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도(弓道) 인문학(人文學)
인문학(人文學:humanities)이란 인간과 인간의 근원문제, 인간의 사상과 문화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으로, 자연과학과 사회과학의 경험적인 접근법과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순수한 이성에 의하여 인식하고 설명하는 사변적인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궁도의 의미를, 무예(武藝)·무술(武術)·궁술(弓術)·국궁(國弓)·활쏘기란 용어를 통하여 단어적 정의로만 언급하고 있지만, 궁도가 무엇인가? 궁도를 학습하여야 하는 목적은 무엇이며, 무엇을 배우고 가르칠 것인가? 에 대한 이념적 가치를 추구하는 내용이 궁도 인문학인 것이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고전을 통하여 활쏘기를 사경(射經)이란 의미를 비롯하여, 육례(六藝)에 포함된 사(射)라는 의미를 바르게 알고 있다면, 적중만을 추구하는 궁술(弓術)이 아닌, 인문학(人文學)임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활을 병기로 사용하는 나라도 없고, 인간을 살상하기 위한 무기(武器)·병기(兵器)도 아님에도, 궁도(弓道)의 의미를 궁술(弓術)와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는 것은 궁도 인문학에 대한 정체성을 희석(稀釋)시키는 것이다.
활이 병기로 사용되려면 장력이 150근(200Lb) 이상으로, 300m 이상의 사거리에 화살을 쏘아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기준과, 육예교육을 통하여 추구하려는 이념적 가치는 바른 자세를 예절처럼 행하면서, 사(射)의 내용을 격물치지(格物致知) 성의정심(誠意正心)으로 궁리(窮理)하는 학문인 것이다.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활을 총기나 도검류와 같은 소지허가서를 발급하는 나라도 없고, 무기류로 다루는 나라도 없으며, 보편적으로 민족의 전통문화로 인식하고 보호육성하고 있다.
1894년(고종 31) 7월부터 1896년 2월 까지, 조선의 근대 개혁운동인 갑오개혁으로, 과거제도 폐지로 일시에 사라졌던 활쏘기 문화가 부활된 계기는, 1912년 삼일만세운동으로 개국된 조선·동아일보가 조선인의 전통문화를 통한 민족의식 결집 운동을 계기로 부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운동을 언론사가 주최하였으나, 행사를 주관하는 집단은 궁술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상인단체인 보부상이, 조선시대 병영문화인 궁술(弓術)을 서민들에게 접하게 하여 커다란 관심과 호응을 받게 되었다.
당시 145m 전 후의 사거리에서 일반인들의 힘으로는 벌리기 조차 어려운 강궁을 사용하여 과녁을 맞히는 장면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으나, 흥행성 놀이로 바뀌면서 기생궁도·편사·백일장 궁도대회에서 음주·폭력사건이 사회문제로 크게 보도되면서, 궁술은 풍속문화로 호된 지탄을 받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고풍스러운 상류사회 문화로 인식되었던 궁술문화가, 도덕적으로 타락된 사회적 풍속(風俗)문화로 지탄거리가 되자, 1928년 YMCA가 전통문화로서의 궁술정신을 추구하여야 한다는 사회정화운동을 동아일보 사설을 통하여 게재하면서 제1회 전조선궁술대회 개최를 발표하였다.
YMCA가 주최한 제1회 전조선궁술대회를 계기로 1928년 6월 28일 종로 YMCA 회관에서 서울·경기 7사정 대표들이 모여 조선궁술연구회를 구성하여 경기규칙을 제정하고, 1932년 조선궁도회라는 궁도단체를 설립하였다.
「조선의 궁술」발간을 통하여 병영문화에서 민족의 전통문화로 발전하기 위한 이념을 고취하기 위하여, 문화적 이념으로 호칭하였던 궁술(弓術)이 궁도(弓道)로 개칭되면서, 조선 궁도문화가 일본 궁도문화에 흡수되는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오늘날까지 파급되고있다.
해방 70주년이 된 현 시점에서, 국어사전에 명기된 각종 활쏘기 용어의 잘못된 표기가 일제에 의한 것이 아닌, 우리라는 사실을 통하여, 우리 궁도계는 전통문화로서의 학문적 기반마련이 시급함을 인식하여야 한다.
궁도가 인문학 법주에 속하는 학문으로 체계화하려면, 역사를 구심점으로 인류학, 법학, 고전학, 언어, 철학, 인체학 등등에 대한 개론적인 학문적 기반을 갖추어 학교체육 기반을 마련하여야 한다.
궁도교육 기초 지식기반인 궁도교본은 물론, 교육지도자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현실에서 입승단대회를 통한 유단자의 대량 배출은 구한말 보부상에 의해 저질러진 흥행사업과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궁도 유단자란 궁도문화에 대한 이론과 기법에 대한 원리와 가치를 동양학적 설명을 통하여 교육할 수 있는 지도자를 의미하는 것이다.
