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이스트] 08 - 결승전의 비밀
S#1. 캠퍼스 길 일각
마이클이 보드를 타고 신나게 달려오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신나는 힙합 음악..
마이클 둘레둘레 소리의 진원지를 찾다가 넘어질 뻔해서 선다.
마이클이 보는 곳. 길가에 놓여져있는 커다란 시디 플레이어에서 신나는 힙합 음악이 울려나오고 있다.
그 옆에는 힙합 동아리 회원들이 공연 중이다.
그들 뒤에는 [힙합 동아리 회원 모집]에 관한 포스터나 플랭카드가 걸려있다.
그들 주위에는 구경하는 학생들이 여럿 모여있고.
마이클, 그 중에 끼어들어 구경한다. 어느덧 장단을 맞추며 들썩이고 있다.
S#2. 세미나실
민재 채영 정태 지원 둘러앉아서 세미나중.
민재 : 다음은 뭐지?
지원 : (노트를 보며) RISE TIME을 줄이려면 어떤 형태의 제어기가 좋을까. 누구 생각해 본 사람 있어?
정태 : PHASE-READ 형태의 제어기를 쓰면 될 거 같은데.. 그래야 OPEN-LOOP시스템에 ZERO를 넣을 수 있어서
RISE TIME을 줄일 수 있지.
채영 : 아냐..그렇게 되면 OVERSHOOT이 커지잖아?
민재 : 그건 OPEN-LOOP 일 때 문제고 CLOSED-LOOP에서는 OVERSHOOT을 줄일 수 있어.
채영 : (부지런히 메모를 하며) 너 그 말 책임 질 수 있지? 나 그대로 정리한다.
민재 : (시계를 보며) 어어 동아리 세미나 시간인데. (가방 챙기기 시작하는)
정태 : 너 그거 언제까지 할거야?
민재 : 뭐? 동아리?
정태 : 그래. 4학년 중에 동아리 기웃거리는 놈은 너 밖에 없다. 알고 있냐?
채영 : 나도 있잖아. (노트 등을 가방에 넣으며..)
지원 : 그럼 제어이론은 여기까지 하고 마는거야? 통신이론은 언제 할거야?
민재 : 오늘 저녁 일곱시. 좋지? 좋다구 해줘. (일어서는)
정태 : (가방에서 복사물 네뭉치 꺼내며) 이 못생긴 놈들한테 꼭 이걸 줘야될지 모르겠다만...
채영 : 뭐야? 그거.
정태 : 최근 3년간 대학원 문제 족보다.
채영 : 으아아. (부지런히 하나 뺏어서 뒤져보는)
지원 : (자기도 하나 갖고가서 보며) 이거 믿어두 되나. 하도 엉터리 족보들이 설치구 다니니까..
정태 : 3연속 낙방한 선배꺼니까 100프로 오리지널 원판이다. 이것만 달달 외워도 면접보다가 쫓겨나진 않을거야.
채영 : 정태야아아.
정태 : 왜 그렇게 징그럽게 불러.
채영 : 안아주고 싶어. 안아줄까?
민재 : (정태 옆에 와서 복사뭉치 하나 집어들다가. 자기가 덥썩 정태를 끌어안으며) 내가 두배로 안아줄게. 한번 두 번... 됐지?
저녁에 보자..
민재 먼저 나가고, 채영 낄낄 웃으며 따라나가고..
정태 묵묵히 책들을 챙기다 언뜻 쳐다보면 지원이 빤히 바라보고 있다.
정태 : 왜?
지원 : 너도 참 힘들겠다.
정태 : 뭐가?
지원 : 민재가 너무 괜찮은 친구라서.. 그래서 싸울 수도 없구말야. 그치?
정태 : (노려보는)
지원 : (생글거리며 보고있는)
정태, 책을 탕탕 테이블에 치며 일어선다.
S#3. 동아리방
들어서는 민재와 채영. 안에는 아무도 없다.
민재 : 지금 몇시야?
채영 : (시계 보며) 두시 10분이지.
민재 : 우리 두시에 모이기로 한 거 맞지?
채영 : 그렇지.
민재 : 그런데 왜 아무도 없어.
채영 : 모르지.
민재 : 이 녀석들을 그냥..
채영 : 오자마자 반 잡아놔야지.
민재 : (채영을 한심해서 돌아보는)
채영 : (씨익 웃어보이는)
S#4. 석학의 집
재명과 옥주, 진영이 나란히 앉아서 얘기하고 있는..
옥주 : 현모양처요?
진영 : 그렇지요. 내 꿈은 바로 현모양처라 이거지요.
재명 : 와아.. 멋지다.
옥주 : 그치만 그거 제일루 어려운건데.
진영 : 그래서 나는 말이지요. 여기 다니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사명감을 느끼거든요.
옥주 : 사명감이요?
진영 : 나는 아이를 최소한 셋은 낳을 것인데요. 그 중에 하나는 카이스트에 보내야겠다. 그럴려면 잘 키워야 할 것인데..
이런 사명감이지요.
재명 : 다른 둘은 어디 보낼건데요?
진영 : 하나는 예술가를 시켰으면 좋겠고요. 요즘은 예술가 중에서 만화가가 최고 인기라 하대요.
그리고 또 하나는 야구나 골프를 시킬까.. 생각하고 있는데.
옥주 : (재명과 마주보더니) 어째 그 중에서 카이스트 올 애가 제일 쳐지는 거 같다. 그치?
재명 : 너 그 말.. 내가 쳐진단 얘기냐?
옥주 : 솔직히 너는 만화가나 운동선수가 됐으면 훨씬 멋졌을거야..
재명 : (생각해보는데)
미순 : (다가오며) 야들이 듣자듣자하니까 아주 막 가는구만. 막 가. 느이 둘. 두시까지 가야된다구 안 그랬어?
재명 시계를 보다가 으악 일어선다.
옥주도 시계를 보고 믿고 싶지 않은 기분.
재명 : (옥주를 끌어당기며) 뭐하고 있어.
옥주 : 난 몰라. 우리 죽었어. (끌려가면서도) 민재오빠한테 죽었어.
미순 : (애들 가는 거 보다가 문득 진영을 보더니) 너 근데 골프같은 거 시킬려면 돈이 무지하게 드는 거 아냐?
그거 보통 돈 가지고 해결날 일이 아니다.
진영 : 그래서 내가 조금씩 벌고 있잖아요. 지금 버는 거 다 장래에 우리 애들 교육비로 저금하고 있거든요.
S#5. 동아리방
민재 서성거리고 있고, 채영은 아까의 족보를 체크해보고 있다가..
민재 : 나 말야. 어제 벌써 세 번째 그 꿈 꿨다.
채영 : (건성으로) 무슨 꿈?
민재 : 군대 가는 꿈.
채영 : (보며) 군대?
민재 : 어. 대학원 떨어지고 머리 박박 깍고 기차 타는 꿈. 기차역에선 너하고 정태하고 손 흔들고 있고..
채영 : 잠깐.
민재 : 왜
채영 : 거기서 나 어떡하고 있디? 울어? 웃어?
민재 : (생각해보는) 웃고 있던 거 같은데..
채영 : 우와.. (박수쳐가며) 다행이다. 고마워.
민재 : 뭐가.
채영 : 난 대학원 붙었나보다야. 그러니까 웃고 있지.
민재 : 으이그.. 이걸 친구라고..
채영 : (심각하게) 민재야.
민재 : 말하기 싫어. 이것들은 왜 안오는거야. 정말 푸쉬업 백번 시켜봐?
채영 : 우리.. 여기 그만두자.
민재 : (돌아보는)
채영 : 벌써부터 말하려고 했어. 우리 4학년이야. 관두자.
민재 : 그치만..
채영 : 나 사실 이 말 하려고 오늘 온거야. 나 여기 그만둘거야.
민재 : ....
채영 : 넌 대학원 떨어지면 군대 가야되지? 난 떨어지면 시집가야돼.
민재 : ...시집? ...남자하고 결혼하는 거?
채영 : 응. 우리 엄마 알잖아. 여자는 그저 집에 있어야 된다. 연구실에서 쇠쪼가리 만지는 거 보다 애들 낳아 잘 키우는 게
그게 여자의 애국이다.
민재 : ...야 아..하하.. 근데 누가 널 델구가냐.
채영 : 너 모르냐? 이번 구정때 집에 갔을 때 우리 엄마, 나한테 사진 넉장이나 보여줬다.
민재 : 사진? 남자 사진?
