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이야기]
<머피의 법칙>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머피의 법칙과 맞부딪히게 된다.
차를 타고 가다 보면 항상 내 차선의 차들만 막힌다.
급한 일이 있어 가는 길인데, 한 시가 급한 데 마음만 답답하다.
어렵게 차선을 급변경하고 났더니 조금 전 내 차선이었던 곳의 차들이 술술 잘 빠지고…..
오랫동안 세차를 안 해 지저분한 차를 큰 맘 먹고 세차하고 나면 그 날 저녁에 항상 비가 온다.
일을 하다 급똥이 마려워 근처 건물 화장실에 가면 휴지가 없고, 화장지가 있으면 화장실을 못 찾거나 굳게 잠겨 있다.
마트에 장 보러 가서 계산하려고 줄을 서면 내가 선 줄은 왜 그리 오래 걸리는 지…
지금은 정류장마다 버스 도착 알림 서비스가 있어 그런 일이 없지만, 예전에 버스 한참 기다리다 급한 마음에 택시 잡아타면 내가 기다리던 버스가 뒤따라 온다.
버스는 기다리면 안 오고 개똥도 약에 쓸려면 없다더니
미친다.
벼르고 벼르다 평소 갖고 싶어하던 물건 큰 맘 먹고 비싼 돈 들여 사고 나면 다음 날부터 세일을 한다.
학창시절에 숙제를 잘 해가다 어쩌다 한 번 안 해갔는데 평소 잘 하지도 않던 숙제검사를 하필 그 날 한다.
엎드려뻗쳐 기본에 서비스로 엉덩이에 불 나게 맞는다.
일찍 일어난 날은 항상 일요일이다.
혹 늦게 일어나 밥도 못 먹고 가방 챙겨 부랴부랴 뛰어갔는데 내가 타야 하는 차는 늘 코앞에서 놓친다.
수업시간에 그리 졸리더니 정작 쉬는 시간이 되면 머리가 또렸해지고 맑아진다.
쉬는 시간엔 기별이 없다가도 수업 종 치면 똥 마려워진다.
소풍 가는 날 비가 오지를 않나… 시험 칠 때 헷갈리는 둘 중의 하나 꼴 점으로 찍었는데 항상 정답은 반대다.
그러고 보니 머피의 법칙 때문에 성적이 안 좋았나 보다.
대리일을 하면서도 수없이 머피의 법칙을 실감한다.
증평에 있으면 콜 하나 안 보이는데 진천에 콜이 떠서 안 빠져 둥둥 떠 있고 어쩌다 진천에 가면 증평 콜이 넘쳐난다.
오창과학단지에 콜이 넘쳐나서 아, 오창콜 하나 안 들어오나 하다 다행히 오창콜 잡고 도착해 설레이는 맘으로 프로그램 열어보면 그 많던 콜은 온데 간데 없다.
한참을 기다려도 콜이 들어올 기미가 안 보여 쓰린 마음으로 픽업 차에 실려서 더이상 차를 돌릴 수도 없는 엘지로를 올라타고 나면 오창에 콜이 둥둥 뜨기 시작한다.
핸드폰 집어 던지고 싶다.
콜 기다리다 지쳐 담배 한 대 물면 콜 들어오고 안 피고 기다리면 콜도 안 뜬다.
한참을 썩다가 에이 이거라도 타자 하고 일반 콜 잡아 손하고 전화까지 마치고 나면 가격 좋은 카카오가 연달아 들어온다.
일반 콜 잡고 나서 전화하기 전에 카카오 들어와서 일단 잡아 놓는다. 혹여 캔슬 나거나 전화 안받으면 바로 빼고 카카오 타야지 하는 생각으로…
그럴 땐 재깍재깍 잘도 받는다.
카카오 배차취소….
취소사유….. 머피의 법칙….ㅠㅠ
금천광장서 한참을 썩다가 용암2지구에서 15K 콜이 뜬다.
이거라도 잡고 이동하자 했는데 그럴 땐 그 많던 택시가 보이지 않는다.
뛸 수도 없고 발만 동동 구르다 너무 늦어져, 타지도 않은 픽업차 핑계 대고 센터에 전화해 콜을 뺀다.
안 좋은 소리 들어가며 콜을 빼고 나면 그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는 얄미운 빈 택시들의 행렬…
너희들은 도대체 어디 숨었다가 이제야 나타나는거냐….
애 먼 택시기사한테 레이져만 쏜다.
내덕 칠거리서 청대로 갈꺼나 구엠비씨로 갈꺼나 차라리 자연시장으로 갈꺼나…망설이다 한 방향잡고 이동하면 꼭 내가 가는 방향에서는 안 뜨고 반대에서만 콜이 혀를 낼름거린다..
