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공간서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병원
질병을 치료하는 공간으로만 인식되던 병원이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최근 들어 주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환자편의를 높이기 위한 문화시설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확충되고, 음악공연을 비롯해 영화상연,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공연행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고객 편의를 높여 환자유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병원의 경영전략과 환자들의 호응이 맞아 떨어진 결과다.
스카이라운지부터 PC방까지 없는게 없어
병원 내원객을 위한 원내 편의시설을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다. 25시 편의점은 기본이고, 고급 브랜드 커피숍부터 스카이라운지, 옥상 정원, 레스토랑, 도서관, PC방까지 없는 게 없다. 수년 전부터 버거킹이나 롯데리아 같은 패스트푸드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저 점포 입점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분당서울대와 영동세브란스병원에는 롯데리아가, 아주대 및 신촌세브란스병원에는 버거킹이, 서울아산․세브란스․강남성모병원에는 각각 파파이스가 입점해 있다.
전문 커피숍이 들어선 병원도 많다. 서울아산병원을 비롯 삼성제일병원, 한양대의료원, 명지병원 등의 의료기관에 ‘로즈버드’ 체인점이, 또 삼성서울병원과 건국대병원에는 미국계 커피전문업체인 스타벅스가 입점했다. 비교적 건물 층수가 높은 병원에는 스카이라운지도 속속 생겨나는 모습이다. 서울아산병원 18층에는 한식과 양식 식당이 입점한 스카이라운지가 생겨 병원계의 명소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개원한 세브란스 새병원 20층에도 스카이라운지가 생겨났고, 을지대병원에도 15층에 스카이라운지가 운영된다. 요즘은 옥상정원을 조성해 환자들에게 편안한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병원도 곳곳에서 눈에띈다.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경우 지난해 본관 2층 옥상 공간을 환자들을 위한 휴식처로 조성했고,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은 병동 옥상을 '하늘정원'으로 꾸며 놓았다.
강남성모병원의 하늘정원은 얼마전까지 모방송사의 프로그램에서 야외세트장으로 활용되면서 지금은 유명공간이 됐다. 이밖에 한방병원이나 노인전문병원들도 버려진 옥상공간을 정원으로 꾸미는 일이 일반화되는 추세다. 인터넷 사용이 일반화되면서 PC방도 병원으로 옮겨왔다. 아주대병원은 지난해 1인실과 VIP실 등 총 58개 병실에 네트워크 통신 장비 및 케이블을 설치, 인터넷을 활용할 수 있금 한데 이어 6층 소아병동 학습실에 6대의 PC를 설치해 놓았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14대의 PC를 각 병동에 설치해 유료로 사용할 수 있게 끔 했고, 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 등도 병동의 각 층마다 몇 대씩의 PC를 설치해놓고 운영중이다.
영화도 보고 음악공연도 듣고
요즘 병원의 문화공연을 들여다보면 거의 전시공연장티 수준이다. 영화 상연부터 음악공연, 미술전시회, 사진전 등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화순전남대병원 지난해부터 매달마다 환자와 보호자를 위한 영화상영 행사를 갖고 있다. 이달에는 지난 24일 원내 강당에서 박중훈, 김승우 주연의 '천군'을 상영했다. 고대 안암병원도 매달 8층 대강당에서 영화를 상영한다. 지난달에는 '가문의 위기' '강력 3반' 등 모두 5편의 영화를 환자 및 보호자들을 대상으로 상영했다. 각종 공연행사도 흔하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지난해부터 1층 로비를 지역 내 문화단체 및 문화예술인에게 개방하면서 매달마다 지역내 연주팀이나 예술가들이 찾아와 음악공연과 조각, 도자기, 그림전시회 등 각종 문화행사를 펼치고 있다. 다달이 '행복플러스음악회'라는 공연행사를 개최하는 전북대병원은 최근 원내 로비에서 64번째 공연을 가졌다.
전북대병원 관계자는 "음악회를 비롯 영화상영, 미술전시회 등을 통해 딱딱한 병원의 이미지를 벗고,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초 원자력병원에서는 이색적인 행사가 펼쳐졌다. 병원내 입원환자와 문화 예술인들이 함께 그림을 그리고 노래도 하는 이색 행사를 마련했기 때문이다. 미술 행사가 열리는 한켠에서는 국악인들의 대금연주 및 소리공연, 클래식기타 연주와 함께 성악가가 환자와 함께 노래하는 현장음악회도 열렸다.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지난 10일부터 1층 로비에서 의료원을 배경으로 촬영한 예비신혼부부들의 야외촬영사진과 함께 최근 개봉된 영화 '6월의 일기' 사진 5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동산의료원에는 대구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동산의료선교박물관 주변의 풍경이 수려한 탓에 예비신혼부부들의 웨딩촬영지로는 물론 영화촬영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이 병원 관계자는 "동산의료선교박물관에는 한해 1천여쌍 이상의 신혼부부가 다녀가고, 최근 영화나 드라마 촬영섭외가 줄을 잇고 있어 병원을 찾는 환우들이 웨딩사진과 영화사진을 보면서 행복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사진전을 마련했다"고 행사 취지를 설명했다. 바야흐로 전통적 의미의 병원공간 개념이 사라지면서 문화공간으로의 병원이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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