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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등봉 - 계획에 없던 비박산행
언 제 : 2013년 9월 14일 (토) 청량리역 지상 대합실 08:30
어 디 로 : 샛등봉(885m) - 강원도 춘천시 사북면, 화천군 사내면 일원
누 구 와 : 가온누리 회원 3명과 (총 4명)
날 씨 : 비가 왔으나 들머리에 도착할 때엔 그쳐서 산행하기에 알맞은 날씨였음
이동수단 :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ITX 열차(08:45) ---> 남춘천 하차 (09:41)
남춘천역 ---> 춘천시외버스터미널 (도보 약 7~8분)
춘천시외버스터미널( 10:45 ) ---> 용담 (사창리행, 약45분소요) - 들머리인 물안골
오탄3리 ---> 춘천시외버스 터미널 (사창리 출발, 약40분)
걸은 길 : 물안골 물안교(11:55) - 계곡갈림 길 (물이 많아 능선 길로 우회하다가 포기) - 다시 원점으로 내려오다가 대표로 나 혼자 계곡을 건넜으나 일행들의 우려로 포기 - 화악산펜션 맞은편 다리로 길없는 능선을 향해 오름 - 가시덤불을 헤치고 약 30분간 빡세게 올라 능선 도착 (13:05) - 샛등능선갈림길 삼거리에서 올라 오는 길과 합류 - 샛등능선 (13:25~ 14:15, 점심:50분 ) - 계곡길 공터에서 올라오는 삼거리 - 샛등봉 (16:00) - Y자괴목 - 삼거리 - 안부 (16:50) - 첫번 째 헬기장 (17:00) - 산악회리본방향으로 진행 - 등산로 있다 없다 - 군참호를 가로지르기를 수십번 - 어둠(16:35) - 진행과 되돌이를 반복 - 이름모를 안부에서 왼편으로 잘라서 하산 - 차량 불빛과 차도 보이는 곳에 낭떠러지 - 다시 능선으로 - 진행방향으로 삐삐선을 기준삼아 전진 - 어둠속 더이상 전진 어려울정도의 가파른 길 - 비박결정(20:35) - 첫번째 헬기장 회귀 (08:25) - 헬기장에서 리본무시하고 13시방향으로 진로 설정 등로 확인 - 아침(09:00~09:30) - 두번 째 헬기장 - 논밭 보호전기철책선(약 25분 우회) - 자연 보호수(10:55), 세족 및 몸 단장 (10:55 ~ 12:00)
번개 모임에서 예정된 샛등봉 산헹.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강행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청량리역에 도착하였을 때부터 비가 내렸다. 하지만 전원 약속시간에 맞춰 도착하였다. 교외산행의 의미를 좀 더 느끼고자 ITX열차를 예매하였다. 처음 타보는 청춘열차. 말 그대로 아주 예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마치 청춘남녀들을 위한 전용열차인양 젊은 커플들이 많아서 마치 우리 일행들은 초대받지 못한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더구나 등산채비의 겉모습부터 차별이 되긴 하였지만.
비오는 교외선을 타고 한껏 마음도 부풀어 싸온 삶은 계란이며, 찐 고구마를 내어 나눠먹으며 마치 소풍나온 어린이마냥 목소리가 올라간다.
남춘천역에 도착하니 빗줄기는 더욱 거세게 변해 있었다. 각자 우산을 바쳐들고 춘천시외버스터미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디뎠다. 들머리인 물안골을 가야하는데 지명이름으로는 제대로 아는사람이 없어서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 사창리행 10시 45분 버스 용담이라는 곳까지 표를 샀다. 출발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서 준비해 간 지도를 펴서 일행들에게 간략히 오늘의 산행계획을 설명하고 편의점에서 뜨거운 물도 보충하였다.
타는 곳 14번에서 사창리행 버스에 올라 기사님한테 목적지를 설명드리고 정차를 부탁드렸다. 걱정말라시며 50분정도 소요되니까 그 때까지는 가만히 있으랜다. 혹여나 지나칠까하여 알람까지 50분 후에 울리도록하고 막간을 이용한 곡차와의 대화와 유부초밥과의 만남으로 옆좌석에 아들의 군면회를 오신듯한 아주머니께도 권해드리고 비내리는 춘천시가지와 춘천댐을 지나며 사념에 잠겼다.
