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南北관계… 선입견 버리고 도전해볼만
통일시대 준비하는 북한학과·취업걱정 없는 군사학과
북한학과는 북한 사회를 제대로 알기 위해 만든 학과다. 통일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북한을 '학문'으로 연구한다. 고려대(세종캠퍼스), 동국대, 명지대, 선문대 등 개설 대학 수가 손으로 꼽을 정도여서 희소성이 높다. 남북문제, 분단사, 북한의 정치·행정, 북한 언어까지 두루 배운다.
동국대 김용현(42) 학과장은 "북한학과는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진 북한연구를 통합해 체계적으로 가르친다"며 "통일문제를 비롯한 남북한 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능력을 갖춘 북한 및 통일문제 전문연구자를 양성한다"고 말했다.
군사학과는 전쟁과 전술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학생들은 졸업 후 군 장교의 길을 걷는다. 육군과의 협약을 통해 대전대·경남대·원광대·조선대에 설치돼 있다. 남학생 대부분이 육군으로부터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는다. 대신 장교로 임관되면 의무 복무기간이 7년이다. 학생 대부분이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학과를 택하고 있다. 4개 대학 외에 군 당국과 협약없이 지난해 서경대 군사학과가 설립됐다.
대전대 김정기(58) 학과장은 "군사학을 연마해 고도의 전문성을 갖춘 직업군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며 "학생들에게 군사 전문가로서 국방관련 다양한 분야에서 꿈을 펼치는 데 필요한 경쟁력을 가르친다"고 말했다.
◆북한이라는 편견부터 깨야
북한학과는 북한사회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한 학문이다. 북한식 사회주의의 특수성을 '비교·사회주의적 방법'을 통해 검토하기도 한다. 이데올로기 차원의 비판에서 벗어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북한의 각 부문별 현상을 분석, 연구한다.
동국대 북한학과는 기초 교육과정과 전문 교육과정으로 접근한다. 기초과정은 북한학 입문, 통일학 입문 등 기초 교육과목 수강을 통해 북한학 연구기반을 확립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1단계 전문 교육과정'에 진입한다.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문화 등 제 분야에 대한 연구와 사회주의 사상을 배운다. '2단계 전문 교육과정'은 통일부나 경협 관련 민간기업에서 인턴활동을 거치며 실무를 배우는 과정이다.
선문대 동북아학과 김수민(55) 학과장은 "북한학은 비단 통일 전까지의 남북, 북미, 동북아만을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에 대한 준비와 함께 통일 이후 있을 여러 가지 행정·경제·법·사회적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선입견'이 학문적 접근을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 북한학과에 지원하려는 수험생이라면 북한에 대한 편견부터 깨라고 지적한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54) 학과장은 "북한에 대한 편견과 편향된 이미지를 가지고 북한학과에 들어오면 학문적으로 북한이라는 곳을 들여다보기 힘들다"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북한에 대한 생각에 얽매이지 말고 학문적으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학과장은 또 "통일을 준비하고, 통일을 이뤘을 때 더욱 필요한, 통일을 위한 학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지원하라"고 충고했다.
◆군사학과 졸업생, 전원 장교 생활
원광대·조선대·대전대·경남대는 육군본부와 '군사학 발전 협력 합의서'를 체결한 뒤 학과가 설립됐다. 일단 입학하면 군 장학생 신분을 부여받아 장학금을 받는다. 남학생은 2학년초 육군 학군장교 후보생에 지원, 합격하면 3~4학년 동안 대학내 학군단에서 주 9시간 정도 훈련을 받고 학군장교로 임관한다. 나머지 군사학과 학생은 졸업후 곧바로 육군 학사장교 후보생으로 입대, 16주간 장교 양성과정 교육을 거쳐 학사장교로 임관한다.
여학생은 여군사관후보생 시험에 응시, 합격할 경우 여군 장교로 진출한다. 군사학과 여학생의 합격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경남대 군사학과 이동욱(56) 학과장은 "군사학과를 지망하는 학생은 평생 직업군인의 길을 가기 위해 학과를 택한다"며 "남학생의 경우 육군으로부터 4년간 전액 장학금을 받아 부모님의 경제적 부담까지 덜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학생의 경우는 육군 장학금 제도가 없다.
군사학과는 육사나 군대처럼 엄격하지 않다고 한다. 군부대처럼 '충성'과 '복종'을 요구하며 군사훈련을 요란하게 시키지도 않는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일반 대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제복은 일주일에 하루 정도 입는다. 복수전공을 허용하는 대학이 많다는 점도 특징이다.
학생들은 군사학개론 외에 전쟁사 분야('한민족 전쟁사' '세계 전쟁사' '현대전 연구' 등)와 전략 분야('손자병법' '국제관계론' 등)를 주축으로 '무기체계론' '군사지리학' '한국군사사' 등을 배운다. 아무래도 장교를 꿈꾸는 학생들인 만큼 병영 체험훈련은 필수다. 방학 동안 극기 훈련을 통해 군인정신을 기르고 체력도 단련한다.
