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메르의 세계" 탄생 1주년 특집기획물
프놈펜의 앙드레 김 사단 : 패션전위 "SPK Pl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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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K Plus"가 발표한 2009년 크미스마스 특집 아티클에 포함된 한 작품. ☞ 확대사진 |
작성 : 울트라-노마드 (크메르의 세계 운영자)
캄보디아, 그리고 럭셔리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
일반적으로 "캄보디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이고, 실제로 여러 경제지표들 역시 그렇게 나타난다. 바로 이런 나라에서 "럭셔리"(Luxury)한 이미지를 찾아내려는 시도 자체를 사람들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나마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 나라의 통치자 훈 센 총리가 "벤츠 600"에서 하차하는 모습이나, 그의 조카인 젊은 친구가 몰고다니는 "캐딜락 에스컬레이드"(Cadillac Escalade) SUV에서 대강의 상류층 소비패턴을 짐작해보게 될 것이다. 또한 훈 센 총리의 장녀이자 언론계 거물인 훈 마나 사장의 헤어스타일이나 차림새를 보고, 대충 "구찌"나 "이브셍롤랑" 정도의 향기를 맡는 동시에, 프놈펜 어딘가에 자리잡고 있을 고급미용실의 감각과 실력을 가늠해볼 수도 있다.

(사진) 스프크 플러스의 중심인물 쩸 웃 소윈이 개인적인 활동을 하던 2008년에 촬영한 남성 모델 낌 세이하(Kim seyha)의 모습.
하지만 이런 사람들도 사치성소비와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진정한 패션예술의 세계 자체를 상상하거나 찾아보려는 시도는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상상할 수 있는 "캄보디아"를 넘어선 영역이기 때문이다.
지난 1년간 "크메르의 세계"는 "사실"(Fact)과 "가치"(Value)라는 모토를 내세우며, 캄보디아에 대한 면밀한 탐색노력을 기울여왔다. 초기에는 주로 현존하는 부분과 과거에 대한 "정교한" 사실들을 탐색하느라, 미래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는 작업은 미뤄두고 있었다. 하지만 언젠가는 우리가 다뤄야 할 부분이었기에, 매우 이른 시기부터 캄보디아에서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그리고 거의 카페의 시작과 동시에 이러한 가치에 부합하는 일군의 예술적 활동을 발견해낼 수 있었다.
우리에게 있어서 그것은 놀랄만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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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SPK Plus"가 발표한 2009년 크미스마스 특집 아티클에 포함된 한 작품.
모델 : Duch Rida (여) Pen Chan Seth (남) / 두 사람 모두 "스파이 슈퍼모델 2009" 출신이다. |
스프크 플러스
우리의 관심을 사로잡은 예술적 전위들은 바로 "스프크 플러스"(SPK Plus)라 불리는 커뮤니티로서, 본 카페와 거의 동시에 시작된 "Khmer Celeb"라는 온라인 매가진을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전세계로 발신하기 시작했다.
패션사진이란 세계를 통해 이들이 보여주는 바는 기존의 캄보디아에 대한 고정관념 자체를 파괴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크메르문화의 고전적 향기가 매우 모던한 방식으로 녹아들어가 독특한 느낌을 주는 것은 물론, 세계 패션시장 어디에 내놓아도 경쟁력을 가질만큼 탄탄한 예술성과 상업성도 동시에 갖고 있다.
"스프크 플러스"의 최초 결성멤버들은 캄보디아 프놈펜에 살고있는 쩸 웃 소윈(Chem Vuth Sovin)과 알렉스 또웃(Alex Touth), 미국에 거주하는 로따낙 띠 리엉(Rattanak Tee Leang)과 위엇나 뽀(Veasna Pors), 그리고 뉴질랜드에 살고있는 아꽁(Akong) 등 5인이다.
이들의 구성에서 볼 수 있듯, 현재 캄보디아 유행과 연예계의 중심에는 해외교포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한국인들이 캄보디아의 핵심적 인적 자원을 낮춰보면 안 되는 것이, 바로 한국보다 최소한 동급 내지는 보다 발전된 문화권과 그들이 직접 소통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새로운 세대로 내려갈수록 더욱 더 가속화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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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스프크 플러스"의 중심인물인 패션 사진작가 쩸 웃 소윈. 그는 최근에 삭발로 자신의 헤어스타일을 바꾸었다. |
핵심멤버인 쩸 웃 소윈(현재 30세)은 이미 2007년경부터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습작들을 발표하고 있었다. 당시 그는 프랑스의 로스쿨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정부의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일상이 너무 지루하고 무의미하게만 느껴졌다. 밤이면 그는 "카라오케 바" 같이 일반적으로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곳은 아니지만, 캄보디아의 젊은 연예인들이나 예술가, 혹은 대학생들이나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인터네셔날 바나 클럽에 자주 놀러나가며 시간을 보내곤 했다. 서울 감남역 클럽촌이나 홍대앞 카페촌을 누비는 현재의 한국 젊은이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패턴인 것이다.
