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전통이 살아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부산시민 대다수가 ‘동래구’라고 대답한다. 수영구를 떠올리는 이는 부산시민 가운데도 많지 않다. 그러나 수영구는 부산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지역이다. 특히 어느 지역보다 서민의 전통문화가 그대로 살아 숨 쉬는 고장이다. 뒤로는 금련산과 앞으로 광안리해수욕장이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해(背山臨海) 명승지이기도 하다.
수영구를 전통문화의 고장으로 꼽는 이유는 선인들의 놀이 문화가 그대로 계승, 재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50년 역사를 가진 수영야류(중요무형문화재 제43호)다. 수영야류는 정월 대보름날 저녁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던 마을 축제. 양반, 영노, 할미·영감, 사자무의 4과장으로 이뤄진 이 놀음은 타락한 양반계층을 희롱하는 서민의 탈놀음이다. 또 멸치잡이 후리소리를 연희화한 좌수영어방놀이(중요무형문화재 제62호)가 있다. 후릿그물을 만들며 부르는 내왕소리, 고기를 운반하며 부르는 가래소리, 풍어를 자축하며 부르는 칭칭소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모찌기노래, 모심기노래, 김매기노래, 보리타작노래로 구성된 수영농청놀이(부산시 중요무형문화제 제2호)는 농사협업체인 농청의 회원들이 고된 농사일을 하며 부르던 노래와 춤이다. 수영전통민속축제 뿐 아니라 부산의 각종 축제에서 볼 수 있다.
충절의 고장
수영구에서는 맑은 날엔 대마도가 보인다. 일본과 가깝다 보니 일본과 관련한 유적과 지명이 많이 남아있다.
조선시대에는 왜구의 노략질을 막기 위한 수군이 있었다. 경상좌수영은 본래 동래현 부산포에 있었으나 울산 개운포, 동래 남촌(부산 수영구 수영동), 감만이포(감만1동)로 옮겨 다니다 효종 3년(1652년)에 다시 수영동으로 옮겨와 고종 32년(1895년) 군제개혁 때까지 243년간 설치돼 있었다. 좌수영성은 사대문으로 이루어진 비교적 규모가 큰 성이었다. 성문에는 각각 문루가 있고 일정한 시각에 북을 울려 문을 열고 닫고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후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대부분 훼손되어 현재 수영동 수영사적공원을 중심으로 일부 유적만 남아있다.
공원 옆에는 임진왜란 때 목숨을 바쳐 싸운 25분의 위패를 모신 25의용단이 있다. 경상좌수사 박홍이 왜적과 항전도 하지 않고 수영성을 버리고 도망을 치자 수영성에 침입한 왜군의 약탈이 극에 달했다. 이를 보다 못한 성민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7년간 유격전을 펼치며 왜군에 대항했다. 전쟁이 끝난 후 동래부사가 25명의 의용을 찾아내 후손에게 군역을 면해주고 집집마다 ‘의용’이란 푯말을 붙여 충절을 기렸다고 한다. 1853년(철종4년)부터는 수영성 성문 근처에 의용비를 세우고 의용단을 마련하여 봄과 가을에 제사를 올리고 있다. 공원 안에는 수영 출신의 안용복 장군을 기리는 사당도 있다. 좌수영의 능노군(노젓는 병사) 군졸이었던 안용복은 숙종 때 두 차례에 걸쳐 울릉도와 독도를 침략한 왜인을 몰아내고 일본으로 건너가 독도가 우리 땅임을 확약받은 인물. 업적을 기리기 위하여 1967년 10월 30일에 안용복 장군 기념사업회에서 수영사적공원 내에 안용복장군충혼탑을 건립하고 매년 4월18일 제향을 올리고 있다.
오감이 즐거운 광안리해수욕장
부산에 오면 누구나 한 번쯤 다녀간다는 광안리해수욕장. 반원형으로 휘어진 1.4㎞의 백사장은 제각각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레스토랑과 카페, 횟집 등 300여 개 식당이 해변을 따라 길게 늘어서 있다. 최근 조성된 보행자 중심의 테마거리(1,250m)에는 다양한 조형물과 벤치, 녹지대가 꾸며져 부산시민의 최고 휴식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테마거리는 ‘낭만의 거리’ ‘해맞이거리’ ‘젊음의 거리’ ‘축제광장’ 등 구간별로 서로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야외무대에서는 연중 공연이 열린다.