‘메롱 이리로 오지 바보 같이….’ 하듯이 말이다.
어디 가서 굿이라도 벌여야 할 것 같다.
율량동 15K라 잡았는데 9단지란다.
콜도 없어 한참을 걸어 나와야 하는 동네....
그렇다고 손 만나고 안 갈수도 없고…
어쩐지 가격이 높다 했다.
그래 이왕 가는 거 기분 좋게 가자. 혹시 알아? 9단지나 대원4차에서 콜이 뜰 지 하는 긍정적인 기대감을 가지고.
종료하고 이동하지 않고 콜을 기다린다.
담배도 두 개비나 피워 물었다.
그래도 콜 들어올 기미는 보이지 않고 그 시간에 계속 라마다 뒤에서는 좋은 콜이 몇 개나 떠서 빠지지도 않는다.
한참을 기다리다 ‘에이 여긴 글렀나 보다, 이동하자.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이동하는 건데. 그랬으면 벌써 한 콜 타고 이동 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라마다 콜이 다 빠지기 전에 얼른 가자 하고 빠른 걸음으로 재촉한다.
개성집 근처까지 왔다.
어랍쇼 이제 콜이 없네… 왜 콜은 나를 피해 다니는 겨….
이런 시베리안 허스키 같은 경우가 있나.
그래도 뜨겠지 하고 낙농농협 근처에서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을 때 바닥에 뜨는 콜…..
율량 9단지에서 봉명동 15K……
이런 브라질….
아… 도대체 난 전생에 뭔 눔의 죄를 그리 많이 진 겨……ㅜㅜ
일을 하다 만난 대리기사하고 이런 얘기하면 나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전부 나하고 똑같은 경험을 했단다.
머피의 법칙이 있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런 생각을 해서 머피의 법칙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콜을 잘 탈 때도 있다.
늘 머피의 법칙을 끼고 살았다면 벌써 대리 때려 쳤을 것이다.
세상일 대부분 안 좋은 쪽으로 일어나는 경향을 머피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사실 머피의 법칙을 피해갈 수 있는 확률은 따지고 보면 50대 50이다.
콜을 잘 타거나 혹은 못 타거나…
사실 머피의 법칙은 없다고 생각한다.
심리적인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실제 우리는 일이 잘 된 경우에 받은 인식은 금방 잊혀지지만 일이 잘못된 경우에 받은 안 좋은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콜을 잘 타다가도 어쩌다 한 군데서 안 풀려 썩게 되면 그 전까지 잘 탔던 것은 생각 않고 난 왜 이러지? 역시 난 재수가 없어 하며 애꿎은 머피만 욕하고 있는 건 아닌 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머피의 법칙의 반대의 경우를 샐리의 법칙이라고 한다. .
하는 일마다 잘 풀리는 경우를 말한다.
직장 상사와 중요한 미팅에 늦어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달려갔는데 아직 상사가 안 와서 내가 먼저 도착해 한숨 놓는다든지, 시험 당일 아침에 우연히 펼쳐 본 책에서 시험문제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옛말에 재수 좋은 과부는 엎어져도 가지밭이다는 말이 있다.
먼 옛날 우리 조상이 얘기한 ‘샐리의 법칙’이다.
우리 조상들 머리도 좋다.
그러고 보면 서양의 에티켓으로 알던 ‘레이디 퍼스트’ 사상도 사실 우리 조상들이 먼저 실천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조상들은 욕을 할 때도
“에라이 이 썩을 년놈들아!”
하고 항상 여자 먼저 배려하지 않았던가.
우리 조상들 참 앞서서 사셨다.
이 얼마나 멋지지 않은가…..
또 얘기가 샛길로 빠질 뻔했다.
어쨌든 우리도 대리일을 하면서 생각해 보면 이러한 ‘샐리의 법칙’을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어쩌다 일이 꼬여 오지에 떨어져서 “아 *됐네” 낙심하고 있는데 그 오지서 생각지도 못한 좋은 콜을 잡게 된다든지, 바닥에 뜬 좋은 콜 놓치고 아쉬워하는 순간 그 보다 훨씬 더 좋은 콜이 들어온다든지, 일도 안되고 콜도 없는데 이거 하나 타고 들어가야겠다 하고 포기하는 심정으로 잡은 콜이
“혹시 부산 갈 수 있을까요?”
하는 손을 만났을 때……
역시 하나님은 있는 겨…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할렐루야 아멘이다.
다들 잠든 새벽까지 밤 잠 못 자고 피곤한 눈 비벼가며 오늘도 가족들을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시는 우리 대리기사님들.
도착하는 곳마다 ‘머피’가 아니라 ‘샐리’가 방긋 웃으며 기다리고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늘 안전운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