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ound of Silence.
1970년 대학에 입학하고 나서 많이 듣고 따라 부르던 사이먼 앤 가펑클(Simon & Garfunkel)의 노래다.
…people talking without speaking, people hearing without listening… 이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음미해보면
음악성 뿐 아니라 폴 사이먼의 문학적인 천재성이 드러난다.
이 노래에 얽힌 추억 하나. 1학년 때 청파동에서 하숙 할 적에 숙대 정문 앞 적산가옥에 살던 경식이라는 약대 4학년 선배가 있었다.
기타를 잘 다뤘고 노래도 잘 불렀다. 학교축제를 앞두고 이 선배가 이런 제의를 해왔다.
축제 음악콩쿨에 한번 나가보자는 것이다. 1등 상품이 대단했다. 선배가 나를 하도 추켜세우는 바람에 응락을 했다.
레퍼토리는 바로 사이먼 앤 가펑클의 The Sound of Silence.
선배가 멜로디. 내가 화음 파트를 맡기로 하고 거의 매일 하교 후 선배집 2층방에서 연습에 들어갔다.
응원이 많았다. 하숙하던 집에 숙대생들이 많았다. 한 보름 연습을 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콩쿨이 열리는 대학극장에 그 당시 덕성여고에 다니던 하숙집 딸과
숙대생들을 포함해 하숙집 차원의 응원단이 왔다. 좀 긴장은 됐지만, 그래도 자신감이 든 것은 우리들의 레퍼토리가 바로
그 즈음으로는 최신의 곡인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였기 때문이다.
우리 차례가 왔다. 무대로 나가 인사를 하고 앉았다. 의자 하나를 들고나가 내가 앉고 경식 선배는 한 다리를 의자에 올려놓는,
그러니까 그 당시 송창식. 윤형주의 트윈폴리오 자세를 취한 것이다. 앉아서 보니 휘황한 조명아래 청중석은 잘 보이질 않았다.
다만 맨 앞자리에 앉은 숙대생들은 희한하게 잘 보였고, 그들은 계속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이 노래의 전주는 단조롭고 간결하다. 선배는 피크 주법으로, 나는 알페지오로 전주에 들어갔다.
그 순간 청중석은 물을 끼얹듯 그야말로 침묵 속에 잠기는 듯 했다.
hello darkness my old friend, I’ve come to talk with you again… 출발이 좋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대로 만 가면 되겠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이 노래는 가사가 5절까지로 좀 길다. 그만큼 외우기도 쉽질 않다. 긴 가사 노래를 부를 때 템포를 잘 유재해야 한다.
템포가 어긋나면 가사를 놓칠 수가 있다. 말하자면 긴장과 함께 평정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마가 끼인 것이다. 노래를 하는 도중에 내 눈에 이상한 게 보이는 것이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내가 앉은 의자에 올려놓은 경식 선배의 한 쪽 다리였다. 그 다리가 바들바들 떨고있는 게 내 눈에 들어온 것이다.
경식 선배의 그 다리는 그러니까 떨리고 긴장되는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다리가 내 시선에 들어오면서 나는 그만 템포를 잃었다. 그러면서 그냥 우스웠다. 그래서 웃었고, 그러면서 화음을 까먹었다.
3절이 시작되면서 노래는 그냥 경식 선배 혼자 불러갔고,
나는 우스운 마음에 그냥 키득거리는 표정으로 경식 선배 노래를 듣고있는 꼴이 된 것이다.
결국 노래를 망쳤고, 우리들은 당연히 입상하질 못했다. 그날 대학극장을 나와 학교 앞 호프집에서 생맥주를 마시면서까지도
나는 경식 선배의 그 덜덜거리는 다리를 노래 실패의 이유로 변명했지만, 내 말에 기울이는 귀는 없었다.
오늘 오후 우연히 이 노래를 들으니 그 때 그 생각이 나 좀 길게 적어보았다.
이런 기억도 떠 올랐다. 그날 축제의 하일라이트였던 음악콩쿨의 1등은 나의 마산고 선배로,
복학해 법학과에 다니던 박장식 형에게 돌아갔는데, 형은 탐 존스의 ‘딜라일라’을 불러 그랑프리를 차지했다.
https://youtu.be/L-JQ1q-13Ek?si=d4NtB9ykpNeZNl2L
첫댓글 약간 픽션냄새가 좀나는데~
픽션, 그게 뭔데?
숙대생들 한테 그리 인기가 많았을까?
@oppa51 기밀사항인데, 니가 그걸 꼭 알아야겄냐. 하기야 보안대 비파 출신이니 잘 모르겄지만 ㅎ