쩸 웃 소윈의 블로그에는 점차로 전세계에 퍼져 살고있는 크메르계 젊은이들이 조금씩 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스프크 플러스"가 탄생한 것은 2009년 초반의 일이다. 당시 온라인 채팅을 통해 예술과 유행, 연예인에 대한 관심을 공유하던 이들은, 즉시로 "크메르 연예인 커뮤니티"(Khmer Celebrity Community: KCC)란 작은 아마츄어 매니아 공동체를 결성했다. 이후 2009년 3월부터 온라인 매가진 "Khmer Celeb"(크메르 셀레브)를 오픈하고 느리지만 진지한 출발을 시작했다. 이들의 활동은 주로 국내파들이 작품제작과 정보수집을 하고, 미국 거주 멤버들이 편집을 하며, 뉴질랜드 거주 멤버가 인터넷 솔루션을 제공하며 이뤄졌다. 국내파 중 쩸 웃 소윈은 사진촬영을 담당하며, 알렉스 T 또웃은 코디네이팅과 미용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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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 중 휴식을 취고 있는 사진작가 쩸 웃 소윈(상)과, 뷰티 디자이너 알렉스 T (하). |
"크메르의 세계"가 이들을 발견한 것도 바로 그즈음의 일이다. 현재는 이들의 활동이 급속하게 성장하면서, 보다 본격적인 사이트들이 개설되어 "Khmer Celeb"의 기능은 중지된 상태이다. 이제 "구글" 영문검색에서 "SPK Plus"를 검색하면, 그 검색건수가 60만건에 달하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현재 "스프크 플러스"의 활동은 원래 쩸 웃 소윈이 운영하던 "스프크 플러스 디지탈사진"(SPK Plus Digital Photography) 스튜디오와 더불어, "스프크 플러스 모델 에이전시"(SPK Plus Model Agency)까지 확장되어 직원들을 고용하고, 본격적인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에도 착수한 상태이다.
이들이 촬영한 출연모델들을 보면 여가수로는 캄보디아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미어 속 소피어(Meas Sok Sophea)와 소꾼 니사(Sokun Nisa), 정상급 유명 배우들인 촌 짠 리어케나(Chorn Chan Leakhena)와 께오 삣 삐세이(Keo Pich Pisey)를 필두로 수많은 연예들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소윈과 그의 동료들은 이 연예인들을 기존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재창조시키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의 작품에 등장하고 싶어하는 연예인들이 줄을 선 상태라고 과히 말할 수 있는 단계가 되었다.
이메일을 통해 "크메르의 세계"와 접촉한 쩸 웃 소윈은 "나는 아직도 이 일을 좋아서 한다. 나는 매일마다 녹초가 될 정도로 일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인생을 즐기고 있다. 우린 우리의 일을 정말로 사랑한다. 그것 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참으로 찾고있던 "쿨한 녀석"(Cool Guy)이자 한마디로 "쟁이"의 본성을 그대로 지닌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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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따"(Tota)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센소니따 막(Sensonita Mark)은 올해 17세의 프놈펜 출신 탤렌트이다. 최근에 민영방송 CTN의 드라마 <꽃 중의 꽃>으로 선풍을 일으키고 있고, 주요한 영화 3편에도 출연했다. "스프크 플러스"는 유명 연예인들의 기존 이미지를 파괴하고, 새롭게 한 차원 끌어올리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 추가사진 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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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크 플러스"가 <레이디스 매가진> 2009년 7월호를 위해 촬영한 센소니따 막(또따)의 또 다른 사진. ☞ 추가사진보기 |
스파이 슈퍼모델 2009 선발대회
"스프크 플러스"는 상당한 기세로 활동영역을 넓혔다. 2009년 10월초에는 유명 맥주회사를 스폰서로 삼아 "스파이 슈퍼모델 2009 선발대회"(Spy Super Model 2009 Contest)를 개최했다.
