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 스트레스
스트레스 받으면 살찌는 호르몬‘코르티솔’ 분비
조절체계 무너지면서 과식·과음·운동부족으로 연결
→ 저항력 키우려면 숙면 취하고 세 끼 식사 반드시
오메가 3·지방산·식이섬유 등 영양소 보충하길
만병의 근원인 스트레스. 비만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스트레스를 비만 원인 1순위로 꼽은 이유를 묻자, 디올클리닉 명동점 윤장봉 원장은 “복부비만의 원인이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사실은 이미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면서 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2004년 미국 예일대의 연구에 따르면 뱃살이 많이 찐 사람들은 허벅지에 살이 많이 찐 사람보다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코르티솔 호르몬의 농도 역시 더 높았다는 것이다. 코르티솔은 급격한 스트레스에 반응해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이다.
윤 원장은 “정신은 육체를 지배한다”면서 “비만 환자들이 폭식하는 원인은 스트레스 때문이고, 스트레스를 받으면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마음가짐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폭식을 하면 체중이 늘고, 늘어난 체중 때문에 우울해지고, 우울함을 해소하기 위해 다시 폭식을 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흔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살이 빠진다는 고정관념에 대해 윤 원장은 “절반은 맞는 말”이라고 답했다. 갑자기 스트레스를 받으면 일시적으로 살이 빠진다는 것. 하지만 장기간 스트레스가 이어지면 얘기가 달라진다. 코르티솔이 만성적으로 분비돼 불안하고 초초한 상태가 지속되고, 식욕이 늘면서 폭식·만성피로·우울증·수면장애까지 불러와 건강을 해친다.
- 윤 원장은 “당이나 탄수화물이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분비를 자극해 사태가 심각해진다”면서 “인슐린과 코르티솔이 만나면 남는 에너지가 복부에 내장지방의 형태로 쌓인다”고 말했다.
리셋클리닉 박용우 원장은 “스트레스 때문에 나머지 원인인 과식·과음·운동부족이 연달아 일어난다”고 말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활동량이 떨어지고 과식을 유발하며 과음을 부추긴다는 뜻이다. 특히 박 원장은 “더 이상 음식조절과 운동에만 집착하지 말라”고 지적한다.
“스트레스를 다스려야 내 몸도 다스릴 수 있죠. ‘많이 먹어서 살쪘다’는 식의 접근은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현대인들이 많이 먹어서 살이 찔까요? 조금 먹는 대신 열량이 높은 식사를 해서 살찌는 사람도 많습니다. 뭘 먹고 어떻게 생활하느냐가 다이어트의 핵심인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자신의 의지대로 생활할 수 있는 정신력이 뒷받침 돼야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식욕을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정신력이니까요.”
박 원장은 “비만 환자들은 뱃살과 체중이 늘어나는 것, 그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 “스트레스가 만성이 되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까지 떨어져 복부비만은 더 심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복부비만은 건강의 적신호”라면서 “복부에 내장지방이 쌓여 당뇨병과 심장병으로 이어지면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한빛의원 임옥근 원장 역시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스로 조절 능력을 상실하기 때문에 과식·과음·운동부족이 연달아 나타난다”는 논리를 펼쳤다. 임 원장은 “수많은 비만 환자들과 상담해 보니 10명 가운데 7명은 ‘스트레스 때문에 폭식한다’고 답했다”면서 “폭식은 꾸준히 많이 먹는 것보다 훨씬 해롭다”고 설명했다. 폭식으로 인해 갑자기 살이 찌면 근육량은 그대로지만 지방의 비중이 급격히 높아진다. 또한 지방이 늘어나면 몸의 기초대사량이 떨어져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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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상으로 스트레스를 다스리고 있는 주부들. / photo 조선일보 DB
- “과거에는 ‘많이 먹고 운동 안 하면 살찐다’는 이론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요즘 학계에서는 스트레스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현대인들의 스트레스에 취약한 특성 탓에 비만 인구가 점점 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요.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체중 변동폭이 심해져서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어렵고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칩니다. 사실상 스트레스를 없애기란 불가능합니다. 대신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을 키우는 것이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스트레스는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인생을 즐기라”는 교과서적인 지침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키기가 쉽지 않다. 당장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 숙면을 취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높아져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는 스스로 극복이 가능해진다. 우리 몸이 자연 정화된다는 뜻이다.
전문의들은 또한 “꼭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하라”고 조언한다. 스스로 스트레스에 취약하다고 느끼는 사람이라면 의사와 상담 후 오메가 3 지방산, 식이섬유, 항산화 영양소, 비타민 B, 칼슘과 마그네슘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바쁜 직장인들은 아침식사를 거르기 쉽지만, 영양제와 함께 하루 세 끼 식사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