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춤’을 통해 건강과 행복을 전달하는 사람이 있다. 그는 ‘전통’이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울산학춤’에 요가, 태극권 등을 접목시켜 쉽고 재밌는 ‘건강학춤’으로 탄생시킨 류경열(55) 선생을 만났다.
전통 춤사위의 ‘재탄생’ 쉽고 재미있는 ‘건강학춤’ 몸도 마음도 ‘덩실덩실’
#1. 불혹의 나이, 학춤을 만나다
류경열 선생이 학춤과 인연을 맺은 것은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였다. 30여 년간 자동차 정비공으로 일한 류 선생은 당시 몸과 마음이 극도로 약해졌다고 한다. 앞만 보고 달려 온 시간이 너무나 허무했고, 새로운 삶을 찾고 싶었다. 그런 그의 눈에 띈 것이 전화번호부 책.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다양한 직업과 세상을 만나게 됐다. 그 중 유독 국악학원에 마음이 끌렸다. 장구, 판소리, 대금 등 전통사물을 이것저것 접하던 와중 김성수 선생(법명 백성)의 울산학춤을 배우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맞게 됐다.
늦은 나이에 춤을 시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고도의 집중력과 끝없는 노력이 필요했다. 밤 낮 가리지 않고 오로지 춤에만 매달렸다. 하지만 전통춤은 ‘특별한 사람만이 추는 춤’이라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류 선생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전통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울산학춤을 알리기 위한 그의 도전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2. 건강과 즐거움, 다시 태어나는 전통
류경열 선생은 현재 현대자동차문화회관, 북구문화아카데미, 동구노인복지회관, 농소 문화의 집, 국악 학원 등 지역 5곳에서 ‘건강학춤’을 가르치고 있다.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수강생들이 학춤을 통해 건강을 되찾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그는 항상 춤 동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몸과 마음을 일치하라고 주문한다. “춤은 즐거움이지요. 무엇이든 즐기면서 행복하게 할 때 그 힘을 발휘하는 겁니다. 학춤은 육체적인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학춤은 말 그대로 학이 추는 춤을 말한다. 학은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장수를 상징한다. 인간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추구하는 가장 큰 목표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다. 학춤은 그런 인간의 바람을 춤으로 승화시킨 전통 춤이라고 할 수 있다.
류 선생은 학춤을 즐기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역시 학춤을 추기 전에는 건강이 좋지 않았다. 어린 시절 다친 다리 때문에 거동이 불편했고, 30년 동안 쉴 새 없이 일만 하다 보니 자신을 돌볼 시간이 없었다. 어느덧 학춤과 인연을 맺은 지 10여년. 그의 몸은 한 마리 고고한 학처럼 가볍다. 사뿐 사뿐 내딛는 발걸음이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것 같다.
류 선생에게 학춤을 배우고 있는 수강생들도 건강엔 학춤만한 게 없다며 입을 모은다. 대장암 선고까지 받았던 수강생 백정희(65)씨는 학춤으로 두 번의 인생을 살게 됐다.
“투병생활을 하면서도 선생님 밑에서 꾸준히 학춤을 배웠죠. 그랬더니 회복속도가 굉장히 빨라졌어요. 폐활량도 남들보다 월등히 좋아졌구요. 지금은 거의 완치됐답니다. 저한테는 학춤이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죠” 6년째 학춤을 배우고 있는 김말자(70)씨 역시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찾았다고 말한다. “보기에는 쉬워보여도 균형감각도 있어야 되고, 동작 하나 하나가 어려워요. 학춤을 한 번 추고 나면 등에 땀이 흥건히 고일 정도니까요. 관절도 좋아지고, 즐기면서 하니까 마음이 행복해져요”
#3. 모두가 ‘건강학춤’을 추는 그날까지
국선도, 선무도 등 순수전통무예의 동작을 응용해 ‘건강학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은 류 선생의 ‘고집스런 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저는 전문 춤꾼이 아닙니다. 물론 전통을 고수하는 분들이 저를 보면 욕을 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밌게 학춤을 즐길 수 있길 바랍니다. 그저 몸과 마음을 일치시켜주는 행복한 전통춤을 전달하고 싶을 뿐입니다”
류경열 선생은 아직도 배울게 많다며 고개를 숙인다. 학춤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자신부터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것. 현재 그는 동국대학교 심리학 석사과정과 울산대학교 체육학과 박사 과정, 명륜대학에서 인간의 도리를 배우며 자기발전에 매진하고 있다. 세계를 돌며 학춤을 알리는데도 앞장서고 있다. 터키, 네덜란드, 독일, 일본, 중국 등 지금까지 공연을 펼친 무대만 해도 20여 곳. 국내에서는 각종 대회에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화성운학전국무용제 대상, 전국노인무용제 대상 등 굵직한 수상경력만 해도 30여 차례에 달한다.
“울산시민들이 ‘건강학춤’으로 아침을 맞이하는 날이 오면 그보다 행복한 일이 없겠지요(웃음)” 류 선생은 앞으로 ‘건강학춤’을 울산을 대표하는 체조로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운명같은 시간에 철저하게 더해진 신념. 그의 춤과 삶에는 깊은 철학이 있다.
첫댓글 좋은 자료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