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모임은 '전교조서울초등환경교육연구회'입니다.<br>
94년부터 기행 모임을 시작하긴 했지만, 아마츄어인 만큼 충실하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많은 회원들이 나고 들면서 해마다 반복되는 신입회원 교육에 바쁘지요.<br><br>
그나마 어린이를 위한 생태체험 프로그램을 연간 4-12회씩 꾸리고, 담임한 학급의 어린이들과 함께 다양하고 의미있는 활동들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br><br>
지난 토요일, 4월 13일에는 회원 모두들 학교를 서둘러 마치고, 현진오박사님과 함게 천마산으로 향했습니다.<br>
박사님은 생경스러우셨겠지만, 저희들은 가족(아기까지도)들도 함께 걸어야 한다며 사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동행하고 있습니다.<br>
박사님께 누가 되었으리라 죄송하게 생각하면서, 그것으로도(중간에 포기하고 아기와 함께 아래쪽에 남아야만 하는 사정) 행복해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위안을 얻었답니다.<br><br>
꽃사진에 적당하지 않은 카메라를 가진 탓에 꽃사진보다는 그 날 활동들을 중심으로, 저희 모임카페에 올릴 보고 형식으로 하겠습니다.<br><br>
<천마산 입구><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27.jpg"><br><br>
천마산에 닿아 현진오선생님(평소의 버릇 탓에 자꾸 '선생님'한답니다.)을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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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산에서 최초로 발견되었다는 점현호색을 설명합니다.<br>
점현호색이 보호종으로 지정되어 있던 당시에 '천마의 집'이라고 하는 수련원이 군락지이던 임도의 길섶을 완전히 파헤쳐 포장을 하고 지어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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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행인 것은 점현호색이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 주었다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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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오박사><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28.jpg"><br><br>
국내에 몇 안 되는 식물분류학 박사님입니다.<br>
아주 고집에 세어 보이지 않나요?<br>
제주도 출신이신 김--선배님은 몹시 반가우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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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현호색><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30.jpg"><br><br>
잎에 흰 점이 총총 찍혀 있지요? 그래서 점현호색이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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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강의><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39.jpg"><br><br>
숲 속의 쉼터에서 강의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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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친해진다는 것은 볼 줄 안다는 것이랍니다.<br>
그리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것,<br>
자연이 인간의 이용물이 아니라는 것,<br>
인간의 작은 모습을 인정하는 것,<br>
145만의 생물종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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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br>
"이제부터 힘들어집니다. 자신 없는 분은 여기서 쉰다고 생각하십시오."<br>
아--<br>
아쉬운 탈락자(주로 아기를 데리고 온 가족과 옷차림이 거북한 분들이...)가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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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사항><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45.jpg"><br><br>
"아무리 생태답사, 꽃산행이라 해도 반드시 등산로를 이용해야 합니다.<br>
그러나 오늘만은 여러분이 충분히 주의해 줄 것을 믿으며 다소 길을 벗어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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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내려가면 '오남리'로 가게 되고, 그리되면 일행과는 아주 먼 사이(산너머에 있게 되는)가 됩니다. 길을 잃지 않도록 바싹 붙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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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사진찍기><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64.jpg"><br><br>
아주 드물다는 얼레지의 변이종 흰얼레지를 발견했습니다.<br>
우리가 사진을 찍는 둥 수선을 피우는 동안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하시더니, 나중에야 사진을 찍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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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나는 길에는 얼레지가 지천으로 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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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는 나물로도 먹습니다. 그러나 나물로 꺾인 얼레지는 되살아나지 못합니다. 죽고 말지요.<br>
다른 나물들은 싹이 잘리워도 새싹이 돋습니다. 그러나 얼레지는 지난 해 일년 내내 모아 놓은 영양을 오로지 새 잎을 돋우는 데 다 씁니다. 그러니까 더 이상의 에너지가 없어서 싹을 잘리우면 죽어버리고 말지요.<br>
또 얼레지는 발아하고 7년째가 되어야 꽃을 처음으로 피웁니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얼레지꽃들은 가장 어린 꽃이 '만 일곱살'을 먹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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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진지한 표정들로 말씀을 들었고, 조심했지만...<br>
우리 발밑에서 신음한 얼레지가 대여섯 포기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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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기행, 안돼요!><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67.jpg"><br><br>
"꽃산행에는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다. 서로 원칙을 아주 잘 지키는 사람들이라면 10여 명, 그렇지 않다면 대여섯 명이 좋겠습니다. 여럿이 할 경우라도 이런 습지 등의 군락지는 다섯 명씩 그룹을 정하고 차례차례 관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br>
최근에 '나물기행'이라는 컨텐츠를 가지고 체험프로그램을 꾸리는 곳이 있는데, 나물채취는 법으로 금해야 합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나물체취금지법'이 생길 것입니다. 자연상태에서 나물이 재배될 수 있는 지역을 선정해 그 곳에서 재배를 해서 비싼 가격에 판매하도록 하는 제도가 생겨야 합니다."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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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지 군락지><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170.jpg"><br><br>
얼레지 군락지입니다. 습한 땅에서 산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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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떡이는 꽃산행은 금물><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203.jpg"><br><br>
"자연을 만날 때는 여유를 가지고 만나야 합니다.<br>
손님으로 자연 속에 들어간다는 생각을 해야 하지요.<br>
주인에게도 여유를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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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토요일 오후에, 제 할일들을 다 하고, 남는 시간에 급하게 찾아와서는 여러 가지로 무리가 따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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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자연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체력과 자연에서의 적응력을 가져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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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일정의 촉박함으로 인해 좀 급하게 움직이겠습니다.<br>
지금부터 능선에 붙을 때까지 가파른 경사를 오르겠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시고 따라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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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헐떡이며 코를 박고 능선까지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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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강의><br>
<img src="http://user.chollian.net/~durima/icsUpload/forme/Dsc00219.jpg"><br><br>
어둑해져서야 숲속의 쉼터에 다다랐습니다.<br>
그래도 할 얘기는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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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참고할 일정과 서로 협조할 일들을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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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이야기를 듣고 있는 중에<br>
아니, 정--선생(덕수정보고)이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어요.<br>
덕수 선생님들과 산행을 하고 오는 중이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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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는 오남리에서 올라왔다는 박--선생과 한--선생을 만났는데, 오늘 같은 날 사람들이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달까...<br><br>
산아래 통나무집에서 보리밥을 먹고 남은 얘기들을 나누다가 헤어졌습니다. 황송하게도 박사님의 차를 타고 집앞까지 왔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