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또한 지나가리라"
고사에 의하면 옛날 어느 왕이 승전에 승전을 거듭하여 국력과 국토를 넓히고 천하를
통치하면서 이것을 기념하여 멋있는 반지를 만들게하고 여기에 그를 기념 칭송할 명문을
넣을것을 명령하자 장인이 반지를 다 만든후에 깊은 시름에 잠기니 바로 이 명문을 뭣이라
써야 할지를 고민하던중 어떤 현인을 만나서 그 문장을 얻으니 그것이 바로
" 그 또한 지나가리라 " 였다.
오늘 2010년 4 월 30 일, 내 인생에 단 한번 밖에 없는 오늘, 새벽 기도부터 시작하여 묵상 미사 그렇게 새벽을 보냈다.
그 새벽이 지나가는것을 누가 모르랴만 지금 생각하면 '그 또한지나가리라'의 완료형이다.
새벽 4시, 회전전등을 들고 성당을 향하여 가는 걸음 뒷편에는 태릉 시내의 가로등 불빛이 별같이 총총한데 성당에 들어서니 내부는 칠흑 같이 암흑으로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조금후 수사님이 새벽기도 준비차 방과 제대에 불을 비추자 십자고상이 눈에 들어오고
한분씩 입장하여 제대에 경배하는 수사님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성무 일도로 시작되는 새벽기도는 그레고리안 성가로 봉헌되며 30분 정도 기도가 끝이나면
성당의 불은 다시 꺼지고 암흑이 흐른다.
새벽의 여명이란것을 이런것이구나 처음 느껴 보았다.
그때의 느낌 감동, 그런것은 그 암흑에서 서서히 암흑이 걷히면서 창문을 통하여 날의 밝음
을 보고 느낀것이다.
사물의 윤과이 살아나고 십자고상이 다시 돋 보이는데 그 신비한 감회는 아마 그때에 현장에
기도모임 참석자들만이 느꼈을 묘한 신비였다.
묵상의 사간이 끝나고 미사가 시작 될때에는 창을 통하여 햇볓이 내 얼굴에 비추이니
나는 새벽에서 아침을 이으는 다리를 건느고 있는것이다.
숙소에 돌아와 아내가 만들어준 현미 누릉지를 입에 넣고 오래 생각하며 씹고 또 씹고를
반복하면서 오늘 아침의 신비를 다시 되새김질 하고 있다. 내 생애에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성스러운 새벽을 보내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면서 내 생애에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시간을 보내는 서운함이 그 옛날의 고사를 떠 올리며 "그 또한 지나가리라" 를 생각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시시 각각은 흘러 과거가 되는데도 우리는 그것이 생활습관이 되어 의레히
시간은 지나간다. 나는 여기 있다고 생각하며 한평생을 지내왔다.
늦게나마 그 지나는 시간을 느끼고 아쉬워 하며 만고의 진리인 "그 또한 지나가리라"를 생각
하느것은 이곳 수도원에 들어와 피정이라는 과정에서의 소산이라 할수 있다.
이제 앞으로 하루가 더 남았다.
이시간, 그리고 지난 그 시간 모두가 인생에서 값지고 보배스러운 시간들이 었는데 그 보석 같은 시간을 헛되이 보낸일이 주마등 같이 떠오르며 나를 더 깊은 반성의 자리로 이끌어 간다
"그 또한 지나 가리라"
나의 이 반성의 시간도 지나고 있다, 모든 현재는 순간을 지나며 과거가 되고 만다.
이 과거를 값지게 평가 받기 위하여 좀더 진지하고 유익하며 만사를 사랑으로 관조하고
대하는 너그러운 삶을 재삼 갈구 한다.
" 그 또한 지나 가리라"
이 시간도 또한 지나고 있다. 시간이 지난다는것은 완성에 접근 한다는 것이며 그 완성의
끝은 삶의 종착점이 아닌가 한다.
그시간 그 새벽 그 아침 그것 또한 지나갔다.
2010 년 4 월 30 일 요셉 수도원에서 피정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