채영 : (끄덕이는)
민재 : ..(억지로 웃는) 아 하하하.
채영 : 나도 그렇게 웃긴 했지.. (흉내내어) 아 하하하. (다시 심각해져서) 근데 나 심각해. 이번에 대학원 떨어지면 길이 없어.
...그. 래. 서! 회장! 나 오늘로 여기 로봇동아리 그만 둬. 미안해.
S#6. 캠퍼스 내 길
헬멧 안 쓴 재명이 헬멧 쓴 옥주를 뒤에 태우고 오토바이를 몰고 오는 중.
재명 : 너 잘 봐. 아놀드 아저씨한테 걸리면 나 끝장이야.
옥주 : 잘 보고 있어. (두리번거리다가) 스토옵!
재명 무조건 옆에다 오토바이를 세우고는.
재명 : 클났다. 어디? 어디 계셔?
옥주 : 저기 좀 봐.
옥주가 가르키는 곳에 힙합 동아리 회원들의 거리공연이 벌어지고 있는데.. 거기 중간에 마이클이 끼어있다.
마이클은 아주 신이 나서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어대고 있다.
재명 : 가위바위보 하자.
옥주 : 가위 바위 보..
재명은 바위. 옥주는 보. 옥주, 재명을 밀어내며.
옥주 : 가서 잡아와.
재명 할 수 없이 마이클 쪽으로 간다.
마이클, 재명을 보고서는 손을 흔들어대며 더 신났다.
S#7. 동아리방
문이 조심스레 열리며 재명, 옥주, 마이클이 줄줄이 들어온다.
채영과 민재가 아무 말없이 조용히 앉아있다.
옥주 : (먼저 너스레를 떨어) 정말 미안해.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셨는데.. 그게 안끝나서.. 그래서..
재명 : 푸쉬업할게 형. 몇번할까. (엎드리려는데)
민재 : 다들 앉아봐. 할말 있어.
눈치보며 의자를 끌어당겨 대충들 앉으면...
민재 : 4월에 교내대회 있는 거 알지?
마이클 : 알아요. 재명, 옥주. 우리 다 알지? 그 다음에는 한국 대회..그 다음에는 세계대회.
재명 : (마이클의 옷을 잡아당겨 조용히 시키고)
민재 : 그 대회는 느이들끼리 준비해야겠다.
옥주 : ...오빠..
민재 : 채영이하고 나는 오늘부로 여기 그만둔다.
재명 : 혀엉.
민재 : 재명이나 옥주는 벌써 일년간 여기서 배웠고.. 작년부터 꾸준히 준비해 온 것도 있고..
마이클은 미국에서 로봇축구를 했었다니까.. 신입생 몇 명 더 뽑으면 니들끼리 잘 할 수 있을거야.
마이클 : 잘 할 수 있어요. 돈 워리.
재명 : (얼른 마이클을 막고) 안돼. 형. 우리끼린 불가능해. 절대로 안돼. 안되는 건 안되는거야.
민재 : (디스켓을 세장 내주며) 이거 그동안의 문제점들 다 정리해놓은 거야. 이제부터는 재명이가 임시 회장이야.
신입회원 다 모이면 그 때 정식으로 선출하기로 하고. 그리고.. 채영아 넌 할말없냐?
채영 : 에에...아우들아 뒤를 잘 부탁한다. 그리고 모르는 게 있어도 되도록 우리한테 물어보지 말아줘. 이상 끝!
옥주 : 너무해. 이렇게 하루 아침에 그만두면 우린..
채영 : 내 하루 스케줄을 얘기해줄게. 오늘 새벽 4시 취침. 아침 10시 기상, 10시부터 12시까지 프로젝트랩 리포트.
12시부터 2시까지 스터디 준비. 2시부터 동아리 모임.. 사실 이건 스터디 시간을 뺀거야. 4시부터 수업.
6시부터 저녁 먹고.. 졸다가 7시부터 10시까지 개별연구 실습. 10시부터.. (민재를 보더니) 야. 우리 오늘 점심 안먹었다.
옥주 : 그리고 또 있어?
민재 : 10시부터 퀴즈시험 준비 및 리포트 작성. (채영에게) 물리학 영어 강의는 준비했니?
채영 : 물론 안했지. 그래서 오늘 밤에 해야지.
민재, 채영. 아이들을 본다. 아이들 멍해서 보고 있다.
S#8. 복도
민재와 채영이 걸어오고 있다.
민재 : (좀 과장되게) 우하하하. 야아 정말 시워언하다. 이렇게 내 맘이 후련할 수가 없어.
채영 : (슬금슬금 살피며) 그래?
민재 : 그러엄. 벌써 이렇게 했어야 돼. 겨울방학 전에 다 물려주고 방학동안 여얼심히 공부했으면
우린 지금 아아무우 걱정이 없었을거야.
채영 : 아아 그렇구나.
민재 : 그렇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축구 로봇 만들고 있을 군번이 아니잖아. 4학년이라고 4학년!
채영 : 그건 그래...
민재 : 야아..시원하다.. 우와 기분 좋다..
계단 앞이다. 민재는 열심히 복도를 걸어가고 채영은 남아서 보다가.
채영 : 이민재.
민재 : (계속 가며) 너도 시원하지? 그렇지?
채영 : 우리 이쪽으로 가야돼.
민재, 멈춰 돌아선다. 채영과 계단을 번갈아 보다가 조용히 걸어와 계단으로 내려간다.
S#9. 처장실
처장 이교수 박교수 앉아서 회의중이다.
이교수 : (예산자료를 들춰가며) 교내 대회를 여는데는 멀티큐브 장비 대여라든지... 해서 최소 천만원 정도가 필요하구요.
국내대회는 상금이니 대회진행경비 같은 게 더 필요하거든요. 그래서 삼천만원 정도가 필요해요.
처장 : 세계대회를 여는데는 얼마나 들지요?
이교수 : 아무리 적게 잡아도 오천만원 들겠는데요.
처장 : 허어...
박교수 : 그럼 합해서 일억이네요. 일억...억...
이교수 : 이건 동아리나 학부 학생들이 로봇 만드는데 필요한 경비를 지원해준다거나..
워크샵 개최비같은 건 포함하지 않은 거에요. 아주아주 최소예산인거죠.
처장 : 어제 원장님하고도 얘길 나눠봤지만... 아시다시피 요즘 아이엠에프 아닙니까.
우리 학교 연구비들도 대폭 줄어들고 있는 형편이라서요.
박교수 : 아이구 그걸 어떻게 학교에서 다 대요. 기업 스폰서를 구하면 되죠.
이교수 : 방금 처장님 얘기 못 들었어요? 아이엠에프래잖아요.
박교수 : 그러니까아.. 연구비를 퍽퍽 써야지요. 이럴 때 연구비 아끼면요.
그 다음에는 아이엠에프가 아니라 아이엠 꽥이 되는 겁니다.
처장 : 글세 박교수 얘기 다 옳아요. 다 옳은 얘긴데..현실적으로..
박교수 : 기업 전화번호 다 주세요. 스폰서! 제가 얻어오겠습니다. 하아 근데 큰일이네요. 일억이 아니라 삼사억쯤 준다 그러면
그 돈 다 어떻게 써야되지요? 그거 저금해놨다가 내년에 써도 되나..
이교수 : (아까부터 같잖아서 보고 있는 중이다)
S#10. 학교 건물 전경 낮
그 위로 들리는 박교수의 호탕한 목소리.
박교수 : (소리) 와하하하 그렇습니다. 로봇축구라는 것은 세계화를 위해서 우리 젊은이들에게 과학 기술 도전의 무대를
마련해주기 위해 우리가 시작한 대회라는 거죠.
S#11.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는 전화통화중이고 남희는 옆에서 자료를 들고 서서 밑줄을 그어가며 보여주고 있는 중.
박교수 : (자료를 읽어가며) 벌써 30개도 넘는 나라에 우리 로봇축구가 확산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도 여기 참가하고 싶어서
난리가 났어요. 작년에 거기 교수들이 떼거지로 여기 와서 공부하고 갔다는 거 아닙니까. 정말 자랑스럽지요? 그렇지요?
S#12.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역시 전화통화 중이다. 아주 상냥하고 애교스럽게...
이교수 : 국내에서 참여하는 대학교만도 20개가 넘어요. 근데 우리 기업체들이 도와주지 않고 외면한다면요.
이제까지의 노력들이 아무 효과없이 사그러지고 말거에요. 이건 정말로 아까운 일이잖아요.