거의 다 왔다 싶은데 시간은 아직여유가 있어서 기다리고 있는데 느닷없이 도착지를 지나쳐왔다는 기사님의 일성에 일행은 용수철처럼 튀어 내리며 "얼마나 지나왔어요?"라고 물으니 "한 5분이면 되요" 하신다. 전적으로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내달리는 차량을 마주하며 20여분을 걸어서 되돌아 와야했다.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의 발자국에 놀라 피하다가 도랑에 빠져 급한 물살에 떠내려 가는 개구리의 구조활동의 눈부신 활약에 농가의 담장에 매달린 큼지막한 수세미를 핸펀에 담으며, 마침 그친 비를 가상히 여기면서 들머리인 물안교에 도착하였다.(11:55) 그렇게 예상보다 약30분이 경과 하였다.
물안골에는 많은비로 흙탕물이 넘쳐 흘렀다. 잡목이 우거진 숲길로 접어드니 흰진범이 우리를 맞는다. 비 맞은 진범의 청초함이 새롭다. 샛등능선갈림길에서 샛등능선을 향해서 가려면 계곡을 건너야하는데 바위가 많고 물살이 빠르고 깊어 건널 수가 없었다. 우횟길을 찾았으나 너무 가파르고하여 올라왔던길을 다시내려가서 화악산가든 맞은편의 다리를 통하여 능선으로 쳐올라갔다. 중간에 제법 넓은 계곡을 건너보니 무릎 밑의 수량이어서 건너도 된다고 하였으나 일행들의 만류로 건너갔다가 다시 건너오기도 하였다. 가파른 비탈에 노랑싸리버섯과의 조우도 있었고 여러가지의 야생화가 그나마 응원이 되었다. 정상적인 길이 아니어서 가시덤불을 헤쳐가며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많은 체력소모가 있었다. 우거진 가시덤불과 풀숲을 하늘만 바라보며 무조건 위로 향하다보니 능선에 도착 할 수가 있었다. (13:05)
이미 초반에 힘을 빼버려 지친가운데 샛등능선 갈림길에서 올라오는 합류점을 지나서 능선 길에서 자리를 펴고 점심을 시작한다.(13:25 ~14:15) 우중산행을 대비하여 행동식위주로 준비하기를 바랐는데 다들 엄청 싸오셨다. 불고기, 맨밥, 유부초밥, 오징어 파강회, 더덕무침, 냉동 복숭아, 고구마, 계란, 꽂감에 두견주인지 색도고운 집에서 담근 술을 내 놓으셨다. 거기다가 하차지점을 지나서 내리는바람에 걸어내려오다가 길가의 밭에서 딴 들깻잎도 한 몫을 하였다. 가져온 밥과 찐 계란, 고구마는 간식으로 남겨놓고 밑반찬도 일부만 소진하였다.
시간이 많이 지체되어 서둘러 정상을 향하는데 후미와의 거리가 자꾸만 벌어진다. 오르막을 오르다가 쉬곤하였는데 오른쪽 허벅지 다리근육에 경련이 일어났는가 보다. 평탄한 곳에 누워 응급처치를 하였으나 쉽게 가라앉지 않아서 많은 시간을 소비하였고 본인이 계속 강행의사를 보임에 따라 천천히 가는 조건으로 정상으로 향했다. 겨우겨우 정상에 도착.(16:00) 간단히 인증샷을 남기고 출발을 서두른다. 이미많은 시간이 경과하여 애초의 신선봉경유코스를 포기하고 비교적으로 안전하고 짧은 코스로 어둡기전에 하산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Y"자 괴목을 지나 진행하는 길은 군사용 참호가 많아서 안그래도 뚜렷하지않은 등산로는 자주 끊겼다. 용정쉼터 갈림길을 지나 안부에 도착하니 다섯시가 거의 되었는데 산등성이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하지만 근육경련이 다시 올까 저어되어 조심스럽게 따라오는 후미일행들의 안부에 신경이 쓰여 자꾸만 쉬어가게되었다. 드디어 헬기장에 도착.(17:05) 금마타하리와의 만남.
