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전통 풍속에서 자주 만나는 한자
3. 명절 – 계절마다 찾아오는 명절을 나타낸 한자
l 이름 있는 시간의 마디 명절 名節
명절이란 전통적으로 해마다 일정하게 정해 놓고 기념하는 날을 말한다. 이를 다른 말로 명일 名日이나 절일 節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절 節은 원래 ‘대의 마디’를 가리키는 글자로, 대나무 마디를 동여 묶는 것을 절약 節約이라고 한다. 약 約은 끈으로 묶는 것을 가리키는 글자이기 때문이다. 대나무를 운반할 때에는 빠지기 쉬우므로 잘 묶어야 한다. 그래야 대나무를 아낄 수 있다. 그래서 절약이라는 말은 무슨 물건이나 시간을 아껴 쓴다는 뜻을 가지게 되었다.
名節은 시간의 흐름 속에 있는 ‘이름 있는 마디’를 말하는데, 설이나 단오, 추석과 같이 누구나 기념하는 날을 가리킨다. 명절은 ‘24절기 節氣’와 는 구분되면서, 계절에 따라 의미 있는 날을 기념하는 것이다.
l 원단 元旦과 원조 元祖의 차이
우리 민족의 가장 큰 명절은 설이다. 설이라는 말이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에 대해선 여러 가지 이야기가 있다. 일연이 편찬한 <삼국유사 三國遺事>에는 정월 초를 ‘달도 怛忉’ 라고 하였다.
이는 슬퍼할 달 怛, 근심할 도 忉로 ‘근심이 있고 슬프다’라는 뜻이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서럽다, 섭섭하다’는 뜻에서 설이 되었다고 해석하였다.
이와 다르게 ‘서다, 세우다’라는 말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다, 세우다’는 한자로 설 립 立 이나 세울 건 建을 쓰는데, 설날 무렵에는 이러한 한자를 잘 쓰는 데서 이 말이 나왔다는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어원을 하나 더 살펴보자. 설이 지나면 우리는 나이를 먹게 된다. 나이를 ‘몇 살’이라고 하는데, 이 ‘살’은 설에서 변한 말이다. ‘몇 설이 지났는가?’라는 말이 ‘몇 살이 되었는가?’로 변하게 된 것이다.
설을 한자로 ‘원단 元旦‘이라고 한다. 이 글자를 보면 元은 으뜸이라는 뜻으로 옆으로 선 사람의 모습이고, 旦은 새벽으로 지평선 위에 해가 뜨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다. 그래서 원단은 설날 아침을 뜻한다.
그런데 旦이라는 글자는 옛 중국의 성인인 주공 周公의 이름이기도 하며, 조선 왕조 태조 이성계의 첫 이름이기도 하여 ‘원단’이라는 말을 함부로 쓰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에 旦과 같은 의미인 아침 조 朝를 써서 ‘원조 元朝‘라고 쓰기도 한다.
설이 지나고 입춘이 되려고 하면 ‘입춘대길 立春大吉’ 이나 ‘건양다경 建陽多慶’ 과 같은 구절을 서로 대구 對句로 써서 집 대문에 붙이는 것을 ‘입춘서 立春書 ‘입춘축 立春祝‘ 혹은 춘첩자 春帖子‘라고 하였다. 설날과 입춘은 보통 시기적으로 가깝게 붙어 있으므로 설날 기분이 계속 이어진다.
l 신년 新年 원단 元旦, 근하 謹賀 신년 新年
우리는 양력 설을 신정 新正, 음력 설을 구정 舊正이라고 한다. 지금 일본에서는 신정만 지내고 구정은 기념하지 않는다. 옛 풍습을 중시하는 일본 사람들이 음력 설을 지내지 않는 것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일본 사람들이 명치유신 후에 달력을 서기 西紀로 바꾸어 쓸 때, 모든 구력 舊曆, 즉 음력 陰曆을 신력 新曆이라고 하는 양력으로 바꾸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元旦이라고 하면 양력 설을 가리키고, 음력 설은 춘절 春節이라고 부른다. 물론 중국에서도 우리와 같이 가장 큰 명절은 음력 설인 춘절이다.
새해가 되면 특히 양력 설에는 ‘연하장 年賀狀‘을 주고 받는 것이 중요한 새해 인사이다. 여기에는 ‘신년 新年 원단 元旦, 근하 謹賀 신년 新年’ 이라는 말이 씌어 있는데, ‘새해 설날 아침에’ ‘삼가 새해를 축하합니다’라는 의미이다.
원단은 다른 말로 원일 元日이나 세수 歲首 또는 신일 愼日이라고 한다. 세수의 해 세 歲는 원래 사 祀, 년 年 과 같은 말이었는데, 중국 하나라 때에는 歲, 은나라 때에는 祀, 주 나라 이후에는 年이라고 썼다.
신일 愼日의 愼은 부수가 마음 심 心을 뜻하는 심방 忄변으로 마음을 조심하여 ‘삼가다’는 뜻을 가지고 있어, 신일 愼日은 ‘삼가고 조심하면서 경건하게 새해를 맞는다’는 의미이다.
<김대현 박사의 ‘테마가 있는 생활 한자’에서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