상당수 사람들이 부산을 이야기할 때 광안대교가 떠오른다고 말한다. 과거에는 부산항과 용두산이 많았다. 이제는 광안대교가 어느덧 부산의 랜드마크가 된 것이다. 광안대교의 등장으로 광안리해수욕장이 유명세를 탄 것도 사실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앞바다를 가로지르는 광안대로(7.42㎞)는 국내 최대의 해상 복층 교량이다. 예술적 조형미가 뛰어난데다 첨단 조명시설을 구축해 10만 가지 이상의 생산을 연출, 밤이면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광안리 전체를 빛과 영상의 미술관으로 변모시킨다. 실제 광안리는 3차원의 빛미술관이다. 세계적 유명 작가의 작품 6점이 해안을 따라 설치돼 있으며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인류의 빛’ ‘문화의 빛’ ‘축복의 빛’ 등 3가지 주제의 레이저영상이 밤하늘을 수놓는다.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먹거리. 해수욕장 동쪽 민락횟촌은 300여 개의 횟집이 몰려 있는 곳으로 전국에서 그 규모가 가장 크다. 싸고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광안리해변 중간지점에 위치한 불고기골목은 20년이 넘게 명성을 쌓은 불고기골목이다. 20여 개 불고기집이 성업 중이다. 광안리해수욕장 만남의 광장(800m) 구간 해변도로는 해수욕장 개장기간(7~8월) 중 토·일요일 야간에는 차 없는 거리로 변한다. 거리는 노천카페거리로 바뀌고 각종 문화공연이 펼쳐져 더운 여름밤을 잠 못 이룬 피서객과 연인들로 거리가 가득 찬다. 또 광안리해수욕장 옆에는 국내 최초의 친수호안 시설인 수변공원이 새로운 관광명소로 각광을 받고 있다. 길이 543m, 너비 60m, 면적 3만 3,000㎡ 규모로 4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다. 이밖에 청소년수련원, 약수터, 천문대 등이 위치한 금련산(415m)은 지역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사랑을 받는 곳이다. 부산에서 낙동강 다음으로 길고 폭이 넓은 수영강도 부산의 대표적 시민휴식터. 강 건너 센텀시티가 조성돼 있고 강변에는 가족과 함께 쉴 수 있는 공원이 꾸며졌다.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단지 내의 벚꽃길도 부산의 대표적 명소다. 건물 사이로 활짝 핀 벚꽃의 아름다운 야경은 광안대교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꽃이 떨어질 때는 마치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듯 환상적이다. 광안리해수욕장과 가까워 외지 관광객 사이에도 소문이 나있다.
축제의 고장
해마다 4월이면 광안리해수욕장 일대에서는 전통 어촌 민속과 문화, 바다를 소재로 ‘광안리 어방축제’가 열린다. 길놀이를 시작으로 진두어화의 아름다운 재현, 어방그물끌기, 해양레포츠, 민속공연, 작품전, 체험행사 등이 펼쳐진다. 또 7월 말과 8월 피서철이면 시원한 바다를 배경으로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는 부산바다축제가 열린다. 광안리만의 국내 대표 축제는 부산불꽃축제다. 2005년 APEC행사 개최를 축하하기 위한 첨단 멀티미디어 해상쇼가 매년 10월 마지막 주 금~토요일에 개최된다. 광안대교와 불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하는 이 축제에는 부산시민 뿐 아니라 해외관광객, 사진작가 등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다. 또 음력 1월15일 정월대보름에 열리는 ‘수영전통 달집놀이’에서는 달집태우기와 강강술래, 송액연날리기등 달맞이 행사가 펼쳐진다. 이밖에 매년 8월이면 광안리해수욕장과 수영구내 소극장에서 광대연극제가 개최되고 있다.
수영구는 앞으로 광안리 앞바다에 관광유람선을 운행하고 마리나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어서 광안리는 사시사철 해양관광과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해양관광레저의 고장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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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는 길 부산역에 도착하면 지하철로 갈아탄 뒤 서면역에 도착해 2호선으로 환승, 광안역이나 금련산역에 내리면 광안리해수욕장으로 갈 수 있다. 부산에는 시티투어버스(첫차 오전 9시 20분, 막차 오후 4시 40분)가 있다. 하루 12회 40분간격으로 운행한다. 부산역에서 해운대방향으로 승차하면 광안리해수욕장(만남의 광장)에서 내릴 수 있다. 하루 몇차례를 타도 되는 버스다. 성인은 1만원. 운행코스는 부산역광장~UN기념관~부산박물관~광안리해수욕장~누리마루하우스~해운대(아쿠아리움)~해운대역~벡스코~광안대교~UN기념관~부산역광장이다.
추가정보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은 걸어서 자동차 5분 거리 이내에 또 다른 볼거리가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수영팔도시장. 수영로터리 북쪽으로 100m 거리에 위치한 수영팔도시장은 30년이 넘은 재래시장으로 값싼 생필품을 구입할 수 있는 곳이다. 또 광안리해수욕장 서쪽의 남천동 회타운에 위치한 남천해변시장에서는 값싼 활어와 과일, 질좋은 식재료를 구입할 수 있는 곳. 시장현대화사업으로 깨끗한 현대식 시설에서 쇼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