전원 장교로 복무하는 만큼 취업걱정이 없다는 점에서 실력있는 인재가 모여들고 있다. 군사학과에 입학하기 위해 재수하는 학생까지 생겨나고 있다.
서경대 군사학과 박성범(56) 학과장은 "입학생의 수능성적이 평균 3등급 수준의 학생들"이라며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대학진학을 못하는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2009.04.22
고려대, JSA·국정원 답사활동… 대전대, 군 중추기관 밀집지역에 위치
◆동국대 북한학과
동국대 북한학과는 1994년 국내 최초로 세워졌다.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북한연구를 통합해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위함이다. 남북관계를 구조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가르쳐 북한·통일문제 전문가를 양성한다.
동국대 중앙도서관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한 열람실을 운영하고 있다. 북한 문헌과 관련 자료를 모아 놓은 이 열람실은 실질적인 감각을 익히는 데 도움을 준다. 교내의 북한학연구소는 학술회, 세미나 등을 통해 재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북한학에 대한 인식을 넓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김용현 학과장은 "급변하는 남북관계로 앞으로 북한학은 블루오션 분야가 될 것"이라며 "남북관계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려대 북한학과
고려대 세종캠퍼스에 위치한 북한학과는 학년별로 들어야 하는 필수전공이 없다. 관심 있는 분야를 선택해 1학년부터 학생 스스로 수강과목을 결정한다. 졸업 전까지 36학점을 이수하면 된다. 대학 규정에 따라 이중전공, 심화전공, 연계전공을 유연하게 고를 수 있어 북한학을 세분화, 전문화시킬 수도 있다. 예를 들면, 심리학을 이중전공으로 이수해 탈북자들의 심리치료에 나선다.
강의실 안 수업에서 벗어나 JSA, 국정원, 하나원 등으로 다양한 답사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평소에는 가보기 힘든 곳을 방문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는 것은 북한학과를 전공하는 학생들만의 특권이라 할 수 있다. 유호열 학과장은 "북한이 국제 정세에 끼치는 영향력이 적지 않은 만큼, 북한을 잘 알고 대처할 수 있는 전문가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선문대 동북아학과
선문대 동북아학과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까지 포괄적으로 접근한다. 지난해 북한학과에서 동북아학과로 학과 명칭을 변경했다. 남북관계를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영향을 주고받는 주변국과의 관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수민(55) 학과장은 "기존 북한학과의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동북아시아 지역까지 아울러 배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과 과정은 크게 북한학, 일본학, 중국학, 러시아학으로 나눌 수 있다. 전공의 특성상 모든 분야를 이수해야 한다. 1학년 때는 동북아학의 기초 과목을 수강하고 2학년 때부터 동아시아의 이해, 북한 체제와 사상, 동아시아 국제관계 등 심화 과목을 배운다.
◆서경대 군사학과
지난해 수도권 지역 최초로 군사학과를 개설했다. 현재 1~2학년 남학생 71명(1학년 41명, 2학년 30명)이 재학 중이다. 1단계 전형에서 수능 성적만 반영해 모집인원의 250%를 선발한 뒤 수능 성적, 체력검정, 면접점수를 반영해 선발한다. 입학생의 수능 성적이 평균 3등급 이상이다. 지방출신 학생도 1/3에 이른다.
학생의 희망에 따라 복수전공이 가능하다. 2008년도 군 장학생 시험결과 합격률이 전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박성범 학과장은 "군 장학생으로 선발시 4년간 등록금이 전액 지급되고 학비, 병역의무 해결은 물론, 장기 복무시 평생 안정된 직장으로 취업이 보장된다"고 말했다.
◆경남대 군사학과
2004년 법정대 내 군사경호학부로 시작, 이듬해 군사학부과 경호비서학부로 분리됐다. 현재 학년 정원은 남학생 30명, 여학생 10명이며 지금까지 학군장교 21명, 학사장교 6명, 여군장교 7명을 배출했다.
경남대 북한대학원대학교 및 북한문제연구소에서 군사학 이외에 북한학을 복수전공할 수 있다. 1~2학년 학생은 여름방학 때 육군 39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 입영, 8박9일간 기초훈련을 받는다. 이동욱 학과장은 "남북 경색이 풀리면 한국을 넘어 유엔 평화유지군에서 활약할 인재로 키우겠다"며 "경남대 출신의 유엔군 사령관을 배출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고 했다.
◆대전대 군사학과
2003년 국내 최초로 민간대학인 대전대에 군사학과 학부과정이 개설됐다. 장교로서 품성과 자질을 계발하기 위해 군부대 방문, 안보현장 견학, 군 행사 참가 등을 거치게 된다. 복수전공이 가능하다는 점도 특징이다. 제1전공은 군사학, 2전공은 희망하는 학과를 택할 수 있다.
조선일보 김명교 맛있는공부 2009.04.22 16:14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