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찍은 거제 해금강 사진
- 2006년 1월 9일 9:40 남부터미널 발, 1:54 고현 착. 19,100원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거제(고현)까지 4시간 15분밖에 걸리지 않는게 신기하다.
대전에서 통영까지 거의 직선으로 고속도로가 뚫렸기 때문.
시원한 출발이다.
걸어보니까 우리나라에서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인 거제는
느긋하게 걸어서 7박이면 가능할 듯한데
섬이 그리 크지는 않지만 제주도가 달걀처럼 타원형으로 매끈하다면
거제도는 무슨 폭파를 당해 갈갈이 찢겼다고 하면 될라나...넘 심했나?
아니면 달걀 부침을 하면서 잘못 깨뜨려 팍 터져버린 모습이라나 할까
해안선이 들쭉날쭉해서 일주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제주도가 가운데 커다란 한라산 하나를 품었다면
거제도는 4백, 혹은 5백 미터의 낮지 않은 산 투성이라서
바다가 보이지 않는 내륙에 들어가면 강원도 산촌같다.
그래서 걸을 때 발품이 많이 든다. 계속 오르락 내리락 해야 하기 때문에
심장이 약한 사람은 오르막에서 고생한다.
그래도 덕분에 멋진 포구가 많고
조금씩 다른 포구의 정경이 멋진 변주곡이 되어 울림을 준다.
첫 날은 고현터미널에서 꽃집에 짐을 맡기고
포로수용소까지(편도 1.9km) 걸어갔다 온 다음
바로 옆에 있는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동쪽 옥포에서 내려
14번 해안 도로를 따라 남하하기로.
이번 도보는 거제의 동남부 14번 국도를 따라 걷는 길이다.
-사진이 넘 안찍혔네요. 남쪽 여차-홍포도 짤렸구. 만일 가시게 되면
터미널에 내리자마자 관광안내소에서 팜플렛부터 구하시면 됩니다.
포로 수용소는 차마 할 말이 없다.
진짜 인민군 포로, 어쩌다 인민군이 된 포로,
중공군 포로,
친공인 사람, 어쩌다 친공으로 몰린 사람......
그곳에서 고생하다 죽은 사람
골수로 몰려 다대에서 즉결로 죽은 사람
어찌어찌해서 살아 남은 사람..........모두
지금의 우리에게는 전설처럼만 느껴진다.
지금, 대우조선과 삼성조선이 들어찬 거제의 인구가 19만인데
전란 당시 17만 포로가 수용되었다니
거제 전역이 포로수용소였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상상하기 어렵다. 그 참담한 시절..............
영화 흑수선으로는 너무도 부족하다.
수용소는 지금은 반공 교육장처럼 되어 있었는데, 입장료는 어른 3000원
표지판은 아무데서나 잘 안내되어 있다.
여기서 기분을 전환, 이순신 장군의 첫 승전지인 옥포로!
옥포에서 버스를 내려 기념공원까지 가는데 1시간이 넘게 걸렸다.(4km이상)
걸어가는 길에 산책나온 아주머니 두 분을 만났는데
동해에서 대우 신랑을 따라 이곳에 이사온 지 25년이란다.
깊고 탁트인 동해바다를 보다가 오물락조물락한 이곳 해안을 보니
처음에는 이거이 강인지 바다인지 했단다.
거대한 기념탑을 보니까 이거 냄새 난다. 옥포 바로 위에 김영삼 전대통령 생가가 있다.
아마 그 때겠지............아주머니들 말씀이 본래는 기념공원보다
훨 안쪽- 그러니까 현 대우조선 쪽에 있었다고 한다. 기념관도 있어서 입장료 1000원.
걸어간 길을 히치해서 나와
매립지길로 장승포까지 걷는 것이 오늘의 일정.
6시. 옥포 서문 매립지에서 시작해서 남문, 동문까지 걸어가는데
마침 퇴근 시간이라 엄청난 파도처럼 뿜어져 나오는 대우사람들의 물결
정말 장관이었다. 혹은 자전거를 타고 혹은 걸어서........
날이 어두워서 일까 밝지 않은 얼굴에
회색에 옥빛 바다색 몇방울씩 떨어뜨린듯한 제복차림의.........
중국에 온듯한 느낌도 들고....
장승포에 도착하니 7시 반. 십오리가 도통 대우 왕국이었다.
이 사람들은 왜
작업장을 나오면서 유니폼을 그대로 입고 나오는 걸까.
글쎄.......섣불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기분 나쁘지는 않다.
선착장 옆 허름한 여관에 묵다. 2인 2만원
밥을 지어 먹고 잠들다. 오늘 13킬로 이상은 걸은듯.
첫댓글 너무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부럽네요. 저도 님의 길을 따라 걸어볼까합니다.
상세한 자료 감사드립니다, 좋은곳 여행하시네요, 님의 발자욱 꼭 밟고 싶어요!
집이 거제도예요....ㅋㅋ 글 재밌네요~~~대우 삼성맨들이 작업복을입고 출퇴근하는이윤 저도 잘 모름...어릴적부본모습이라...생각지도 못했는데 글쎄~~궁금해지네요~~근데 안에서 작업할때입는옷 따로있는데~~~~~ 글고 제주도는 3백리 거제도는 7백리 대신 구비구비... 그래서 제주도 보다 작음~~
잘읽었어요^^ 저도 거제살아요 ㅎㅎ대우, 삼성분들이 출퇴근하면서 입는 옷은 작업복이 아니랍니다 ㅎ 현장에서 입는 작업복은 따로 있어요.. 일하면서 더러워진 옷을 어떻게 그대로 입고 퇴근하겠어요 ㅎ 모두 회사안에 전용 락커룸이 있고, 세탁장에 보내는거죠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