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감상의 진수는 역시 래프팅이다. 한 래프팅팀이 막다른 길목에서 더 이상 이어지지 않을 듯한 물길을 헤쳐 나오고 있다. |
강원 영월은 물의 나라다. 동강, 서강, 주천강, 평창강 등 이름난 강만 4곳이나 된다. 주천강과 평창강이 만나 서강과 합류하고, 서강은 동강과 하나되어 남한강으로 흐른다. 이처럼 물이 굽이치면서 마을 곳곳을 누비는 곳이 또 있을까. 특히 얼마전까지만 해도 동강과 서강은 일반인의 접근을 허용하지 않은 채 험한 산속을 유유히 흐르는 고고함의 상징이었다.
이런 곳에 길을 내기란 쉽지 않았을 터. 인근에 영동고속도로가 있어 굽이굽이 강을 따라 길을 낼 필요도 없었다. 더딘 개발 덕분에 다행이 깨끗한 자연이 보존될 수 있었다. 동강과 서강으로의 여행은 청정수역 한가운데로 떠나는 여정이다.
동강은 영월을 대표하는 강이다. 강원 평창군 오대천과 정선군 조양강이 합쳐지면서 만들어졌다. 수억년전 지반의 융기현상으로 형성된 석회암층 지역으로 지금도 퇴적작용과 침식작용이 진행되고 있다. 또 빗물과 석회수가 끊임없이 암석을 녹여 200개가 넘는 동굴을 만들어냈다. 수달, 어름치, 쉬리, 버들치를 비롯, 원앙, 황조롱이, 솔부엉이 등 많은 희귀동물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동강이 세인에게 알려진 것은 1999년 상류에 다목적댐을 건설하겠다는 정부 계획이 발표되면서였다. 환경단체를 비롯한 범국민적인 반대운동이 벌어졌고, 결국 건설계획은 백지화했다. 하지만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동강의 신비한 속살과 아름다움이 알려지면서 갖가지 명목의 방문객과 관광객이 늘어나 무단취사와 야영 등 또 다른 형태의 환경파괴가 시작되자 정부는 2002년 이 일대를 생태계보존지역으로 지정했다.
간단한 준비운동을 한 뒤 8인승 보트에 타고 출발했다. 최근 계속되는 가뭄으로 수량이 많지 않다. 잔잔한 호수를 지나는 기분이다. 가이드의 지시에 따라 노를 저으며 앞으로 나간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계곡이 끊어질 듯 이어진다. 래프팅의 재미가 덜하다 싶으면 그저 주변 경치만 봐도 행복하다.
오른쪽 절벽위로 소나무가 듬성듬성 자라고 있다. 그냥 봐도 절경이라는 느낌이 든다. 노루목이라는, 동강의 대표적 비경중 하나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뒤 따라 온 대학생팀의 한바탕 물장난이 벌어진다. 일제히 물에 뛰어들어 물장구를 치기도 한다. 보다 역동적인 재미를 원하는 젊은 층을 위한 서비스라고 한다.
다시 얼마를 갔을까. 폭넓은 강 중앙에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 등 3개의 거대한 바위덩어리가 우뚝 서있다. 동강 최고의 경치를 자랑한다는 어라연(魚羅淵)이다. 물고기의 비늘이 비단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동강의 유명세에 빠지지 않는 절경을 자랑하는 곳이 서강이다. 길도 없고 래프팅코스도 없어 중간중간에 차를 세워두고 비경을 감상하는 것이 고작이지만 그 아름다움은 전국 어느 강에도 뒤지지 않는다.
대표岵?곳은 선돌이다. 비운의 왕 단종을 모신 장릉인
서강 최고의 비경인 선돌. 우뚝 선 바위 뒤로 유유히 흐르는 서강 줄기(위)가 평화롭다. 아래쪽은 우리나라 지도를 닮은 선암마을 전경. |
강줄기를 따라 동쪽으로 향한다. 선암마을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목적지는 그 곳이 아니다. 마을앞에서 비포장길을 따라 좌회전, 1㎞를 간 뒤 다시 걸어서 600㎙를 가면 낭떠러지와 맞닥뜨린다. 이 곳에서 강너머 보이는 경관은 영락없는 대한민국지도의 모습이다. 백두대간 줄기를 따라 소나무가 숲을 이뤘고, 해남 땅끝마을과 포항의 장기곶까지 눈에 들어온다. 전국의 사진작가들이 서강의 비경을 담기 위해 몰려드는 곳이기도 하다.
나룻배를 탄 사공이 천천히 노를 젓어 동해에서 남해를 돌아 서해 해안에 배를 댄다. 고요한 한반도의 모습, 한 폭의 그림이다.
첫댓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