S#13.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 : 예? 뭐라구요? 장난감 대회라구요? 아니 잠깐만요. 축구로봇이 장난감이라니요. 아니 지금 말씀하시는게 그렇잖습니까?
생기긴 장난감같이 생겼어두요. 이거하나 움직이려면 인공지능. 센서기술. 무선통신기술. 제어기술. 연산프로그램 등등..
이 모든 분야가 종합적으로 응용된 첨단 시스템이 필요한 겁니다. 근데 장난감이요? 이거 보세요.
앞에서 남희가 손짓을 해가며 진정시키려고 하고 있으나 박교수는 보지도 않고 있다.
S#14. 이교수 연구실
이교수 : 그럼요. 이거 협찬해주시면 홍보효과도 아주 클거에요. 작년도 로봇 월드컵 대회는 파리에서 열렸거든요.
그 때 모여든 외신기자만 해도 400명이 넘었어요. 이번에는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를 열려구 하는데요.
거기 협찬사로 나가시면 세계적인 홍보가 되는 거 아닐까요?
S#15. 박교수 연구실
박교수는 흥분해서 전화기를 들고 줄을 끌며 서성거리며 소리를 질러대고 있다.
박교수 : 미국의 CNN, ABC. 영국의 BBC.. 이런데서 톱기사로 냈어요. 97년 9월 18일 영국의 The Times지에서 뭐라 그랬느냐.
한국은 로봇 축구의 종주국이다. 멋지다! 그런데 우리나라 기업에서 장난감이란 말을 하다니! 그거 만들만한 학생이라면
세계적인 인재에요. 최고라고! 그러나! 이봐요 거기 회사 이름 뭡니까? 우리 학생들 졸업해도 거기 한명이라도
보내줄줄 알아요? 안보내줘. 안 줘!!
전화 탕 끊더니 씩씩거린다.
남희 거의 단념한 얼굴로 보고 있다. 박교수 남희를 보며.
박교수 : 다음 회사! 전화해줘. 어디야?
남희 : 없는데요.
박교수 : ...없다니?
남희 : (연락처 리스트 종이 들어보이며) 주신 번호는 다 전화했어요. 이제 남은 회사가 없다구요.
박교수 남희를 보다가 정신이 좀 든다. 아 큰일났다.. 어쩌나..
S#16. 밤 기숙사 전경
S#17. 정태/민재의 방
민재, 책을 하나 들기는 했으나 딴 생각을 하면서 방안을 계속 오락가락하고 있다.
정태는 자기 침대에 기대앉아 공부를 하다가 그런 민재를 보고..
정태 : 야 이민재.
민재 : 어?
정태 : 둘 중에 하나만 해. 나가서 십킬로만 뛰고 오든가.. 거기 가만 앉아서 공부를 하든가..
민재 : 알았어.
책상 앞에 가서 앉기는 하는데 여전히 딴 생각을 하고 있다. 거칠게 책을 몇장 넘기다 말고.
민재 : 정태야. 혹시 너도 그런 꿈 꾸냐.
정태 : (책 읽다가 또 놓치고) 하아 자식. 오늘 맘잡고 공부 좀 할랬더니..
민재 : 너도 머리 깍고 군대 가는 꿈 꾸냐?
정태 : 내 머리야 벌써 깍았고.. 대학원 떨어지면 군대는 자원입대할 생각이니까. 그런 꿈은 안 꾼다. 됐냐?
민재 : 자원입대?
정태 : 그래. 이왕 군대를 갈거면 좀 쎈데 가볼려고. 그러니까 군대 가기 전에 공부 좀 해보자. 말 시키지마.
민재 : 그럼 너 공부는 어떡하구? 석사 박사 생각없어?
정태 : 없어. (책 보는...)
민재 : 난 대학원에 가야돼.
정태 : (건성) 그래. 가라 가.
민재 : 그래서 난 오늘 밤 공부를 해야돼.
정태 : (짜증나서 보는) 너 어디 아프냐?
민재 : 근데 전화 한통만 하고 공부해야겠다.
부리나케 전화기를 들고 네자리 숫자 누르는...
S#18. 채영/지원 방
지원과 채영 가운데 테이블에 마주 앉아 서로 노트를 봐가며 공부를 하는데 울리는 전화벨소리.
채영 얼른 받아들고.
채영 : 안녕하세요 행복하세요... 민재냐? 왜?
S#19. 정태/민재 방
민재 : 아무래도 말이지. 내일 쯤 동아리 애들 불러놓고 한번 좌악 강의를 해줄까봐. 재명이 걔, 옆에서 심부름이나 했지.
전체 돌아가는 거 하나도 모를거야. 그러니까 내가 전체적으로 한번 정리해주는 게 낫겠지?
S#20. 채영/지원 방
채영 : (한심해 듣다가) 여보세요. 아저씨. 너 정말 계속 그렇게 팥쥐엄마같이 굴래? 애들 좀 믿어. 믿고 맡기라구!.....
..말씀 도중에 대단히 죄송합니다만 이 전화 좀 끊어. 끊구 공부를 하든가 잠이나 자. 알았어?
전화를 탕 끊고는 다시 테이블로 돌아온다.
채영 : 으이그. 민재 저거 나중에 어떤 여자랑 살게 될지 모르지만 진짜 그 여자 불쌍하다.
내가 도시락 싸갖고 다니면서 말려줘야겠어.
지원 : (빙그레 보다가) 민재 정도면 아주 괜찮은 남편감 아냐?
채영 : 민재가? 하! 그놈은 밖에 나가서 하루에 백통씩 전화할 놈이야. 여보 밥 먹었어? 밥 먹을 땐 숫갈하고 젓가락으로 먹는거야.
숫갈하고 젓갈이 어떤 건지는 알지?
지원 : 로봇 축구 그만두고 미련이 많은가보지?
채영 : 뭐..미련이야 많겠지. 우리가 96학번이잖아. 로봇축구가 생긴 게 96년도니까. 처음부터 같이 살아왔지 뭐. 이제까지.
지원 : 채영아 너 말이야.
채영 : 나 뭐.
지원 : 니가 민재 얘기할 때 보면 꼭 민재 와이프 같은 거 아니?
채영 : (충격 받아서) 너..넌 무슨 말을 그렇게 끔찍하게 하니?
지원 : 아니야. (노트보며) 아까 어디까지 했지?
채영 : (지원을 보다가 주춤주춤 일어서며) 갑자기 배고파졌어. 라면 먹고 할래. 넌 안 먹을래?
(어정거리며 방 한쪽으로 가며 노래하는) 이 세상에 라면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라면. 달이 떠도 라면..
S#21. 동아리방 밤
문이 열리며 들어서는 만수.
만수 : 하이 에브리바디. 뭐야 니들만 있는거야?
방에는 재명이 옥주. 마이클이 컴퓨터 앞에 모여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는 중이다.
마이클이 마우스를 잡고 있고. 요란한 스타크래프트의 효과음이 들려나오고.
옥주 : (돌아보지도 않고) 안녕 만수 오빠.
만수 : (다가와 들여다보며) 또 스타크야? 니들 이거 지겹지도 않냐? 어어... 이거 상대가 누구야?
재명 : 기계과 3학년이래요. 실력이 장난 아니에요.
만수 : 야야 벙커가 그거밖에 없어? 수비부터 해놔야지.
마이클 : 벙커 좋아하는 사람. 초장부.
옥주 : 졸장부.
마이클 : 예에 초장부. 벙커 필요없어. 뉴크리어 미사일. 싸나이 무기.
소리 : (스타크래프트에서 핵폭탄 투여할 때의) 뉴크리어 론치 디텍디드.. 꽝...
일동 모니터를 지켜보다가 야호...환호성을 올리며 서로 악수를 나누기도 하는... 만수가 제일 좋아하고 있다.
S#22. 학생식당 낮
4학년들(정태 민재 채영 지원) 모여서 밥을 먹고 있다.
채영 : 그러니까 전기장이 자기장을 유도하는 거야.
민재 : 어허 이제까지 무슨 말을 들은거야. 당연히 자기장이 전기장을 유도하는거지. (정태에게) 맞지?
정태 : 고만해라. 이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같은 문젠데...
지원 : 그건 벌써 결론 난거야. 닭이 먼저야.
정태 : 어째서.
지원 :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알낳는 동물이 조류보다 먼저 생겼으니까.
민재 : 어쨌든 그 알에서 닭이 생겨났을 거 아냐. 그러니까 알이 먼저지.