이 선발대회는 크메르 정서에 맞느냐를 놓고 티격태격하는 "미스 캄보디아 선발대회"와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슈퍼모델에 맞는 체격조건을 제한으로 하여, 준비기간 동안에 사진촬영과 여러 형태의 테스트를 거쳐 예심을 통과한 젊은 남녀들만 본선에서 경합한다. 그 기준에는 캄보디아의 특수성을 고려한 어떠한 조건도 주어지지 않으며, 오로지 "수퍼모델"로서의 보편적 자격기준에 부합하는지만이 심사기준이 되었다. 철저하게 전문성만이 고려된 것으로, 훈 센 총리와 같은 집권층들도 캄보디아의 나아갈 방향으로서 이들에게 한 수 좀 배웠으면 싶은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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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2009년 10월 9일 캄보디아 프놈펜의 "나가월드호텔"(Naga World Hotel)에서 개최된 "스파이 슈퍼모델 2009 콘테스트" 현장 모습. |
이들은 잘 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편적 상업예술 세계에서 캄보디아적 특수성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다는 점 말이다. 오히려 본격적인 정면승부를 통해 나아가는 것만이 지름길이란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는듯하다. 이런 면에서, 장차 이들이 상업적으로도 보다 큰 성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것도 직감하게 된다. 여기서 한국사회와 관련해서도 성찰해본다면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든다.
태권도 전 종목 금메달보다, 축구에서 월드컵 16강을 차지하는 일은 더 많은 가치를 지닌다. 왜냐하면 그것이 보다 보편적인 종목이고, 동시에 세계인들이 보다 많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가운데 보다 한국적인 축구스타일과 같은 특수성을 추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에조차 기본적으로는 미들필드를 장악하고, 전체 구장을 빠르고 넓게 활용해야 한다는 현대축구의 보편적 기본요소는 배제할 수 없다.
21세기에 있어서, 보편성 없는 특수성이란 결국 기반없이 하늘에 뜬 라퓨타섬과도 같은 것이다. 동일하게 보편성이 확보된 이후에는, 물론 특수성이 다시금 위력을 발휘하겠지만, 그것이 근본적인 위상을 가질 수는 없는 것이다.
"캄보디아는 농업국가이자 관광국가이다. 그리고 섬유와 건설이 보조해준다."
이제 캄보디아 정부는 경제의 4대축을 포기해야만 하며, 어떤 면에서는 포기하기에도 너무 늦어버렸다. 첨단산업 혹은 주요 기반산업의 구축 없이, 어떠한 국가도 국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울트라-노마드) |
"스프크 플러스" 역시 보편성만 지니고 있지는 않다. 이들이 태생적으로 크메르민족인만큼, 이들의 작품 안에는 본능적으로 크메르적인, 혹은 캄보디아적인 아름다움이 세련되게 녹아 있다. 하지만 이들이 가진 크메르적 요소는 바로 그들이 가진 보편적 예술성 때문에 빛난다는 것을 상기해야만 할 것이다.
예술적 전위들
진정한 예술적 전위들은 자신이 살고있는 사회와 시대를 앞서간다.
2009년 1월부터 근무를 시작한 캐롤 로들리(Carol Rodley) 프놈펜 주재 미국대사는 이보다 10년 전에도 프놈펜 대사관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여성 외교관이다. 최근 그녀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캄보디아계 미국인들이 살고있는 캘리포니아 롱비치(Long Beach)에서 강연을 가졌다. 로들리 대사는 캄보디아의 인권상황 등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새롭게 "훌륭한 예술인 공동체가 탄생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게 된 것이 즐거운 일 중 하나라고 말했다. 전적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다.
스프크 플러스,
이들을 통해 캄보디아의 10년 뒤를 상상해보는 즐거움과 더불어,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의 놀라운 문화적 인프라에 대해 새삼스레 성찰해보게 된다.
작품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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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레바논 혼혈 출신의 학생 모델 아담 노아(Adam Noah). |
Meas Sok Sophea

스프크 플러스의 재능은 특히 유명 연예인들이 이미 가지고 있는 기존의 이미지를 부수고, 한 차원 승화된 새로운 아름다움을 끌어낸다는 점에도 나타난다. 여가수 미어 속 소피어(Meas Sok Sophea)는 영롱한 목소리로 자타가 공인하는 캄보디아 최고의 인기가수지만, 원래 미모가 특출한 여성은 아니다. 하지만 "스프크 플러스"의 손을 거쳐 탄생한 그녀의 새로운 모습은 기존의 관념을 부수고 새로운 섹시함이 강조되어 있다.
(좌측사진) 기존의 미어 속 소피어의 이미지를 잘 보여주는 사진. (하단사진) 스프크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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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스파크 플러스의 탁월한 예술감각을 느낄수 있습니다. 캄보디아뿐만 아니라 세계 패션계에서 우뚝 솟을 날이 곧 올 것같습니다.
재능 있는 스파크 플러스의 작품을 더 가치 있게 편집하신 지기님도 대단합니다.^^*
캄보디아의 일반 패션잡지 사진들을 보면 촌스럽기 그지 없는데 스프크 플러스의 패션감각이나 촬영기법, 예술 감각,,,등은 어쩜 더 앞서가는 것 같아요. 캄보디아에서 촬영했다고 믿겨지지가 않아요. 정말로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