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과 일몰을 한 곳에서 : 왜목마을(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에서
1. 일출과 일몰의 의미
일출이란 말은 듣기만 해도 벅차다. 아스라이 멀되, 수평선으로 힘차게 솟는 붉은 해를 보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는 기쁘거나 슬프거나 가릴 것 없이 관성에 가깝게 바다로 달려간다. 해를 맞으며 일상을 새롭게 가다듬고 모진 맘을 고쳐먹으며
처음을 꿈꾸기도 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해돋이를 보러 떠나는 것은,
설렘을 넘어 '나'를 되새기는 의미 있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대개 일출을 생각하면 동해나 높은 산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특히
산 많은 우리 나라 형편에선 동해에서 맞는
해돋이는 더욱 각별하다. 물론 어느 곳에서나
해는 뜨지만, 이미 산 위로 솟은 해는 여명의
기운을 머금지 않아서 성가신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출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동해로 길을 잡는 것이 오래된 관행이기도 하다.
동해에서 맞이하는 일출은 남성적이다. 거칠
것 없이 망망한 동해 바다에서 보랏빛 여명을 헤치고 솟는 해는 씩씩하고 웅장하다. 조금이라도 바람이 불어 파도라도 치면 마치 승리자의
포효처럼 보이는 것이 동해 일출의 특징인 것이다.
그러나, 어려운 때일수록 남성적인 면보다는 포근하게 다가드는 여성적인 섬세함이 더 가슴을 울리기 때문이다. 단아한 여인의 치마 선처럼 소박하면서도 정겨운 서해바다 일출로 여러분을 안내한다. 서해
일출은 다르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동해 일출의 정열대신 섬 자락 끝에서 한밤중의 산불처럼 주위를 붉게 물들이고선 살포시 얼굴을 내미는 서해안 왜목 마을의 일출은 소박하고 어여쁘기만한 까닭이다.
2. 왜목마을의 특성
왜가리의 목처럼 잘록하게 들어가 ‘왜목’ 이라고도 하고, 아주 작은 포구라 하여 '왜소하다' 의 '왜' 자를 써 ‘왜목’ 이라고도 한다는
이곳은 약 2년 전부터 서해안의 유일의 해 뜨는 마을로 널 리 알려지면서 해맞이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졌다. 언뜻 서해에서 해돋이를 본다는 말이 별스럽게 들릴지 모르겠다. 일몰을 본다면 모를까 해지는
서해에서 해 뜨는 광경이란 말이 아무래도 생소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충남 당진군 석문면 교로리 왜목 마을에 가면 형편은 달라진다. 동해처럼 먼 수평선에서 아침해가 솟는 것이다. 짙푸르게 새벽 기운이 퍼지며 보랏빛에서 주황빛으로 아름답게 변해가는 모습도 닮아 있다. 이
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것은 온전히 아산만 덕이다. 남쪽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둘러봐도 속살 깊이 뭍으로 파고든 바다가 아산만
말고는 없기 때문이다. 왜목은 큰 지도에서는 서해안이지만 그 동쪽에
바다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만 입구인 교로리에서 삽교 방조제까지
거리가 무려 30킬로미터를 넘는다. 동해에서 뜨는 해도 뭍에서 2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에서 첫 일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곳 왜목 마을에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해 뜨는 동쪽과 일직선상에 아산만이 있어서 일출을 보기엔 더 없이 좋은 조건을 지닌 것이다.
3. 해돋이
왜목의 일출은 결코 서두르지 않는다. 해 뜨기전 발그스름하게 하늘을 물들이는 시간이 만만치 않으며 해가 떠오르기 시작해 황금 빛으로
바다를 물들이고 해가 뜬 후 붉은 잔영을 마저 거두기까지 어느 한 순간도 급하게 진행되지 않는다. 한참을 뜸들이다 순식간에 불쑥 튀어올라 조금은 허망하기도 하다는 동해 일출과는 그래서 다르다. 왜목 해돋이의 묘미는 바로 여기에 있다. 사시사철 장관을 보여주지만 특히,
10월말에서 11월초 무렵이나 2월 중순경에는 매우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또한, 물 안개가 끼면 더욱 신비스럽다.
왜목 일출을 '맛보는' 시간은 대략 15분에서 20분 정도.
