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사 : 서 기원 (구주.CIS팀 과장)
약 력 : 한국외국어대 노어과 졸업
1990.9-91.9 모스크바 루뭄바大 연수
1995.10-99.2 모스크바 무역관 근무
1. 예술에 대한 이해로 인간적 공감대를
러시아 속담에 “러시아는 하나의 나라가 아니라 전 세계이다.”라는 말 이 있다. 러시아는 광활한 유라시아 대륙에 걸쳐 수많은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고 150여 개 민족이 함께 살고 있는 다민족 국가로서, 아시아와 유럽의 특성을 일부 갖고 있는 한편 러시아만의 독특한 문화와 관습에 따른
고유한 비즈니스 특성을 갖고 있는 나라이다.
러시아는 무엇보다도 개인적인 유대관계가 매우 중시되는 나라이다. 러시아와 비즈니스를 추진중인 우리 기업인들이 자주 내뱉는 말로 러시아는
‘되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나라이다. 사회주의 계획경제하에서 70여 년 간을 지내 오다 보니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합리성을 좇기보다는 인간적인 친소관계에 따라 모든 비즈니스의 성패와 추진속도가 결정되곤 하였기 때문이다.
2. 인간적 친분이 비즈니스의 성패를 좌우
아직도 러시아에선 ‘빠 블라투’ 형식을 이용하여 일을 추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기나 연고 등 개인적인 친분관계를 이용하여 목적을 이루는 것을 일컫는 말로서 아무런 죄의식 없이 개인의 인맥을 자랑하는 말로 사용되곤 한다. 러시아에서는 실력이나 기준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기 친구나 가까운 사람은 우선적으로 배려해 주는 인간관계 중시의 문화를 갖고 있다. 현지 실력자나 정부 고위관리 등과의 인간적인 유대관계를 확고히 구축할 경우 관련 비즈니스가 비교적 손쉽게 풀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우리 기업인들은 러시아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할 필요가 있다. 못사는 나라, 추운 나라, 마피아와 비밀경찰(구KGB)이 득세하는 공포정치의 나라등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통념을 많이 갖고 있다. 실제로 러시아 국민의 개인소득은 낮으나 정신적, 예술적인 깊이나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보다 높다. 또 사계절이 있으며 5~9월까지의 봄, 여름, 가을시즌은 따뜻하고 푸른 숲과 꽃으로 아름답다. 러시아는 살인 등 범죄발생률도 미국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마피아들은 외국인들의 일반 수출입 비즈니스에는 크게 개입하지 않는다.
러시아 국민은 물질적으로 어렵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잘사는 외국인에 대해 선망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 그러나 세계 강대국으로서, 세계 최고수준의 예술과 문화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대한 엄청난 자긍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인과 비즈니스 상담시 러시아의 뛰어난 과학기술, 예를 들면 세계 유일의 우주정거장, 세계 최고의 발레와 음악 그리고 문학 등을 칭찬하라. 톨스토이나 푸시킨의 작품을 읽었다고 이야기하든가 차이코프스키를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고 언급하면 이후 정말 원활하고 부드러운 상담이 진행된다. 나폴레옹이나 히틀러 군대를 물리친 러시아인의 자랑스런 역사를 칭찬하는 것도 훌륭한 비즈니스 기술이다.
3. 작은 일에도 감동하는 러시아인
러시아인은 감성이 풍부한 민족이다. 예술과 문화를 사랑하는 만큼 그들의 보드카 사랑 또한 유별나다. 일단 친구가 돼서 흉금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가 되면 보드카를 마시자고 한다. 보드카를 한 잔 같이 마시고 나면 복잡하던 비즈니스 문제가 말끔히 해결될 때가 많이 있다.
감정이 풍부한 만큼 작은 일에도 매우 즐거워하고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현지직원들과 가까운 친구, 거래선들의 생일과 기념일을 축하하여 파티를 주선하고 정성이 담긴 작은 선물을 주고받는다면 훨씬 러시아인들과 가까워 질 수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가족들을 저녁식사나 음악회로 초대해서 같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러시아인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것이다.
4. 비정상적 교역관행이 일반화
러시아의 상거래 특성은 비정상적 교역관행이 일반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교역관련 법률과 제도가 미정비되어 있는 데다 현지 바이어들은 세금회피 목적으로 언더밸류 등 이중계약을 요구하고 있다. 또 바이어들은 신용장 방식을 기피하고 있으며 계약대금의 일부를 T/T로 선송금하고 잔액은 후불로 지불하는 대금결제방식이 널리 통용되고 있다. 심지어 바이어들은 첫 거래의 경우에도 외상결제를 요구하는 사례도 빈번한 실정이다.
대부분의 수입상은 영세하며 시황에 따라 소량 오더를 수시로 발주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대부분의 수입상들은 1990년대에 등장한 신생기업들로서, 전문바이어가 미성숙 되어 있어 환율상승에 따른 환차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신속한 딜리버리를 요구하고 있다.
러시아는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사회 변혁기에서 오는 혼란과 무질서가 있는 나라라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현지 출장시 수수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는 것이 좋으며, 부자처럼 행동하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한다. 야간에 나이트클럽이나 카지노 출입을 삼가야 하며, 여권과 비자 등 증명서를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끝 =
【 러시아 보드카 마시는 법 】
♣ 러시아에 가시면 "빠싸쇽"을 조심하십시오
('빠싸쇽' : '길 떠나기 전에 마시는 마지막 한잔'이라는 러시아어)
오늘 러시아의 보드카에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보드카 마셔보셨습니까? 다른 나라에서도 진짜 술 좋아하시는 분들은 보드카를 즐겨 드신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확실하거든요. 영화 '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주정뱅이로 나오는 니콜라스케이지가 계속 마시던 술도 보드카였지요. 무색, 무미, 무취의 깨끗한 43도 짜리 술이지요.