채영 : 창조론적으로 볼 때 닭이 먼저네.
정태 : 성경에 써있냐? 닭 먼저 만들었다고? 어디 써있어.
채영 : 상상을 해봐. 하나님이 있다고 하고.. 그 하나님이 온갖 동물을 만들 때 알만 몇백개 만들었겠니?
이건 독수리알. 이건 오리알. 이건 참새알 이건 메추리알..
만수 : (식판 들고 옆에 와 앉으며) 웬 알타령이야. 오늘 반찬에 알 없든데..
채영 : 심하다. 심해. 어떡게 식판에 김치 하나 달랑 얹어서 오지? 자존심도 없다고 봐.
만수의 식판에는 밥과 국, 그리고 김치만 하나 있다.
만수 : (이미 다른 애들의 반찬을 이것저것 주워가며) 말두마라. 어제 느네 볼려구 동아리방 갔었거든. 근데 아그들만 있지 뭐냐.
그 아그들 이것저것 멕여주다 보니까 내 주머니에 찬바람이 불면서..
민재 : 애들 열심히 하고 있어?
만수 : 열심히 하드만. 밤을 새드만. 밤을 새워서 스타크를 하는데 결국 5대 3으로 이겼대는거 아니냐.
민재 : (숫갈질이 멈췄다) 뭘해?
만수 : 서울에 있는 그 무슨 대학이냐. 거기 애들하고 스타크 온라인 게임했거던. 새벽 네시까지 붙었지이..
채영 : (눈치를 보는)
민재 : 밤새 그것만 했어?
만수 : 승리 기념으루다가 맥주도 한잔씩 했지. 으흐흐..
채영 : 이민재.
민재 : (완전 화가 나 있고 일어설까하는데)
채영 : 정태야 쟤 좀 눌러줘.
정태 : (민재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너 좀 눌러달랜다.
민재 : (씩씩거리고 있다가) 그래.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지. 상관없어. 예선전에서 깨지든 죽을 쑤든 나하곤 상관없어. 맞어.
밥을 퍽퍽 퍼넣는다.
S#23. 물리학 강의실
서교수 강의중이고 정태 지원 채영 민재 학생들 중에 앉아있고.
서교수 : So, relativity is very real. The problem is that we are not sensitive enough to feel it in our daily lives.
Are there any questions or comments?
학생중의 한명 손을 들면.
서교수 : Yes?
학생 : I was just wondering ...... how do you detect the gravitational waves, then?
서교수 : That is an excellent question. There are two different approaches.
아래의 서교수 강의가 진행되는 도중... 채영, 노트를 해가며 듣다가 슬쩍 옆을 본다. 민재 뭔가 열심히 쓰고 있다.
채영, 민재가 쓰는 걸 들여다보면..
민재는 노트에 [ 마이클... 전략프로그램. 옥주 ...외형 디자인 재명... 통신모듈..]라고 써놓고는 고민하고 있다.
채영 그 밑에다가 [민재..대학원 시험공부] 라고 써넣는다.
서교수 : First, you may detect the gravitational waves directly with the experimental setups such as resonant bars and
laser interferometers. Even though there have been several positive reports, the results are not confirmed.
Secondly, you can prove its existence indirectly with the astronomical observations.
In 1974 Hulse and Taylor at Princeton University discovered the first binary pulsar.
Studies of this pulsar's orbit provide the strongest evidence of gravitational waves to date.
By the way, these two guys won the Nobel Prize in 1993 for this discovery.
I will get back to this subject at the end of the semester. Any more questions?
학생들 조용하고....
서교수 : OK. Then, that's it for today. Now, you all, have a good day.
서교수 강의록을 들고 나가고..
학생들 고맙습니다.. 등등 인사말을 외쳐주고... 분분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채영 책을 챙기는데, 민재 벌써 밖으로 급히 나가고 있다.
채영, 가는 민재를 한심해서 보고 있는데. 정태 그 옆으로 와서 책상에 대충 걸터앉으며..
정태 : 민재 저 놈 마음, 이해해줘라.
채영 : (불퉁해서) 이해해주기 싫어. 이해 안할거야.
정태 : 민재는 한이 남아서 그럴거야.
채영 : 한? 한많은 내 청춘...할 때 그 한?
정태 : 97년 대회 때 그 일땜에 그런 거 아닐까?
채영 : (멈칫했다가 정태를 돌아보는) 설마 아직 그 일을 못 잊고 있는 거라구?
정태 : 너같으면 잊겠냐? 민재 땜에 시합이 그렇게 됐는데.
지원 : (옆에 왔다가 듣고) 무슨 일인데?
정태 : 몰라도 돼.
지원 : 97년 대회라면 그 때 느네팀이 엄청 깨졌던 대회 아니니? MIT에서 우승하고..
채영 : (일어서 가며) 4대 1루 깨졌었어. 1점 넣은 것도 기적이었지.
지원 : 그때 민재가 뭐 잘못했었니?
정태 : 구지원.
지원 : 왜.
정태 : 너 생일 언제야?
지원 : 그건 니가 알아서 뭐할래.
정태 : 송곳 하나 선물해줄게. 넌 남의 아픈데 찌르는게 취미잖아.
S#24. 로봇 축구 랩
이교수의 로봇 축구판이 설치된 랩. 이교수가 기업에서 온 넥타이 두명을 상대로 설명을 하고 있다.
만수는 옆에서 보조 하고 있고. 만수가 로봇을 하나 들어보인다.
이교수 : 얘가 바로 축구로봇이에요. 이 안에는 동력부와 CPU보드, 그리고 RF모듈 이렇게 세가지로 구성이 되는데..
남자1 : 이교수님 쉽게 쉽게, 우리같은 사람도 알아듣게 설명해주시죠.
이교수 : 아유 죄송합니다. 쉽게..쉽게... 에..그러니까 얘가 로봇이구요. 이 로봇을 이 위에 있는 카메라가 찍어요.
이 카메라는 여기 컴퓨터와 연결이 되있거든요. 이 컴퓨터가 카메라로 찍은 그림 데이터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서
로봇에게 전달.. 로봇을 움직이게 하는거죠.
남자1 : 그러니까 사람이 지시하는 게 아니라 이 컴퓨터가 한다는 겁니까? 그럼 그거 인공지능이란 거네요.
이교수 : 아유우.. 김부장님께선 이 방면에 지식이 풍부하시군요. 맞습니다. 금방금방 이해를 하시네요. 호호호
문이 열리며 박교수가 기웃거리고 들어선다.
이교수 : (얼른) 전 그럼 잠시만... 정만수. 좀 더 자세히 설명해드려..
박교수를 이끌고 얼른 문을 도로 나가는..
만수 : 아 방금 소개받은 정만수올습니다. 제가 좀 더 박진감 넘치게 설명해 올리겠습니다. 로봇 축구의 경우 한팀에 로봇
세 마리씩 출전합니다. 이 팀을 브라질, 이쪽은 자랑스런 우리의 태극전사들이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이 컴퓨터는?
감독입니다. 감독. 감독이 명령을 내립니다. 1호기 앞으로 돌진.. 디리리리.. 2호기 돌아서 막아. 두루루루... (아주 신났다)
S#25. 연구실 밖 복도
이교수가 박교수를 데리고 소리를 낮춰 얘기중.
박교수 : 술이요?
이교수 : 그렇죠. 설명이나 안내는 내가 다 할테니까 박교수는 오늘 저녁 저분들 모시고 저녁식사를 하면서
술 한잔씩 대접을 하시라구요
박교수 : 아아 네. 술.. 그럼 술값은요?
이교수 : 물론 박교수가 내야죠.
박교수 : 내 돈으로요?
이교수 : 그럼 누구 돈으로 내요?
박교수 : 아니 이런 훌륭한 프로젝트에 스폰서로 붙여주겠다는데 그 쪽에서 우릴 대접해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이교수 : 박교수 여기가 미국인 줄 알아요? 명심하세요. 어떻게든 기분 좋게 만들어줘서 후원금을 받아내란 말이에요.
안 그럼 올해 세계대회는 우리가 못해요.
박교수 : 음... 이교수님.
이교수 : 박교수 원래 술 좋아하잖아요.
박교수 : 갑자기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교수 : ...그래요?
박교수 : 제가 없었다면 이교수님이 이 힘든 술자리에 나갔어야 됐겠지요.
이교수님을 위하는 일이라면 술..까짓거 얼마든지 마실 수 있어요. 그럼요.
이교수 : .... 사람이 가끔은 좀 진지해 질 수 없어요?