잠시 숨을 돌린다음 지도 확인없이 제법 그럴 듯한 길에 몇개의 산악회리본이 매달려져 있어 의심없이 진행하였다. 하지만 갈수록 길은 자꾸만 끊어지기를 반복하고 참호와 통신선이 유일한 길안내였다. 몇번을 군사용 참호와 헷갈려 되돌이를 반복하며 가다가 어느새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 지지만 방향이 잘 못되었는지 등산로는 자꾸만 흐려졌다 없어졌다 한다. 날은 이미 저물어가고 나 외에 다른 일행들은 랜턴이 없다. 결국엔 진행속도는 안나고 해서 중간에서 잘라서 진행방향 왼편의 가파른 길로 위험하지만 조심하자는 의견으로 일치되어 정말 미끄러지다시피하며 차량의 불빛이 보이는 직진방향으로 내려갔다. 경사가 아주 심하거나 바위가 있으면 오른쪽으로 우회하기를 여러번 나중엔 아예 어둠에 아무것도 안보였다. 나머지 일행들을 안전하게 나무나 돌뿌리를 잡고 대기하라고하고 배낭을 멘채 살짝 미끄러져 봤는데 앞이 전혀 안보이고 낭떠러지가 너무 깊은 듯하여 결국 포기하고 헤드랜턴을 켜서 아래에서 한명씩 올려보내고 내가 올라가서 다시 한명씩 올려보내고를 반복하며 오른쪽 경사지를 향하여 비스듬히 다시 능선에 올라섰다. 다시 컴컴한 길을 거의 통신선을 마치 생명선인양 손으로 더듬으며 가다시피하여 능선의 끝에 다다랐으나 길을 찾지 못하고 군사용 참호만 들락거리다가 더 이상의 머뭇거림은 나에게도 일행들에게도 더욱 불안만 가중되고 또다른 불상사를 초래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능선에서의 무단 비박을 결정하였다. 어둠속에서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면서 모두들 다친데 없이 지금까지 이른것에 안도와 고마움을 느끼며. 오히려 내가 아주 많이 고마웠다. 불평이나 불만이 있음직한데 그렇지않고 믿고 따라 준것이 너무 고마웠다.
다행히도 보온병의 물도 그대로 있고 아직 식수와 점심 때 남겨둔 음식과 비상식은 충분했다. 비를 에상해 비상용 비닐도 준비하였기에 일단 안심을 하며 누울자리를 준비하고 각자 비상시를 대비하여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하고 핸펀도 배터리를 고려하여 예비배터리가 있는 분만 켜두기로 하였다. 그라운드 매트와 판쵸우의를 깔고 여벌 옷을 걸쳐입고 비닐을 이불삼아 잠을 청해 본다. 우거진 나뭇가지사이로 올려다보이는 별빛이 참으로 청명하다가 구름에 가렸다를 반복한다. 마치 내가 떠가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며 지금의 현재 상황을 더듬어도 본다. 과연 어디에서부터 잘 못되었을까? 어둠속에서 평정심을 잃고 허둥대지는 않았나? 몇번씩 잠시 대기하면서 현재상황을 직시하고자 하였으나 일행들에게 오히려 두려움만 줄것 같아 현위치를 파악하기위하여 지도를 펼치거나 하지 않고 계속 진행한 결과가 지금에 이르렀다.
일단 모든 걸 포기하고 비박을 결정하고 나니까 너무 허탈했다. 어떻게든 열차 예약시간에 도착해보려던 애초의 생각은 오래전에 하얘졌고 일단 마을어귀에라도 도착하고 보자던 야심찬 계획도 물먹은 솜뭉치마냥 늘어진 몸뚱아리로 놓여졌다. 바로 저기 아래로 멀쟎은 곳에 차량 불빛이 보이는데 내려갈 수가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 한이 없었다. 보온을 위하여 비닐을 덮다보니 자꾸만 습기가 차서 중간중간 환기를 시켜야 했기에 가면상태에서 자다깨다를 반복하였다. 약 6년여동안 주일을 어겨 본적이 없었던 것도 큰 부담이었다. 집에는 내일의 상황까지 얘기하였으나 교회에는 아침에 최종상황을 보고 연락드리려 미뤘다. 그렇게 야멸찬 모기와, 틈새마다로 스며드는 산속의 밤공기와 주고받는 시름으로 날을 새웠다.
야외에서, 그것도 불시에 비박을 해본 적이 없었던 일행들이라 많이 놀라기도 하였음직 한데 아지까지는 아무런 불만이 없으시다. 안개가 자욱한 새벽어둠을 걷고 일어나 자리를 정리하고 간단히 얼린 복숭아와 계란, 고구마, 식어서 미지근해진 보온병의 물에 탄 모닝커피에 그런대로 아침식사로는 꽤 포식하고 핸펀의 위성표시와 도상의 지형지물을 대조 해가며 현위치를 대충 인지하고 왔던 길로 회귀하기로 하고 길을 재촉하였다. (07:00)
짐정리를 하다가 얼린 복숭아를 담아왔던 보냉병이 가파른 낭떠러지로 굴렀다. 포기하려다 혹시나 하고 미끄러져 내려갔더니 굴러내리면서 바위에 부딪혀 가장 바깥의 뚜껑이 멀리 날아가고 없고 두번째 속 뚜껑과 본체는 회수 할 수 있었다. 아쉬웠지만 더 이상의 수색은 불가했다.