제 경험에 의하면 빈속에 원 샷으로 두 잔쯤만 연거푸 마시면 모세혈관까지 술기운이 퍼져 온 몸이 짜릿해 지는 게, 몸 속의 모든 세포가 깨어나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됩니다.
러시아 속담에 영하40도의 추위는 추위가 아니고, 40도의 술은 술이 아니며, 400KM의 거리는 거리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러시아적인 약간의 과장이 섞인 표현들이지만 러시아의 특성을 잘 나타내주는 표현들입니다. 러시아는 독한 술을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사는 광대한 영토의 추운 나라라는 뜻이지요 .
저는 연수생활 1년 포함해서 정확히 4년 5개월을 모스크바에서 살았습니다. 러시아인들과 어울릴 때면 그들의 술인 보드카를 주로 마셨습니다. 그들의 술에 대한 집착은 대단해서 한번은 저희 집에 초대해서 진탕 마셨는데, 고주망태가 된 러시아 친구 한 명은 취한 가운데 부축을 받으며 저희 집을 떠나면서도 뜯지 않은 보드카 한 병을 몰래 움켜쥐고 가 버렸습니다.
보드카도 전통이 있는 술이다 보니까 나름대로의 에티켓과 음주 법이 있습니다. 보드카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러시아 국민의 대중적인 술이지만, 여자를 초대해서 다짜고짜 보드카를 권해서는 안 되는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독한 술을 처음부터 여자 손님에게 내놓은 것은 저의(?)가 분명하다는 이유에서지요.
또 마실 때는 항상 냉동고에 얼려서 병에 차갑게 성에가 낀 보드카를 마셔야 합니다. 이때는 술잔의 바깥 면에도 성에가 끼어 있어야 합니다. 이때 따르면 마치 기름처럼 흘러내리지요. 마실 때는 숨을 한번 들이킨 다음 조금 내뱉고 술잔을 단숨에 들이켜야 합니다. 러시아인들은 첫잔은 '다 드나(우리 식으로 원 샷)' 해야 한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기죽이기지요.
보드카 마실 때 안주는 무엇을 먹을까요, 가장 좋다는 캐비어도 있지만 보통 훈제연어, 햄, 소시지, 살라(소금에 절인 돼지비계), 소금에 절인 오이 등을 주로 먹습니다. 2차 세계대전때 병사들끼리 한 잔 마신 다음 안주가 없을 때면 빵 한 덩어리를 들고 돌아가며 그 냄새를 맡았고, 빵 마저 없으면 땀에 젖은 군복의 소매끝 냄새를 맡는 것으로 안주를 대신하였다고 합니다.
한국사람과 러시아인들의 공통점을 꼽는다면 끝까지(결말이 날 때까지) 마시는 것하고, 술 권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모스크바 무역관에서는 매주 금요일이나 또는 월말에 무역관 식구들의 생일등 기념할 만한 핑계거리를 찾아서 근무시간이 끝나고 파티를 하곤 하였습니다. 커다란 탁자에 처음엔 보드카가 서너병, 샴페인, 햄, 소시지, 소금에 절인 오이, 훈제 연어, 연어알(이크라)등 각종 안주가 푸짐하게 등장합니다.
저희 무역관 현지직원들 술 실력은 존경할 만합니다. 보통 보드카를 맥주 잔에 반쯤 따라 마십니다. 다른 술과 섞어서는 잘 마시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재미있는 이야기를 끊임없이 해대가며 계속해서 마십니다. 마치 써커스의 광대처럼 몸짓도 재미있어 지고, 성대묘사도 하고, 목소리도 높아지고, 물론 나중에 기분이 더 좋아지면 탁자를 밀어 제치고 춤도 추곤 하지요.
대부분의 러시아 친구들은 남의 술잔이 빈 것을 보면 참지 못합니다. 어떤 친구는 '리프레시(Reflash)'라고 외치며 계속 따라 줍니다. 찔끔 찔끔 마시는 대부분의 한국인 동료들은 가끔 호기를 부려보지만 계속 수세적으로, 소극적으로 마실 도리밖에 없습니다. 그 위력을 이미 능히 알고 있거든요.
저 같은 경우 웃음으로 때어 넘기며, 그래도 남자로서 최소한의 주량을 과시하며 적당히 가늠하며 마시게 됩니다. 결국은 파티가 파할 때면 자기가 마실 수 있는 주량의 최고도에 이르게 됩니다. '자, 이제 전투는 끝났다. 집에 가서 자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고 옷을 입고 가방을 챙깁니다.
그리고 작별을 할라 치면, 어디선가 나타났는지, 보드카를 한 2병 손에 들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러시아 직원이 부릅니다.
"가스 빠진(미스터) 서 , 빠싸쇽..."
"으잉?"
'빠싸쇽'은 파티가 끝난 후 작별을 아쉬워하며, 길 떠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기원하며 모두가 마지막으로 마시는 전통의(?) 한 잔술인 것입니다.(아! 이것을 왜 몰랐을까)
따라줍니다. 맥주 잔으로 약 절반쯤 , '빠싸쇽'으로 따라준 잔은 빠른 시간내에, 보통 거의 단숨에 마셔야 마지막 남자다움을 보여 줄 수 있습니다. (끝까지 약한 모습 보이기 싫으면)
아, 그 고통, 그 괴로움...
러시아에 가시면 '빠싸쇽'을 조심하십시오. 이것을 계산에 넣으십시오.
오히려 러시아인과 음주시 마지막에 '빠싸쇽'을 외치십시오.
'빠싸쇽'으로 무너지고 자빠졌던 숱한 나날들,
그래도 '빠싸쇽'을 권하던 그들이 그립습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