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의 영국 튜더 왕조의 국왕인 헨리 8세(리차드 버튼 분)는 자신의 왕후인 앤 볼린(Anne Boleyn: 제느비브 뷔졸드 분)을 처형하기 위해 재상 크롬웰(Thomas Cromwell: 존 콜리코스 분)이 가지고 온 문서에 서명을 하려고 한다. 영화는 서명을 하려는 헨리 8세가 앤과 결혼하기 위해 해왔던 일들을 회상하는데서 시작된다.
<천일의 앤>은 맥스웰 앤더슨의 1948년작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영국의 왕 헨리 8세와 비운의 두번째 부인 앤 볼린의 로맨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심만만하고 영리한 앤은 프랑스 궁정에서 교육을 받은 뒤 영국 역사상 가장 화려한 국왕이라는 호색한 헨리 8세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그러나 헨리 8세에게는 이미 스페인 출신의 왕비 캐서린이 있었고, 앤은 은밀한 연애를 거부하고 당당하고 끈질기게 결혼을 요구함으로써 결국 헨리 8세가 캐서린 왕비와의 이혼을 위해 교회와 정면으로 반목하게 만든 뒤, 어렵사리 결혼에 성공한다.
그러나 앤 역시 딸을 낳았을 뿐 왕자를 생산하지 못하자 헨리 8세는 또 다시 다른 배필을 찾기에 이르고, 헨리 8세의 사악한 심복 크롬웰은 앤을 축출하기 위해 부정한 여인이라는 죄목을 씌우는 음모를 꾸민다. 결국 앤은 냉담한 정치적 알력의 희생자가 되어 딸의 장래를 걱정하며 단두대의 이슬로 사리지고, 헨리 8세는 윈저 성에 홀로 앉아 비감에 젖어든다. 하지만 뒷날 앤의 딸 엘리자베스는 당당하게 여왕의 자리에 오르며 전세계를 호령하는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아카데미에서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어 의상상을 수상한 <천일의 앤>은 정확한 역사적 고증을 통한 역사 재현드라마 라기보다는 역사를 소재로 한 러브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한 손에는 헨리 8세를, 다른 한 손으로는 영국을 움켜잡으려는 영리하고 야심만만한 앤 볼린과 아들 후계자를 원하는 호색한 헨리 8세의 궁중에서의 사랑과 암투를 그리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부정확한 역사의 재현에도 불구하고 왕족들의 냉혹한 욕망과 야망을 쫓는 다양한 인물 군상들의 권력을 둘러싼 암투와 정치적 모략 등을 통해 도덕성의 표출을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
헨리8세는 치밀한 왕실 암투에 휘말려 결국 앤을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지게 만드는데 앤이 왕후자리에 있었던 기간은 꼭 1000일이다. 그래서 ‘천일의 앤’이다...
엄격한 당신이 몸과 마음을 허락한다면
당신은 앞으로 나의 유일한 연인이 될 것이오.
언제까지나 당신의 사람으로 남고 싶은 사람이...
- 헨리8세가 결혼 전 앤에게 보낸 편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