어제 저녁에 내려 올 때는 미처 몰랐던 군사용 참호가 거미 줄처럼 형성 되어 있었고 우리가 걸어온 길은 거의 대부분이 군인들의 참호 유지보수용으로 난 길이었다.
다시 헬기장에 도착.(08:25) 비박위치를 근거로 도상의 방향을 확인해 보니 진행 방향이 잘 못 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정표를 달고 지나갔던 사람들 중 일부는 위성표시기를 손에 들고 산행하지 않았나 싶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진행방향이 있었던 듯 하다. 하지만 리본을 지나고 난 후에는 한번도 만날 수없었던 산악회리본이었기에 헬기장에서 하산방향 11시방향이 아니라 13시방향이 맞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중요지점이라 인증샷을 남기고 다시 하산을 하다가 이제 정상적인 등산로라 확신이 들어 제대로 된 아침을 위하여 자리를 잡았다. 이끼 꽃인지, 불교에서 전해오는 전설의 우담바라인양 신기한 이끼도 보였다. 어제 남긴 맨밥에 열무김치 어리굴젖 넣어 비빔밥을 해서 먹으니 천하일미가 따로 없었다. 이런저런 뜻하지않은 불상사의 새로움에 적응해가며 즐거움으로 승화 해가는 일행들이 대견스러웠다.
교회에는 일행들과의 예기치않은 비박관계로 주일을 지킬 수 없음을 알리고 가파른 밧줄이 놓인 길과 호젓한 숲속길과 번갈아 가며 나타나 지루함을 들어주는 자연에 고마움을 느끼며 쉴 때는 오래도록 빛을 보지 못하던 비상식의 떨이(?)도 있었고 얼마남지 않은 식수의 조절도 있었다. 내 핸펀은 사망선고받은 지 오래다. 그래도 이제는 핸펀의 방전으로 비상연락을 염려해야 할 단계도 지났다. 하산완료하여 동네가 보이는 곳까지 내려왔다. 그런데 논과 밭에 철선이 둘러쳐져있다. 전기선인 줄 모르고 손으로 잡았다가 감짝 놀랐다. 손에 장갑을 끼었는데도 움찔 할정도의 고압이었다. 물론 산 짐승들의 마구잡이 농작물 폐해를 방지한다고는 하지만 조금은 아쉬운 몇 십분의 우횟길이었다. 드디어 자연보호수 앞에 도착.(10:55)
자연보호수 옆 다리밑에서 자리를 잡고 비가와서 물이 많이 불은 하천에 옷을 입은채로 풍덩 뛰어들어 더위도 씻고 거짓말 같은 일박이일간 산행에서의 부담감도 흘려보냈다. 교각을 병풍삼아 젓은 옷을 벗고 여벌옷으로 갈아입고나니 날아갈 것만 같았다. 무탈한 하산까지의 과정이 고맙고 큰 고비를 넘긴 일행들과의 산행이 가슴 뿌듯했다.
식수를 구해 목을 축이고 한숨 돌린다음 사창리출발 춘천행 시외버스를 타기위해 오탄3리 정류장으로 향했다. 어제와는 달리 청명한 초가을 날씨에 비를 대비해 준비했던 우산이 양산이 되어주었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기차표를 모바일로 예약하고 한참 후에 도착한 시외버스에 몸을 실으니 정말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여 일행 중 한분이 이전에 가본 적이 있다는 닭갈비집으로 택시를 타고 이동하였다. 그 많고 많은 닭갈비집이지만 그래도 조금은 특별한 느낌의 주인장 옷 매무새와 맛에 고생의 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서로에게 큰 무리없이 하산한 것을 축하하며 맛있는 점심겸 뒤풀이로 즐거운 시간이다가 여유있는 기차시간에 맞춰 남춘천역까지 걸어서 이동하였다.
여러가지로 색다른 경험과 교훈을 안겨 준 샛등봉 산행이었고 반드시 혼자이든 다른일행과 함께여든 다시 찾아서 정확한 코스확인과 종주산행으로 마무리 해보리라고 마음 먹으며 청량리행 열차에 무거운 몸을 깊숙이 묻어본다.
수고하셨고, 즐거웠고, 고마웠습니다. 함께한 2번, 3번, 4번,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