여명부터 제대로 즐기려면 해
뜨는 시각 20분전에 도착하는
게 좋다. 일단 왜목 마을에 들어서면 어느 곳에서나 일출을
볼 수 있다. 동향의 포구 앞으로 서해바다가 펼쳐지는 지형
덕분에 해가 서해 수평선 위로 뜬다. 포구 앞 국화도, 장고항의 용무치(해안의 높은 둔덕)로 떠오를 때는 더욱 운치가 있다. 하지만 좀 욕심을 내서 마을 뒷산인 석문산에 오르는 것이 좋다. 높이가 79미터에 불과해 몸이 불편한 사람도 쉬이 오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으뜸은 당진 화력발전소내 해안가 언덕위 석문각이다.
석문각은 발전소측이 흙을 돋워 만든 언덕에 세운 8각정자. 언덕 아래 왼편→오른편으로 소, 대난지도와 풍도 육도 입화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난지도 너머 수평선 아래로 사라지는 해, 주변 바다를 수놓은 섬과 바다와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석양, 바다를 한가로이 지나는 작은
고깃배…. 석문각이 발전소안에 있어 일반인의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게 아쉽다.
정상에 서면 먼저 왜목 마을이 한 눈에 들어오고 앞 바다에 평화롭게 정박해 있는 수십 척의 고깃배가 보인다. 그렇다고 동해나 남해처럼 방파제 안 내항으로 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모습이 아니다. 간만의 차가 커서 고깃배들은 뭍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뭍 가까운 바다에
닻을 내리고 띄엄띄엄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 모습은 텅 빈 바다의 공백을 점점이 메우고 있어서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이어 먼 바다로 장고항과 경기도 바다인 국화도의 모습이 보이는데, 특히 새벽녘의 고요함을 머금은 그 모습은 한 폭의 수채화 바로 그 자체이다. 왜목에서는
동해에 비해 기상변화가 심하지 않아 해돋이를 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잇점도 있다. 요즘처럼 대기가 비교적 안정된 겨울철에 이곳에서
해돋이를 볼 수 있는 날은 일주일에 4~5일 정도, 확률로는 50~60%에 이른다.
자리를 석문산 정상에 잡았으면 먼저 따뜻한 차나 컵 라면을 준비하는 것도 좋다. 겨울 바람이 생각보다 맵기 때문에 이들 음식은 더할 나위 없는 따스함과 행복감을 준다. 그렇게 몸이 따뜻해졌다면 이제 일출을 기다리면 된다. 앞서 말한 대로 해가 움트기 전, 빛깔이 바뀌며
변해 가는 하늘과 그에 투영된 바다를 보는 맛도 색다르기 때문이다.
12월로 접어든 요즘이라면 일출은 장고항 쪽에서 일어난다. 7시 40분
경에 바다가 황금색으로 변하며 열리기 시작하는데, 만이 가진 특성답게 잔잔한 수면 위로 봉긋 솟아오르는 것이다. 이때 받는 첫 느낌은 이
왜목 마을의 일출이 아주 수줍어 보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한없이
예뻐 보이는 금 구슬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만일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이 모습을 본다면 틀림없이 아이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빠 나
저거 갖고 싶어. 따 가지고 집에 갖고 가자."
해 뜨는 위치가 육지와 멀어 웬만한 망원렌즈 없이는 카메라에 담기가 어렵다.
200mm 짜리는 기본이고, 보통
400~600mm 렌즈는 갖고 가야 한다는 게
사진 작가들의 조언. 이맘때쯤 왜목 일출은
수평선이 아닌 육지와 길게 이어져 바다로
뻗어나간, 섬도 육지도 아닌 낮은 산 위로
떠오른다.진득하게 앉아 산 위에서는 떠오르는 해를 바다와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왜목 해변 왼쪽에 있는 선착장으로 가면 비탈진 산자락 끝에서 떠오르는 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게 이십여 분 일출을 보고 나면 마을로 내려와 아침을 먹고(아침 식사를 하는 식당이 두 곳 있다.) 방파제로 나가보는 것도 좋다. 해돋이에 맞춰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로 일 나가는 어부들을 그 때 만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내내 황금 빛으로 새벽을 열었던 바다가 어느덧
은빛 반짝이는 바다로 변해 있을 것이다.
4. 해넘이
왜목의 일출이 마음에 들었다면 내친김에 일몰까지 보고 가는 건 어떨까. 왜목에서 해넘이까지 감상할 수는 없다. 다만, 이곳에서 3km쯤
떨어진 대호방조제 쪽으로 나가야 한다. 지척에 있는 대호방조제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서해안 일몰의 황홀함 그대로이다. 피서지, 해수욕장으로도 이름난 난지도를 배경 삼아 뉘엿뉘엿 지는 대호방조제 일원에서의 해넘이도 뭉클한 감흥을 선사하기에 충분하다. 또한, 총길이
8.2km에 이르는 대호방조제는 사시사철 상쾌한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좋다. 제2 배수갑문 근처의, 원래는 섬이었던 도비도 휴양단지는 전망대와 숙박시설, 횟집 등이 어우러져 있으며 유람선도 있다.
