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특정 식품을 먹고 토하거나 몸에 두드러기가 생기면 엄마들은 ‘식품 알레르기구나’ 생각하지만 사실 식품 알레르기는 드러난 몇 가지 증상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진짜’ 식품 알레르기일까?
그동안 궁금했던 ‘음식’과 ‘알레르기’에 대한 모든 것.
두드러기, 구토… 알레르기로 단정할수 없다!
어떤 식품을 먹고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나거나 구토, 설사 등이 나타나면 엄마들은 ‘이건 우리아이에게 안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는 식품 알레르기일까? 전문의는 “가능성은 있지만 100%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힌다. 다음은 2005년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 결과로 ‘당신은 식품 알레르기가 있습니까?’ 항목에 ‘그렇다’고 대답한 사람이 25%에 달했다.
하지만 실제 확인 실험을 해본 결과 성인 중 1~2%만이 진짜로 식품 알레르기를 앓고 있었다. 5세 미만 아이들의 비율은 그보다 3~4배 높은 6~8%.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자신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음식을 먹고 탈이 나는 원인은 많다. 음식이 상했을 수도 있고, 환경이나 컨디션 등 다른 요인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두드러기, 구토, 설사 등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를 ‘식품 알레르기’라고 믿는다.
그러니 섣불리 “우리 아이는 00을 먹으면 안돼요. 식품 알레르기거든요”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만약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소아과를 방문해서 설문지 작성, 혈액검사, 역학조사 등 절차를 통한‘식품 알레르기’여부 진단을 받는다.
식품 알레르기란?
그렇다면 과연 ‘식품 알레르기’는 무엇일까? 인터넷에서 검색창에 ‘식품 알레르기’를 검색하면 ‘특정 식품을 섭취할 때마다 특정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라고 나온다. 애매모호, 알쏭달쏭할 뿐이다. 알레르기 전문의들은 “저마다 100가지 식품에 대해 100가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사람마다 원인이 되는 식품이나 증상 정도가 모두 다르다는 뜻. 심지어 남들이 다 맛있게 먹는 사과나 오렌지를 먹을 때마다 가려움이나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도대체 왜?
그렇다면 왜 이런 식품 알레르기가 생기는 걸까? 안타깝게도 정확한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상태. 사람마다의 고유의 면역체계와 식품에 함유된 특정 성분이 서로 잘 맞지 않은 것이 원인이라는 두루뭉술한 설명을 흔히 들을 수 있다. 특히 식품 알레르기의 경우 지금까지 알려진 원인 물질은 대부분 ‘단백질’이다. 식품을 섭취함으로써 우리 몸을 구성하는 단백질과 다른 종류의 단백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신체는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어른이라면 면역체계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혀 알레르기가 생기는 일이 드물지만 아이들의 장은 미숙해서 분해되지 않은 단백질이 그대로 통과할 경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훨씬 높은 것. 부모나 형제가 특정 식품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다면 아이도 그 식품에 알레르기를 보일 확률이 높다. 유전적 영향이 어느 정도 있다고 짐작하게 하는 부분이다.
환경오염 때문에 더 악화될 수도?
그렇다면 옛날보다 나빠진 환경 때문에 식품 알레르기로 고생하는 아이들이 많아진 것은 아닐까? 대한 소아알레르기 호흡기학회에서 6~12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1995년과 2000년에 각각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천식은 7.7%에서 9.1%로, 알레르기 비염은 15.6%에서 20.4%로, 21세기 환경병으로 불리는 ‘아토피성 피부염’은 16.6%에서 24.8%로 증가 추세가 두드러졌으나, 식품 알레르기는 4.2%에서 4.7%로 0.3% 느는 데 그쳤다. 이 결과만을 놓고 볼 때는 식품 알레르기는 환경의 영향을 그리 크게 받는 것 같지 않다.
예방은 가능한가?
아직까지 식품 알레르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는 없다. 가족 중에 알레르기가 나타나는 사람이 있는 경우 알레르기의 요인이 되는 식품을 요령껏 피하는 것만이 유일무이한 방법. 알레르기에 대한 가족력이 있거나 다른 알레르기 증상을 가진 아이라면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식품 알레르기 잠재우는 식생활법
부모나 형제가 특정 식품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면 임신했을 때부터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태어날 아이가 알레르기 질환을 보일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
임신 후기(8~10개월)에 달걀, 우유, 땅콩, 견과류 등 알레르기 가능성이 높은 식품을 먹으면 태반을 통해 전달된 성분이 태아에게 과민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 모유 수유 기간이라면 엄마는 가급적 달걀, 우유, 땅콩 등 섭취를 하지 않는 편이 좋다. 단, 임신부의 필수 영양소인 칼슘과 비타민의 보충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알레르기 가능성이 있다면
이유식은 6개월 이후부터
식품 알레르기 때문에 이유식 권장 월령이 늦춰지는 추세다. 이유식을 늦게 시작하면 ‘아이의 성장 발달에 좋지 않다 혹은 별 상관없다’ 등 소아청소년과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편. 하지만 식품 알레르기를 보일 가능성이 많은 아이라면 첫 이유식은 만 6개월 이후에 시작하되, 알레르기 가능성이 강한 식품은 가능한 한 1세 이후에 2~4주 간격으로 한 가지씩 첨가해 먹이면서 상태를 관찰해본다.
이유식은 직접 만들어 먹인다
모든 이유식 책에 적혀 있듯이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 주는 이유식이 아이에게 가장 안전하다. 깡통 이유식은 어떤 식품이, 얼마만큼 들어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도 원인 물질을 찾기 어렵다.
알레르기 원인 식품 어떻게 먹일까?