다시 연구실로 들어간다. 남은 박교수 아무리 생각해도 억울하다.
S#26. 동아리방
민재가 화이트 보드 하나를 세워놓고 앞에 재명 옥주 마이클을 앉혀놓고 설명 중이다.
화이트보드에는 [하드웨어.. 동력부, CPU보드, RF모드 및 모터드라이브 보드 호스트프로그램...
비전데이터분석, 상황인식과 게임전략, 로봇제어 로봇 외형 디자인] 이라고 쓰여있다.
민재 : 이 하드웨어는 어쨌든 재명이가 책임을 져. 돈 주고 이거저거 다 살 생각말구.
그리고.. 여기 호스트프로그램.. 마이클 정말 자신있어?
마이클 : 돈 얼마나 있어요? 돈 얼마 있느냐에 따라서 자신 있다가 자신 없다가 그래요.
민재 : PLD장비같은 건 전자과 기술실에서 공짜로 빌려줄거야. 그리고..
자막 (PLD : Programmable Logic Devices 게이트를 사용자가 마음대로 프로그램 할 수 있는 칩)
재명 : 민재형.
민재 : 왜.
재명 : 저어.. 여러 가지 신경써주는 건 고마운데. 사실 제가 임시긴 하지만 그래도 회장이잖아요.
민재 : 그렇지 이제 니가 회장이지.
재명 : 어..그러니까 역할 분담같은 건 제가 정했으면 좋겠는데요.
민재 : .....그래. 그래야지. 맞아. 자식. 뭘 갑자기 존대말까지 쓰고 그러냐. 알았어. 그럼 다들..수고해. (나간다)
남은 아이들... 휴우우... 늘어지는..
S#27. 동아리방 문 앞 복도
민재 문 앞에 서서 망설이고 있다. 결심을 하고 몇걸음 걸어가다가 멈춘다.
다시 망설이다가..후딱 돌아서더니 다시 동아리 방으로 와서 문을 벌컥 연다.
S#28. 동아리방
들어서는 민재.
각자 늘어져있던 아이들, 긴장해서 바로 앉으며...
옥주 : ...오빠 뭐 놓고 갔어?
민재 : 오옥주 교내대회가 언제지?
옥주 : 4월말이라며..
민재 : 그래 이제 한달 반 남았지. 그럼 로봇 제작은 최소한 다음 주까지 끝내야 돼. 그렇지?
마이클 : 오우 그거 임파서블해요. 다음주까지 로봇 만들려면 우리 다 잠 못자요. 잠도 못자고 먹지도 못하고 그러면
사람 이상해져요.
민재 : 재명아. 회장은 너지만 난 선배야 그렇지? 그러니까 내 말 들어줘. 로봇 제작은 이번주말까지야.
그 다음엔 시합 중 발생 가능한 모든 상황에 대비해서 테스트를 할거야.
그래서 최상의 컨디션을 만든 담에 시합에 나갈거고. 나가면 이길거야. 알았지?
S#29. 세미나실
지원, 정태, 채영 모여서 세미나를 하려는 중.
지원이 복사해온 자료를 나누고 있다.
지원 : 통신 부분 정리한거야.
정태 : (받아보며) 그런데 민재는 왜 안오는거야.
채영 : (시계를 보며) 6시까지는 오겠다고 그랬는데..
민재가 허겁지겁 들어선다.
민재 : 어이 미안.. 벌써 시작했어?
채영 : 너 동아리방 가서 시어머니 노릇하고 왔지?
민재 : (앉으며) 시어머니가 뭐냐 이왕이면 시아버지로 해라.
정태 : 자아.. 그럼 슬슬 시작해볼까.. 지원아 니가 정리한거니까 대충 설명 좀 해줄래?
지원 : 일단 앞페이지에 목차를 봐줘.
아이들 분분히 한 장 넘겨서 목차를 찾는데, 민재 갑자기 벌떡 일어서더니.
민재 : 미안 정말 미안. 니들 먼저 시작해. 나 잠깐만.. (부리나케 나가버린다)
채영 : (김새서 자료를 던져놓으며) 나 있지. 중학교때 태권도를 배울려다 말았거든. 너무너무 후회되는 거 있지.
정태 : 민재 패줄 생각이면 권투도 괜찮은데.
채영 : 아냐아냐. 이단옆차기 한방. 돌려차기 두방. ..또 뭐가 있냐?
S#29-1. 복도 공중전화
민재 전화를 하고 있다.
민재 : 어 재명이냐? 로봇 제작할 때 말야. 우선 기어부터 손봐. 지금꺼는 공차가 안 맞아서 너무 빡빡하거든.
좀만 더 깍아주면 될거야. 그리구.. 일반 직류 모터는 안된다. 인코더 신호까지 같이 출력되는 모터를 구입하라구...
...아 비싼거 알어. 내가 돈 보태줄테니까 그거 사. 알았지?
S#30. 밤 캠퍼스 전경
S#31. 공장동 전경 밤
내부의 기계음이 들려나오고...
S#32. 공장동 내부 밤
재명과 옥주가 나란히 앉아서 바퀴를 하나씩 들고 나사산을 깊게 깍고 있다.
옥주 손가락이 아파서 중단하고 손가락을 주무르며 짜증이 난 얼굴.
재명은 하품을 해가며 계속한다.
S#33. 동아리방
마이클이 보드 회로도를 옆에 놓고 조립하는 중. 역시 하품을 하고 있다.
조립하던 것을 들고 슬그머니 옆의 소파로 가더니 편안하게 기대앉아서 계속한다.
S#34. 공장동
옥주는 옆에 엎드려 잠이 들었고. 재명은 설계도를 보며 바퀴를 굴려보기도 하고...
S#35. 동아리방
마이클 아예 누워서 잠이 들어있다.
S#36. 정태/민재 방
민재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작업 중.
정태 세수하고 들어오다가 민재의 뒤로 가서 모니터를 들여다보더니.
정태 : 너 로봇축구 그만둔다고 안했어?
민재 : 이것만 손봐줄려구. 먼저 자.
정태 : (이만치 앉으며) 너 그렇게 일등이 하고 싶니?
민재 : (작업하며) 일등하고 싶지 않은 놈 있으면 얼굴 좀 보여줘라.
정태 : ..너 말야. 97년 대회때 그 일.. 아직 맘에 남아서 그렇지?
민재 : .... (키보드 치던 손을 멈춘다)
정태 :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도 하고 그러는거야. 너무 하나에 매달리면 정신병자 된다. 나중에 창살 부여잡구 울려구 그러냐?
민재 : ....그냥 실수였다면 ..그럼 잊을 수 있을거야.
정태 : 그럼 뭔데?
민재 : (피식 웃더니) 나도 남자야. 말하기 싫은 거, 말할 수 없는 거 있어.
정태 : 으이그.. 그 말 채영이가 들었으면 벌써 한방 날라왔다. (기지개 켜고 침대쪽으로 가며)
임마. 잊을 건 얼른 잊어버리는 게 남자야.
민재, 묵묵히 자기 앞을 보고 있다.
S#37. 동아리방
로봇 하나가 경기장 위를 달려간다.
민재, 옥주와 마이클과 재명이 긴장해서 보고 있다.
로봇은 달려가다가 벽에 부딪히자 한쪽으로 기울며 쓰러져버린다.
민재 : 재명이 니가 한번 해봐.
재명 죽을 상이지만 자기가 들어 굴려본다. 로봇은 다시 쓰러진다.
민재 : 이게 왜 이렇게 자꾸 뒤집어지는지 알겠어?
재명 : 어... 그야 안정성이 없어서..
민재 : 왜 안정성이 없냐고.
마이클 : 로봇이 졸려서 그래. 잠 못자서..
민재 : (노려보는)
마이클 : 조크였어. 조스트 조크.
민재 : 바퀴가 너무 커. 바퀴가 크니까 몸체가 밑바닥에서 너무 높게 떠있잖냐.
몸체 설계를 할 땐 밑바닥이 거의 바닥에 닿게 해줘야지.
옥주 : 그럼 어떡게 해.
민재 : 다시 만들어.
옥주 : 바퀴를 다시 만들라고?? 그럼 설계도 다시 해야 되는데?
민재 : 그럼 복사기에 넣고 축소복사를 할거냐? 내일까지 되겠지?
옥주 : 오빠아.. 난 색채연습 과제도 내야된단 말야.
마이클 : 나도 바빠요. 너무너무 바빠요. 오우 내 머리에 스팀 나와요.