태권도가 오늘날 우리 민족의 전통무예에서 글로벌 문화로 발전하면서, 태권도의 원리가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철부지 어린아이까지 태극(太極)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문화인 궁도의 원리가, 동양사상의 근간인 음양오행(陰陽五行)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속할 정도로, 우리의 궁도는 학문적 기반이 전무한 상태이며 궁도 인문학에 대한 개념조차 갖고 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2년 이후, 국민생활체육을 기반으로 학교스포츠와 방과 후 교육에 궁도가 포함되면서, 학교당국과 학부형들로부터 적극적 호응을 받게 된 배경은 궁도가 단순한 사격술 추구가 아닌 인성교육임을 인식하였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은 인문학의 한 분야로,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덕목으로, 동양에서는 육예(六藝)라 하였고, 서양은 4과(음악, 기하, 산술, 천문)와 3학(문법, 수사 그리고 논리)의 7가지 과목으로 선정하였다.
이들 과목들은, 인간으로써 살아가기 위하여 반드시 배우고 익혀야 하는 인성교육과목으로 동양에서는 주례(周禮)를 통하여 청소년 교육을 위한 필수 교육과정 이었다.
육예는, 인간으로서 품격을 갖추기 위한 인문학 이라는 학문적인 개념으로 발전하면서 동양에서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을 통한 학문으로 정립되면서 동양사상에 의한 학문적 체계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인문학은 학문 가운데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학문으로, 인간의 존재가치와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탐구를 시작하면서 생겨난 분야로, 모든 학문이 인문학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자연과학이 인문학에서 갈라져 나온 시기는, 르네상스 시대 이후이며, 사회과학이 본격적으로 체계를 잡기 시작한 시기는 19세기로, 그 전까지는 인문학이 모든 학문의 본류였다.
오늘날까지 이러한 학문체계가, 세계 각 대학에 반영되어 인문대학(college of humanities)은 단과대학 서열에서 최상위로 표기되고 있다.
인문학은 그 깊이(depth) 차원에서 매우 심오하며, 고전(classics)을 기반으로 체계화된 학문으로, 그 주요 개념원리를 논리적으로 해석하려면 역학적 체계로 이해하여야 한다.
궁도를 배우려는 학생은 활의 출현과 관련한 역사와 역학적 이론에 관한 고전을 읽을 필요가 있으며, 플라톤의 인식론(認識論)도 눈여겨보아야 한다.
플라톤의“동굴의 비유”는, 우리가 느끼는 현실세계란 그림자처럼 실체가 아닌 상(象)으로 묘사된 허구의 세계이며, 그 상을 만드는 진실 된 존재가 바로 이데아론 이라는 플라톤 철학의 핵심인 것이다.
인식론(認識論)이란 서양 정신문명의 바탕이 되는 소크라테스가 던진 “선한 행동과 진리탐구”라는 인간의 의식 상태를 의미하며, 존재론(存在論)은 인간이 느끼고 인식하는 대상을 말한다.
따라서 마음먹기에 따라, 궁도는 그야말로 평생을 파고들어가도 모자랄 정도의 엄청난 독서량과 생각의 깊이를 요구하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통하여, 알면 알수록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궁도는 활쏘기를 통하여 인간 사고에 대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보니 가치중립적인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과 달리, 어떠한 가치추구나 사상이 집단적 사풍으로 내재되는 인문학으로 발전하면서, 전통문화로서 정신적 이념을 추구하게 되었다.
따라서 궁도에 입문하는 사람은 대학(大學)의 팔조목인 격물치지(格物致知:사물의 이치를 찬찬이 탐구) 성의정심(誠意正心:앎을 통하여 지혜를 확장)의 목표는 수신(修身) 제가(齊家)를 통하여 치국(治國)을 행하기 위한 것이다.
해방이후 70여년이 되는 시점에서 궁도학계의 학문적 수준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후진성을 면하지 못하고 있은 원인은 체계적인 궁도이론은 고사하고 반듯한 표준 궁도교본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는 환경이 우리 궁도계의 현실이라는 사실을 간과하여서는 안된다.
그동안 우리는 각궁은 우리만족만이 사용한 궁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역사에 대한 언급도 없었으며, 오랜 전통과 우수성을 과시하면서도 복식은 물론 사법적인 내용에서도 억지로 꿰어 맞추어 정설처럼 혼란을 가미시키고 있다.
궁도문화를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이론화하기 위해서 먼저 궁도의 개념과 이념을 명확히 규정하는 작업이 선생되어야 하며, 입승단 자격도 학문적 탐구와 궁도에 대한 뚜렸한 개념규정도 모르는 사람에게 유단자격을 수여하는 것은 나침판 없이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