 배려다. 그렇게 30분쯤 올라가면 광의리 봉정사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에 이른다. 여기서 조금 더 올라가야 비로소 청풍호수가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정상까지 150미터 남은 지점 중간쯤에 조망 좋은 적당한 쉼터가 있다. 청풍호반과 동산, 작성산, 금수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비봉산 정상으로 올라서는 길목에는 산불감시초소가 있으며 바로 옆에 정상 표지석을 세워 놓았다. 제천시에서 설치한 정상석은 오석이며, ‘신리 1.9km', ‘계장골 2.1km'라고 새겨져 있다. 그러나 실제 비봉산 꼭대기는 여기서 10미터쯤 더 가서 등산로 이정표를 세워 놓은 지점이다. 이정표는 ‘연곡리 1.7km, 계산리 1.8km, 대류리 1.5km, 광의리 1.5km'로 가리키고 있다. 비봉산 정상에는 잘 생긴 소나무가 한 그루 있고 이 나무 오른쪽에 서면 남동쪽으로 멀리 월악산이 빼어난 자태를 드러내 보인다.
하산은 계산리(鷄山里) 쪽으로 한다. ‘날으는 봉황의 산'과 격이 맞지 않는 지명이다. 정상에서 계산리로 내려서는 길목 십여 미터쯤 바로 아래턱에는 이끼 낀 석축이 남아 있다. 쉬어가기 좋은 곳인데 제법 공들여 쌓아 놓은 것으로 봐서는 산성 흔적일 가능성도 있다.
올라온 길만큼이나 가파른 구간을 5분쯤 내려서면 길은 비교적 완만해진다. 광의로로 내려서는 갈림길은 약 10분쯤 더 가면 나온다. 광의리로 가는 길은 경사가 급한 편이라서 로프를 매어 놓은 게 보인다. 이정표에는 비봉산에서 이 곳까지 0.4km, 광의리까지 0.8km, 계산리까지 1.4km라고 적혀 있다.
광의리 갈림길을 지나면서 무덤이 여러 개 나온다. 등산로는 걷기 편한 능선을 따라서 이어진다. 잠시 잡목 숲이 뜸한 곳에 이르러 고개를 돌리면 뾰족 솟은 비봉산 정상이 보인다.
광의리 갈림길에서 0.9km 더 내려간 지점에 계산리와 도곡리로 내려서는 갈림길이 나온다. 여기서 계산리는 0.5km 더 가면 된다. 이곳에는 수령 이백년쯤은 됐을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부근에는 성황당이 있었던 듯, 돌로 쌓아 놓은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약 50센티미터쯤 높이로 남아 있는 석축에는 초록색 이끼가 두텁게 덮여 있다. 차가 다니지 않던 시절, 계산리에서 도곡리로 넘어가는 지름길인 이 고개 성황당은 마을 사람들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녔으리라. 지금은 세월과 함께 이끼 속에 묻혀 버리고 비봉산 등산로 이정표 괄호 속에 ‘성황당' 세 글자로 남아 있을 뿐이다.
‘성황당'에서 계산리로 내려서는 길은 때만 잘 맞추면 물봉선 천국이다. 온통 다홍색 물봉선 세상인 한 가운데로 길이 나있고 그렇게 이백여 미터쯤 꽃과 더불어 걷는다. 버려진 임도에 접어들었다가 고추밭과 무덤을 지나기도 하면서 이리저리 길을 찾아 7-8분 내려오다 보면 어느새 아스팔트 길에 내려선다. 날머리에도 역시 제천시에서 세워 놓은 등산로 안내판과 이정표가 반긴다.
<가이드포인트>
연곡리를 들머리로 하여 비봉산 정상에 올랐다가 계산리로 하산하는 길을 잡는다면 약 3.5킬로미터, 1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연곡리에서 올라서는 길은 상당히 가파른 반면 정상부를 제외하고는 계산리까지 능선길이 좋다. 연곡리에 차를 두고 등산할 경우 계산리로 하산해서 40분쯤 아스팔트 길을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