민재 : 인간의 능력은 무한대야. 하면 할 수 있어.
재명 : 내일까진 곤란해. 형. 나 수영연습 또 빠지면 우리 훈련부장한테 죽어.
민재 : 당분간 수영 그만 둬.
재명 : ...뭐?
민재 : 두 개 다 할 순 없잖아. 대회 끝날때까지만 쉬라구. 너 여기 회장 아니냐?
재명 : (불만이 가득차서 씩씩대며 보는)
민재 : 시합 한달 남았어. 일주일 내에 다 완성하고 테스트할 것도 산더미야. 어리광 부릴 시간 없어.
뭣들 하는거야? 빨리 설계부터 다시 시작해.
S#38. 지원/채영의 방
지원과 채영이 시디 플레이어 앞에서 시디 몇장을 놓고 실갱이 중이다.
채영 : 재즈? 야야 난 그런 거 들으면 졸린단 말야.
지원 : 이건 안 그래. 이게 얼마나 유명한 건데.
채영 : 그거 말구 이거 듣자. 이거 영화음악들 모아놓은거야. 만화영화 주제가도 세 개나 있다구. 하쿠나 마타타 그것두 있어.
소리 : (문을 노크하는)
채영 : 누구세요.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들어오는 옥주. 옷차림이 작업복에 형편없다.
옥주 : 언니들 안녕.
채영 : 너도 안녕.
옥주 : 난 안녕 못해. 인제부터 가서 바퀴 또 깍아야 된단 말야.
채영 : 어쭈 열심이네. 니들 잘하고 있는 모양인데.
옥주 : 치이.. 민재오빠가 그렇게 딱딱거리는데 어뜩해 그럼.
채영 : 민재가? 걔 그만 뒀잖아.
옥주 : (자리 잡아 앉으며) 그만두긴. 이건 히틀러가 따로 없어. 재명이는 하루에 다섯 번 이상 민재오빠 전화 받는대.
재명아. 이건 이렇게 해. 저건 저렇게 하는거 알지?
채영 : (지원을 보며) 내가 뭐랬어. 그럴거라 그랬지.
지원 : 옥주 넌 여기 왜 온거야. 바쁘다며.
옥주 : 채영 언니. 작년꺼 바퀴 설계도 있어? 참고 좀 하게 보여줘어.
채영 : 그거 민재가 갖고 있을텐데...
옥주 : 으유.. 관둬. 아유우,, 난 감기도 안 걸려. 이럴 때 아프면 좋을텐데. 맹장염같은 거 안 걸리나.
지원 : 어차피 할거면 기분좋게 하는 게 좋잖아. 그렇게 징징대면서 머리가 돌아가니?
옥주 : 지원언니는 몰라서 그래. 민재오빠가 얼마나 사람을 잡는다구.
지원 : 그럼 아주 관두던가.
채영 : 야야.
지원 : 동아리라는 게 즐겁자고 하는거지. 그렇게 괴로우면 관두는 게 낫잖아.
옥주 : (눈 동그래져서 보는) 진짜.. 그러네..
지원 : 민재야 자기 실수 땜에 미련이 남아서 그런대지만 얘들이야 무슨 상관이야.
옥주 : 무슨 얘기야?
채영 : (지원에게) 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그래.
지원 : 니들이 그랬잖아. 민재 실수 땜에 97년 대회 망쳤다며.
채영 : 그건... (말이 더듬어지며) 그야.. 그때는..
옥주 : 무슨 실수?
채영 : 그냥.. 실수. (지원에게) 넌 왜 애 앞에서 그런 소릴 해?
지원 : 얘들 하는 게 답답해서 그래. 하기도 싫고 왜 해야되는지도 모르면서 그 동아리엔 왜 붙어있어. 옥주 넌 뇌세포가 없니?
옥주 : (오로지 그것만 관심있어서) 민재 오빠가 무슨 실수를 했는데?
채영 : (답답해서 한숨 쉬는..)
S#39. 이교수 랩
만수가 비디오 테잎 하나를 플레이어에 넣으며.
만수 : 카아.. 숙명의 로봇축구. 97년 결승전. 우리가 엠아이티에 4대 1로 졌지. 그래서 엠아이티는 우승. 우린 준우승.
(플레이를 누르려다 말고) 잘 봐라. 여기 중간쯤에 잘 보면 카메라 휙 돌아가는데 내 모습이 보일거야. 히히.
(시간경과)
모니터 상으로 97년 경기의 모습이 보인다.
(97 결승 비디오 중 패배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부분이 있습니다.
-놀라운 속도로 달려 가지만 공을 잡았을 때 결정력이 없이 벽에 대고 버벅거리기만 하는 로봇의 모습입니다.
-그 부분을 찾아서 집중적으로 보여 주면 좋겠습니다. 아나운서의 현장 중계도 들어 있습니다)
옥주 : 어어어. 쟤들 왜 저래.
마이클 : 오오 우리 로봇들 불쌍해요. 박치기만 자꾸 해요.
만수 : 저게 다 인코더 때문이지.
재명 : 인코더요?
자막 : ENCODER -- 로봇의 속도를 측정하는 장치.
만수 : 그래 그 놈의 인코더를 일본에다가 주문을 했었는데 말야. 시합 바로 전날에야 도착했거든.
그래서 테스트 한 번 못해보고 나갔다고. 그러니 저 모양이 된거지이. 크으으..
옥주 : (빤히 보며) 그거 민재 오빠때문이지요?
만수 : 그러게 말이다. 그 성실한거로 치자면 박사급인 민재가 글세 인코더 주문하는 걸 잊어먹었다는 거 아니냐.
아이들 서로 마주본다. 이제야 상황이 이해가 되었다.
만수 : (전혀 눈치 못채고) 야 니들 이 얘기 절대로 민재한테 하지 마라. 걔 그때 팀장이었잖아. 자기땜에 시합에 지고 나서
그 놈 얼마나 괴로워한줄 알어. 그날 술 먹고 완전 뻗어서 내가 그 놈 업고 오느라고 디스크 걸릴 뻔 했어야.
S#40. 동아리방
민재, 앞에 서 있는 재명과 옥주를 본다.
민재 : 안했어? 다 못한 것도 아니고.. 아예 시작도 안했단 말야?
재명 : (우물쭈물하다가..) 형 할말이 있는데..
민재 : 마이클은 어디 갔어.
옥주 : 마이클.. 여기 그만둔대.
민재 : ...그만 둬?
옥주 : 걔 힙합 동아리 들겠다구.. 거기 오디션하는데 갔어.
민재 : (어이없는데)
재명 : 저어 형. 우리 이번 대회는 포기하면 안될까?
민재 : ...뭐라구 했니 지금.
재명 : (우물거리면)
옥주 : 재명인 이번 수영대회 예선에도 나가야 된대. 그래서 그 연습을 빠질 수가 없대.
민재 : (잠시 재명을 보다가 옥주를 보며) 그럼 넌.
옥주 : ... (시선 피해서) 나 혼자는 못하잖아. 그러니까.. 그냥..
재명 : 민재형.. 나 많이 생각해봤는데.. 형은 대학원 가서 계속 로봇축구 하면 될거 같구..
우린.. 사실 꼭 대회 나가서 일등하고 싶은 욕심 없거든.
민재 : ....
옥주 : 오빠 입장은 이해해. 그치만..
민재 : 내 입장 뭘 이해한다는거야.
옥주 : (재명과 시선 마주치더니) ... 오빠 땜에 97년 대회 망쳐서, 그래서 속상해하고.. 한번쯤 이기고 싶어하는 거 알어.
근데 우리는 그냥 로봇에 대해서 공부하는 걸로 만족해. 꼭 남들하고 시합해서 이겨야 좋은 건 아니잖어.
민재 : (말없이 보다가..) 알았다.
재명 : 형.. 정말 미안해.
민재 : 아니.. 니가 미안해할 건 아니지. 알았어. 이제 가봐.
옥주 : ...오빠 화 안났어?
민재 : ..화났어. 그러니까 얼른 나가봐.
재명 옥주.. 눈치를 보며 가방을 들고 나간다.
민재 혼자 남아서 우두커니 서있다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는다. 그저 앉아있다. 갑가지 할 일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S#41. 석학의 집
아놀드가 씩씩하게 들어온다. 사복차림.
아놀드 : 미순씨. 봄이 오나봐. (노래로) 봄처녀 제 오시네..
미순 : 레파토리도 다양해. 하여간. 앉어. 커피?
