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 제28회차 산행
■ 산행구간 : 광비령~ 답운치
■ 산행일자 : 09. 11. 14 ~ 11. 15(맑음, 강풍, 추위)
■ 산행거리 : 13.2Km(누적거리 382.2Km)
■ 참여인원 : 6명
(문석기, 한건희, 오충렬, 백승호, 최광춘, 이선해)
ㅇ 금요일 내내 내린 비 탓인지 날씨가 많이 싸늘해진 데다 바람도 많이 불어 체감온도는 훨씬 낮아진 느낌이다. 오전에 천수봉을 오른 후 대구수목원을 한바퀴 도는 바람에 오후 3시까지 회원 큰형님 댁으로 가기로 한 약속이 조금 지연이 되었다. 부랴부랴 등산채비를 다 꾸리고 화원에 도착하니 오후 3시30분, 바로 직행하여 칠성시장에 도착하니 출발예정시간인 오후4시 30분이다. 다행이 아직 아무도 나와 있지 않았다. 꼬지는 미리 준비가 되었고 참새만 준비하면 되는 터라 큰형님과 함께 시장으로 가려는데 막 이선해 대원이 택시에서 내린다. 배낭과 쿨박스를 받아들고 승합차에 갖다놓고 세 사람은 메추리 즉 참새?를 구하려 칠성시장 곳곳을 물어물어 헤집고 다녔다. 메추리는 몇 년 전만 해도 많이 나왔으나 이제는 인건비도 건지기 어려워 직접 사육하는 곳이 아니면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다행히 딱 한집이 아직 메추리를 취급하고 있어서 우리는 오늘 임무?를 완성할 수 있었다.
ㅇ 이 번 산행도 참여인원이 그리 많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 적은 인원으로도 산행을 하기로 한 이상 6명의 인원이지만 산행을 하기로 마음먹고 모닥불에 참새구이의 진미를 맛본다는 설레임을 가지고 출발예정시간보다 30분 늦게 대구를 출발했다. 오충렬 대원은 오랜만에 이산맥 산행에 참여한 탓인지 승합차에 오르자마자 이선해 대원이 준비해온 막걸리부터 집어 든다. 군위 휴게소에서 주유와 함께 커피를 한잔 하고는 가랫재 까지 무정차 운행이다. 가랫재에서는 저녁을 대신하여 묵과 유부초밥을 먹었다. 묵은 지난 검마산 구간 산행 때 주운 도토리를 이용해 한건희 회장이 만들어 온 것으로 그동안 이 묵 맛을 보기 위해 많이 기다려 온 것인데 오늘에야 맛 볼 수 있었다. 진보. 영양을 경유하여 죽파마을 까지 약 세 시간 남짓 걸렸으나 바람이 많이 분 까닭으로 차가 휘청거려 운전에 지장이 많았다.
ㅇ 죽파 마을 신기리로 가는 삼거리에 도착하니 지난번에 왔을 때는 열려있던 빗장이 오늘은 굳게 닫혀있다. 안내문을 읽어보니 산불예방을 위해 11월부터 내년 5월까지 출입을 통제한다는 하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배낭과 짐을 들어서 정자가 있는 곳까지 옮겼다. 그러지 않아도 바람이 많이 불고 기온도 뚝 떨어져 추위가 느껴지는데 장갑도 미처 끼지 않은 상황에서 짐을 옮기자니 손끝이 더 시렸다. 모두들 맡은 임무는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많이 해온 터라 텐트를 치고 불을 밝히고 매트를 까는 등 분주했다. 특히 오늘은 여느 날에 비해 더 바빴다. 바람과 추위 땜에 몸이 더 빨리 움직인 탓이다.
ㅇ 오늘 밤의 주재가 참새와 정종이므로 최광춘 총무는 바람이 많이 불어 모닥불을 만들기 어려웠으나 주위에 있는 제법 큰 돌을 모아 모닥불을 피울 장소를 준비하고 지난 번 야영 때 봐 둔 나뭇가지를 가지고 와서 모닥불을 피우기 시작했다. 오늘 모닥불은 며칠 전에 내린 비로 나무가 비에 젖어 잘 피워지지가 않았지만 노련한 솜씨로 모닥불을 피우는데 성공했다. 이제 참새만 있으면 된다. 최광춘 총무는 계곡으로 내려가 냉동되어진 참새를 쪼개어 씻은 후에 모닥불이 있는 곳에 돌아와 보니 모닥불은 이미 물로 消火가 된 후였다.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고 또 추워서 밖에서 참새를 굽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안전을 위해서 한건희 회장과 문석기 고문님의 지시로 텐트 안에서 참새구이를 하자는 것이었다.