5. 숙박 시설
숙박·편의시설도 충분하다. 일단 왜목에 닿으면 일출 보기가 큰 목적이므로 왜목에서 숙박을 하는 것이 좋다. 왜목 해변에는 동인장 여관과 태공장 여관이 있다. 그밖에 민박집이 네 곳 있다. 횟집과 매운탕을 파는 집들이 해안가에 자리잡고 있어서 철마다 올라오는 싱싱한 횟감과 매운탕을 즐길 수 있다. 왜목에서 10분 거리인 도비도 농어촌휴향단지(T.351-9200)에서는 싱싱한 활어회와 매운탕을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즐비하고 숙박시설도 갖춰져 있다.
태공장 : (041) 353-3053 왜목해변에 위치,욕실,TV 등 기본시설. 바닷가쪽 경우에는 베란다/방안에서도 해돋이 감상 가능. 주말에는 예약 필수.건물 1층에 횟집과 낚시점,매점도 있다.
도비도농어촌 휴양단지(왜목에서 10분 거리) : (041) 351-9200 여관식 숙박시설
동인장 여관 : (041) 352-8799 왜목입구에 위치
이오장 여관 : (041) 353-6876
청솔파크장 : (041) 353-1766 삼봉리에 위치
힐 하우스 모텔 : (041) 352-4566, 6966
석문장 여관 : (041) 353-3111
대어횟집 : (041) 352-6333(민박) 교로리횟집 : (041) 353-0897(민박)
영빈가든 : (041) 352-7418(민박)
당진군청 문화공보실 : (041) 350-3224 야간당직실 : (041) 350-3222
6. 길라잡이
이십 리에 이르는 서해대교가 놓이면서 이 마을로 가는 길은 한결
수월해졌다. 물론 수도권이나 강원지역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이야기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이 곳에 살고 있으니 크게 덕볼 일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영남이나 호남 사람들이 마냥 서운할 일도 아니다. 내년이면 경부선과 서해안 선을 잇는 안성 평택간 고속도로가 곧 뚫리기
때문이다.
서울이나 수도권 사람들은 서해안 고속도로를 탄 후에, 서해안 선으로 접어들어 서해대교를 지나자마자 당진 나들목(당진 IC)이 나오는데 바로 그곳에서 나와(다음 구간은 아직 완공도 안 되었다.) 32번 국도에 진입한 후 당진 화력발전소 이정표만 보고 무조건 달리면(당진읍내에서 석문방향의 지방도 615호선을 타고 25분 가량) 교로리라는 곳에 이르고, 당진화력 발전소 오백여 미터 못 미친 곳에 '일출, 일몰, 월출을 볼 수 있는 마을'이라는 큰 푯말이 서 있다.
영남지방이나 호남지방 사람들은 아무래도 경부고속도로 천안이나
평택 나들목에서 나와 32번국도(천안 진출시)나 34번 국도(평택 진출시)를 타면 바로 당진으로 이어진다. 두 도로 모두 4차로로 확장된 구간이어서 굳이 과속을 하지 않아도 1시간 안에 왜목 마을에 닿을 수
있다.
또한 대중 교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서울 서초구 남부 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고속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당진에 닿으면
교로리행 시내버스가 30분마다 있어서 오히려 승용차편보다 더 수월하게 갈 수 있다. 서해대교 개통으로 2시간 30분 걸리던 것이 1시간
40분(135㎞) 남짓 줄었기 때문이다.
< 도로안내 >
서울 - 안양-서울~안산간 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송악교차로를 이용하여)당진-석문-왜목
서울-평택-34번국도-삽교천-당진-대호지-대호방조제(3시간소요)
서울-천안ic-온양-삽교호방조제-당진-대호방조제(당진에서대호방조제까지 32km, 지방도 615호이용,30분소요)
경부고속도로 안성IC-평택-삽교호방조제-당진-대호방조제
< 교통안내 >
시내버스 : 당진버스터미널에서 삼길포행 버스 승차하여 종점에서 하차 (1일 15회, 06:25 ~ 21:25, 40분소요, 30분 간격, 직행)
배편 : 인천연안부두 ↔ 삼길포간 여객선운행 (연안부두발 09:00 ~ 삼길포발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