아놀드 : 봄기념. 맥주 한잔.
그러다가 문득 한쪽을 본다. 저만치 테이블에서 재명 옥주 마이클이 맥주잔을 부딪히며 마시고 있다.
아놀드 : 가만 있어봐. 쟤들.. 로봇 동아리 녀석들이잖아. 아니 대회가 코앞인데 저러구 놀고 있어도 되는거야.
정신머리 없는 녀석들..(일어서 가려는데)
미순 : (잡더니) 앉어. 저 팀에 아무래도 쿠데타 일어났나봐.
아놀드 : 뭐이?
미순 : 그 로봇 축구 동아리 말야. 아무래도 이번에 없어지지 싶어.
아놀드 : 뭔 소리야. 결승까지 올라갔던 팀인데에.
미순 : (애들 눈치 살피며) 내가 옆에서 슬쩍 들어보니까 민재가 좀 심하게 애들을 볶은 모양이드라구.
아놀드 : 아니 그럼 고걸 못 참아서 쿠데타를 일으켰단 말야. 군기가 빠졌구만. 어? (또 일어나려는데)
미순 : (또 잡아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냐. 참 그 때 대회 구경 갔었다구 했지?
아놀드 : 언제? 결승 올라갔을 때? 갔었지.
미순 : 그 때 민재가 뭐 잘못한 거 있었어?
아놀드 : 민재가?
미순 : 어. 애들 얘기로는 민재땜에 시합에 졌다구 하든데..
아놀드 : (노려보더니) 누가 그따위 헛소리를 해!!
미순 : 아 왜 나한테 소릴 질러!
S#42. 처장실
처장 퇴근하려고 윗도리를 입으며 서류들을 챙기고 있는데..
소리 : (문을 노크하는)
처장 : 예 들어오세요.
아놀드 문열고 들어오더니 씩씩하게 경례를 붙이고.
아놀드 : 아놀드, 처장님께 청이 있어서 왔습니다.
처장 : 저한테요? 허어.. 우선 이리 앉습시다.
아놀드 : 아닙니다. 처장님의 귀한 시간을 많이 뺏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간단히 요점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처장 : (앉으려다가 다시 서서) 말씀하세요.
아놀드 : 재작년, 즉 일천구백구십칠년도에 있었던 로봇 축구 결승전을 기억하십니까?
처장 : 허허 그럼요. 기억하지요.
아놀드 : 당시 처장님은 저에게 캠코더를 주시면서 경기 장면을 촬영해 놓으라고 하셨습니다. 그것도 기억하십니까?
처장 : 기억해요. 그런데 무슨..
아놀드 : 당시 필름을 갖고 계신가해서 왔습니다.
처장 : 테잎 말이겠지요.
아놀드 : 그리고 그걸 갖고 계시다면 저에게 잠시 빌려주실수 없는지. 부탁을 드리려고 왔습니다.
처장 : (보다가 허 웃고) 물론 빌려드려야지요. 그런데 무슨 일인지 내가 알면 안될까요?
S#43. 동아리방 밤
불도 켜지 않은 방에서 티브이 화면의 어른거리는 불빛만 비치고 민재 혼자 앉아서 테레비젼의 비디오 화면을 보고 있다.
어두운 속에 들리는 녹화 중계의 어나운서 멘트.
그리고 보이는 화면. 97년도의 경기 장면이다. (주로 우리 편이 버벅대는 장면)
보고 있는 민재의 무표정한 얼굴.
다시 화면에는.. 경기가 끝난 뒤 4대 1로 점수가 뜨고..
대회 후에 이긴 MIT팀이 좋아하는 장면 등..
S#44. 민재/ 정태 방 밤
불이 꺼져 있고.
정태 민재 각자의 침대에서 잠이 들어있는 듯.
그러다 민재, 벌떡 일어나 앉는다.
정태의 침대 쪽. 정태 돌아눕다가 부시럭거리는 소리에 간신이 눈을 뜨고 본다.
민재 옷을 입고 있다. 잠바를 걸치며 문쪽으로 가고 있다.
S#45. 공장동 밤
민재 혼자 앉아서 바퀴를 깍고 있다.
아무도 없는 공간. 민재가 조그맣게 작업하는 모습.
S#45-1. 캠퍼스 야외 낮장면
S#46. 동아리방 낮
정태 지원 채영 모여서 세미나 하려는 중. 각자 복사물 등을 앞에 놓고 있다.
채영 : (정태를 보며) 혼자서?
정태 : 그래. 이번 대회 준비 혼자라도 하겠대.
채영 : ...미쳤구나. 드디어 완전히 맛이 갔어.
정태 : 나도 그 비슷하게 말해줬지.
지원 : 그럼 우리 세미나는 어떻게 하겠다는거야? 민재가 맡은 부분은 어떻게 하겠대?
정태 : 구지원. 이럴 땐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지. 빈말이라도 민재가 걱정된다.. 이런 식으로 말해볼 수 없냐?
지원 : 너도 알겠지만 난 원래 빈말하는 거 싫어해. 빈말하고 살기엔 시간이 너무 아깝지 않니?
채영 : 아아 이 민재. 이 녀석을 어떻게 해줘야 되지?
그 때 문이 벌컥 열리더니 아놀드가 테잎 하나를 들고 들어선다.
애들 놀라 일어서며 안녕하세요. 등..인사하는데.
아놀드 : 여기 회원들 다 어디갔어. 특히 정신상태가 글러빠진 2학년들 다 어디 갔냐고.
정태 : 왜요. 재명이가 또 오토바이 타고 도망쳤어요?
아놀드 : 나 아놀드. 현재 농담하고 싶은 심정이 아니다. 박채영.
채영 : 넷.
아놀드 : 모두 집합시켜. 이민재만 빼고. 몽땅. 10분내로 집합하라고 해. 이건 긴급 명령이다.
채영 어리둥절해서 정태를 본다.
S#47. 정태/민재의 방
민재 혼자 앉아서 컴퓨터 작업을 하고 있다.
옆에는 회로도들이 가득 놓여있다. 회로도 하나를 집어들고 다시 살펴보는 ....
S#48. 홍보관
아놀드가 비디오 테잎을 두 개 들고 플레이어 앞에 서서 연설 중.
그 앞에는 재명 옥주 마이클, 정태 채영 지원까지 다 모여있다.
아놀드 : (테잎 중 하나를 들어보이며) 이 테잎은 당시 결승전을 녹화한 테잎이다. (다른 하나를 보이며) 그리고 이건
나 아놀드가 당시 대회장에서 처장님의 명령을 받고 개인적으로 찍은 테잎이다. 따라서 이 테잎에는 공개되지 않은
그 뒷부분..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들이 들어있다. (테잎을 넣고 플레이하며)
여러분이 지금 볼 장면은 결승경기가 끝난 바로 뒤의 모습이다. 우승팀이 좋다고 난리를 칠 때,
나 아놀드는 주변 사람들을 찍어대고 있었다. 왜? 우승팀이 좋아하는 꼴은 찍어주고 싶지 않았으니까.
그럼 이 부분을 잘 보기 바란다.
테잎이 플레이된다.
흔들리는 카메라 앞으로 몇 사람들이 지나가고, 오디오는 들리지 않는 상태이고...
앞에서 이교수와 어떤 남자가 악수하는 장면이 보인다. 그 때 카메라는 그 뒤쪽 구석으로 줌인해간다.
초점이 안 맞아서 어른거리다가 차츰 초점이 맞춰지는데 구석에 민재가 서있다.
민재는 고개를 숙이고 서있다. 카메라가 흔들리며 좀 더 가까워진다.
그 때 카메라는 의식하지 못한 민재가 고개를 들고 저쪽을 보는데 울고 있다. 민재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다.
아놀드 재빨리 홀드 버튼을 누른다. 화면은 정지되고.
아놀드 아이들을 향해서..
아놀드 : 이민재는 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왜? 너희들은 이 눈물의 의미를 오해하고 있다. 민재가 자기 실수땜에 시합에 져서
그게 미안해서 운다고 생각하는 사람.
아이들 서로 마주본다. 마이클 슬금슬금 손을 드는데.
아놀드 : 천만에. 민재는 분해서 울었다. 뭐가? 민재는 그 놈의 부품을 잊어먹고 주문하지 않은 게 아니다. 민재는 제대로 정확하게
주문을 했어. 문제는 아이엠에프야. 내가 이걸 어떻게 아느냐. 내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줬으니까.
