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정채봉 문학상 선정평
한 해 동안 문예지에 발표된 중단편 동화와 개인 응모작 중에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총20편이었다. 다양한 개성과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을 읽는 일이 반가웠다. 작가가 직접 응모하지 않은 작품의 비중이 더 많은 ‘정채봉 문학상’의 특성상, ‘심사’보다는 ‘선정’이라 부르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모아졌다. ‘심사위원’이 아닌 ‘선정위원’이 된 세 사람이 손꼽는 작품이 모두 일치하진 않았으나, 「팽이 도둑」(서정오 작, <어린이와 문학> 2019년 2월호 수록작)을 최종 선정하는 데는 큰 이견이 없었다. 현재 시점에서 과거와 현대를 자연스럽게 녹여, 할아버지 세대와 손주 세대의 조화를 이룬 완성도 높은 작품이기 때문이었다. ‘팽이 놀이’, ‘엿장수 구경’과 같은 언뜻 과거로만 여겨지던 풍경 속에서 노는 아이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도 큰 미덕이었다.
「팽이 도둑」은 화자이자 주인공인 ‘나’가 암으로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만들어 준 “이 세상에서 가장 날쌔고, 가장 힘세고, 가장 튼튼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인 팽이를 도둑맞으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꺾지 않고 끝끝내 돌파해 내는데, 이를 통해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한다. “내가 마음속으로 흘린 눈물은 백두산 천지를 메우고도 남았을” 거라는 ‘나’의 서술은 얼핏 과장되고 어른이 서술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작품 후반부로 갈수록 ‘어른이 서술하는 듯한 느낌’이 개성적 문체로 작품의 아우라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걸 부인하기 어려웠다. 정확한 문장 구사와 적확한 묘사 또한 이 작품이 가진 미덕인데 특히 팽이에 대한 묘사 부분은 밑줄을 치며 읽고 되짚어 읽을 만큼 빼어났다.
어른들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팽이를 잃어버린 주인공의 절망을, “문구점에 가서 새 걸로 하나 사렴, 팽잇값은 내가 주마.”하면서 투정으로 여긴다. 주인공의 절망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결국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지혜를 모으고 용기를 내어 끝내 중학생 병수에게서 팽이를 받아낸다. 팽이를 깎고 팽이 치는 법을 가르쳐주는 할아버지가 있고, 그런 팽이를 귀하게 여기며 잃지 않으려는 아이가 있고, 아이에게 힘과 지혜를 모아주고 함께 노는 동무들이 있는 세상. 그 세상을 작품으로 만나서 반가웠다. 보다 많은 아이들이 작품 밖에서도 이런 세상을 살아가길 바라며, 귀한 작품을 써주신 서정오 작가님께 감사를 전한다.
선정위원 : 김병규, 오세란, 유은실 |
첫댓글 이 작품 읽으면서 좋았는데... 역시나 수상작이 됐네요. 축하드립니다
무게감있는 수상자가 선정되었네요. 축하드립니다.
서정오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정채봉문학상 운영위원장을 맡아 선정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내내 애써주신 선안나 선생님과 함께 애써주신 김정옥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서정오 선생님, 문학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수고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