ㅇ 텐트 안에서 참새구이를 준비하는 동안 한건희 회장이 준비해온 과메기로 일단 한잔하고 본격적인 참새구이는 시작되었다. 텐트 내에서의 참새구이 이므로 처음부터 바로 굽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 코펠에 일단 푹 삶아서 다음에 참기름을 붓으로 발라 꼬지에 끼운 후 석쇠에 올려 구우니 맛이 제대로 나왔다. 이제는 먹기만 하면 된다. 따끈하게 정종을 데운 후 잔을 돌려가며 한잔을 하니 모두들 흥분이 되는 것 제각기 일성이다. 굿. 좋다. 너무 멋지다. 바로 이 맛이야...... 이제는 참새를 굽는 것도 손발이 척척 맞다. 한사람이 참새를 가위로 자르면 한사람은 참기름을 바르고 또 한사람은 꼬지를 끼워 석쇠 위에다 놓고 꼬지를 돌리면서 골고루 굽는다. 정종 한 병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시간이 조금 흐르니 일을 보기 위해 한사람씩 텐트 밖으로 나가기 시작한다. 바람은 더 세게 부는 지 텐트 플라이를 집어 삼킬 듯 소리를 내며 펄럭였고 추위도 더 느껴졌다. 그러나 밤하늘의 별은 더 초롱초롱하게 우리에게 와 닿는다. 땅과 하늘은 이렇듯 달랐다. 지상은 바람으로 인해 낙엽이 이리저리 뒹구는 소리에 온통 어지러웠고 하늘은 너무 고요하여 마치 내가 밤하늘의 깊고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드는 듯했다. 그리고 이따금씩 들려오는 소리는 ‘야! 눈 온다. 바닥에 눈이 하얗게 쌓였다’며 마치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이 신비스러워하는 대원들의 목소리다. 이렇게 부산을 떠는 것도 잠시... 내일 산행이 걱정되는 듯 한건희 회장은 자리를 정돈하고 잠을 자자고 한다. 모두들 이의가 없다. 평소 때 같으면 ‘딱 한잔만 더하고’라는 말이 오갔을 텐데...
ㅇ 바람소리에 놀라 잠이 깬 것도 여러 번, 이렇게 잠을 설치며 시간을 보내니 먼동이 터온다. 자리에서 일어나 텐트 밖으로 나가보니 코펠에 담아놓은 물이 꽁꽁 얼어붙어 떨어지지가 않는다. 바람도 어제 밤처럼 새 차게 불어 멈출 줄을 모른다. 하는 수 없이 텐트 안에서 식사준비를 했다. 아침은 이선해 대원이 준비해온 생태탕이다. 어제 한잔했으니 속을 풀고 산행을 해야 한다며 준비해 온 것이다. 평소 같으면 아침을 잘 드시지 않던 고문님도 선해 대원의 생태탕이라고 하니 마지못해 드신다. 생태탕으로 아침을 든든히 먹으니 이제 추위도 어느 정도 가신다. 오늘 산행거리도 15km정도 되니 아무리 늦어도 10시까지는 광비령에 도착해야 한다. 서들러 텐트를 정리하고 출발준비를 끝내니 시간은 9시다.
ㅇ 강풍과 추위로 인해 을씨년스러운 야영장을 벗어나 계곡 아래쪽의 사방댐을 쳐다보니 어젯밤 바람이 만든 얼음 꽃이 만발했다. 얼음 꽃은 바람이 사방댐의 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바람에 날려 주변의 나뭇가지에 뿌려지면서 형성된 것으로 일대 장관을 이루었다. 마치 물이 폭포에서 역류하여 거꾸로 하늘로 떨어지는 형상이었다. 이 멋있는 광경을 놓칠 수 없어 디카에 담고 다시 광비령(廣庇岺)으로 향했다. 수비면 발리를 거쳐 장수포천을 따라 북동쪽으로 나 있는 917번 지방도를 따라서 가다가 수하리 수하계곡으로 나누어지는 곳에서 다시 방향을 북서방향으로 선회하여 안암, 신암을 거쳐 광비령에 도착하니 시간은 9시50분이다. 대원들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움찔했다. 바람이 너무 많이 불어 몸조차 가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모두들 마음속으로는 오늘 산행은 포기하고 여기서 그냥 놀다가 가자고 하는 것 같이 행동이 평소와는 달리 조금 느리다.
