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선교 소식 4 (2012년 12월)
필리핀의 12월은 한국의 초가을 날씨를 연상케 한다. 2, 3일에 한 번씩은 떨어진 낙엽을 쓸기 위해 빗자루를 들어야만 할 만큼 날씨 변화를 확연히 느낄 수 있는 때이다. 한국은 12월에 들어서면서 눈이 많이 내리고 날씨가 추워 활동하기가 불편하지만 이곳 필리핀은 오히려 12월부터가 정작 생활하기에 적당한 때라고 여겨진다. 잠자리에 들기 위해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밤과 새벽에는 날씨가 선선하며 모기도 한결 줄어든 느낌이다. 그리고 가끔 필리핀 사람 가운데에 두툼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눈에 띄기도 한다. 한 해의 마지막달을 보내는 필리핀의 풍경은 정말 이색적인 풍경들이 많이 있었고 또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많이 있었다.
1. 소음에 익숙해야만 살 수 있는 나라
도시에만 살다가 16년 전, 농촌인 양평으로 이사 가서 처음에 매우 황당하게 느꼈던 것은 새벽 6시 시끄러운 음악을 틀어놓고 잠자는 동네 사람들을 깨우는 마을 이장님의 방송이었다. 그런데 이 곳 필리핀에 와서 그것과는 비교도 안 되는 황당함을 겪고 있다. 바로 동네 이곳저곳에서 시도 때도 없이 울려 퍼지는 요란한 스피커 소리이다. 매일 새벽 5시가 되면 어김없이 성당에서 틀어 놓는 기도문 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다. 마치 주문처럼 중얼거리는 이 소리에 나는 항상 잠을 깨게 된다. 또한 주중에 서 너번 바로 우리 선교 쎈타 바로 앞에 자리 잡은 체육시설에서 동네 주부들이 모여 에어로빅을 하면서 틀어 놓는 음악소리이다. 엄청나게 큰 앰프소리로 동네를 두 시간 넘게 뒤흔들어 놓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 음악 중에 가장 많이 듣게 되는 음악이 바로 한국 가수 싸이의 '강남 스타일' 이다. 그러나 이런 지역의 공식적인 프로그램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가 있다고 치더라도 지금도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소음 방송은 개인 가정의 생일 파티 가라오케(노래방) 소리이다. 가족 중에 한 사람이 생일을 맞으면 집집마다 노래방 기계를 빌려서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 한 두시까지 가정 식구들, 친척들까지 돌아가며 노래를 부른다. 그런데 이건 한 두 시간 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말 하루 종일 부르고 그것도 부족해 다음날 새벽까지 연장전을 한다. 그런데 이것은 거의 매일, 간혹 쉬는 날이 있긴 해도 거의 매일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이러한 소음에 대하여 어느 누구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집이 그랬으니까 이웃집이 아무리 소란해도 서로 할 말이 없다는 무언의 합의인 것 같았다. 그리고 새벽부터 울려대는 트라이시클 괭음 소리, 왜? 터트리는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전쟁을 방불케 하는 쉴 새 없이 터트리는 폭죽 소리, 또한 지프니 차에서 심장이 요동을 칠 만큼 크게 틀어놓는 음악소리 등은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이런 소음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함께 살 수 없는 나라가 바로 필리핀인 것이다.
'강남 스타일' 음악에 맞추어 에어로빅 하는 동네 주부들!
2. 멤버쉽 트레이닝
비낭오난 선교 쎈타의 첫 제자 12명을 선발하여 훈련한지 이제 10주차를 넘기고 있다. 내년 1월이면 계획된 12주의 교육이 모두 마쳐진다. 감사하게도 선발된 학생들은 모두 착실하게 교육에 임하고 있다. 8살부터 16살까지의 12명의 학생들이 모두 언니, 동생하며 단단히 묶여져 가고 있다. 이들은 밥을 굶을 정도의 가난한 가정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들은 자기가 가고 싶은 곳, 가지고 싶은 것, 배우고 싶은 것들을 마음 놓고 해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다. 한 달 전에 교육을 하면서 5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산타루시아 라는 대형 쇼핑몰이 있는데 그 곳에 가본 사람이 있느냐? 고 했더니 한 사람도 없었다. 하기야 그들의 부모가 하루 버는 일당을 모두 합쳐도 500페소(14,000원)가 안 되니 그런 쇼핑몰에 간다는 것은 도저히 엄두도 나지 않는 일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성탄절을 앞두고 함께 그 곳에 가기로 약속을 했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얼마간의 기금을 준비하였다.
성탄절을 열흘 앞둔 주일(16일) 오후, 예배를 마친 후에 우리 내외는 전도사님 내외와 함께 12명의 학생들을 인솔해서 산타루시아 쇼핑몰로 향했
다. 시끄러운 음악소리에 흔들리는 지프니를 타고 한50분 정도 달려 도착한 후 [맥스] 라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점심을 사 주었는데 역시 이런 레스토랑도 이들은 처음이었다. 정말 무지무지하게 맛있게 그리고 엄청 많이 음식을 먹은 아이들이 연신 Thank you 를 연발하였다. 그리고 이왕 나온 김에 마켓에 들어가 각각 200페소(5,600원) 씩의 선물을 고르라고 하였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현장감 있게 사주기 위해서였다. 모두들 기분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한국에 있는 우리 자녀들의 풍족함을 생각해 보니 정말 이 아이들이 안됐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가슴이 아팠다.