(점점 흥분하며 말이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채영 : 저기 잠깐만요. 거기 아이엠에프나 아르바이트가 왜 나와요.
아놀드 : 내가 지금 그 설명을 하고 있지 않나. 좀 더 들어봐.
S#49. 민재/정태의 방
민재 컴 작업을 하고 있는데.
소리 : (전화벨)
민재 : (받아서) 이민잰데요. 채영이냐? 왜? .....뭐? 데이트?
S#50. 노천극장 , 혹은 다른 좋은 곳.
민재, 두리번거리고 오다보면 채영이가 한 곳에 앉아있다가 손을 흔든다. 민재 다가가서 옆에 앉는다.
민재 : 야 추운데 왜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고 그래.
채영 : 우리 대낮에 술 좀 마셔볼래?
민재 : 뭐?
채영 : (히히 웃으며 주머니에서 소주 한병을 꺼낸다) 자아 여기 갓 잡아온 싱싱한 소주가 있슴다. 그리고.. 여기 종이컵 두 개.
또오... 뭐가 나올까.. 앗 오징어도 한 마리 나오는군요.
민재 : (어이없어 웃는) 뭐하는거야?
채영 : 한잔 소주와 함께 데이트! 자아 뚜껑 따고 한잔 따라봐.
민재 : (웃으면서도 병을 받아 딴다) 자아. (술 따라주고)
채영 : 니껀 니가 따라마셔. 우리 아버지가 여자는 아무 남자한테나 술 따라주는 거 아니래.
민재 : 어이구.. (자기 술 따르고)
채영 : 원샷!
민재 : 어쭈.
채영 : 팔 아프다. 얼른.
민재 : 자 원샷!
둘이 건배하고는 단숨에 마시는.
채영 : 크으으으. 죽인다.
민재 : 자알 한다. 대낮부터.
채영 : 대낮은 야. 저녁해가 기울고 있는데... (그렇게 하늘을 보다가)... 야 이민재.
민재 : 뭐.
채영 : 너 왜 그때 말 안했어.
민재 : 글세 뭘!
채영 : 97년 결승전. 문제의 인코더. 너 제대로 제 날짜에 주문했던 거라며. 도착 예정 날짜는 정확하게 한달 전이었고.
민재 : .... 누가 그래.
채영 : 그런데 그 물건을 인수하러 갔는데. 알고보니까 아이엠에프가 마악 시작되면서 물건값이 두배로 뛰었던 거야.
민재 : .... (다시 한잔의 소주를 따르는)
채영 : 시합은 한달밖에 안 남았고. 딴 애들은... 거기 나도 껴있었지만.. 기말고사 준비땜에 정신없었어.
그래서 우리의 이민재는 어떻게 했느냐. 아놀드 아저씨한테 공사판을 소개받아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거야. 아무도모르게.
민재 : 아저씨가 말했구나.
채영 : 그래서 겨우 돈을 맞춰서 시합 하루 전날 받아올 수가 있었지.
민재 : (술 마시고) 그만해라.
채영 : 너 잔다르크냐?
민재 : 마. 잔다르크는 여자야.
채영 : 너 좀만 기다려. 나 이 술 좀 더 마시고 좀 더 취하면 널 반 죽게 패줄거니까. (술 마시는..)
민재 : ... 니들한텐 얘기할 수 없었어.
채영 : 왜. 너만 잘나서? 우리 머리가 나빠서?
민재 : 그게 아냐.
채영 : 뭐가 아냐. 나아쁜 놈. (술 마시는) 의리없는 놈.
민재 : 망원경이 있었어.
채영 : 뭐가 있어?
민재 : 천체 망원경. 아버지가 내 생일선물로 사줬던 거. 그거 팔면 얼마든지 인코더 찾을 수 있었어. 더 일찍.
채영 : (보는..)
민재 : 근데 아까워서 못 팔았어. ...그런 얘긴 할 수 없잖아.
채영 : (보다 어이없어 웃는)
민재 : 웃지 마. 넌 몰라.
채영 : 그래 모르겠다. 어떻게 인간이 곰의 마음을 알 수 있겠니.
민재 : 할 수 있었는데 못 했던거야. 그건 말이지. 두고두고 생각나더라고. 할만큼 해보고 안된거면 금방 잊겠는데 말야.
이번 대회도 그래. 꼭 우승을 하고 싶은 게 아냐. 그냥..이번에도 할 수 있는데 못하는 게 아닐까.. 그게 겁나.
채영 : (생각해보더니) 할 수 있었는데 못했다... 그래 좋아. 우리 술 마실 수 있을 때 마시자.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자 더 따라봐.
민재 : (웃고) 너 그러다 진짜로 취한다.
채영 : 아 시꺼. 뭐하고 있어. 술 따르라구!
술을 마시는 두 사람.. 주위에는 어둠이 내리고 있다...
S#51. 캠퍼스..
밤이 되고... 다시 아침이 온다.
S#52. 동아리방
민재, 문을 열고 들어서다가 멈칫한다.
방에는 재명과 옥주, 정태가 서있다.
정태가 경기장에 로봇을 굴려보고 있다.
민재 : 뭐하는거야?
정태 : 어 왔냐?
옥주 : 오빠 안녕. 좋은 아침이야.
재명 : 어.. 좋은 아침..
민재 : (다가와 본다)
정태 : 얘들이 만들었대는데 제법 디자인이 좋아. 봐.
로봇을 굴려본다. 미끈하게 굴러가더니 선다.
민재 수상해서 모두를 둘러본다.
정태 : 아참. 이번 대회 말이야. 나도 좀 참가해보고 싶은데. (재명을 보며) 어이 회장.
재명 : 옙.
정태 : 나 끼워줄거지?
재명 : 물론이지요. 끼워줍니다. 환영입니다.
정태 : (민재에게) 이거 안 도와주면 여기서 못 자게 한 대잖아. 그래서 할수없이 같이 하기로 했다.
마이클 : (들어오며) 배터리 못 사왔어. 너무 비싸.
민재 : 넌 힙합 동아리 간대매?
마이클 : 오우 그마안.. 나 오디션에서 떨어졌어. 나 슬펐어. 그 사람들 리얼 힙합이 뭔지 몰라.
민재, 아이들을 좌악 훑어본다. 아이들 저마다 시선을 피하는데..
정태 : (빙긋 웃으며 소파로 가며) 자아 그럼 회장한테 허락도 받았으니까 맘놓고 한숨 자볼까.
민재 : (여전히 말이 없다)
옥주 : (조심스레) 채영이 언니도 도와준댔는데. 언니가 호스트 프로그램 짜는 거 해준댔는데...
민재 : (그래도 말이 없다)
S#53. 동아리방 밖 복도
채영이가 문에 귀를 대고 안의 소리를 엿듣고 있다.
저만치 가던 지원이 채영을 본다.
지원 : 뭐해?
채영 : 쉬잇. (여전히 엿듣는)
S#54. 동아리방 내부.
말없이 있던 민재가 고개를 들더니.
민재 : 마이클.
마이클 : 옛썰.
민재 : 무슨 건전지를 살려구 했든거야.
마이클 : 1000MA짜리 납작한 거요.
민재 : 니들 정신이 있어없어. 그게 얼마짜린줄 알어. AAA크기 일반 충전지, 250MA짜리면 충분해. 그리고 최재명.
재명 : 넵.
민재 : CPU보드 어떻게 했어.
재명 : 아 그거 내일 사올려구.
민재 : 사긴 뭘 사. 그렇게 하나씩 사면 한 장이면 될거 두장 세장씩 보드가 늘어나잖아. 그거 로봇 안에 다 넣을 수 있을거 같아?
밤새서 노동할 각오하고 한 장으로 만들어.
재명 : 으으.. (괴로와지는)
S#55. 동아리방 앞 복도
채영과 지원이 밖에서 안의 소리를 엿듣고 있다.
밖에까지 들리는 민재의 소리.
민재소리 : 만드는 게 뭐니뭐니 해도 돈도 안 들고 실력도 느는거야. 내 말 알겠어?
채영, 지원을 끌어 걷기 시작한다.
채영 : 내가 말했지. 민재 쟤는 아직 철들려면 멀었어. 지는 자기가 다 큰 줄 알지만,
옆에서 챙겨주지 않으면 동서남북이 어딘지도 몰라.
지원 : 너 그거 알어?
채영 : 뭐.
지원 : 니가 민재 얘기할 때 보면 넌 꼭 민재의..
채영 : 그만! (지원의 입을 막으려 따라가며) 하지 마. 하지 말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