달걀과 우유 달걀은 8~12개월 사이에 노른자부터 먹이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성분이 달걀 흰자에 함유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12개월 이후에는 달걀흰자를 먹여도 된다. 단, 알레르기 가능성이 높은 아이는 아예 두 돌 이후로 늦춰 잡는 편이 좋다. 생우유 역시 너무 일찍 먹이면 알레르기를 일으키기 쉽고, 철분 함량이 적어 많이 먹으면 다른 음식의 섭취를 방해한다. 첫 돌 이후에 먹이는 게 좋다.
밀가루 밀가루에 함유된 ‘글루텐’이라는 성분은 알레르기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알레르기 가족력이 있는 아이는 돌 이후에 먹이도록 한다. 보통은 9개월 이후에 시작할 수 있다. 밀가루가 함유된 과자나 빵, 국수 등도 마찬가지.
고기류 철분 보충을 위해 무작정 시기를 늦출 수 없는 고기류. 6개월 이후에 소고기와 닭고기의 살코기 부분부터 먹인다. 기름기가 많은 부위나 돼지고기는 12개월 이후가 안전하다.
과일류 생후 4~6개월에 사과, 배, 자두 같은 과일로 시작할 수 있다. 오렌지나 귤은 9개월 이후에 먹이는 것이 좋지만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거나, 식구 중에 알레르기 병력이 있다면 돌 이후에 먹인다. 레몬, 딸기, 토마토 등도 돌 이후부터 먹이는 것이 좋다.
견과류 땅콩과 땅콩버터, 잣, 호두 등 견과류는 두 돌 이후가 적당하다. 알레르기 반응이 걱정된다면 3살 이후로 미룬다. 특히 땅콩으로 인한 쇼크는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생선 & 어패류 생선류는 알레르기를 쉽게 일으키기 때문에 천천히 시작하는 편이 좋다. 돌 이후에 흰살 생선부터 먹이는 게 안전한데, 아이에게 알레르기가 있다면 3세 이후에 시도한다. 바지락, 대합 등 조개류와 새우, 게, 랍스터 같은 갑각류도 마찬가지. 별 이상이 없는 아이라도 첫돌 이전이라면 조개류와 갑각류 식품은 피하는 것이 낫다.
채소류 호박, 브로콜리, 고구마, 감자 같은 채소는 초기 이유식부터 먹일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식품군이다. 아이가 이상 증상이 있는지를 체크해가며 하나씩 첨가한다.
만약 식품 알레르기가 의심된다면…
음식을 먹인 후 다음과 같은 반응이 나타나면 일단 음식 알레르기를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했듯이 이것이 ‘식품 알레르기’ 때문인지는 엄마가 임의로 판단할 수 없다. 일단 아이가 이런 반응을 보이면 소아과 의사와 상담할 것.
식품 알레르기 철저 예방법
반드시 식품 성분표를 확인한다
아이에게 식품 알레르기가 있다면 가공식품을 살 때 꼭 성분표를 확인하는 습관을 들인다. 지난 2004년부터 달걀, 우유, 메밀, 땅콩, 콩, 밀, 고등어, 게, 돼지고기, 봉숭아, 토마토 등 식품 알레르기 유발 원료 11종에 대한 의무 표시제가 실시되고 있다. 그전에는 성분표에 소맥분, 마가린, 식물성 유지, 난백 파우더 등 성분 이름만 적혀 있었지만 지금은 ‘소맥분(밀), 마가린(우유, 대두), 식물성 유지(식물성 대두), 난백 파우더(달걀)’ 등으로 성분의 원재료가 표시돼 있으므로 잘 살펴보고 원인 식품이 첨가된 경우에는 피한다. 아이가 특정 식품에 이상 반응을 보이다면 이 재료가 약간만 첨가된 음식에도 반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우유가 함유된 아이스크림, 캐러멜, 초콜릿 등에도 반응을 보일 수 있음을 알아둘 것. 참고로 빈혈 치료제로 사용하는 철분제제에도 달걀과 우유 성분이 들어 있으므로 달걀과 우유 알레르기를 보이는 아이에게 먹이지 말아야 한다.
채소와 과일도 익혀 먹는다
식품의 단백질은 삶고, 찌고, 데치는 등 열을 가해서 익히면 알레르기를 덜 일으킨다. 또한 아이가 먹는 채소나 과일도 처음에는 가급적 익혀서 먹이는 것이 안전하다. 아이가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에 한하여 조금씩 서서히 생식을 시도해본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피한다
유전자 변형 식품은 어떤 생물의 유전자 중 특정한 유전자만 빼내어 다른 생물의 유전자에 붙여서 새로운 품종을 만들어낸 것이다. 인공적으로 만든 이들 식품에 어떤 독성이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섭취하는 경우의 안전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이런 식품은 알레르기 유발 단백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으므로 가급적 먹이지 않는 게 좋다.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예방접종에 주의한다
달걀 알레르기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독감 예방접종을 받지 말아야 한다. 대부분의 백신은 달걀의 노른자위를 배양액으로 해서 만들기 때문. 하지만 다른 배양액으로 제조한 예방주사도 있으니 소아과에 가서 전문의와 상담해보고 접종하면 된다.
견과류는 오래 보관하지 않는다
식물성 지방에 많이 포함된 불포화지방산은 산소와 결합해 과산화지질이 되기 쉽다. 따라서 참깨나 들깨, 땅콩, 호박씨 등은 자주 이용하되 오래 묵은 것은 쓰지 않는다.
출처:베스트베이비
진행 한보미 기자 사진 김세용 디자인 오현숙 스타일링 형님(노다+)
도움말 김규언(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교수),김정현(잠실 함소아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