ㅇ 시간을 맞춘 듯 10시가 되자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배낭을 든다. 문석기 고문님은 걸음을 재촉하여 벌써부터 표지기를 보며 앞장서 나가신다. 바람은 더 세차게 분다. 몸을 가눌 수조차 없다. 말 그대로 2보 전진 1보 후퇴다. 기온이 떨어지고 바람까지 세차게 부니 손가락 끝도 에인다. 가파른 오르막길이지만 가파르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재빨리 이 구간을 빠져나갈려니 오르막을 느낄 겨를이 없다. 한참을 올라 약간 바람이 자는 곳에 이르러 뒤를 돌아보니 대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들 포기하고 내려갔을까? 라며 일단은 배낭을 내려놓고 조금 기다려 본다. 한참을 기다리자 그때서야 나타난다. 모두들 한자리에 모여 손을 비비면서 다시 완전무장을 한 후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한참동안 오르는 오르막이었으나 너무 추워 몸에는 땀도 나지 않는다. 아니 땀이 나질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윽고 동쪽방향에서 북쪽방향으로 진입하여 900고지대에 이르니 능선을 트레파스하는 등산로가 나타난다. 여기는 바람이 잠잠하고 햇볕도 따뜻하게 내리쬔다. 대원들은 여기서 일단 떡가래와 사과즙으로 간식을 먹으면서 긴장을 늦춰본다. 지도를 꺼내보니 950봉우리 인근지점이다. 이제 바람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고 추위도 조금 녹였으니 산행속도도 붙는다. 937.7봉도 순식간에 지나고 마침내 통고산 아래 둥그스름한 1030봉에 이른다. 그런데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거의 포복을 해야 정도로 자세를 낮춰야지만 걸음이 가능했다. 순간 더 세찬 바람이 불 때는 일단 다리에 힘을 주어 자세를 유지한 후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정도다.
ㅇ 산불감시초소와 이동통신 중계기가 설치된 통고산(通古山)정상은 그 강한 바람에도 끄떡없이 버텨 서있다. 시계를 보니 12시 30분이다. 적당한 자리를 골라 점심을 먹어야 하나 적당한 자리가 없다. 하는 수 없이 계속 전진이다. 통고산 정상 부위의 헬기장을 한참 지나니 제법 적당한 곳이 나왔다. 이 곳에서 아침에 준비한 행동식(아침을 먹고 남은 밥과 김, 김치, 우엉무침을 이용하여 오충렬 대원이 직접 만든 즉석 김밥)으로 간단하게 허기진 배를 채우고 다시 산행을 시간은 오후 2시다. 보통 때 같으면 라면을 끓이고 술도 몇 잔 곁들이고 했을 텐데 오늘은 아무도 여기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최광춘 총무가 홍어회를 꺼집어 내 놓아도 반응이 없을 정도였다.
ㅇ 810봉 헬기장을 지나 730봉에 이르자 오늘 차량이동 당번을 맡은 백승호 등반대장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우리의 위치를 묻는 것이다. 그러고 난 뒤 얼마 안 되어 거의 오후 4시가 다 되어갈 무렵 우린 백대장과 마주쳤다. 답운치를 거의 500미터 앞둔 장소에서 오뎅탕을 끓여놓고 우리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추위와 바람에 하루 종일 노출되었던 대원들이라 따끈따끈한 오뎅탕은 정말 너무 별미다. 한 컵의 오뎅 국물에 추위는 아랑곳없이 사라졌다. 답운치는 울진 불영계곡이 시작되는 고개이다. 말 그대로 계곡의 습한 공기가 계곡을 따라 올라 고개에 이르러서는 구름이 되어 이 곳을 지나는 나그네는 구름을 밟고 지나가는 형국이 되어 지금의 답운치(踏雲峙)가 되지 않았나 싶다. 옛날 답운치는 지금의 답운치 조금 못미친 곳에 위치하여 흔적만 남은 듯 어슴푸레하다. 아마 의식을 하지 않고서는 이곳이 답운치인줄 모르고 지나갈 정도이다.
ㅇ 산행을 마친 후 산행 중에 약속했던 대로 도산온천(구, 온혜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난 후 안동 구시장에 들러 안동찜닭으로 저녁을 떼우고 대구로 돌아왔다. 도착하니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다.
* 온천욕 : 오충렬 대원 찬조
* 안동찜닭 : 한건희 회장 찬조
* 차기 산행
: 11월 네째주는 12월 첫째주(12. 5)로 연기, 2월 산행은 정상적으로 2, 4째주에 진행
* 차후 산행 준비
ⓛ 아침은 간편식으로 하되 개인이 햄버그, 토스트 등으로 준비하고 이산맥에서는 스프만
준비(단, 12월 5일 산행은 문석기 고문님이 스프준비)
② 점심은 이산맥에서 라면 준비, 개인은 빵이나 떡 등 행동식으로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