3.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
더운 나라에서는 어떻게 크리스마스를 보낼까? 하고 과거 궁금한 생각을 많이 했었다. 그런데 막상 필리핀에서 생활에 보니 '이곳이야말로 크리스마스가 최대의 명절이구나' 할 만큼 요란하고 또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유럽도 11월 달 정도 되어야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이는데 이곳 필리핀은 벌써 9월말부터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케롤이 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10월 정도 되니까 대부분의 상점들이 장식을 서두르고 11월에 들어서니 온갖 크리스마스 용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나는 12월의 첫날, 아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을 시작하였다. 침엽수가 없는 이 나라에서는 적당한 크리스마스 나무가 없어 낙엽이 다 떨어진 나무 하나를 잘라서 아이들과 함께 하얀 페인트칠을 하면서 이것이 한국에서 겨울에 내리는 '눈' 이라고 가르쳐 주었다.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하며 페인트칠을 하고 나무에 장식품을 매 달았다.
크리스마스 예배를 위해 아내가 처음으로 워쉽댄스를 가르쳤고 나도 케롤을 지도하였다. 그러나 생각만큼 그렇게 잘 따라오지를 못했으나 더 욕심은 내지 않고 그냥 격려하면서 준비하였다. 이웃을 위한 '사랑 나눔'을 가르치기 위해 그 동안 모은 헌금을 내 주며 쌀가게에 가서 쌀을 사서 한 가정에 5kg 씩 직접 전달하도록 지도하였다. 12명의 아이들은 자기가 직접 선정한 동네의 가난한 가정에 쌀을 전달하면서 행복감을 맛보는 듯 했다. 그들은 교회에 돌아와 'very happy' 하다며 매우 즐거워하였는데 이들은 과거 크리스마스는 오직 선물 받고 파티하고 노는 날이라고만 인식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12월 20일 정도부터 시작되는 모든 학교와 직장의 방학은 1월초까지 계속 이어지며 이때를 모두 명절로 생각하여 가족과 함께 고향을 찾고 또 여러 집들을 방문하며 인사를 나누기도 한다. 마치 한국의 설날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정작 아쉬운 것은 저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이 갖는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즐기고 노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교회마다 예수님 생일 축하예배를 할 수 없을 만큼 텅텅 빈다는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크리스마스 축하예배에서 처음으로 워십 댄스를 하고 케롤을 부르는 12제자들
4. 개인 후원자 12명이 모두 모집되다
지난 11월 선교소식을 통해 비낭오난 쎈타의 첫 제자들을 후원해 줄 후원자들을 모집한 바가 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12월 둘째 주일 12명의 후원자들이 모두 모집되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나와 아내는 메일을 받은 날부터 후원자들의 명단을 놓고 그들을 위한 기도에 들어갔다. 저들의 직장과 가정에 하나님이 복을 많이 내려 주셔서 어려움 없이 이 선한 일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기도 하였다.
이제 12명의 학생들은 1월 중순이면 12주의 기본 훈련을 모두 마치고 수료식을 갖게 된다. 이후에 나는 성경공부 프로그램과 병행하여 영어와 컴퓨터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한 가지씩 가르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이 준비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름 이러한 도움이 이곳의 청소년들에게는 제일 필요한 일들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기 전, 영어와 컴퓨터를 배워 사회에 나가면 어디든지 취업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이들의 삶은 여전히 궁핍한 생활을 해야만 한다. 나는 이제부터 좋은 강사들을 물색하고 또 이러한 시설들이 갖춰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요청할 생각이다. 이들이 지금은 후원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훗날에 저들이 직장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그 받은 사랑을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라고 분명히 가르칠 생각이다.
나는 첫 후원자들이 먼저 양평의 후원교회 가운데서 나오기를 희망하였다. 그러나 다른 교회들에게서는 연락이 없어 모두 국수교회 성도들이 이 기회를 차지하게 되었다. 다소 아쉬운 마음이 있지만 다음에는 기꺼이 참여해 줄 것을 믿는다. 또한 앞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따져보니 너무나도 많았다. 성경 교재, 영어 교재, 각종 도서들, 그리고 컴퓨터 12대, 그리고 기타를 비롯한 다른 악기들이 준비 되어야만 한다. 기도하고 기다리면 하나님은 늘 그것들을 채워주셨기에 이번에도 우리는 믿고 기도하고 있다. 내년 3월쯤 다시 제2기생 제자들이 모집되기까지 나는 처음 선발한 첫 제자 12명을 최선을 다해 가르칠 것이다. 여기에 처음에 뜻을 같이해 준 12명의 후원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그 명단은 다음과 같다.(후원자 지원자순)
김인혜 집사(1) 김홍기 집사(2) 오병욱 집사(3) 서학조 집사(4) 임미영 집사(5)
조은원 권사(6) 김지연 집사(7) 서창수 집사(8) 김순자 권사(9) 김형민 집사(10)
thkimmsn@hanmail.net
최덕현 집사(11) 김영탁 장로(12)
필리핀 비낭오난 선교쎈타 김태현. 홍영옥 선교사
070-4643-0691. 휴대폰 010-5402-9125. 010-5033-9125
첫댓글 필리핀 비낭오난 선교센타 첫제자 12명을 후원하는 국수교회 성도님께 감사드립니다.
목사님~~^^ 새해복 많이 받으셔요~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이곳에 계실땐 잘 몰랐는데 필리핀으로 사역을 위해 떠나신 뒤에 목사님의 빈자리가 어찌나 크던지...저처럼 얼마 안된 신도가 느끼는 이 마음이 다른분들껜 얼마나 크게 느끼실지 짐작이 간답니다~
목사님.. 선교 소식지를 읽으며 너무 애를 많이 쓰고 계시는 목사님과 사모님께서 아프지 마시고 건강하게 생활하실수 있기를 항상 기도한답니다~ 열심히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올 한해 계획하신대로 이루어질수 있도록 기도하겠습니다~ 홧팅입니다..목사님...사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